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16

알라딘: 만엔 원년의 풋볼

알라딘: 만엔 원년의 풋볼

만엔 원년의 풋볼  |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4
오에 겐자부로 (지은이),박유하 (옮긴이)웅진지식하우스2017-04-24원제 : 萬延元年のフットボ-ル (196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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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엔 원년의 풋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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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정보
576쪽126*188mm534gISBN : 9788901216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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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일본의 문화와 정서가 담긴 문학을 엄선해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을 깊이 이해하자는 취지로 20년 만에 새 단장을 시작한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의 네 번째 작품.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이자 인간의 실존을 끊임없이 고민해온 시대의 지성 오에 겐자부로의 대표작 <만엔 원년의 풋볼>이다.

시코쿠 산골 마을로 귀향한 미쓰사부로와 다카시 형제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내밀한 상처를 마주하고 치유하는 것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작품에서는 크게 세 종류의 시대가 맥을 이루며 교차된다. 시코쿠의 산골에서 농민 봉기가 일어난 1860년(만엔 원년)부터 태평양전쟁이 패배로 막을 내린 1945년, 일미안보조약 체결에 반대하는 '안보 투쟁'이 있었던 1960년을 말한다.

약 100년에 걸쳐 한 가문의 역사 그리고 폭력으로 얼룩진 근대 일본의 민낯이 오에 겐자부로 특유의 굵직한 서사와 장대한 스케일로 그려진다. 평화 헌법 수호에 앞장서며 '일본의 양심'으로 불리는 오에 겐자부로의 역작답게, <만엔 원년의 풋볼>에는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작가의 문제의식이 한데 담겨 있다.

인간의 상처와 치유의 문제를 한 개인에 머물지 않고 공동체 차원에서 조명하며, 진정한 자기 구원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독보적인 서사와 공동체에 대한 문제의식 그리고 인간을 긍정하는 휴머니즘으로 전후 일본 문학의 포문을 연 <만엔 원년의 풋볼>은 전 세계 독자들을 공명하며 출간된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의미 있는 시사를 던지고 있다.
목차
제1장. 망자(亡者)에게 이끌리다
제2장. 가족의 재회
제3장. 숲의 힘
제4장. 보거나 보이거나 했던 모든 것은
꿈속의 꿈에 지나지 않았던 걸까? _에드거 앨런 포
제5장. 슈퍼마켓 천황
제6장. 백 년 후의 풋볼
제7장. 되살아난 염불춤
제8장. 진실을 말할까? _다니가와 슌타로 《토바(鳥羽)》
제9장. 추방당한 자의 자유
제10장. 상상력의 폭동
제11장. 파리의 힘. 파리는 우리 영혼의 활동을 방해하며,
우리의 육체를 먹고, 그리하여 싸움에서 이긴다. _블레즈 파스칼
제12장. 절망 속에서 죽는다. 제군들은 지금도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까.
결코 그냥 죽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태어난 것을 후회하면서,
치욕과 증오와 공포 속에서 죽는 일이라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_장폴 사르트르
제13장. 재심(再審)

작품 해설 - 회생을 위한 진혼곡
연보

책속에서
P. 8~9 눈뜰 때마다 잃어버린 뜨거운 '기대'의 감각을 찾아 헤맨다. 결여감이 아니라 그 자체가 적극적인 실체인 뜨거운 '기대'의 감각. 그것을 찾아낼 수 없음을 깨닫고 나면 또다시 수면의 비탈길로 자신을 유도하려 한다. 잠들어라, 잠들어라,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잠든 인간을 모방하라. 문득 인부들이 정화조를 만들기 위해 파 놓은 직사각형 구덩이가 어둠 속에 떠오른다. 쑤시는 몸속에서는 황폐하고 쓰디쓴 독이 증식해 귀와 눈, 코, 입, 항문, 요도를 통해-튜브에 들어 있는 젤리처럼-스멀거리며 기어 나오려 한다.  접기
P. 78~79 나는 분명 자신을 잃었다는 철학자와 똑같이 쥐새끼를 닮아가고 있음이 틀림없다. 육체와 정신이 함께 내리막길을 향해 치닫고 있고, 분명 그 내리막길은 죽음의 냄새가 좀 더 짙은 장소로 향하고 있음을 자각하고 있다. 뜨거운 기대의 감각은 언제까지고 회복되지 않았다.
'새 생활을 시작하지 않으면 안 돼, 형' '두말할 것도 없이 나는 새 생활을 시작하고 싶어. 하지만 풀로 된 나의 집이 어디에 있느냐가 문제지.' 나는 절박한 기분으로 말했다. 글자 그대로 푸르고 그리운 내음이 나는 풀의 집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형, 나와 함께 시코쿠로 가지 않겠어? 새 생활을 시작하는 방법으로 나쁘지 않을 거야. 사실 그 때문에 비행기를 타고 머리를 시차의 체로 거르면서 날아온 거라고.'  접기
P. 123~124 '이번에 골짜기에 와보고 내가 너무나 많은 것을 잊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어. 업루티드(uprooted)라는 말을 미국에서 종종 들었어. 뿌리를 확인해보려고 골짜기에 돌아왔는데, 결국 내 뿌리는 이미 오래 전에 완전히 뽑혀 나가 나는 뿌리 없는 풀이라고 느끼기 시작했어. 나야말로 업루티드야.
나는 이제 여기서 새로운 뿌리를 만들어야 하고, 당연히 그에 걸맞은 행동이 필요하다고 느껴. 어떤 행동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그저 행동이 필요하다는 예감만이 강해지거든. 태어난 장소에 돌아왔다고 해서 그곳에 자신의 뿌리가 온전히 묻혀 있지는 않아. 감상적인 얘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풀의 집은 남아 있지 않았어, 형.'  접기
P. 185~186 예전부터 알고 지내온 골짜기 사람들은 나와 다카시가 슈퍼마켓 체인점의 소유자에게 곳간채를 팔아넘긴다는 것을 안 뒤에도 그의 전력에 관해서는 무엇 하나 말해주지 않았다. (……) 마을 사람들의 완벽한 침묵이, 나의 의식 전역을 묵직하게 내리눌러 그 정도의 여유밖에 남겨놓지 않았다.
'단순해, 미쓰. 골짜기 사람들은 20년 전에 강제로 끌려와 숲으로 벌채 노동을 나갔던 조선인들한테 이젠 경제적 지배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라네. 그러한 감정이 암암리에 쌓여서 일부러 그를 천황이라고 부르는 원인이 된 거지. 골짜기는 말기적 증상을 보이고 있다네!'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둡고 악질적인 무언가가 골짜기 사람들과 슈퍼마켓 천황 사이의 상호 관계 속에 도사리고 있었다.  접기
P. 296 앞뜰에 쌓인 눈 위를 벌거벗은 다카시가 원을 그리며 달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 눈은 여전히 내리고 있다. 1초 동안 내리는 모든 눈송이가 그리는 선이 골짜기 공간에 눈이 쏟아져 내리는 동안 그대로 유지될 것이며 그 외에 다른 눈의 움직임은 있을 수가 없다는 묘한 고정관념이 생긴다. 1초 동안의 실체가 무한으로 연장된다. 눈 소리가 완전히 흡수되어 버리는 것처럼, 시간의 방향성 또한 언제까지고 내리는 눈에 흡수되어 상실된 상태다. 편재하는 '시간'. 벌거벗고 달리는 다카시는 증조부의 동생이며, 나의 동생이다. 100년 동안의 모든 순간이 이 한순간에 응축되어 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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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가.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 1935년 일본 시코쿠 에히메현에서 태어났다. 1954년 도쿄대학 불문과에 입학했고, 논문 「사르트르 소설의 이미지에 관하여」로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 발표한 단편소설 「기묘한 아르바이트」(1957)가 <마이니치신문>에 언급되면서 주목받고 이듬해에 단편 「사육」으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다. 등단 초기에는 전후 일본의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청년들의 방황과 좌절을 그려냈고 60년대에는 미일안보조약 재개정 반대 시위와 학생운동 등 민주주의로 향하는 진보적인 흐름을 작품 속에 그려냈다. 훗날 노벨문학상 수상식에서 대표작으로 언급된 『만엔 원년의 풋볼』(1967)에서는 이러한 주제를 100년 전의 농민 봉기와 연결하기도 했고, 『홍수는 나의 영혼에 이르러』(1973)에서는 일본의 급진 좌파가 몰락하게 되는 ‘아사마 산장 사건’을 다루었다.

한편 1963년 아들 오에 히카리가 뇌 장애를 갖고 태어난 것을 계기로 폭력 앞에 놓인 인간에 대해 깊이 성찰하면서 국경을 넘어 사회적인 약자,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과 연대를 작품 속에 그려 냈다. 대표작인 『개인적인 체험』(1964)은 실제 오에 히카리가 태어났을 때의 상황을 기반으로 해서 쓴 소설이다. 이후 소설뿐만 아니라 르포르타주인 『히로시마 노트』 『오키나와 노트』 등을 발표하면서 전후 일본 민주주의의 주요 과제들을 주목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작가 스스로 마지막 소설 3부작이라고 명한 『체인지링』 『우울한 얼굴의 아이』 『책이여 안녕!』을 발표했고 근래까지 장편소설 『익사』(2009), 단편집 『오에 겐자부로 자선 단편』(2014) 등을 발표하였다. 2023년 3월 3일 별세했다. 접기
수상 : 1994년 노벨문학상, 1958년 아쿠타가와상
최근작 : <작가란 무엇인가 2 (헤밍웨이 탄생 123주년 기념 리커버)>,<개인적인 체험 (을유세계문학전집 리커버 에디션 한정판)>,<오에 겐자부로의 말> … 총 195종 (모두보기)
박유하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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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게이오 대학교와 와세다 대학교 대학원에서 일문학을 전공하고, 「내셔널 아이덴티티와 젠더—나쓰메 소세키·문학·근대」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종대학교 국제학부 명예교수. 동아시아역사화해연구소장. 2013년에 출간한 책 『제국의 위안부』가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논란을 불렀고, 2014년 6월부터 현재까지 소송이 진행 중이다.
학위논문에서 민족주의가 제국주의로 이어지는 구조를 지적했고, 이후 국가와 젠더의 상관관계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근대 일본과 식민지 조선을 연구해왔다. 작금의 갈등을 제국과 냉전의 후유증으로 분석하고 그 양쪽을 함께 넘어서야 한다는 입장에서 국경을 넘어선 시민연대와 역사화해를 모색해왔다. 조직했던 모임으로 한일지식인모임 ‘한일연대 21’, 한일시민모임 ‘동아시아 화해와 평화의 목소리’가 있다.
주요 저서로 『반일민족주의를 넘어서』, 『화해를 위해서—교과서·위안부·야스쿠니·독도』, 『내셔널 아이덴티티와 젠더—나쓰메 소세키로 읽는 근대』, 『제국의 위안부—식민지지배와 기억의 투쟁』, 『<제국의 위안부>, 지식인을 말한다』, 『<제국의 위안부>, 법정에서 1460일』, 『귀환문학론 서설引揚げ文学論序説』(일본어)과 공편저 『한일 역사인식의 메타히스토리』 등이 있다. 접기
최근작 : <역사와 마주하기>,<일본군 위안부, 또 하나의 목소리>,<<제국의 위안부>, 법정에서 1460일> … 총 33종 (모두보기)
출판사 소개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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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상실의 기쁨>,<그들의 생각을 바꾸는 방법>,<당신은 생각보다 강하다>등 총 293종
대표분야 : 철학 일반 1위 (브랜드 지수 233,996점), 심리학/정신분석학 2위 (브랜드 지수 424,698점), 경제학/경제일반 5위 (브랜드 지수 300,180점) 
출판사 제공 책소개
일본 문학의 정수를 담은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제4권, 《만엔 원년의 풋볼》
인간의 실존을 끊임없이 고민해온 ‘시대의 지성’
오에 겐자부로의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일본의 문화와 정서가 담긴 문학을 엄선해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을 깊이 이해하자는 취지로 20년 만에 새 단장을 시작한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의 네 번째 작품이 출간된다.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이자 인간의 실존을 끊임없이 고민해온 ‘시대의 지성’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의 대표작 《만엔 원년의 풋볼》이다. 시코쿠 산골 마을로 귀향한 미쓰사부로와 다카시 형제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내밀한 상처를 마주하고 치유하는 것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작품에서는 크게 세 종류의 시대가 맥을 이루며 교차된다. 시코쿠의 산골에서 농민 봉기가 일어난 1860년(만엔 원년)부터 태평양전쟁이 패배로 막을 내린 1945년, 일미안보조약 체결에 반대하는 ‘안보 투쟁’이 있었던 1960년을 말한다. 약 100년에 걸쳐 한 가문의 역사 그리고 폭력으로 얼룩진 근대 일본의 민낯이 오에 겐자부로 특유의 굵직한 서사와 장대한 스케일로 그려진다. 평화 헌법 수호에 앞장서며 ‘일본의 양심’으로 불리는 오에 겐자부로의 역작답게, 《만엔 원년의 풋볼》에는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작가의 문제의식이 한데 담겨 있다. 인간의 상처와 치유의 문제를 한 개인에 머물지 않고 공동체 차원에서 조명하며, 진정한 자기 구원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독보적인 서사와 공동체에 대한 문제의식 그리고 인간을 긍정하는 휴머니즘으로 전후 일본 문학의 포문을 연 《만엔 원년의 풋볼》은 전 세계 독자들을 공명하며 출간된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의미 있는 시사를 던지고 있다.

“나는 갈기갈기 찢겨 있다고 느꼈어요.”
100년에 걸쳐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두 형제의 ‘침묵의 외침’
장대한 스케일, 굵직한 서사로 되살아난 수치의 시대

광기의 전쟁이 패배로 막을 내린 후, ‘안보 투쟁’이 일어나 또 다른 혼돈 속에 놓인 1960년 일본. 추한 외모에 사고로 한쪽 시력을 잃은 주인공 미쓰사부로는 친구의 엽기적인 자살을 접하고는 깊은 충격에 빠진다. 그에게도 가족은 있다. 안보 투쟁에도 참여했던 전향한 학생운동가 동생 다카시, 견디기 힘든 현실을 위스키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아내 나쓰코 그리고 머리에 혹이 달린 채 태어나 보호시설에 맡겨진 아이…….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던 미쓰사부로는 ‘새 생활을 시작하자’는 다카시의 제안을 받아들여 아내와 동생과 함께 시코쿠의 고향으로 떠난다. 그곳은 만엔 원년(1860년)에 농민 봉기가 일어났던 골짜기 마을이다. 100년 전 증조부 형제가 연관된 농민 봉기의 역사와 패전 직후 조선인 부락 습격으로 S 형이 살해당한 사건에 대해 두 형제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기억한다. 스스로를 증조부의 동생과 동일시하던 다카시는 마을의 경제권을 장악한 조선인 ‘슈퍼마켓 천황’에 대항하기 위해 풋볼 팀을 만들고, 형제의 갈등은 점점 깊어진다.

장대한 스케일과 굵직한 서사가 돋보이는 작품인 만큼, 《만엔 원년의 풋볼》에서는 크게 세 종류의 시대가 등장한다. 시코쿠의 산골에서 농민 봉기가 일어난 1860년(만엔 원년), 태평양전쟁이 패배로 막을 내린 1945년 그리고 일미안보조약 체결에 반대하는 ‘안보 투쟁’이 있었던 1960년의 상황이 커다란 맥을 이루며 교차된다. 저자는 약 100년의 시대에 걸쳐 메이지유신을 앞두고 빗발쳤던 농민 항쟁과 전 세계를 비극으로 몰고 간 전쟁, 패전 후 일어난 혁명 속에서 희생된 이들의 소리 없는 비명과 고통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미쓰사부로와 다카시 형제로 이어지는 한 가문의 갈등의 역사뿐 아니라 폭력으로 얼룩진 근대 일본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는 《만엔 원년의 풋볼》은 ‘그로테스크한 리얼리즘’ 문학으로 일찍이 자리매김했다.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전후 일본 문학의 포문을 연 거장 오에 겐자부로,
폭력과 고통으로 점철된 근대 일본을 성찰하다

《만엔 원년의 풋볼》은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 오에 겐자부로의 대표작이다. 소설이 발표되자마자 일본 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다니자키 준이치로상을 수상했으며, 탐미 문학의 대가 미시마 유키오가 “전후 일본 문학의 새로운 정점이 나타났다”라고 평했을 만큼 근대 일본이 낳은 최고작으로 손꼽혔다. 1971년에는 영문 번역을 거쳐 ‘침묵의 외침(The Silent Cry)’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해외에서도 통한 작품의 인기와 그 진가를 반증하듯, 1994년 오에 겐자부로는 아시아인으로는 세 번째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 스웨덴 한림원은 “탁월한 문학적 상상력으로 인간이 근본적으로 안고 있는 불안과 실존의 문제를 섬세하게 다뤄왔다”라며 극찬했고, 시상 연설 3분의 1 이상을 《만엔 원년의 풋볼》에 대해 언급하면서 다른 어떤 저작보다도 높이 평가했다.

일본뿐 아니라 세계적인 명작으로 이 작품이 인정받은 데에는, 폭력이나 고통, 인간의 상처와 치유의 문제가 개인에 머물지 않고 공동체 차원에서 다뤄졌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극 중 다카시의 상처와 폭력성은 그가 어렸을 때 아버지와 큰형의 부재 속에서 S 형의 처절한 죽음과 마주한 결과였다. 다카시가 성장한 후 누군가에게 폭력을 가하거나 스스로를 단죄하게끔 이끌었던 것도 그의 내부에서 영웅화되고 있는 그의 조상과 S 형에 대한 기억이다. 돌이켜보면 그런 영웅의 탄생은 메이지유신이라는 근대 혁명과 전 세계를 상대로 한 태평양전쟁으로 만들어진 사회적 구조의 산물인 셈이다. 작은 골짜기 마을이 다카시를 비롯해 혈기 왕성한 젊은 청년들을 폭력배로 내몰았다면, 국가적 차원에서 전쟁이라는 폭력으로 내몰았던 것이 근대 일본의 모습이었다.

만 2년 동안 우울한 준비 기간을 거치고 나서 그동안 써두었던 노트와 초고를 모두 태워 버리는 것으로 일을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도 내게 들러붙어 있는 이미지들을 모두 구겨 넣다시피 하여 《만엔 원년의 풋볼》을 썼던 것이다. 학생 작가로 일한 지 이미 10년이 지났고 정치적 과제로서 이른바 안보 투쟁을 경험하고 있었다. 그렇게 써낸 《만엔 원년의 풋볼》은 작가로서 나에게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만엔 원년의 풋볼》〈후기〉

오에 겐자부로는 전쟁의 황폐함을 직접 목격하고 경험한 전형적인 전후 세대로, 국가나 공동체보다 개인의 권리와 자유가 중요하다는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그래서인지 줄곧 ‘전후 민주주의자’를 자처하며, 일본의 무장을 제한하는 평화 헌법 제9조를 옹호하고 미국의 병참 기지였던 오키나와나 원폭 피해 지역인 히로시마에 대해 소신 있는 발언을 이어오기도 했다. 그는 구조화된 폭력과 그로 인한 고통의 실체를 깊이 천착했고, 그 고민들은 《만엔 원년의 풋볼》이라는 작품으로 집대성된다. 이를 입증하듯 《만엔 원년의 풋볼》에는 구조화된 폭력 속에 갇혀 살았던 일본인 그리고 그런 시대를 직간접적으로 관통해온 인간의 고뇌가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나 미시마 유키오처럼 서양에 알려진 일본 문인들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오에 겐자부로의 문학이 보다 보편적으로 전 세계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오에 겐자부로가 빚어내는 희망과 절망의 다양한 모습을 볼 때마다,
그가 도스토옙스키의 필치를 지닌 것처럼 느껴진다.” _헨리 밀러

‘기대’라는 이름의 ‘풀로 만든 집’을 찾아서……
이 시대 최후의 휴머니스트가 남긴 회생을 위한 진혼곡

휴머니즘(Humanism), 오에 겐자부로의 문학에서 반드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인간에 대한 긍정이다. 그는 글쓰기를 통해 삶과 인간의 어두운 이면을 심층적으로 파고들기로 유명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상처받고 고통스러워하는 인간을 이해하고 희망이라는 위안을 건넨다는 점에서 ‘휴머니스트’로서의 면모도 지니고 있다. 실제로 1994년 오에 겐자부로는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에서 유년 시절 《닐스의 모험》에 푹 빠졌던 일화를 소개하며 이런 말을 덧붙였다. “나도 언젠가 새의 언어를 이해하게 될 것을 예감한다.” 여기서 ‘새의 언어’란 같은 언어를 공유하지 않는 완벽한 타자의 언어를 의미한다. 그에게 ‘새와의 소통’은 언어가 통하지 않는 절대적 타자뿐 아니라 온전히 알기 어려운 자신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행위인 셈이다. 그러한 갈망은 오에 겐자부로가 60년이 넘는 집필 기간 동안 인간의 실존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여든이 넘은 지금까지도 글쓰기를 지속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에 겐자부로의 수많은 작품 중에서도 휴머니스트로서 그의 면모가 가장 돋보이는 것은 단연 《만엔 원년의 풋볼》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순간에 직면한다. 많은 경우 죄책감과 고통스러운 나날을 견디기 어려워, 미쓰사부로처럼 곳간채에 갇혀 지내며 자신을 남들과 격리하거나 다카시처럼 악인을 자처하거나 자살 같은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과연 죄의식과 고통에 휩싸인 인간에게 구원이란 없는 것일까?’ 하는 물음에 작가는 ‘기대’라는 이름의 ‘풀로 만든 집’을 찾아 다시 살기를 결심하는 미쓰사부로의 모습으로 희망의 여지를 남겨 둔다. 살면서 늘 행복이라는 결말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다카시처럼 자신의 지옥을 정면에서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사람과 미쓰사부로처럼 막연히 불안하게 살아가는 존재 모두를 포용하며, ‘쥐새끼 같은’ 인간이라도 얼마든지 회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작품은 보여준다. 독보적인 서사와 공동체에 대한 문제의식 그리고 인간을 긍정하는 휴머니즘으로 전후 일본 문학의 포문을 연 《만엔 원년의 풋볼》. 출간된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 독자들을 공명하며 의미 있는 시사를 던지고 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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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곳에서 태어났네요. 3부작 시리즈 중 하나로 알고 있는데 다른 책들도 이 시리즈에 포함돼서 나오면 좋겠어요. 너무 좋아하는 책이에요. 웅진에서 일고전문학 류 시리즈가 나온 걸 이제사 알다니... ㅠㅠ 
サラ 2020-10-06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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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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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만엔 원년의 풋볼 새창으로 보기
만엔 원년의 풋불(1. 만엔원년~ 1860년 에도 막부시대 말기의 연호, 2.풋볼 ~주인공 증조부의 동생이 일으킨 만엔원년의 농민봉기를 본따 청년들을 모아 만든 풋볼팀이지만 당연히 풋볼이 목적은 아니다. 만엔원년과 소설 속 1960년대가 닮은 듯 교차하는 느낌. ) 오에 겐자부로란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김지하 관련 글에서였다. 일본인 작가인 그가 김지하 구명운동에 열심이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다가 1994년 갑자기 서점에선 그의 책들이 연달아 급하게도 출간되기 시작했다. 그가 노벨상을 탄 해였다.1935년생, 진보와 평화주의자... + 더보기
mini74 2021-08-16 공감(42) 댓글(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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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질문들 새창으로 보기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실 내가 이 소설을 제대로 잘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는 따라갈 수 있는데, 글이 어렵다. 인물도 그렇고 사건도 단편적이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한번 읽는 것과 같은 문장을 다시 읽었을 때의 다가오는 느낌과 의미는 너무나도 차이가 있었다. 때론 전혀 이해가 되지 않은 문장들도 있었는데, 그럴땐 소리내어 읽어보기도 했다. 



미쓰 친구의 자살 사건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붉게 머리를 칠하고 항문에 오이를 쑤셔 넣고 자살한 친구의 형상은 여러번 언급되어진다. 알코중독자인 아내가 마시는 위스키는 지속적으로 등장인물등 심리의 변화에 따라 버렸다 샀다를 반복한다. 이미지 뿐 아니라,강조된 단어들도 있다. 그 단어 중의 하나가 "맨정신"이다. 마쓰 동생 다카시는 알콜중독자인 미쓰의 아내에게 "맨정신"이 되라고 하고, 본인 스스로 "맨정신"상태에 집착한다. 



시대를 넘어 인물의 평행적인 구조가운데, 중심적인 인물인 두 형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1850년 만엔원영의 농민봉기에 가담했던 증조부와 증조부 동생, 현 시점의 마을 청년들에게 풋볼을 연습시키는 동생 다카시와 형 마쓰 형제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역사적인 사건이 중심이 되는 줄 알았다. 농민 봉기 이야기도 나오고, 조선인들의 시골마을 경제적인 착취등의 내용도 다루어진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서 여러가지를 이야기 하고 싶었을 수도 있지만, 이책이 나에게 준 가장 큰 메세지는 속죄이다. 한 인간이 죄를 지은 후의 죄책감으로 고통받는다. 속죄에 필요한 일중 하나는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일인데, 그 피해자 당사자는 자살로 사라져버린다. 속죄의 가능성은 원천봉쇄되었다. 인간은 스스로 용서받지 못하고, 구원받지도 못한다. 이후 그 죄된 인간은 속죄를 위한 싸움은 처절하다. 스스로를 미움과 증오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며(마쓰가 다카씨를 증오) 형과의 관계를 단절시키는 것 뿐 아니라, 자기 파괴적인 행동도 서슴치 않는다 (살인의 누명을 스스로 뒤집어씀). 이것은 다카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에는 우리 모두가 같은 인간일거라며 질문을 던진다.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은 형 미쓰에게 다카씨는 눈을 주겠다고 하지만, 형은 거절한다. 



1월부터 힘겨운 독서로 시작했다. 그런데 어려움을 뛰어넘어 끝까지 읽을 수 있게 만든 건, 도대체 주인공들이 왜 이러나 궁금했다. 왜 자살한 친구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왜 죽은지는 잘 모른다), 위스키를 버렸다 다시 샀다, 마셨다 "맨정신"이었다 하는가? 이 사람들 도대체 왜이러는거야? 싶은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것들이 오에 겐자부로의 번민과 고민이자 우리 모두들의 것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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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1-08 공감(38) 댓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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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엔 원년의 풋볼 새창으로 보기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는 우리나라에 소신 있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일본 우익에 반대하여 평화 헌법을 수호하는 발언을 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반면에 그의 사상과 명성에 비하여 작품은 원체 손이 가지 않았다. 특유의 문체가 낯설고 작품이 전반적으로 난해하다는 평이 많아서였다.





<만엔 원년의 풋볼>은 화자인 미쓰사부로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그는 추한 외모에 아이들의 돌팔매질에 맞는 바람에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게다가 아내와의 사이에서 기형아를 낳았고, 아내는 알콜중독자가 되었다. 동생 다카시는 1960년 미일 안보조약에 반대하여 운동권으로 활약하다가 정부에 전향한 후 미국으로 떠났다. 동생이 미국에서 돌아오자, 그들은 도시를 떠나 고향 마을에 정착한다.





그러나 마을은 일명 '슈퍼마켓 천황'이라는 조선인이 마을 상권과 권력의 정점에 있었고, 부락민들은 무기력하게 생활하고 있었다. 동생 다카시는 자신의 조상인 증조부의 동생이 주도했던 1860년 만엔 원년의 농민 봉기를 떠올리며 마을 풋볼 팀을 결성하여 수퍼마켓 천황에 대항한다.





개인적으로 그로테스크한 작품이었다. 붉은 페인트를 뒤집어 쓴 채 항문에 오이를 꽂고 자살한 미쓰사부로의 친구, 형제의 여동생은 다카시와 근친관계에 대한 자책감 때문에 자살한 것으로 밝혀진다. 게다가 미쓰사부로의 아내, 형수와 관계를 맺는데, 이 경험을 계기로 아내는 알콜중독에서 벗어난다. 결국 다카시는 이러한 일들을 털어놓은 채 자살을 한다. 작품 내내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들이 극을 이끌어 나간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1860년 만엔 원년의 농민 봉기와 백 년이 지난 1960년 미일 안보조약의 체결, 그로 인한 집단적 굴욕감, 그로테스크하게 펼쳐지는 폭력과 수치심의 향연 속에서 과연 구원과 치유가 있는 건가 하고 말이다. 소설 말미에 미쓰사부로는 다카시의 '혼령'을 언급한다. 생각건대, 다카시는 전후 일본 공동체를 형상화한 인물이 아니었을까. 백년 전 만엔 원년의 농민봉기를 동경하고, 미일 안보조약 반대 시위에 참여하지만 결국 전향당하는 쓰라린 경험을 겪는다. 슈퍼마켓 천황과 대항하던 중 근친 경험과 수치심을 토로하고 자살을 한다. 마찬가지로 슈퍼마켓 천황에 순응하고 방관했던 마을 주민들도 다른 한 축일 것이다.



​그리고 남은 형 미쓰사부로는 다카시의 아이를 잉태한 아내와 함께 새로운 '기대'를 찾아 아프리카로 떠난다. 비록 다카시는 수치심과 죄책감으로 자살했지만, 그의 씨는 남아서 새로운 희망으로의 여정에 동참한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미완의 결말이 크게 와닿진 않는다. 그러나 100년이란 장대한 시간을 거쳐 온 폭력과 대립, 수치심과 죄책감에서 벗어나 다른 삶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치유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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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모마일 2017-06-03 공감(29)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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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의 기막힌 보색대비 새창으로 보기 구매

 

 이 책을 사기 오래 전부터 ‘만엔’이 무엇일까, 생각 좀 했다. 만 엔萬円, 즉 ¥10,000 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제일 많이 했다. 근데 ¥10,000 이면 ¥10,000 이지 또 거기에 원년元年은 뭐야. 만일 이 책을 읽는다면 제목이나 내용, 이런 것보다, 오에 겐자부로가 쓴 소설이라서, 그의 말년 작 <익사>에 숱하게 인용하던 대표작이라서 읽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제목의 의미 같은 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10,000을 처음 얻은 해에 풋볼 시합 어쩌고, 이런 되지도 않은 추리를 했을 뿐이었다. 결국 모든 착각의 원인은 바로 ¥10,000일 것이라고 단정한 것이 제일 큰 문제였다.
 책을 사 표지를 보니 ‘만엔’이 한문으로 쓰면 万延, 일만 년을 이어간다는 뜻이었다. 근데 원년元年은? 검색해봤다. 이런, 만엔이 서기 1860년 당시 일본 정부의 연호란다. 만엔 시대는 1860년부터 1861년까지 딱 1년 동안 사용했기 때문에 만엔 원년이면 1860년을 콕 집어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 해에 어떤 일이 있었는가 하면, <익사>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장면, 농민반란이 발생한 해라는데, 이 책의 주인공 미쓰의 증조부와 증조부의 동생(그러면 ‘종증조부’라고 쓰면 간단한데 책 끝날 때까지 계속 ‘증조부의 동생’이라 표현한다)이 깊숙하게 관련되었단다. 100여 년 전 사건의 주인공 증조부와 종증조부가 민란에 어떻게 간여를 했고,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정식 사료에선 거론을 하지 않고 이른바 민담 또는 향토사학 형식으로 많이 왜곡되어 전해지고 있지만 전혀 정확한 것도 아니며 심지어 형이 아우를 죽이고 그의 허벅지 살 한 점을 베어 물어 삼킴으로 해서 자신이 민란에 참여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는 식으로 전해지기까지 하는 상황이었다. 확실한 건 증조부의 동생, 종증조부는 자신을 따르는 친위대들을 이끄는 민란의 지도부였으며, 민란이 진압되어 친위대 전원이 살해되었을 때 자리를 극적으로 피해 죽음을 면했다는 것. 이들 극렬한 친위대 혹은 행동대원들이 마지막 무렵 민란에 참여한 농민들이 등을 돌림으로 해서 죽창을 들고 증조부의 곳간으로 밀고 들어올 때, 증조부는 총을 쏘며 이들에게 저항했다는 정도.
 세월은 흘러 소설의 일인칭 화자 ‘나’ 미쓰사부로의 형제로 넘어가면, 미쓰사부로는 4남 1녀 가운데 3남으로, 첫째 형은 당시 대학을 졸업한 인텔리로 졸업하자마자 입대해 중국에서 냉혹한 장교로 이름을 떨치다 금방 전사해버리고 만다. 둘째 형은 (아마도 가미가제를 육성하던)해군비행교육단에서 교육을 받고 실전에 투입되기 전에 종전이 되어 고향에 돌아왔으나 동네 아래쪽에 있던 조선인 집단과의 패싸움 끝에 조선인들에게 얻어맞아 죽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셋째 미쓰사부로가 정식 상속인이 되고, 넷째 다카시는 1960년 6월에 미일안전보장조약에 반대한 학생운동에 적극 참여했다가, 극적으로 전향하여 마치 학생운동이 “우리 자신의 치욕”이었던 것처럼 심지어 미국을 순회하며 연극 <우리 자신의 치욕>을 공연하기 위해 미국에 도착한 다음(이 정도면 '배신'을 넘어 '반역'의 수준이다), 증발해버렸다가 시간이 조금 흘러 다시 귀국한 상태다. 막내로 어여쁜 여동생을 두었으나 이른바 유로지비, 즉 백치 비슷한 상태로 스무 살이 되지 못해 농약을 벌컥벌컥 마시고 화장실에서 죽고 말았다. 아버지는 사업을 하느라 동아시아를 떠돌다가 객사해버리고, 어머니는 정신에 문제가 좀 있는 환자였다. 그러니 남은 미쓰와 다카시의 혈관 속에는 친가 쪽으로 증조부와 종증조부의 성향, 즉 집단을 이끄는 능력과 폭력을 행사하고 싶어 하는 기질이, 외가 쪽에서 온 정신 이상의 기질이 함께 흐르고 있어서, 어느 형질이 형제의 몸을 지배하고 있는가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셋째 아들이자 화자인 ‘나’ 미쓰는 아내가 읽던 소세키의 일기에 나오는 영어 단어 몇 개로 성격을 확정할 수 있는데 다음과 같다. “languid stillness, weak state, painless, passivity, goodness, peace, calmness(나른한 고요, 약한 상태, 고통이 없는, 수동성, 선량함, 평화, 평온)”(221쪽). 그러니 미쓰는 다분히 외가를 탁한 반면, 진짜 주인공 다카시는 형 부부와 고향 시코쿠 산골에 도착해 풋볼을 매개로 적극적으로 젊은이들을 규합하는 것이 완전히 종증조부와 빼박이다.
 다카시는 책을 읽으면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니 여기다 구태여 써놓을 필요 없는 이유로 고향 시코쿠 산골로 향하지만, ‘나’ 미쓰는 왜? 여기에 오에 겐자부로의 평생을 규정하는 사건이 개입한다. 스물아홉 살, 비교적 초기에 발표한 <개인적인 체험>에 고통스럽게 고백을 하고 일흔네 살에 발표한 <익사>에서도 작가의 삶의 많은 부분을 지배하게 되는 아들이 뇌 헤르니아 상태로 태어나 수술을 받은 다음 젊은 부부가 ‘관리’하기엔 도무지 역부족이라 소정의 기관에 유치하고 있는 고통스러운 시기를 겪고 있다. 거기다 책을 열자마자 비극적 자살 사건이 벌어지는데, 미쓰의 가장 친한 친구가 머리와 얼굴에 온통 붉은 페인트를 뒤집어쓰고, 항문에 오이를 박은 상태에서 알몸으로 목을 매 자살을 한 사건이 벌어진다. 장모의 기질을 받았으나 여태 완벽하게 자제해오던 아내 나쓰코는 자신의 어머니처럼 하루 종일 위스키에 전 알콜 중독의 상태로 빠져버렸다. 완전한 구석으로 몰린 미쓰가 난데없이 다카시로부터 귀향을 권유받고 상속받은 토지 일부를 처분하여 새 삶을 모색하고자 한 건 당연한, 아니, 당연할 수 있는 일이다.
 여기에 소개하지 않을 수 없는 중요인물이 조선인 백승기. “흰 백(白), 되 승(升)에 기초 기(基)입니다.” 라고 517쪽이나 되어야 등장하는 이 조선인은 완전한 산골 깡촌의 촌놈보다 훨씬 못한 노예 노동에 시달리던 조선인 부락 출신이다. 1945년 종전 후에 벌목공으로 징용을 살던 이들이 돈이 없어 떠나지도 못하고, 쫄딱 망한 일본 정부가 보내주지도 못해 발목이 묶이자 시코쿠 분지 마을의 저편에 집단인 촌을 만들고 토지 일부를 불하받아 살고 있으면서 수시로 시코쿠 촌놈들에게 박해를 받아온 무리. 그것도 급기야 시코쿠 촌것들이 쳐들어와 조선인을 죽이고 무슨 일을 했던지, 다음 싸움에서 일본인, 화자 미쓰의 친형 S가 죽고도 그걸로도 모자라 토지 일부를 정식으로 불하받게 해줄 정도의 패악을 당했던 조선인 부락 출신의 백승기. 그는 조선인이 떠난 토지를 다 수용한 다음, 읍내에 수퍼마켓 체인점을 세워 ‘수퍼마켓 천황’이란 별호를 얻어내는데, 지역의 거의 대부분이 수퍼마켓에 일정한 채무가 있으며, 이러저러한 이유로 주민들을 눈에 보이지 않게 지배하는 것도 모자라 지역의 랜드마크인 미쓰네 집안의 곳간채까지도 헐어버리는 상황이다. 시코쿠 일대를 장악하고 경제적 패권을 쥔 수퍼마켓 천황과 한 바탕 풋볼 게임을 벌이는 것이 책의 스토리다. 그러면서 지역과 역사 사실과 한 가족의 연관관계를 밝히는 일.
 유독 내 관심을 끌었던 것은, 수퍼마켓 천황과 한 판 풋볼 게임을 벌이기로 일을 꾸미고, 젊은이들을 규합하고, 정말로 한 판 잘 때려먹은 진정한 주인공 다카시가 하필이면 학생운동의 투사 출신으로 전향하여 타도의 대상이었던 미국에까지 가서 반성하는 의미의 연극 <우리 자신의 치욕>을 공연하려 했는가 하는 점이었다. 생각해보면, ① 미일안전보장조약에 반대한 학생운동의 놀랄 만큼 용감한 투사였다가, ② 전향해 미국에 대고 잘못했다고 반성하러 가서 몇 번 공연을 하고서는 이탈해, 흑인 거주 우범지역을 배회하다 가벼운 임질에 걸린 경험만 갖고 귀국해서, 다시 ③ 지역의 권력자인 수퍼마켓 천황과 한 판 풋볼 시합을 벌이는 캐릭터.  이런 과거 경력으로 인해서 풋볼 시합이 예상보다 훨씬 격렬해질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하는 궁리가 페이지를 넘길수록 강하게 들었다. 변곡점을 지날 때마다 성향이 더욱 고착되는 경우를 흔히 보고는 했으니까.
 그러나, 치열한 학생운동의 '가장 폭력적 투사'였던 것마저 깊숙한 곳에 원인이 있었다. 다카시의 모든 행동의 근본적 원인이 되는 숨어 있는 비밀. 그건 정말로 알려줄 수 없다. 책을 읽다보면 다카시가 스스로 밝히기 전에 (조금씩, 조금씩, 그러다 마침내) 다 알게 되는데, 진짜로 주인공이 비밀을 이야기할 때 독자의 짐작이 맞아 떨어지는 경우에 가질 수 있는 내밀한 즐거움, 그 즐거움을 느끼기에도 조금 과하게 비극적이라는 정도만 말하고 스토리 소개는 이쯤에서 끝내야겠다.
 그런데 참 문제적 인간 다카시의 인간적 번뇌가 왜 그의 형이자 화자인 미쓰를 통해서만 밝혀질까. 물론 타인에 의한 정의야말로 근본적으로 오류를 포함하기 때문에 마지막 결정을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기 위한 장치이기도 할 것이다. 어쨌거나 인간의 마음속에 깊숙하게 내재한 죄의식이 어떻게 한 인간의 인생을 거덜 내는지 참 치밀하게 묘사해놓은 역작이다. 위에서 내가 인상 깊게 생각했다는 조선인 백승기와 완전하게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이 주인공 다카시다. 백승기는 거의 불가촉천민과 유사했던 ‘부락’ 출신 조선인으로 자신의 출신이란 커다란 핸디캡을 발판 삼아 기어이 그 지역을 정복하는 ‘수퍼마켓 천황’, 일본인을 지배하는 천황이 되는 거 아닌가. 조선인 백승기의 등장이야말로 다카시의 불행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오에 겐자부로의 기막힌 보색대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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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문트 2018-03-07 공감(2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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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엔 원년의 풋볼 새창으로 보기
한때 일본 소설에 빠졌던 적이 있다. 무라카미 류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들, 히가시노 게이고와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들이 그렇게 매력적일 수가 없었다. 이들의 작품은 모두 사서 소장할 정도로 애정을 가지고 읽었지만 다른 일본 작가들의 소설은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았다. 그나마 읽었던 작품은 나쓰메 소세키 정도일까?

 

한쪽으로 치우친 독서력 때문인지 오에 겐자부로의 <만엔 원년의 풋볼>가 주는 첫 느낌이 그렇게 편하지만은 않았다. 시대의 지성이라고 불리는 오에 겐자부로의 작품이라 이전부터 읽고 싶어 했지만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무거워 보이는 주제에 노벨 문학상 수상이라는 무게감이 더해져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러다 이 책을 읽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웅진 지식하우스에서 기획한 일문학선집 작품 중 <금각사>를 읽고 일본 소설에 대한 시각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역사적 관계를 제외하고 오직 문학적 관점에서만 바라봤을 때 일본 작품들이 가진 매력을 충분히 느꼈기 때문이다.

 

학생운동가 다카시와 그의 형 미쓰사부로의 대립과 갈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이 소설은 55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독자를 깊이 빨아들이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노벨 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하면 한 페이지 넘기기조차 힘들다고 생각하는 내게는 상당히 놀라운 일이었다.

 

이 소설이 이해하기 쉽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상당히 어렵다. 작가의 생각이 깊숙이 담겨있는 느낌이 들지만 선뜻 끌어올리기는 힘들다는 생각이 끝없이 이어졌다. 이런 생각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책을 읽은 이유는 말 그대로 작품의 구성력과 이야기로써의 매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풀어야할 수수께끼를 하나씩 벗겨나가는 그런 기분이 드는 흐름, 과연 마지막이 어떻게 마무리될지에 대한 궁금함이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한다.

 

세 가지 큰 사건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연관성,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과 정체성 문제로 힘들어하는 인물의 모습, 형제의 대립각에서 엿볼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일면, 이런 갈등과 상처를 치유하는 구원의 길 등 소설에서 던지는 화두는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것들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스스로를 구원했고, 고통 받는 영혼들을 치유하고자 하였다고 한다. 아마 이 책을 읽는 이들은 작가의 이런 마음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상처 입은 이들을 위로하는 그의 따뜻한 마음과 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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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tato4 2017-06-02 공감(7)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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