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13

[김조년]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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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년의 맑고 낮은 목소리] 꽃피고 새 우짖는 봄따라 살고 싶건만…
기자명 금강일보   입력 2023.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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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대 명예교수

여기저기서 소식도 없이 느린 듯 빨리, 없는 듯 가득차게 꽃피고 새노래하는 봄이라고 사람들이 들로 산으로 나가는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누가 무어라 말해도 아름다운 시절임은 분명합니다. 코로나마스크로부터 해방된 얼굴 내놓고, 코 벌룽거리며 강가로 바닷가로 살랑이는 봄바람 맞으러 나가고 싶은 계절, 이 계절을 누가 즐기고 싶지 않을까요? 어느 누가 이런 아름답고 깊고 화려한 꽃피고 나비 날고 새 우짖고 새싹이 돋아나는 신비로운 세계를 마다할 수 있을까요? 눈 살짝 옆으로 돌리면 벌써 저만큼 가버리는 그 봄을 속히 즐기고 싶어 시간 쪼개어 봄나들이 넘보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까요? 그 봄을 잃지 않고 빼앗기지 않으려고 요리조리 궁리하지 않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요? 이것을 생각할 때 사람들은 얼굴이 달뜨고 기분이 좋고 눈이 반짝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한 사람을 생각하면 그만 기분이 확 상하고 봄기운이 싹 가신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왜 그 많은 사람들이 봄맞이 할 그런 귀한 시간에 시끄러운 도심지에 모여 ‘대통령 윤석열의 퇴진’을 요구하거나, 그를 몰아내자는 외침으로 가득한 광장으로 몰려들까요? 나는 이 자리에서 대통령 윤석열 씨에게 묻고 싶습니다. ‘불편하겠지만, 당신을 퇴진 시키자고 외치는 저 수십만의 사람들 앞에 나서서 당당하게 당신의 대통령행위를 설명하고 왜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를 귀담아들을 수는 없겠습니까?’

나는 그래서 당신에게 찬찬히 몇 가지만 묻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칭찬하기도 하겠지만, 왜 당신은 이제까지 몇 번 해외순방한 뒤에는 언제나 깊은 구설수에 빠졌고, 외교참사라는 비판을 받게 됩니까? 
처음 해보는 대통령이기 때문에 아직 미숙하여 그럴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삶에 연습이라는 것이 있습니까? 더욱이 대통령의 행위에 연습과 실험이라는 것이 있습니까? 개인의 사사로운 자리에서 던진 말이든 공공한 자리에서 한 공식 성명 형태의 말이든 대통령의 말은 언제나 공공한 것으로 작용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대통령학을 공부할 수는 없었습니까? 당신은 검찰로서 수사하고 기소하여 감옥에 보낸 전직 대통령들 중 한 사람을 집으로 찾아가서 인사를 드렸고, 또 한 사람을 사면했지 않습니까? 법의 이름으로 한 자신의 행위를 화해의 이름으로 풀어낸 것은 아닙니까? 그렇다면 당신을 중앙지검장으로 영전시키고, 격을 깨는 인사로 검찰총장까지 임명한 전직 대통령을, 선거과정에서 ‘저렇게 배신해도 되는 것인가’ 할만큼 그토록 무섭게 몰아붙였던 그를 찾아가 그가 5년간 쌓은 외교와 내치의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듣고 배울 수는 없습니까? 국내정치는 약간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외교는 언제나 연속성이 있다는 것을 잘 알지 않습니까? 외국의 무수히 많은 수반들에게 존경을 받았든 전직 대통령의 그 덕을 배워서 지속시킬 수는 없는 것입니까?

그 내용이 어떠한 것을 떠나서, 나는 이번에 일본에 가서 한일간의 관계를 부드럽게 하려고 노력한 것을 좋게 봅니다. 당신이 스스로 여러 번 말했듯이, ‘미래를 열기 위하여 통큰 결단을 했다’는 말을 믿고 싶습니다. 그러나 미래는 편을 갈라 힘자랑하는 갈등과 대결의 시대가 아니라 진영을 넘는 평화와 상생의 시대를 갈망하는 흐름으로 간다고 보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인도 태평양 신냉전체제의 갈등구조에 편입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역대 정권들이 오래도록 주장하고 유지하고 노력해온 동북아평화체제로 나가는 정책을 이어서 적극 펼칠 수는 없습니까? 그러기 위하여 중국의 시진핑, 러시아의 푸틴, 북한의 김정은을 만나기 위하여 일본의 기시다와 미국의 바이든을 만나러 급히 훨훨 날아갔듯이 통큰 결단을 할 수 없겠습니까?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핵무기실험을 한다고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하겠다는 것이 진정입니까? 그것이 가능하고, 그렇게 하므로 모든 사람들이 평안히 살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까? 미래를 위한 평화체제를 만들기 위하여 무서운 첨단무기를 더 이상 개발하지 않아도 되는 평화로운 세계로 가는 길을 열 생각과 행동을 펼칠 수는 없겠습니까?


머지않은 시간에 당신이 미국을 ‘국빈방문’할 것이라고 합니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극진한 대우를 받게 될 당신에게, 우리 대한민국에게, 미국의 바이든이 내어놓을 요청서를 매우 궁금해 합니다. 혹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벌어진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우리의 군대를 파견하거나 강력한 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미국이 한국에 요청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겠습니까? 당신을 ‘국빈’으로 극진히 대접하는 뒤에는 그런 큰 요청이 있지 않을까 의구심을 가지는 것은 합리이성에 벗어나지 않는다고 봅니다. 만약 이런 요청이 있을 때 당신은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

당신이 대통령으로 활동한 지 열 달이 넘었습니다. 여러 가지를 했겠지만, 나에게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분명히 보이지 않습니다. 그 대신 국민을 완전히 두 진영으로 갈라놓고 다투게 하여 모두를 다 불편하게 만들었지 않습니까? 그것이 대통령이 할 일입니까? 맘을 바꿔 야당 대표를 만나고 진영을 깰 수는 없겠습니까? 앞으로 4년 이상을 어떻게 불편한 맘으로 살아야 하겠습니까? 나는 여기에서 충심으로 당신에게 묻습니다. 무섭게 노력하지 않을 것이라면, 힘에 부친 일을 하는 당신을 위해서나 우리 전체 국민을 위해서나 당신이 그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까? 모두가 봄을 봄답게 즐길 수 있는 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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