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23

알라딘: 대한민국 독서사 - 우리가 사랑한 책들 천정환,정종현

알라딘: [전자책] 대한민국 독서사

대한민국 독서사 - 우리가 사랑한 책들, 知의 현대사와 읽기의 풍경 
천정환,정종현 (지은이)서해문집201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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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선택
"아직 책의 역할이 남아있다면"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겹쳐 읽는 책을 살펴보면 당대의 욕망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고, 특정 세대에게 널리 읽힌 책을 살펴보면 해당 시기의 문제나 방향을 돌아볼 수 있을 터, 책과 독서를 바탕으로 역사를 살피는 일은 늘 흥미롭고 도전적인 과제다. 더군다나 책을 읽지 않는 사회라고 이야기되는 오늘날, 책과 독서로 해방 이후 한국현대사 70여 년을 돌아보는 시도는, 지금의 출판과 독서문화에도 새로운 의미를 전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갖게 한다.

한국 근현대 지성사를 꾸준히 연구해온 천정환, 정종현 두 저자는 책, 출판, 저자, 독자, 공간, 매체, 계급, 욕망 등 다양한 요소를 입체적으로 엮어 ‘대한민국 독서사’를 구성한다. 그리하여 책의 인기도나 내용만으로는 읽어낼 수 없는 의미를 찾아내고, 반대로 커다란 정치사회의 변화 속에서 책과 독서의 의미가 퇴색되어버리는 지점을 피해가며, 솜씨 좋게 '지(知)의 현대사'를 그려낸다. 여전히 책의 사회적 역할이나 효용이 있다고 믿는다면, 혹은 그런 때가 있었다고 추억한다면, 아니면 그런 때가 올 거라고 기대한다면, 이 책이 반가운 마중물이 되어줄 것이다.
- 인문 MD 박태근 (2018.10.05)


종이책 페이지수 336쪽

책소개
해방 이후 지난 70년간의 ‘한국 현대 독서문화사’다. 즉, 책 읽기 문화를 통해 돌아본 우리의 ‘知의 현대사’이자, 상식과 교양의 역사다. 지난 70년간 방방곡곡의 학교와 도서관과 서점들, 대학과 교회와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렸던 독서회들, 때로는 버스와 지하철 그리고 저마다의 내밀한 방과 마음속에 펼쳐진 독서의 풍경을 되돌아본다.

또한 그동안 우리가 사랑한 책들, 이를테면 《청춘극장》(김내성, 1954)에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 1978)을 거쳐 《칼의 노래》(김훈, 2001)에 이르렀던 한국문학, 《조선역사》(김성칠, 1946)에서 출발하여 함석헌.리영희.강만길.김현.김윤식.백낙청 등을 거쳐 오늘에 이른 인문/사회과학 서적, 그리고 《자본론》 《코스모스》 《데미안》 《어린 왕자》처럼 외국에서 들여온 아름다운 책들과 그 수용의 역사를 다시 들춰본다.

특히 이 책은, 지난 2003년 출간돼 근대사의 외연을 확장하고 문학/문화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며 극찬을 받은 《근대의 책 읽기》의 저자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와, 동아시아 비교문학과 지성사, 냉전문화사에 깊이 천착해온 정종현 인하대 교수의 긴밀한 협업으로 탄생한 책이라 그 의의가 더욱 크다. 2000년대 이래 역동적으로 발전해온 문학/문화 연구의 새로운 기운을 담아, 독서사뿐 아니라 지성사, 대중문화사, 냉전문화, 젠더사, 문화제도사까지 아우르는 최초의 인문교양서라 할 만하다.


목차


머리말: 한국 현대사와 책 읽기

서설
‘독서사’란 무엇인가 / ‘독서문화사’의 의의는 무엇인가 / 독서와 정치 / 베스트셀러론의 의의 / 독서와 경제 / 마케팅: 베스트셀러와 쇼비즈니스 / 그리고 책 안 읽기

책의 해방과 분단: 1945-1950
식민지 청산과 민족으로의 ‘귀환’ / 일본 지식에서 민족·미국 지식으로 / 좌우 대립과 문화의 분단
#ep.01_삼팔선이 만든 한 권의 베스트셀러, 《내가 넘은 삼팔선》

한국전쟁기 책과 지식 풍경
교육열과 전시 대학 / 혼돈의 책 읽기 / 전선 남.북의 책과 지식 / 도강파와 잔류파 / 친일에서 반공으로
#ep.02_“난 빨갱이가 아니오”, 잔류파의 고해성사 《적화삼삭 구인집》

자유.부패.부활: 1950년대
대형 베스트셀러 《자유부인》의 오해와 진실 / ‘자유부인’은 혼자가 아니었다 / 왜 김훈의 아버지는 장관 부인에게 핍박당했나? / 한국문학 독자의 재구성 / 1955년 이후 출판자본주의와 독서
#ep.03_말기 정권의 종북몰이와 ‘불온’ 검열

4.19 혁명과 책
4.19의 주체는 누구인가? / 4.19를 만든 책, 《사상계》 / 4.19가 만든 책, 《광장》과 《흑막》
#ep.04_기성세대는 각성하라, 《얄개전》의 조롱과 웃음

개발독재와 민족주의 시대의 책과 독서: 1960년대 ①
《상록수》의 부활과 개발주의 영웅서사의 탄생 / 1960년대 중후반의 역사소설과 일본 소설 붐 / 민족본질론과 내재적 발전론 / 《선데이서울》과 《창작과비평》
#ep.05_<분지> 필화 사건과 <임을 위한 행진곡>

‘먼 곳에의 그리움’과 모방 욕망: 1960년대 ②
검열 공화국에서 외국 책 읽기 / 전설의 전혜린 / 카뮈 팬 자살 사건 / 미국 그리고 일본으로부터
#ep.06_전집과 외판원

최인호.황석영과 전태일.난쏘공: 1970년대 ①
관변 독서운동 / 《어린 왕자》 그리고 최인호와 ‘청년’ 독자들 / 청년문화의 분화, 《별들의 고향》 vs 《객지》 / 《저 하늘에도 슬픔이》에서 전태일까지
#ep.07_전태일의 일기와 《전태일 평전》

산업화 시대와 저항의 독서: 1970년대 ②
노동자의 책 읽기 / 저항의 우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임금은 알몸이다’,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 / 언론 탄압의 후과와 사회과학 독서문화의 형성
#ep.08_욕망의 시대에 던지는 화두, 《무소유》

근대화 연대(1960-1980년대)의 자기계발.처세서 읽기
‘자기계발’이라는 문제 / ‘자기계발(서)’의 분화와 발달 / 자기계발서의 종류와 독자 / 개발 연대와 자기계발서 읽기
#ep.09_한국 수필 붐과 범우 에세이 문고

출판은 운동, 독서는 저항: 1980년대 ①
‘지속’과 ‘단절’의 독서문화사 / 무서운 말, ‘의식화’ / 세미나의 시대, 의식화의 ‘교양’과 ‘전공’ 독서 / 청춘들의 ‘함께 읽기’
#ep.10_컴퓨터와 독서.출판문화의 변화

의협의 시대: 1980년대 ②
광주항쟁과 무협지적 세계의 형성 / 1980년대 협객들을 위한 송가, 김영하의 《무협학생운동》 / 속류화된 ‘협’의 서사, 《인간시장》 / 1980년대를 강타한 정통 무협, 《영웅문》
#ep.11_“우리, 종로서적에서 만나요”

‘중간층 대중독자’의 독서: 1980년대 ③
‘회색인’의 방황과 좌절, 강석경의 《숲속의 방》 / ‘1987’의 또 다른 주인공 1: 이문열과 ‘아웃사이더’ / ‘1987’의 또 다른 주인공 2: 서정윤의 《홀로서기》 / 공동체주의와 개인성의 조화를 꿈꾸며
#ep.12_<을화>부터 <토지>까지, TV와 만난 문학

문화의 지각변동,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1990년대 ①
과도기의 문화, 과도기의 인간들 / 변한 것: 서태지, 그리고 잔치는 끝났다 / 독서문화의 변화, 그리고 신경숙과 공지영 / 변하지 않은 것
#ep.13_마광수와 장정일, ‘음란한’ 1990년대와 ‘경건한’ 공안권력

세상의 중심은 ‘나’: 1990년대 ②
새로운 ‘자유’, 자기계발과 성공서사의 시대 / 1990년대 주류 문학: 상실의 시대, 또 다른 ‘나’를 찾아서 / 세계화의 역설,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책 읽기 /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베스트셀러
#ep.14_IMF 시대의 책 읽기 풍경, 환란과 위로

새로운 진보 담론과 세기말 서점가: 1990년대 ③
인터넷과 독서 / 새로운 진보주의 또는 1990년대식 ‘계몽’ / 진보의 새로운 표상, 파리에서 온 ‘똘레랑스’ / 지성의 재편, 그리고 신자유주의와 세기말
#ep.15_판타지, 새로운 독서와 독자의 탄생

위기.불안 시대의 책 읽기: 2000년대 ①
마시멜로처럼, 세상에서 가장 은밀한 유혹 ‘성공’ / 성공을 위한 사다리, 영어 학습서 / ‘88만 원 세대’와 청춘 멘토 / 신판 가족주의와 ‘엄마 신드롬’
#ep.16_TV의 힘, <느낌표>와 ‘기적의 도서관’

사라져가는 것들과 이어가야 할 것들: 2000년대 ②
‘책 안 읽는 국민’ / ‘책 없는 시대’의 책 읽기 / 도서정가제 / 시민인문학과 독서국민운동 / 인문학과 사회과학 책 읽기
#ep.17_위기 이후의 한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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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첫문장
책 읽기란 어떤 인간 활동인가? 그것은 어떤 역사를 가진 것인가?




P. 29 인간이 책을 읽는 이유는 수십 가지쯤 되겠지만, 책을 안 읽거나 못 읽는 이유도 수백 가지는 된다. 우리는 늘 출판인들로부터 ‘책이 팔리지 않아 죽을 지경’이라든가 대한민국 국민이 ‘책 안 읽는 국민’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우리는 실제로 바빠서, 돈이 없어서, 뭘 읽어야 할지 몰라서 책을 안 읽어왔다. 해방 70년 독서문화사를 되... 더보기
P. 70 《자유부인》은 연재 중이던 당시 《서울신문》의 판매부수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단행본도 수십만 권이 팔렸는데, 시끌벅적한 논란.스캔들 등을 수반하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논란은 고매한 대학교수(국어국문학과의 국어학 전공 교수)의 부인이 바람이 나서 급기야 집을 나가고, 교수도 젊은 여성 타이피스트의 종아리 같은 데 관심을 갖는다는 줄거리에 심히 불쾌감을 느낀 서울대 법대 교수 황산덕의 공격으로부터 시작된다. 황산덕은 《자유부인》을 “대학교수를 양공주에 굴복시키고 대학교수 부인을 대학생의 희생물로 삼으려”는, “중공군 50만 명에 해당하는 조국의 적”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1956년에 처음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도, 늘 점잖고 고뇌가 많았던 문교부가 키스 및 포옹 장면(정사가 아니다)의 필름을 약 100피트나 잘라내는 바람에, 표현의 자유 논쟁을 야기하고 대중의 관심을 더 크게 만들었다. 이런 견지에서 《자유부인》은 진정한 의미의 현대적인 베스트셀러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책이나 영화가 대규모로 흥행하기 위해서는 텍스트 그 자체나 작가의 의도와는 무관한 이슈화(오해, 논란, 법정 공방 등)가 수반되고 시장을 자극해야 하기 때문이다. 접기
P. 105 심훈의 《상록수》(1935) 독서사는 개발주의가 민족.민중주의의 옷으로 갈아입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이 작품은 3.1 운동 때 옥고를 치른 심훈의 이력 때문에 흔히 반일 민족주의 소설로 평가된다. 하지만 심훈은 그 자신이 카프(KAPF)로 이어지는 문학단체 염군사(焰群社)의 일원이었으며, “음습한 비바람이 스며드는 상해의 깊은 밤 어느 지하실에서 함께 주먹을 부르쥐던” 친우 박헌영을 회고할 만큼 진보적이고 사상의 교류 폭이 넓은 작가였다. 실제 《상록수》는 기독교 계열의 농촌운동은 물론 반자본주의적이고 아나키즘적인 이상공동체로서의 ‘자치촌’에 대한 지향이 공존하는 소설이었다. 《상록수》는 신상옥 감독이 영화화하면서 1960년대식 개발주의 영웅서사로 재탄생했다. 영화 <상록수>(1961)는 민족을 누대의 가난으로부터 구하겠다는 기치를 앞세우고 등장한 청년 영웅 채영신의 열정을 부각시킨다. 박정희는 이 작품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박정희의 눈물은 채영신에게서 자신의 소명을 발견한 감동의 눈물이자, ‘이등 객차에서 불란서 시집을 읽는 소녀’에 대한 미움으로 이어질 눈물이었다. 접기
P. 125 그녀는 다른 ‘천재’들과 비슷하게 요절함으로써 ‘전설’이 되었고, 1980년대 이전까지 한국의 모든 문학소녀(가끔 문학청년도)의 우상이자 아이콘이었다. 물론 지금도 그녀의 독자들이 남아 있다. 전혜린은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1966) 《이 모든 괴로움을 또다시》(1968) 같은 전설적인 에세이만 남긴 게 아니라, 헤르만 헤세.루이제 린저 등 독일과 프랑스 문학의 번역.소개자로서 큰 영향을 끼쳤다. 그녀가 번역한 《데미안》과 《생의 한가운데》 등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서구적인 교양과 실존 정신의 정화로서 광범위한 청소년과 독서 계층에 의해 읽혔다. 전혜린은 당시의 대한민국에선 불가능했던 개인주의나 여성주의적 해방의 어떤 아련한 표징이기도 했다. 즉 ‘읽고 쓰는’ 지적 여성의 1960년대식 상징이었던 것이다. 접기
P. 141 1945년생인 최인호는 고교 재학 중에 문단에 나와 25세 이전에 이미 <술꾼>(1970) <모범동화>(1970) <타인의 방>(1971) 같은 뛰어난 작품을 발표해 문단의 기린아가 됐다. 마치 김승옥이 그랬던 것처럼, 등장하자마자 새로운 감각으로 무장한 젊은이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통블생’(통기타.블루진.생맥주)으로 요약되는 그 시대 청년문화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의 소설 중에서도 가장 많이 읽힌 것은 《별들의 고향》이다. 이는 ‘《자유부인》 이후’ 최대의 베스트셀러였다. 1973년 9월 상.하권 합해 초판 2만 부를 찍고 6개월 만에 8만 부가 팔려, 당시 국내 창작물로서는 ‘초유의 기록을 세우고 1974년에는 20만 부를 돌파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사실 정확한 건 모른다. 보도마다 다르다. 《별들의 고향》의 발행부수 자체가 새로운 현상이자 신기록이었고, 혼란이자 비밀이었기 때문이다. 한 인터뷰에서 최인호는 ‘젊음(젊은)’이라는 단어를 세 번 잇달아 사용하며 “젊음, 그리고 젊은 감정의 순수함을 꾸밈없이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 젊은 독자들에게 파고드는 힘인 것 같”다고 했다. 그게 자기가 “특히 여대생에게 어필하는” 능력이라고도 했다. 그의 소설에서는 모두 청춘 남녀가 등장하여 당시 젊은이들의 (연애)감정과 사회의식 그리고 생생한 입말을 그려보였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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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천정환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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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부산 출생. 한국 현대 문화사와 문학사 연구자. 『문화론적 연구’의 현실 인식과 전망』(2007), 『문학사 이후의 문학사』(2013) 『근대의 책 읽기』(2003) 등을 발표하여 한국 현대문학사 연구의 폭을 넓히고, 『대중지성의 시대』(2008), 『조선의 사나이거든 풋뽈을 차라―스포츠민족주의와 식민지 근대』(2010), 『자살론―고통과 해석 사이에서』(2013), 『시대의 말 욕망의 문장―123편 잡지 창간사로 읽는 한국 현대 문화사』(2014) 등을 썼다. 『혁명과 웃음―김승옥의 시사만화《파고다영감... 더보기


최근작 : <숭배 애도 적대>,<문화과학 108호 - 2021.겨울>,<현대사회와 범죄학> … 총 34종 (모두보기)

정종현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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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식민지 후반기 한국 문학에 나타난 동양론 연구〉로 2006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동아시아 비교문학, 지성사, 독서문화사, 냉전문화연구 등 20세기 한국학의 다양한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2010년부터 1년간 교토대학 인문과학연구소에서 박사후 연수를 한 후,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HK연구교수와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HK교수를 거쳐 2019년 현재는 인하대학교 한국어문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동양론과 식민지 조선문학》(창비, 2011), 《제국의 기억과 전유-1940년대 한국문학의 연속과 비연속》(어문학사, 2012)이 있고, 공저로 《신라의 발견》(동국대출판부, 2009), 《아프레걸 사상계를 읽다》(동국대출판부, 2009), 《문학과 과학》(소명출판, 2013), 《검열의 제국》(푸른역사, 2016), 《미국과 아시아》(아연출판부, 2018), 《대한민국 독서사》(서해문집, 2018) 등이 있으며, 공역서로 《고향이라는 이야기》(동국대출판부, 2007), 《제국대학-근대 일본의 엘리트 육성장치》(산처럼, 2017) 등이 있다. 접기


최근작 : <특별한 형제들>,<제국대학의 조센징>,<대한민국 독서사> … 총 19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난.쏘.공》에서 《칼의 노래》까지, 《조선역사》에서 《자본론》까지
상식과 교양의 역사, 知의 현대사는 어떻게 구성되었나

방방곡곡의 학교와 도서관과 서점들, 대학과 교회와 노동조합 독서회들,
집집마다, 골목마다, 저마다의 내밀한 마음속에 펼쳐진 독서의 풍경


독서사 + 지성사/대중문화사/냉전문화/젠더사/문화제도사까지 아우르는 최초의 인문교양서

이 책은 해방 이후 지난 70년간의 ‘한국 현대 독서문화사’다. 즉, 책 읽기 문화를 통해 돌아본 우리의 ‘知의 현대사’이자, 상식과 교양의 역사다. 지난 70년간 방방곡곡의 학교와 도서관과 서점들, 대학과 교회와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렸던 독서회들, 때로는 버스와 지하철 그리고 저마다의 내밀한 방과 마음속에 펼쳐진 독서의 풍경을 되돌아본다. 또한 그동안 우리가 사랑한 책들, 이를테면 《청춘극장》(김내성, 1954)에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 1978)을 거쳐 《칼의 노래》(김훈, 2001)에 이르렀던 한국문학, 《조선역사》(김성칠, 1946)에서 출발하여 함석헌.리영희.강만길.김현.김윤식.백낙청 등을 거쳐 오늘에 이른 인문/사회과학 서적, 그리고 《자본론》 《코스모스》 《데미안》 《어린 왕자》처럼 외국에서 들여온 아름다운 책들과 그 수용의 역사를 다시 들춰본다.

특히 이 책은, 지난 2003년 출간돼 근대사의 외연을 확장하고 문학/문화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며 극찬을 받은 《근대의 책 읽기》의 저자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와, 동아시아 비교문학과 지성사, 냉전문화사에 깊이 천착해온 정종현 인하대 교수의 긴밀한 협업으로 탄생한 책이라 그 의의가 더욱 크다. 2000년대 이래 역동적으로 발전해온 문학/문화 연구의 새로운 기운을 담아, 독서사뿐 아니라 지성사, 대중문화사, 냉전문화, 젠더사, 문화제도사까지 아우르는 최초의 인문교양서라 할 만하다.


독서의 현대사 -- 독서와 정치, 독서와 경제, 그리고 베스트셀러 문화부터 ‘책 안 읽기’까지

책의 역사와 독서의 역사는 다르다. 책의 역사가 ‘저자-출판사-인쇄업자-서적상-독자’까지 연결되는 ‘커뮤니케이션 회로’의 각 단계가 어떻게 변화 발전했는지를 기술하는 것이라면, 독서의 역사는 그 마지막 실현 단계인 ‘읽는 행위’를 탐구한다. 즉 독서사란, ‘누가, 무엇(어떤 책)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읽(었)는가를 정확하고 꼼꼼하게 밝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한 개인의 독서행위를 넘어 사회적이고 집단적인 거시적 변화를 포함하며, ‘깊은 해석’을 거쳐야만 그 실체가 오롯이 드러나는 것이다.

독서와 우리 현대사를 함께 들여다보는 이 책은 무엇보다 독서와 정치, 독서와 경제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깊은 해석’을 통해) 우리에게 새롭게 드러내 보여준다. 이를테면 일제강점기부터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져온 관변 독서운동(또는 ‘독서의 계절’ 등과 같은 독서 대중화 운동), 국가의 검열체계, ‘저항운동’으로서의 독서, 엘리트와 민중 간의 ‘지적 격차’를 둘러싼 투쟁 등은 ‘독서의 문화정치학’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즉 독서문화는 일종의 정치요, 문화정치였던 것이다. 또한 경제발전에 따른 소비자-독자의 성장, 출판자본주의의 발달, 쇼비즈니스-베스트셀러 현상과 대중의 욕망구조 등은 경제 현상의 하나로서 독서문화를 바라보게 한다. 그리하여 이 책은 경제발전과 민주주의가 지식문화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를 보여줌으로써, 거대한 ‘인간 개발’과 지식 발달사의 면모를 드러낸다. 즉 독서의 현대사는 전문지식과 상식, 그리고 교양의 역사인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책 읽기뿐 아니라 ‘책 안 읽기’에 대하여도 조명한다. 오늘날 ‘피로사회’를 살아가는 시민들은 점점 더 책을 펴들 겨를이 없어지고, 영상문화와 인터넷/스마트폰 문화의 급격한 발달로 독서시장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또한 ‘민주화 이후’에도 한국 사회는 퇴행을 거듭하면서 인문학과 대학의 상황이 많이 나빠졌다. 한국 독서문화의 퇴행도 이와 관련이 깊은 것 아닐까? 지난 70년간의 독서문화사를 되짚는 이 책은, 독자층의 분화를 포함한 한국에서의 ‘현대의 책 읽기’가 점진적인 쇠퇴의 길로 가며 다른 어떤 문화로 대체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해방 이후 70년 -- 우리는 무슨 책을, 어떻게 읽어왔나

한국 현대 독서문화는 크게 네 단계로 구성된다. 1) 1940년대에서 1950년대까지의 재구성기, 2)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성장기, 3) 198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의 성숙기, 4) 2000년대 이후의 전환기. 앞의 두 단계를 거시적 인구 변동과 경제성장, 근대화/자유화 같은 요인이 규정한다면, 뒤의 두 단계는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세계화/민주화 같은 요인이 규정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총 17개의 주요 흐름으로 ‘대한민국 독서사’를 조망하고 있다. 그리고 각 주요 흐름마다 그 시대의 의미 깊은 한 권의 책, 또는 흥미롭고 인상적인 독서문화의 한 단면을 별도의 팁으로 소개하고 있다.

1945-1950년 해방 공간에서는 식민지 청산 및 좌/우 대립 과정에서 일본의 지식이 어떻게 민족의 지식 혹은 미국의 지식으로 분화되었는지를 살펴본다. 그리고 한국전쟁기에는 전선 남/북의 혼돈스런 책 읽기 풍경, 그리고 폐허 속에서도 뜨거웠던 교육열에 주목해보고, 친일 엘리트들이 어떻게 반공으로 무장하여 갱생할 수 있었는지를 살펴본다. 그리고 1950년대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인 《자유부인》을 둘러싼 문화정치적 함의를 성찰해보면서, 《사상계》와 《광장》 등으로 이어지는 4.19의 시대정신을 되짚어본다.

1960년대의 개발독재 시대에는 개발주의 영웅서사나 역사소설의 열풍 등 ‘민족주의’의 흐름을 살펴보는 한편으로, 서구의 책과 지식이 어떻게 수용되어 읽혔는지, 그리고 여성 독자층의 성장과 재구성의 과정에 주목해본다. 그리고 1970년대는 《별들의 고향》과 ‘통.블.생’(통기타, 블루진, 생맥주)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청년문화의 분화 과정, 또 다른 한편으로 산업화 시대의 저류에 도도하게 흐르고 있던 저항의 독서문화를 살펴본다. 최인호부터 황석영까지, 전태일부터 《난.쏘.공》까지.

1980년대는 ‘운동으로서의 출판, 저항으로서의 독서’가 꽃 핀 강력한 한 시절이었다. ‘의식화’와 ‘세미나’의 시대를 맞아 이 땅의 청년/학생과 노동자들은 어떤 책을 읽었을까.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속류화된 ‘협’의 서사(예: 《인간시장》)로 충만했던 무협지와 만화 등 ‘하위문화’에도 주목해본다. 그리고 이 두 흐름 외에 ‘중간층 대중독자’의 독서는 어떠했는지, 집단(공동체)과 개인 사이에서 방황했던 ‘회색인’들의 내면적 갈등과 좌절(예: 《숲속의 방》), 가히 ‘이문열의 시대’라 할 정도로 그의 소설이 왜 그토록 오랫동안 열광적으로 많이 읽혔는지, 그리고 《홀로서기》 등 서정시 시집 열풍 현상을 들여다본다.

1990년대는 문화의 지각변동을 맞아 과도기의 독서문화를 살펴본다. 신경숙과 공지영 등 여성 작가/독자의 폭발적인 성장, 그리고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물결과 함께 세상의 중심이 ‘나’로 재편되면서 불어닥친 자기계발과 성공서사의 열풍, ‘상실의 시대’의 후일담 문학 등을 살펴본다. 아울러 ‘똘레랑스’ 이후 홍세화, 진중권, 박노자, 강준만 등 새로운 진보 담론의 등장과 지성의 재편 과정, 세기말 서점가의 풍경을 돌아본다.

2000년대는 ‘성공’ 담론과 영어 학습서 열풍, ‘88만 원 세대’와 청춘 멘토 현상, 새로운 가족주의와 ‘엄마 신드롬’ 등 신자유주의 위기/불안 시대의 책 읽기 풍경을 돌아보고, ‘책 안 읽는 국민’ 혹은 ‘책 없는 시대’의 책 읽기 등 사라져가는 것들과 이어가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를 성찰해본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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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흥미로운 한국근현대문화사. 개인주의와 연대, 공동체주의를 “함께” 주문하는 결론은 통찰력있음. 독서에서 과학기술독서가 빠진 부분은 생각의 여지를 남김
biblio 2018-10-06 공감 (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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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의 책읽기를 흥미롭게 읽어서 이번 책도 바로 구매했습니다. 역시 기대이상입니다.^^
얄리 2018-11-14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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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한국현대사를 독서사라는 렌즈로 조망한다. 저자들의 폭넓은 정치사회적 맥락으로 해석한 문장들이 속도감 있게 다가온다. 베스트셀러와 독서 행위를 신중하면서도 면밀하게 사회와 밀착시키는 점도 멋지다. 저항으로서의 독서 운동에서 취향으로서의 독서 라이프스타일 변화는 이제 우리 몫이다.
용도사 2018-12-17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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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의 빨간책방 공개방송에 참여하게 되면서 접하게 되었어요. 우리나라 근대사와 책을 연계해서 관찰자 입장에 풀어주는 이야기가 흥미롭네요. 특히 도서가 아닌 독서 즉 어떤 책들이 읽혔는지의 흐름을 중심으로 보는 재미가 있어요
win1999 2019-03-21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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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 많고 편집도 좋은데 술술 읽히지는 않네요. 개념어가 좀 많다 싶어요.
원곡변 2018-12-14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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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대한민국 독서사


✒ 어린 시절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면 그 맨 앞에, 계림문고에서 나온 책(셜록홈즈, 괴도 루팡 등)과 김용의 영웅문(3부, 총 18권)을 누워 읽으며 흐뭇한 미소를 짓던 장면이 있다. 그만큼 책읽기는 사람에게 오래도록 영향을 미치는 체험이 아닌가싶다. ‘책 안읽는 사람보다 더 위험한 사람은 책 한권만 읽은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옛날에 읽은 밀턴 프리드먼의 책 한권을 근거로, 빛의 속도로 변하는 세계와 그에 조응해야 할 경제정책을 가볍게 일갈하는 만용은 무지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이 책을 먼저 읽은 친구가 이런 말을 전한다. ˝시대가 책을 만드는가, 책이 시대를 만드는가˝(‘책‘을 ‘영웅‘으로 바꿔 넣어도 말이 된다.) 한 시대를 풍미한 책에는 그 시기의 욕망과 좌절이 녹아있다. 2022년, 우리는 어떤 시대정신을 선택할까.

📖 군인들은 빵에 대한 대중의 요구를 민감하게 포착하고 《사상계》의 근대화론과 결합시켜 그것을 정치적 수사로 전유함으로써 성공할 수 있었다. 박정희는 ‘빵과 자유‘를 대립시키며 ‘빵‘의 선결적 해결을 제시한 ‘조국 근대화‘ 구호를 통해 4.19의 성과를 횡령했다.

#대한민국독서사 #천정환 #정종현 #서해문집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 #자유부인 #사상계 #광장 #얄개전 #상록수 #창작과비평 #어린왕자 #별들의고향 #난쏘공 #전태일 #리영희 #무소유 #유시민 #김수행 #영웅문 #이문열 #유홍준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머리쓰기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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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쓰기&글쓰기 2021-12-20 공감(1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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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독서사


재미있다.물적 존재인 책을 사랑하는 것(정확히 집착이라고 해야 할까?)도 있고 그런 책을 통하여 접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는 행위 또한 좋아한다. 그리고 책에 대한, 책을 읽는 행위에 대한 책도 상당히 좋아 한다. 본 책은 제목과 같이 대한민국이 생겨날때쯤 부터 최근까지의 독서의 역사를 담고 있다.
저자들이 구성하려는 독서사란 이런 것이라며 첫번째 장에서 설명하고 있는데 솔직히 크게 감은 안온다. 독서란 정말 개인적인 행위이기는 하나, 그것은 당대의 사회문화적, 경제적, 정치적인 상황과 무관하지 않으며, 서로에게 길항관계를 유지하며 원인이 되기도 하고 결과가 되기도 하며 표상이 되어 왔다. 그런 점에서 독서사가 구성가능하다는 저자들의 이야기... 가 맞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별로 신경쓰지는 않았다.

읽은 내용 중 개인적으로 특기할 만한 것들을 적어 보겠다.

해방 초기에는 우리의 것, 우리말, 우리역사에 대한 갈증이 커서 수요가 많았다고 한다. 최남선의 <신편 조선역사>는 초판 10만부가 팔렸단다. 최배달의 <우리말본> 같은 우리말 문법서도 정말 인기가 많았는지, 해방직후 남한에서 쌀 한가마니와 바꾸기도 했단다. 그런데 이 책이 고종석이 젊은 시절 불안감을 읽으며 달랬다는 그 책이 이 책인가? 다른 책 같기도 하고.

그리고, 배우고 지적인 여성은 항상 배운 남성 들에게는 불편한 존재였나 보다.(물론 일반적인 남성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책에서 언급한 정비석의 <자유부인>이나 김광주의 <나는 너를 싫어 한다>에서 보이는 것처럼. 재미있는 건 김광주가 작가 김훈의 아버지인데, 발표한 더 위의 단편으로 일어난 테러 사건이다. 정말 그 당시 공간은 테러가 많았구나... 싶은 생각이 들다가, 뭐 지금도 재벌 회장님이 직접 본보기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뭘. 하며 다시 생각을 바꿨다.

독서사에서 빠질 수 없는 건 자기계발 서적의 유행이겠다. 저자들의 글로 새롭게 알게 되었는데 자기계발 서적의 시작은 이미 해방초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처세와 수양, 돈 벌기, 인간관계 운영하기를 다룬 것들로서 범 자기계발서는 근대 독서문화의 핵심항목이었다고. 이후 한국사회는 IMF, 2008년 세계 금융위기등을 거치며 각자도생하느 사회로 변모하며 재테크 서적이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도서관에서 시민들이 비치희망도서르 신청하는 것들도 대다수가 주식,부동산, 금융투자 관련 책들이다. 직장인, 주부 상관 없이 많이 신청하고 많이 읽는다. 사실 나도 그런 욕망에 잠시 휘들려 보긴 했는데, 내 능력이 이런 쪽으로는 안 닿은 것은 물론이지만, 남의 위기는 나에겐 기회라는 내용의 말을 은연중에 강조하는 걸 보다 보면 징글징글해져서 더는 안 읽는다.

이제 책은 스마트폰이나 각종 디지털 디바이스라는 강력한 적을 만나 고전하고 있고 서서히 소멸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여러모로 내 인생에 영향을 줄 사안 이기는 하다. 정말 모든 걸 떠나서 어떤 상황이 되어도 내 마음이 깃들만한 것은 종이책 외에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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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19-05-19 공감(9)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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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독서사




80년대 어디쯤에서 태어났다. 외판원으로부터 계몽사, 금성, 학원출판사 전집을 공급받던 끝물의 세대이다. 전집에 대한 관심이 식을 때쯤 전국 일만 여개도 넘었다는 도서대여점의 부흥에 힘입어 말괄량이 시리즈 같은 지경사 소녀명랑소설, 마니또 문고 등에 눈을 떴다. 동네마다 하나씩은 꼭 있던 손바닥만한 서점에서 추천받아 미스 마플과 푸와로도 알게 됐다. 중학생 때 퇴마록과 드래곤라자, 바람의 마도사 등 1세대 판타지 소설 붐이 일었고 곧바로 비뢰도, 묵향 등의 신무협 소설이 등장했다. 백수 아저씨들이나 읽는 야한 책이라는 편견을 벗어나 어느 순간 나도 옆구리에 무협과 판소를 나란히 끼고 다녔다. 원수연, 이미라, 천계영, 한승원, 김숙 등 걸출한 한국만화가들의 작품과 넘치는 일본 해적판 속에서 한 권에 300원이라는 대여비에 갖은 용돈을 투척하며 풀방구리 쥐 드나들듯 책방도 오고갔다. 등교길에 아이들로 발 디딜 틈 없는 속에서 만화책을 빌리고 수업 시간과 야자시간에 돌려 읽다 하교 시간에 반납하는 일이 일상이었다. 밖에서는 이것도 책이냐며 귀여니를 욕했지만 실은 방구석에서 눈물콧물 쏟으며 늑대의 유혹을 읽고 다락에 숨겨놓기도 했다. 도서관 다독상이 항상 내 것은 아니었지만 때때로 내 것인 때였다. 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나의 독서사다. 책 좀 읽었다는 사람들은 저마다 얼마간의 특별한 독서사를 가지고 있을테다. 취향에 따라 나름의 개성으로 쓰여졌을 이 독서사를 조금 더 큰 그림, 조금 더 확대된 시간, 조금 더 보편적인 관점에서 보게 하는 책을 만났다. <대한민국 독서사>, "우리가 사랑한 책들과 知의 현대사와 읽기의 풍경"을 알려주는 두 국문학 교수님의 작품이다.

광복 이후 대한민국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었을까? 어째서 그 책을 읽었을까? 시대가 어떤 식으로 책에 영향을 끼쳤을까? 어떤 출판사들이 있었고 그 출판사들은 무슨 목적에서 책을 만들었을까? 어떤 작가들이 있었고 또 어떤 독자들의 환영을 받았을까? 우리 현대사는 어떤 책은 용인하면서 또 어떤 책은 불용했고 어떤 독자는 환영하면서 또 어떤 독자는 감옥으로 밀어넣었다. 해방과 전쟁, 분단과 이념, 독재와 혁명, 개발과 저항 그리고 컴퓨터라는 기술이 존재하기 시작한 대한민국사의 면면에 기록을 남긴 책들이 위의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벌쟁이>,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내가 넘은 삼팔선>, <자유부인>, <광장>, <얄개전>, <상록수>, <어린왕자>, <별들의 전쟁>, <전태일 평전>,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무소유>, <인간시장> 등 내가 읽어보지 못한 다수의 책들과 그 책들의 뒷 얘기에 웃었고 슬펐고 감동 받았다. 1945년 12월 설립된 을유문화사의 역사에 놀라고 66년에 창간된 유서 깊은 창비와 신경숙이 얽힌 표절 얘기에 씁쓸했으며 청년 문화의 아이콘 최인호와 공보처장 부인에게 폭행 당한 김광주(김훈의 아버지), 80년대를 주름잡으며 선호작가 1위의 자리를 지켰던 이문열, 지금은 잘 쓰이지 않는 여류작가라는 표현 속의 공지영과 신경숙의 존재들이 흥미진진했다. 우민화 정책만 쓴 줄 알았던 독재 정권이 어떻게 독서를 부흥시켰는지, 금지된 책을 읽기 위한 젊은이들의 움직임이 어떠했는지, 함께 읽고 연대하던 독자들이 어떻게 혼자 읽고 감상하는 독립 분파로 서게 되었는지도 알게 되었다. 교수님들이 쓴 책이라기에 지루하지는 않을까 하던 염려는 스윽 지워지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 아닌 다른 독자들의 풍경 속으로 떠밀려갔다. 누군가의 서재를 구경하는 정도가 아니라 시대의 서재를 엿본다는 쾌감으로 충만했던 시간. 이전 세대의 책들로 자극받고 내 세대의 책들을 반추하고 내 다음 세대의 독서를 추측하며 <대한민국 독서사>라는 뜻깊은 풍경 읽기를 마친다.

덧, 아무도 흥미없겠지만 나의 독서사를 조금 더 밝히자면 책 좀 그만 읽고 공부 좀 해라는 잔소리를 듣고 컸던 문학소녀는 그 후로 5년 이상 책을 안읽고 살았다. 단 한 권의 소설책이나 만화책도 내 소비 내역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아니 어떻게 사람이 일 년에 책 한 권도 안읽고 살 수가 있어? 하고 책 안읽는 대한민국을 욕했는데 나도 그 전형이 되어 있었다. 시간이 또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라는 핑계로. 근데 그땐 정말 그랬다.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자리가 잡히기 전까진 어떻게 해도 책이 눈에 들어오지가 않더라. 관련한 뉴스가 뜰 때 더는 예전처럼 비난의 말을 하지 못하는 이유다. 1920년대에 만들어졌다는 "독서의 계절" 가을. 책이 함께 했던 풍경을 추억하며 모두의 마음에 책 한 권 읽을 정도의 여유는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주 큰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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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디캔디 2018-10-20 공감(6)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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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흐름속의 독서변천사

출간예고소식때부터 너무 궁금했고, 꼭 읽어보고 싶었던 한국독서 70년사!!

역사를 통해 과거를 돌아보고 본보기로 삼는다고 했던가? 근 1년간 진행되었던 미술관 해설이 마침

우리나라 근대사를 아우르는 기획의 전시들이었다. 그러다보니 본의아니게 우리나라 근대사에 대한

공부가 필요했고, 조금 더 목마르기도 했었다. 이 책을 읽다보니 그 과정에서 접했던 책에 대한 이야기

들이 잘 정리가 되어있어서 너무 반가웠고. 유익했던 시간.

꾸준히 꽤 많은 책들을 읽고 있는 나지만, 아무래도 텅 비다시피한 독서의 시기가 있기도 했고, 그 이전

의 독서사에 대해서는 꼼꼼히 챙겨읽을 여유또한 갖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2015년부터 신문에 '한국현대사'특집으로 연재되었던 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새삼 책을 읽다보니 우리나라의 교육열이 갑자기 높아진게 아니라는 사실에 또한번 놀랐다.

뉴욕타임즈에서 다루었을만큼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일제강점기, 혹은 한국전 중에도 사그라들지 않았

다는 사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늘 지금보다 나아지기위한 앞날을 준비했던 우리의 역사.

시대를 달리해도 늘 인간의 삶은 고달프고 녹록치 않음을 새삼 또 한번 확인하게 된다.;;


독서사"라는 묵직한 제목과는 달리 이 책은 꽤 재미있고, 꽤 명쾌하다.

독서사라는 어떤 하나의 명제부터 책을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의 지금 현재의 독서문화의 지평까지

역사도 그러고보면 하나의 유행처럼 시대상을 담고, 또 그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해방, 한국전쟁, 부정부패의 정치시대, 4.19혁명등 정치적인 사건과 더불어 IMF사태까지 한 시대에

주류를 이루는 독서의 장르는 그 시대의 돌파구를 향한 또 하나의 판타지처럼 독서사를 차지한다.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많은 선구자들은 꾸준히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애썼고, 또 누군가는 그마저

도 위협이라 생각하여 또 억압의 구실들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이미 익히 알려진 사실들이다.

조금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이들을 열광하게 했던 장르의 책들, 산업화되는 시대상속에서 또 우리의 삶

을 이야기했던 책들, 좀더 달려나가야 한다고 응원하는 책들, 그리고 조금은 쉬어가고, 아플수도 있다고

다독이는 책들과 이제는 내가 중심이 되어도 된다고 말하는 책들.

그리 길지 않은 채 100년이 되지않는 시간동안 많은 변화들을 책을 읽으며 새삼 느낀시간이다.



문화의 지각변동의 중심에는 늘 책이 있었고, 책은 종이에서 탈피해서 이제는 손안의 작은 세상이라고

하는 World Wide Web(WWW)의 시대가 되었다. 출판도 다양해지고 문턱도 낮아졌다.

그런만큼 독자의 입장에서 옥석을 가려내야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할 수있다. 책의 중반부로 들어가

니 나도 어느샌가 그 시대의 과정을 지나왔던터라 또 공감하며 읽었고, 푹 빠져들고 추억했던 책들이

특히 더 반갑다.






"똑같은 물을 마시고 뱀은 독을 마들고, 소는 우유를 만든다."라는 옛말을 인용하며 독서를 통한 잘못된

해석이 불러오는 오류들도 짧지만 강렬하게 여운을 남긴다.

책에서 만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도 얼마나 많은 왜곡과 오해들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연관지어 생각

해보면 그리 간단하고 사소한 말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수 없다.

이 책이 좋았던 점 중 하나도 또한 할말은 하는 저자의 명쾌한 지적들이었다.

대한민국 독서사는 제목처럼 우리역사와 관련하여 너무나도 명확하게 독서사를 연결하고 정리해주었다.

술술 책장이 넘어갈만큼 재미있었고, 새삼 떠올려지는 추억깃든 책들도 오랫만에 다시 만나는 계기도

되었다. 시대의 책은 또 그시대를 떠올려지게하는 하나의 아이콘이 되는구나! 새삼 느꼈던 시간.

독서문화사와 더불어 또 잘 정리된 우리나라 현대사의 촛점으로도 참 좋았던 책.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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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렛 2018-10-18 공감(5)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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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대한민국 독서사


책읽기로 본 현대사, [대한민국 독서사], 천정환, 정종현 공저, 서해문집.
“...... 안 읽은 게 아니라 ‘못’읽은 것은 아닐까? ... ...” p.307 책을 읽지 않는 현상에 대한 글쓴이들의 분석에 크게 공감합니다. 팍팍한 현실에 쫓겨 독서라는 문화활동을 할 여유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시대별로 어떤 책들을 왜 읽어왔는지를 통해 시대 변화의 흐름을 읽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김영하작가의 [무협학생운동], 아침, 1992는 꼭 한번 구해서 읽어보고 싶네요^^)
#서해문집#대한민국독서사#독서사#책읽기의 정치학#독서의 사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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