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8

알라딘: 귀환 혹은 순환 - 아주 특별하고 불평등한 동포들 | 윤영도,신현준,이정은,조경희

알라딘: 귀환 혹은 순환


 (지은이),신현준 (엮은이)그린비2013-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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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 시대적 이유로 한국을 떠나 바깥으로 흩어졌던 ‘코리안 디아스포라’들이 마침내 고국으로 돌아와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재외동포법에 그들은 왜 ‘거주’가 아닌 ‘체류’로 기록되어야 하는가? 이들이 한국 국적은 물론 입국 비자 취득에도 애를 먹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처럼 어려운 관문을 뚫고 입국한 동포들의 한국 생활상은 어떠한가?

이 책 <귀환 혹은 순환>은 귀국 동포들(조선족, 고려인, 자이니치)의 이동 유인과 그 양상을 살펴보고 이들이 각기 다른 공간에서 펼치는 문화적 실천의 면면을 포착함으로써,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았던’ 재한동포들의 삶을 역사적 · 일상적 차원에서 복원해 낸다.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와 그린비출판사가 함께 출간하는 ‘아시아문화연구 시리즈’의 한 권으로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동아시아 내에서의 이동성(mobility)에 초점을 맞춘 이 책은 ‘돌아온 동포들’을 바라보는 데 있어 제도적 · 인식적 전환을 촉구하는 한편으로, 심층면접과 사례연구를 통해 한국 사회에 머무르고 있는 동포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주고자 한다.



목차


서문

1장 동포와 이주자 사이의 공간, 혹은 민족과 국가에 대한 상이한 성원권_신현준
1. 돌아온, 그러나 환영받지 못한 | 2. 이동하는 코리안들: 뿌리, 경로 그리고 귀환 | 3. ‘돌아온 동포’의 개념화를 위하여 | 4. 이름과 정체성의 분류학 | 5. 결론

2장 조선족.고려인 초국적 역/이주와 포스트국민국가적 규제 국가장치_윤영도
1. 들어가며 | 2. 동아시아의 초국적 이주사와 조선족.고려인의 역/이주 | 3. 조선족?고려인의 초국적 이주와 규제장치의 변천 | 4. 나가며: 포스트국민국가 시기, 조선족.고려인 이주와 정체성정치의 가능성

3장 한국 내 조선족동포 커뮤니티의 구성과 교류_이정은
1. 머리말: 조선족동포 커뮤니티의 등장 | 2. 조사방법과 조사대상자들의 성격 | 3. 문화자원을 활용한 커뮤니티의 구성 | 4. ‘정치적 집합행위’에서 일상문화 활동으로의 변화 | 5. 중국동포 사회와 한국 사회와의 교류 | 6. 맺으며

4장 포스트소비에트 공간에서 재한고려인들의 월경 이동과 과문화적 실천들_신현준
1. 서: 포스트소비에트 공간에서 고려인을 위한 복수의 장소들의 발생 | 2. 영토화된 ‘소비에트 고려인’으로부터 탈영토화된 ‘CIS고려인’으로 | 3. 장소의 치환과 사회적 지위의 변환 | 4. 사회적 관계들과 소통의 네트워크 | 5. 차이의 문화정치와 과국적 커뮤니티의 (재)구축 | 6. 결론: ‘고향’에 정주하지 않는 고려인들

5장 이동하는 ‘귀환자’들: ‘탈냉전’기 재일조선인의 한국 이동과 경계의 재구성_조경희
1. 디아스포라의 역/이동 | 2. 대상과 방법: 자이니치의 변별성 | 3. 한국 사회와 재일조선인의 관계의 재편 | 4. 경계선을 둘러싼 일상적 정치 | 5. 상상적 이동과 문화적 접속 | 6. 결론: 생활권의 확장과 과국적 성원권의 요구

6장 동포의 권리로부터 재한의 권리로? 혹은 성원권으로부터 장소권으로?_신현준
1. 서: 민족적 불평등과 공간적 불평등으로 | 2. 외국인들을 위한 장소들: 서울의 경우 | 3. 이주자로서 동포들의 치환된 장소들 | 4. 도시의 공간적 불평등과 이주자들을 위한 장소 | 5. 결론: 시민권 없는 장소권

후기: 대면(interface)
참고문헌 | 찾아보기

접기


책속에서


P. 32 냉전이라고 부르는 시기 동안 조선인들의 후예들은 소련, 중국, 일본에서 소수민족 혹은 ‘민족적 소수자’(national minorities)로서 각기 특징적인 정체성을 형성하고, 서로 다른 언어의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 정체성은 한반도에 남아 있던 사람들의 정체성과의 차이뿐만 아니라 그들 사이에도 상당한 차이를 발생시켰다. 진영 간 대립과 국민국가 간 경합으로 인해 이런 차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심화되었다. 중국과 일본, 소련과 일본, 중국과 소련 사이에는 상이한 성격의 정치적·이데올로기적 긴장과 대립이 존재했고 이는 때로 영토분쟁까지 야기했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에 북한(조선)과 남한(한국) 사이의 적대는 이들에게 ‘고국’(homeland)이나 ‘고향’(hometown)에 대한 상상을 혼탁하게 만들었고, 특히 한국의 경우 ‘자본주의 진영의 피투성이 독재국가’라는 상상 이상을 낳지 않았던 것 같다. 접기
P. 70 이제까지의 고찰에서 명확해졌듯, 1990년대 이래 동포들의 ‘귀환’은, 비(非)한국인들의 한국 내부로의 이입(移入) 및 한국인들의 외국으로의 이출(利出)과 더불어 한국 경제가 글로벌 경제와 통합되는 방식과 양상에 의존한다. 동포들의 경우 한국인이 아니면서 외국인도 아닌 독특한 지위를 갖도록 ‘만들어지는’ 과정이 지난 20년 동안 진행된 것이다. 이렇게 한국으로 이입된 동포들은 자신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특정한 정체성을 부여받아 왔다. 접기
P. 87 한국 역시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변화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과거와 달라진 것은 이주의 측면에서 봤을 때, 이출국에서 이입국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1980년대를 거치면서 경제적 약소국의 처지로부터 벗어나 거의 선진국의 문턱에까지 이를 정도로 경제적으로 급성장한 점이 동남아와 중국과 같은 지역의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하나의 흡인요인으로 작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소위 국내에서도 저임금 노동력의 부족이나 농촌총각 문제와 같은 다양한 문제들로 인해 이들 지역의 이주자들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는 점 또한 흡인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주와 관련된 전반적인 법?제도상의 변화를 가져왔는데, 기본적으로 외국인 노동력의 적극적인 수용을 그 기본방향으로 하는 정책과 관련되어 있다. 한국 정부는 1993년 산업연수제나 1998년 연수취업제, 그리고 2003년의 고용허가제와 같이 노동 송출국으로부터 입국한 노동자들의 취업과 체류를 위한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하고, 노동부와 법무부가 함께 이들을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전반적인 국가장치의 정비를 진행해 왔다. 접기
P. 287 아이러니는 우리가 다루고 있는 특별하고 불평등한 동포들은 이 둘 모두로부터 배제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동포’이기 때문에 탈민족화된 다문화 시민에 대한 혜택으로부터 배제되고, 또한 ‘외국인’이기 때문에 재민족화된 재외국민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것이다. 앞에서 내가 불평등성에 대한 미래의 경합이 점점 더 문화적인 (상상된) 동질성이 아니라 경제적인 현실적 합리성(계급)에 기초하여 전개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민족에 대한 ‘상상된’ 동질성은 이제까지 조선족과 고려인을 비동포 외국인에 비해 바람직한 이주노동자로 주조해 냈다. 그렇지만 국민국가의 영토에 거주 혹은 체류할 권리를 논할 때 이 민족이라는 범주는 점점 더 통용되지 못할 것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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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환영받지 못한 자, 돌아온 동포들의 위치를 묻다!!
조선족, 고려인, 자이니치 ― 소외와 배제 속 ‘특별한’ 존재들의 이야기!

“가난하고, 시끄럽고, 지저분하고, 무질서하고, 몰염치하고, 촌스러운 존재.” 조선족을 떠올릴 때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수식어는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듯하다. 조선족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은 혈연으로 이어진 동포이기보다 ‘일자리를 뺏으러 오는 경쟁자’ 혹은 ‘우리말을 할 줄 아는 값싼 인력’에 가깝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추방?유랑?강제동원의 특정 서사가 동반되어 ‘언어와 뿌리를 상실한 방랑하는 존재’쯤으로 여겨지는 고려인들, 남북 냉전체제로 인해 ‘일본에 사는 북한사람’으로 인식되는 자이니치(在日)까지 동포를 바라보는 한국인의 시선은 편견으로 가득하다. 한국으로의 이주와 한국에서의 정주를 원하는 동포들에게는 언제나 ‘불청객’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다.
오해로 가득한, ‘재한’동포라는 어색한 이름의 소수자 집단은 ‘국외의 동포’가 대상인 코리안 디아스포라 연구나 ‘국내의 외국인’이 대상인 다문화주의 연구에서도 미묘하게 벗어나 있다. 고국의 미흡한 정책과 편견으로 인해 내국민으로부터 소외당할 뿐 아니라 다문화 지원에도 배제되는 귀국 재외동포들은 동포도 아니고 외국인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서 ‘특별하고 불평등한’ 정체성을 가지고 한국에 잠시 머물고 있는 외인일 뿐이다.
『귀환 혹은 순환: 아주 특별하고 불평등한 동포들』은 개인적 · 시대적 이유로 한국을 떠나 바깥으로 흩어졌던 ‘코리안 디아스포라’들이 마침내 고국으로 돌아와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재외동포법에 그들은 왜 ‘거주’가 아닌 ‘체류’로 기록되어야 하는가? 이들이 한국 국적은 물론 입국 비자 취득에도 애를 먹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처럼 어려운 관문을 뚫고 입국한 동포들의 한국 생활상은 어떠한가? 이 책 『귀환 혹은 순환』은 귀국 동포들(조선족, 고려인, 자이니치)의 이동 유인과 그 양상을 살펴보고 이들이 각기 다른 공간에서 펼치는 문화적 실천의 면면을 포착함으로써,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았던’ 재한동포들의 삶을 역사적 · 일상적 차원에서 복원해 낸다.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와 그린비출판사가 함께 출간하는 ‘아시아문화연구 시리즈’의 한 권으로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동아시아 내에서의 이동성(mobility)에 초점을 맞춘 이 책은 ‘돌아온 동포들’을 바라보는 데 있어 제도적?인식적 전환을 촉구하는 한편으로, 심층면접과 사례연구를 통해 한국 사회에 머무르고 있는 동포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주고자 한다.

왜 그들의 이동은 ‘귀환’이 아닌 ‘순환’인가

과거 재외동포들의 한국 이주는 ‘귀환’으로 표현되었다. 한국에서의 안정된 정착과 시민권 획득이 주목적이었던 동포들의 귀환에는 이동의 ‘종언’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으며 고국에서 다시 벗어난다는 것은 이동의 ‘실패’를 가리켰다. 그러나 오늘날의 재외동포 이동은 그 규모와 빈도가 증가하였을 뿐 아니라 방향성에도 변화가 생겼다. 한쪽으로의 일회적 귀환이 아닌 양쪽을 왔다 갔다 하는 이동성의 증대가 바로 그것이다. 더군다나 오늘날 한국을 찾는 재외동포에게 사전적 의미의 귀환이라는 단어는 더욱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현재 한국으로 이동하는 주체들은 이주 1세대가 아닌 그들의 후손이기 때문이다(엄밀히 말해 ‘이주해 갔던’ 적이 없으니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말도 성립될 수 없다). 이제 지구화 시대 재외동포들의 한국 이주는 고국으로의 완전한 귀환도, 영구적인 정착도 아닌 것이 되었다. 재외동포들의 국경을 넘나드는 이동성에 주목한 『귀환 혹은 순환』은 이들의 이동을 ‘순환’으로 읽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지구화 시대 동포들의 이동이 초국(超國)에 지속과 반복이 더해진 ‘과국적’(跨國的) 이동임을 피력하는데(46쪽), 이들이 고국으로 ‘돌아오는’ 현상을 두 개의 고국을 가진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양쪽을 ‘이동하는’ 것으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리안 드림을 향한 기대와 고국에 대한 환상을 품은 채 한국으로 ‘이동’하는 재외동포들은 곧 한국 사회가 보내는 차별의 시선과 눈을 마주치게 된다. 그러한 시선은 본문의 사례들에서도 잘 드러난다.

“사장님들이 사람 얄밉게 잔소리를 해도 눈 시선이 사람 깔보는 그런 시선이니까 제일 힘들죠. (……) 사람 시선을 내리 밑으로 깔보며 일이 끝나기 전에 처리해라, 이거 해라 반말하시고, 마지막에는 쌍욕 같은 거 어떤 때는 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완전히 사람 개 취급하니까 일단은 가서 두 시간, 세 시간 하다가 그런 시선이 있으면 앞치마를 내치고 나와요.” (조선족 인터뷰, 143쪽)

“식당에서 고려인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다 불편한 시선이 느껴져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우리 러시아에서 온 고려인들이에요. 교포예요”라고 말했는데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나라가 위기상태였는데 너희들 조상들은 그쪽으로 도망친 배신자들이다. 너희들은 그들의 후예다”라고 말했어요.” (고려인 인터뷰, 199쪽)

“일본인인 척해 달라고…… 대학에서는 본명도 괜찮은 데도 있었지만 학원은 다 안 됐어요. 저는 보통 처음에 확인해요. ‘자이니치’라고 말해도 좋은지. 그런데 학원에서는 다 안 된다고 하더군요. (……) 요즘 대학도 마찬가지예요. 아예 일본어 관계에서는 자이니치를 고용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대학도 있어요.” (자이니치 인터뷰, 242쪽)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식민지배와 전쟁, 분단으로 인해 조선반도 외부로 이동했던 동포들은 한민족사(韓民族史)에 포함되기보다는 이주국에서의 국민사(國民史)로 설명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다. 그들은 어떤 지리적 영토와 어떤 체제의 국가에 속하냐에 따라 이주국으로부터 그리고 한국 사회로부터 서로 다른 형태의 시민권과 성원권(membership)을 부여받았다. 자연스럽게 그들에게는 외부의 평가로부터 기인한 불완전한 정체성이 녹아들게 되었고(30쪽), 고국으로 이동해 온 후에는 무지와 편견으로 가득한 내국민들의 차별까지 겪었다. 결국 귀환의 과도기를 견디지 못한 동포들은 다시 한국을 떠나 새로운 이동을 계획해야만 했다. 동포들의 불안정한 순환은 환영받지 못한 귀환에서부터 그 씨앗을 틔운 것이다.

소외와 배제 속에서 이방인으로 살아남기

이처럼 혈연적 민족과 법률적 국적 사이에서 내부자도 외부자도 아닌 모호한 위치의 재한동포들은 한국 사회에 흡수되지 못한 채로 생존해야만 했고, 그들이 찾은 자구책은 ‘민족 커뮤니티’였다. 그들은 한국 사회로부터 받는 차별과 자신들의 불완전/불안정한 정체성에 대한 우려의 대안으로 자연스럽게 자신들만의 문화적 연대를 형성했다. 재한동포가 한국에서의 생활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적극적 행위자”(119쪽)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국제 이주에서 문화적 연대 및 사회적 연결망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 해외로 이주하는 경우, 정착하고자 하는 지역에서의 사회연결망은 이주의 성공여부를 결정한다(127쪽). 언어적 소통에 무리가 없고 인적 네트워크(친지초청, 국제결혼 등)를 통해 입국한 동포들 역시 한국에서의 네트워크를 넓혀 일상생활의 정보를 교환하고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귀환 혹은 순환』의 2, 3, 4장에는 각각 조선족, 고려인, 자이니치의 한국 생활상과 동포 커뮤니티 현황이 담겨 있다. 저자들은 이들의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재한동포들에 대한 참여관찰과 심층인터뷰를 진행했으며 출신국별로 무리를 지으며 살아가는 재한동포 거주지역 단체 및 소모임 대표들을 만나 면접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조사 결과 재한동포 커뮤니티는 공간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는데, 주로 일터의 위치와 역사적 배경을 중심으로 편성되는 측면이 컸다. 제조업공단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구로 · 영등포의 ‘옌볜거리’, 봉제공장을 중심으로 형성된 창신동/광희동의 남/중앙아시아인 집거지구, 화교와 러시아 선원을 대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부산 초량동의 ‘상하이거리’와 ‘러시아 텍사스’ 등 지구화 시대 재한동포들의 ‘과국적 이동’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특정한 동포의 정체성은 특정한 장소와 연결된다(262~272쪽). 특이한 점은 서래마을 프랑스타운이나 이촌동 재팬타운 같은 ‘외국인 이주자’ 커뮤니티가 고유의 문화와 특색을 가진 독립된 공간, 내국민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공간으로 인식되는 반면, 재한동포들의 커뮤니티는 생계를 위해 ‘체류’하는 사람들의 공간, 독특한 문화를 보유하고는 있지만 내국민의 생활권과는 확실히 구분되는 공간 정도로 생각된다는 점이다. 이는 하나의 도시공간이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정체성에 따라 “격리된 채 구조화”되고, 그 영역들 사이에 “상징적 경계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나타낸다(286쪽).
모든 사회에는 길든 짧든 일정 지역을 점하여 ‘머무는’ 외국인들 그리고 동포들이 있다. 이들은 그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소통하고 교류하기 위해 끊임없이 정보와 문화를 습득한다. 그리고 서로 다른 사회적 환경으로부터 발견되는 차이를 확인하며 스스로의 위치를 고민한다. 따라서 내부인(내국민) 역시 고국인 한국으로 이동한 동포들을 이방인으로 간주하기 전에 그들과 한국 사회의 다양한 차이점들을 확인하여 서로 간의 이해 가능한 접점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이방인이 아닌 한겨레로서의 민족적 구성원들과 진정한 소통을 일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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