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05

[RFA인터뷰] 김성경 북한대학원대 교수 “북 여성, 가부장제 속 다양한 생존전략 모색” — RFA 자유아시아방송

[RFA인터뷰] 김성경 북한대학원대 교수 “북 여성, 가부장제 속 다양한 생존전략 모색” — RFA 자유아시아방송

[RFA인터뷰] 김성경 북한대학원대 교수 “북 여성, 가부장제 속 다양한 생존전략 모색”
워싱턴-지정은 jij@rfa.org
2023.03.03

북한이 3·8국제부녀절(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개최한 무도회 모습.
/연합뉴스





00:00/09:43 


앵커: 오는 8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여성의 날’로 전 세계 여성들의 정치·경제·사회적 업적과 투쟁의 역사를 기념하는 날입니다. 10년 이상 북한 출신 여성들과 인터뷰를 해온 한국 북한대학원대학교의 김성경 교수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살아온 북한 여성들의 생존 전략과 다양한 삶의 모습에 주목했습니다. 자세한 내용 지정은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김성경 교수기자: 교수님께서는 지금까지 150명 이상의 북한 사람들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시고, 최근 북한 여성들과 인터뷰하신 내용을 바탕으로 책 ‘살아남은 여자들은 세계를 만든다’를 발간하셨는데요. 먼저 책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성경 교수: 저는 2011년도부터 북에서 나오신 분들, 그러니까 북에서 여러가지 경로를 통해서 이동하시는 분들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주로 나와서 경제활동을 하시는 분들이나 남한까지 내려오시는 분들의 상당수는 여성이잖아요. 그래서 주로 만나는 분들이 여성이었고요. 북조선 여성들에 대해서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고, 2011년도부터 지금까지 매년 현지 조사를 해서 북중 접경 지역이라든가 아니면 남한에 오신 분들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살고 계시는 북에서 오신 분들을 만나게 되면서 그분들의 삶을 많은 분들에게 소개하고 그런 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여성들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책을 내게 됐습니다.



기자: 북한 사람들 중에서도 특별히 여성을 주목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성경 교수: 저는 우리가 분단을 생각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역사를 생각하는 방식이 일종의 보편적인 남성 중심적인, 가부장 중심적인 시각에 의해서 담론이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의 입장은 여성주의적인 시각으로 분단 그리고 탈식민의 과정을 다시금 한번 살펴본다면 ‘분명히 지금까지의 분단의 경험과는 다른 결, 다른 방식의 삶의 경험 같은 것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좀 가지고 있었고요. 그런 과정에서 특히 북조선 여성 같은 경우에는 똑같이 분단을 경험해도 남성이 경험한 것과는 다른 방식의 경험 세계를 구축할 수 밖에 없고, 그런 여성들의 경험은 상당히 적게 알려진 바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여성들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겠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또 다른 것 중에 하나는 제가 만나는 분들, 북에서 오신 분들의 상당수가 여성이었다는 거에요. ‘왜 그럴까, 사실 북은 굉장히 가부장적인 사회로 알려져 있는데 어떻게 여성들이 더 많은 이동성을 획득할 수 있었을까’ 이런 것들을 추적해가는 과정에서 가부장제가 만들어낸 예상하지 못한 어떤 공간이 열리게 되었고, 그 공간 속에서 북조선 여성들이 상당히 다양한 삶의 전략들, 생존 전략을 만들어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아래로부터의 다른 역사를 만들어가는 여성들의 위치 그리고 그 여성들의 입장에서 한번 자신들의 삶을 소개하는 방식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었다는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자: 북한 여성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시면서 기존의 고정관념과 다르다고 느껴진 점은 무엇이었나요?


김성경 교수: 제가 생각하기에는 남한에서 북조선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굉장히 이분법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나는 일종의 체제의 희생자인거죠. 여러가지 엄청난 인권적인 문제를 경험하게 되고 체제가 가하는 폭력에 전면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피해자의 모습이 하나가 있고요. 또 다른 것 중에 하나는 북조선의 공식 문건이라든가 공간문헌에서 계속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사회주의 혁명의 한쪽 수레바퀴 그리고 어머니로서의 엄청난 모성을 가지고 있는 이 두 가지의 모습만 존재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제가 만난 북조선의 여성들은 이 두 가지 카테고리(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굉장히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자신이 얼마나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그런 서사가 있는 반면에, 다른 이면에서는 ‘자신들의 꿈이 있다, 꿈을 좀 구현해내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요. 아니면 자신들의 욕망 같은 것들을 가감 없이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이런 것 같거든요. ‘타자화’라는 것은 일정한 고정관념으로 특정 집단을 동일시하는 거잖아요. 단순화해서 설명하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렇지 않은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여성주의적 접근이라고 생각하고, 또 제가 만난 많은 북조선 여성들이 굉장히 다양한 모습들을 많이 보여줬다, 그래서 그런 다양한 모습들을 가능하면 생생하게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자: 김정은 총비서의 딸 김주애가 공식 석상에 등장한 이후 북한에서 여성이 차기 지도자가 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부장제가 뿌리 깊은 북한 사회에서 여성이 차기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보시나요?



김성경 교수: 이 질문이 굉장히 어려운 질문인 것 같아요. 저희가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북의 내부, 그것도 앞으로 여성 후계자가 어떻게 될 것이냐, 후계자가 누가 될 것이냐’에 대해서 우리가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는가 그리고 그 내부의 결정을 우리가 사실 알기가 굉장히 어렵죠.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 이런 식의 많은 질문, 추측, 예언이 폭발적으로 나오는 것 자체에 대해서 저는 좀 문제의식을 갖고 있어요. 그게 바로 제가 문제 제기를 하고 싶은 우리가 북을 타자화하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좀 들거든요. 북의 사회가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복잡성,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이 아직은 굉장히 젊은 나이이고 북이 얘기하는 여러가지 의도적인 것들의 맥락을 충분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너무 쉽사리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 입장에서 북을 굉장히 타자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을 저는 가져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두 번째로 가부장제가 굉장히 뿌리 깊은 북한 사회에서 과연 여성 지도자가 가능할 것인가, 만약에 가능하다면 저는 북은 이제 그 어떤 사회보다도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어요. 만약 어떤 민주적인 정치적 구조가 여전히 구축되어 있지 않은 북한에서 여성 지도자가 다음 지도자로 등극할 수 있다면 그것은 단순히 4대 세습을 넘어서는 또 다른 맥락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측면에서는 앞으로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 그렇다면 앞으로 북한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정치·사회적으로 더 커질 수 있다고 보시나요?



김성경 교수: 북의 시장화라는 맥락에서 여성들이 상당히 약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비공식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여성이고요. 그리고 여성들의 경제적 활동 없이는 과연 북한이 지금같이 국경을 닫은 상황에서 계속 경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굉장히 의문스럽죠. 그런 맥락에서 여성들의 활동 같은 건 분명히 나아진 측면이 있는데 ‘과연 그것이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인 여성의 역량을 강화하는 방식까지 이끌어가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인가’ 이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고요. 저는 항상 남과 북을 비교하면서 보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처음 (한국) 국가 건설기에 여성 노동자들이 얼마나 많은 노동을 했습니까. 이 노동력을 활용한 방식의 경제 성장을 이뤄냈는데, 그 이후에 여성들이 일정 부분의 성평등을 이뤄내는 것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고 아직도 그것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측면이 분명히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남한 같이 민주화의 과정과 함께 역동했을 때도 아직도 이뤄지지 못하는 성평등의 과정이 북 같은 사회적 체제 내에서 과연 빠른 시간 내에 이뤄질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약간 어렵지 않을까 그래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겠다는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자: 지금까지 한국 북한대학원대학교의 김성경 교수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지정은입니다.


기자 지정은,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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