2021-10-15

대장동 블루스 - 대장동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

대장동 블루스 - 대장동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

대장동 블루스 - 대장동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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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대장동’이라는 이름이 낯선 사람은 이제 없다. 하지만 대장동이 우리 모두에게 무슨 의미인지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없다. 대장동은 정치적 입장에 따라 ‘국민의힘 게이트’거나 ‘이재명 후보가 감옥에 갈 사건’ 둘 중 하나다. 정치적 응원구호일 뿐 내용이 텅 비었다. 그러나 대장동은 정치적 구호로 쓰고 버리기엔 아까울 만큼 흥미진진하고 의미심장한 사건이다. 심지어, 알고 보면 매우 쉽다.

여당 잘못이냐 야당 잘못이냐를 따지려면 이렇게 물어보면 된다. “그 돈, 누가 먹었나?” 지금은 이 질문만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 그 돈, 누가 만들었나? 대체 1조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돈은 어디서 솟았나? 누가 얼마를 어떻게 가져가는 게 적절한가? 이 질문이야말로, 복잡하고 지저분해서 들여다보기 싫은 대장동의 성격을 완전히 바꿔버린다. 이렇게 물어보는 순간, 대장동은 우리 시대의 과제를 보여주는 진정으로 중요한 이야기가 된다.

사진 한 장을 먼저 보자. 2013년께 인터넷에서 유행하여, 이제는 밈(계속 복제되어 퍼져 나가는 문화적 코드)이 된 이미지다. 이 중식당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직관적으로 알아챌 수 있다면, 우리 이야기의 절반은 이미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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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름 없는 골목이 있다. 어느 모험적인 주방장이 독특한 메뉴를 들고 식당을 연다. 점차 골목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그를 따라서 독특한 식당도 모여든다. 평범하던 골목에는 어느새 ‘○○○길’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이 골목의 가치는 누가 만들었을까? 첫 번째 주방장의 공이 크기는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골목을 찾는 사람들, 그들을 보고 장사하러 들어온 다른 식당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상호작용이 가치를 창출했다. 골목의 가치는 누구 것이라고 말하기 힘든 공동자산이다.

이 골목의 가치에 거의 확실하게 기여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건물주다. 하지만 골목의 가치가 높아지면 월세가 오른다. 어느 식당이 이 골목으로 옮기면 한 달에 500만원을 더 벌 수 있다. 그러면 건물주는 월세를 400만원씩 올려도 된다. 그 식당은 오른 월세를 내고도 100만원을 더 벌 수 있으니 옮겨올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낸 공동의 부 중 대부분은 이런 식으로 건물주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위 사진에 등장하는 중식당의 건물주는 입지가 만들어내는 가치를 임대료로 한껏 빨아들였다.

우리의 관심사는 골목이 아니라 도시다. 도시는 공동의 부를 골목보다 훨씬 크게 창출한다. 특히 지식은 한곳에 모일수록 시너지가 나서, 도시는 모든 지식 노동자를 합친 것보다 더 생산적이 된다. 미국 IT 산업의 중심지 실리콘밸리가 그렇고,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판교가 그렇다. 대장동은 판교의 턱밑에 있다. 대장동의 가치는 판교에서 형성된 공동의 부가 흘러넘친 결과다.

ⓒalookso


2.

대장동 이야기의 주요 등장인물은 셋이다. 첫째, 부동산 개발업자가 있다. 화천대유나 남욱 변호사 같은 구체적 이름도 중요하지만 우리 이야기에서는 잊어도 좋다. 둘째, 정부가 있다. 대장동에서는 기초단위 지방정부인 성남시이지만, 여기서는 ‘정부’로만 생각하는 게 더 낫다. 셋째, 정부를 운영하는 사람, 그러니까 선출직 정치가가 있다. 여기서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다. ‘정부’와 ‘정부 운영자’를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 왜 그런지는 나중에 나온다.

먼저 부동산 개발업자부터 무대에 세워보자. 그는 이렇게 주장한다.

부동산의 가치는 우리가 만듭니다. 첫째, 미래에 가치가 높아질 토지를 먼저 알아봅니다. 우리의 수익은 남들보다 먼저 잠재적 가치를 발견하는 능력 덕입니다. 둘째, 부동산 개발사업은 아주 위험합니다. 돈을 번 사업만 뉴스에 나와서 그렇지 사실은 쫄딱 망한 사업도 많죠. 우리의 큰 수익은 큰 위험을 감수한 대가입니다.

개발업자의 주장에는 어느 정도 진실이 담겨있다. 대장동 이후 도시개발은 공공개발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높아졌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민간은 돈이 안 될 땅에 들어가지 않는다. 들어가더라도, 그 손해는 개발업자가 보고 끝난다. 공공은 돈이 안 될 땅에 다른 이유로 들어갈 수 있다. 특히 표가 걸려 있을 때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 손해는 납세자가 떠안는다. 민간개발의 실패는 시장이 처벌하지만, 공공개발은 이런 식으로 실패가 반복될 수 있다.

그러나 더 의미심장한 논거는 두 번째다. 위험 감수의 대가라니, 어떤 위험? 바로 여기에 도시개발의 본질이 담겨 있다.

성남판교대장 도시개발구역. 연합뉴스
부동산 개발의 핵심은 인허가다. 정부가 땅의 용도를 아파트로 정하는지 논밭으로 정하는지, 용적률은 얼마나 허용해 주는지에 따라 땅의 가치가 완전히 달라진다. 개발업자가 놀라운 안목으로 가치가 오를 땅을 사 모았는가? 그래봤자 인허가가 없으면 돈은 못 번다. 개발업자는 우선 ‘인허가 리스크’를 진다.

더 큰 고비도 있다. 알박기다. 이름이 주는 인상과 달리, 알박기는 경제학적으로 합리적인 행동이다. 가상의 예를 들어보자. 여기 필지 1000개짜리 개발 후보지가 있다. 필지 하나의 시장가격은 2억원, 다 합치면 2000억원이다. 1000필지를 전부 사들여서 개발 허가만 받으면 가치가 1조원이 되지만, 하나라도 사는 데 실패하면 개발이 불가능한 땅이다. 당신은 이 필지 중 하나를 갖고 있다. 어느 개발업자가 999개를 사들이고, 마지막으로 당신과 협상을 한다. 당신은 얼마를 부를까? 정가대로, 2억원?

그럴 리 없다. 당신은 7000억원을 요구해도 된다. 개발업자는 당신의 땅을 2억원에 사는 순간, 땅값을 제외하고 8000억원을 번다. 땅을 사는 데 실패하면 8000억원은 고스란히 사라진다. 개발업자는 당신의 요구를 받아들여 1000억원이라도 벌거나 사업을 접거나 둘 중 하나다. 이것은 극단적인 상황이지만, 도시개발에서 토지 매입의 리스크를 잘 보여준다. 나중에 팔수록 협상이 엄청나게 유리해진다. 알박기에 웃돈을 주다 보면 개발업자의 수익은 0원에 가까워진다.

공공이 개입하면 토지 매입 리스크는 상당히 완화된다. 정부는 토지수용권이 있다. 당신에게 “7000억원은 너무 심하니 3억원 받고 파세요”라고 명령할 수 있다는 얘기다(이러다 보니 토지수용 보상액이 적다며 철거에 저항해 싸우는 상황이 자주 생긴다). 분쟁이 나도 시장이 아니라 정치가 해결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있는 토지수용위원회가 처리한다. 수용권이라는 정치적 힘이 없으면 부동산 개발 시장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3.

이제 두 번째 주인공인 ‘정부’의 이야기를 들어볼 차례다.

부동산의 가치는 우리가 만듭니다. 우리가 인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아무리 땅의 잠재가치가 높아져도 논밭은 계속 논밭입니다. 우리가 토지수용을 도와주지 않으면 민간은 수익을 내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개발수익이 낮아지면 개발업자가 줄어들 것이고, 결국 도시개발 자체가 멈추게 됩니다.

이 구조에서, 민간 개발업자의 계산법은 단순해진다. 정부가 쥔 인허가권과 수용권을 가져올 수 있다면 개발사업의 리스크는 극적으로 줄어든다. 대장동에서는 ‘민관 합동개발’이 그 역할을 해줬다. 공공이 발주한 사업이므로 가장 골치 아픈 두 리스크, 인허가 리스크와 토지 매입 리스크가 사라진다.

미분양 리스크도 거의 없었다. 이재명 현 민주당 대선후보가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2019년 10월, 경기도 산하 경기연구원은 ‘개발이익 공공환원 사례 심층연구’라는 155쪽짜리 보고서를 낸다. 보고서는 대장동 사업이 공공환원의 모범사례라는 취지로 썼다. 보고서에 이런 표현이 나온다.

“대장동 역시 주택건설 사업자들의 입장에서는 분양 리스크 없이 사업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이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사업자금 조달)]를 담당하는 금융권도 마찬가지였다.”(보고서 113쪽)

민주당 일각에서는, 대장동 사업 기획 당시에는 부동산 경기가 나빠서 대장동도 수익성이 불투명했다고 주장한다. 이재명 경기지사 시절의 경기연구원 보고서만 봐도 이는 과장에 가깝다.


4.

여기까지만 보고 ‘대장동 사업은 민간 개발업자 특혜 사업이다’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아직 이르다. 분명 성남시는 민간 개발업자의 최대 골칫거리를 제거해줬다. 문제는 그 대가를 누가, 얼마나 받아냈느냐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장면에서 시장을 도입하는 걸 좋아한다. 우리도 잠시 경제학자 흉내를 내 보자. 개발업자는 인허가권과 토지수용권을 원한다. 이걸 사고파는 시장이 생긴다면, 개발업자는 낼 수 있는 최대 액수를 써낼 것이다. 1조원을 번다는 계산이 서면, 9000억원 정도는 써낼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더 비싸게 써낸 경쟁자에게 밀려난다.

더 유능한 개발업자가 더 유리할 것이다. 1조원을 벌 업자보다는 1조 2000억원을 벌 업자가 더 비싸게 써낼 수 있다. 따라서 개발권은 최고로 효율적인 민간업자에게 돌아가고(좋은 일이다), 정부가 버는 돈도 가장 많다(역시 좋은 일이다). 이것이 경매 시장이다. 한국 정부는 주파수를 경매에 부쳐 통신사들에게 판다. 같은 원리다.

그러나 개발업자는 9000억원이나 정부에 주고 싶지는 않아서, 가능하다면 암시장을 알아볼 것이다. 인허가권을 쥔 관료를 뇌물로 매수할 수 있다면 완전히 남는 장사다. 부산 해운대 엘시티 개발은 전형적인 사례로 꼽힌다. 엘시티는 인허가권과 토지 매입 리스크를 공공이 다 해결해준 후, 민간개발로 전환해 개발업자가 수익을 전부 가져갔다. 분양 수익만 3조원대로 추산된다. 이 과정에서 개발업자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부산시 공무원 9명이 기소돼 재판 중이다. 대장동 사업도 민간개발을 추진하던 2005년, 공무원 5명이 개발 정보를 유출하다 적발됐다.

대장동의 민관합동 개발 모델은 성남시가 약 4000억원을 확보하고 시작한 계약이다(이 액수는 추후 5500억원까지 늘어나고, 이 셈법에도 논란이 있다). 구도심 공단 땅을 사서 공원으로 바꾸는 사업에 민간 개발업자가 2600억원을 냈다. 대장동 임대주택 부지를 현금으로 받을 권리도 가져왔다. 이 가격은 공모 당시 약 1500억원이었고, 이후 1800억원으로 늘었다.

이것은 일종의 ‘초보적 경매’다. ‘공원 사업’과 ‘임대주택 부지’ 두 요구사항에 응하기만 하면 70점 만점을 줬다. 민간 사업자는 최고액을 써내려 경쟁할 필요는 없었지만 최저 입찰가는 맞춰야 했다. 이것만으로도 ‘암시장이 표준’이던 도시개발에서 공공성을 강화했다고 볼 수는 있다. 대장동 개발은 엘시티 개발보다는 확실히 낫다.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중동에 위치한 엘시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엘시티 개발보다 낫다’와 ‘최선이었다’는 같은 말이 아니다. 대장동 사업에서 민간 개발업자가 가져갈 세전 수익은 총 85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결과는 누가 봐도 이상하다. 인허가 리스크, 토지 매입 리스크, 미분양 리스크가 모두 낮은 대장동에서 8500억원을 ‘위험 부담의 대가’로 볼 수는 없다. 남다른 안목의 대가도 아니다. 판교 턱밑 대장동의 가치를 알아보는 데 대단한 안목이 필요하지는 않다. 부동산 상승으로만 설명하기엔 너무 큰 수익이다. (관련 콘텐츠)

이재명 후보는 ‘공공이 가져온 5500억원’은 계속 강조하면서, ‘개발업자가 가져갈 8500억원’은 외면한다. 이 결과는 성남시의 최선과는 거리가 멀다. 이것이 이상적인 경매 시장이었다면, 개발업자는 성남시에 낼 돈으로 5500억원보다 훨씬 비싼 값을 적어냈을 것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이상적인 경매 시장만큼 환수할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지금 이 배분이 현실에서 최선이었을 가능성 역시 별로 없다.

그렇다면 실제로 벌어진 일은 무엇인가? 가능성은 두 가지다. 첫째, 초보적 경매처럼 보였던 대장동 개발도 실은 암시장이었을 수 있다. 모종의 이유로 민간에 이익을 몰아주려고 성남시 관료들이 의도적으로 초과수익 배분 조항을 빼버렸을 수 있다.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


이 대목에서 ‘유동규’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 있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실무진은 민간의 이익이 과도하게 날 경우 초과수익을 시와 나누는 조항을 제안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을 유동규 본부장이 주도한 전략사업팀이 빼버렸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현재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 화천대유는 유 전 본부장에게 예상 개발이익의 25%(약 700억원)를 약속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이 가능성을 확인하는 건 검찰과 법원의 몫이다.

둘째, 뇌물이나 매수가 없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까? 그럴 리는 없다. ‘개발업자가 가져갈 8500억원’이 대체 어디서 왔는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5.

이제 우리의 세 번째 등장인물, ‘정부 운영자’를 만날 차례다. 선출직 정치인인 정부 운영자의 이익과 정부의 이익이 늘 같지는 않다. 이재명 후보 주변 인사들에게 “왜 초과수익 배분 조항을 넣지 않았나?”라고 물어보면 이런 답이 돌아온다. “이건 상대가 있는 협상이다. 초과수익 배분 조항을 넣으려 하면, 민간도 처음에 성남시에 줄 돈을 줄이자고 했을 것이다. 어느 쪽이 성남시에 더 유리한지, 정책적 판단의 영역이다.” 그러니까, 선불로 확실한 현찰을 받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성남시의 관점에서 보면 그 반대가 정석이다. 처음에 받을 돈을 줄여서라도 초과수익 배분 조항을 넣는 게 이득이다. 이건 부동산 폭등을 예측할 수 있었는지와는 무관하다. 초과수익을 민간이 지나치게 가져가는 결과도 성남시에게는 일종의 리스크이므로, 약간의 현찰을 들여서 리스크를 회피하는 계약이 더 낫다. 공공이 발주하는 민간투자사업에서는 기본으로 정착된 원리다.

지난 28일 중앙보훈회관에서 열린 개발이익 환수 법제화 긴급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이재명 후보. 연합뉴스


그러나, 선거를 치르는 정치인인 성남시장의 관점에서는 셈법이 다를 수 있다. 임기 중에 치적으로 쓸 확정수익이 미래의 더 큰 수익보다 요긴하다. 2018년 1월, 임기 종료를 6개월 앞둔 이재명 성남시장은 1800억원을 성남시민 모두에게 나눠주는 ‘시민배당’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대장동 임대주택 부지에서 나올 그 돈이다. 이때는 그가 경기도지사 출마 결심을 굳힌 시기다. 시민배당은 후임인 은수미 시장 때 없던 일이 됐지만, 이재명 시장은 이 선언으로 ‘이재명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

여기가 바로 대장동에 대한 평가가 근본적으로 갈리는 대목이다. 이재명 시장은 당장 쓸 수 있는 자원을 확보하려고 성남시의 미래 수익에 해를 끼쳤는가? 그렇다고 판단한다면 이것은, 묽은 의미로, 부패다. 부패 연구의 권위자인 경제학자 요한 람스도르프는 책 《부패와 개혁의 제도주의 경제학》에서 이렇게 썼다. “부패란 사적 이익을 위하여 공적 권력을 오용하는 것이다. ‘사적 이익’에는 돈이나 값진 자산 외에, 권력이나 지위의 향상도 포함된다.” 즉, 선출직 정치가가 자신의 정치적 전망을 위하여 맡은 정부의 미래 수익을 희생시켰다면 그것은, 일상 용법과는 다르지만, 넓은 의미로 부패의 정의에 들어온다.

반대로, 이재명 시장은 주어진 제도적 조건과 제약 안에서 나름대로 최선의 결과를 냈지만 결과가 부족했을 뿐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인허가권과 토지수용권을 제대로 경매하는 제도는 없다. 기초단체장이 만들 수 있는 제도도 아니다. 따라서 ‘초보적 경매’에 그쳤다고 비난할 일은 아니다. 미래의 불확실한 수익보다 현재의 확실한 수익이 성남시를 위해서도 더 낫다고 생각했을 가능성도 있다. 시민배당은, 자신의 정치적 전망을 위해서가 아니라, 부동산 개발 수익은 시민 모두의 것이라는 철학의 산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런 관점으로 본다면 실제로 일어난 일은 부패가 아니라 ‘선의의 오판’에 가까워진다.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대장동 개발사업은 인허가권과 토지수용권을 암시장에서 거래했던 과거의 개발사업과 비교한다면 진일보했다. 땅의 잠재가치 중에 일부는 공공이 가져야 한다는 원칙을 지켰다.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사업을 ‘치적’으로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장동 개발사업에 암시장적 요소가 없었다고 단언하기 이르다. 수의계약으로 화천대유를 밀어줬다는 의혹이 사실인지, 유동규 전 본부장이 700억원을 약속받은 혐의가 사실인지, 초과수익 배분 조항을 유동규 전 본부장이 빼버렸다는 의혹이 사실인지 등이 문제다.

셋째, 만약 암시장적 요소가 없었다는 결론이 난다면, ‘개발업자가 가져갈 8500억원’은 대체 무엇일까? 둘 중 하나다. 정부가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이었거나, 정부 운영자의 이익과 정부의 이익이 달랐을 때, 정부 운영자가 제 이익을 먼저 챙겼거나. 이것은 보는 사람의 판단 문제다. 후자라고 해도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선출직 정치가가 비판받을 이유로는 충분하다.


6.

대장동은 ‘수많은 사람들의 상호작용이 만든 공동의 부’를 어떤 식으로 다룰 것이냐는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다. 이런 공동의 부는 땅에 고이는 경향이 있어서, 사회가 원칙을 세우지 않으면 어느 순간 지주와 부동산 개발업자의 손에 공동의 부를 쥐여주는 사유화가 일어난다.

관료들은 뇌물을 받고 인허가를 내준다. 이런 일을 하다 보면 검찰에 고발당할 위험이 생기므로, 개발업자는 법조계 인맥에도 넉넉히 투자한다. 화천대유가 권순일 전 대법관을 고문으로 앉힌 사례는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언론도 리스크 관리 대상이다. 신문을 뒤덮는 분양 광고의 목적이 분양 홍보만은 아니다. 엘시티 개발 과정에서 보도를 무기로 광고비를 뜯어낸 지역 신문사 사장이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조 단위의 개발수익을 놓고, 도시개발 자본과 관료‧법률가‧언론이 연합해 팀을 꾸린다. 이것은 한때 ‘개발 동맹’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도시개발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사유화 동맹’이 더 적절한 이름이다. 골목 레벨의 건물주와 도시 레벨의 개발자본‧엘리트 연합은 본질이 같다. 둘 다 공동의 부를 사유화한다. 도시개발 스캔들은 이런 식으로 한국 사회의 어떤 작동 원리를 드러낸다. 이것이야말로 대장동이 우리에게 던진 진짜 과제다. 


by 천관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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