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이 만난 사람] 야나기마치 이사오(柳町 功) 게이오대학 교수
Aug 23, 2014 at 2:51 오후|Category: PEOPLE, 리더&피플|No Comments
일본인 교수의 눈에 비친 삼성
야나기마치 이사오(柳町 功) 게이오대학 교수
이 세상에서 가장 한국의 삼성을 사랑하는 일본 교수가 있다. 박사 학위 논문으로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기업가 정신에 대해 다뤘을 정도로 ‘삼성(SAMSUNG)매니어’다. 그가 바로 지금 연세대학교의 객원교수로 나와 있는 야나기마치 이사오(柳町 功) 게이오대학 교수다. 야나기마치 교수는 80년대 중반부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이병철 회장의 삼성과 이건희 회장의 삼성을 모두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그리고 삼성이 3세경영 시대를 눈앞에 둔 지금, 현대경영 편집위원회는 ‘일본인 삼성 전문가’ 야나기마치 교수를 ‘발행인이 만난 사람’ 칼럼에 모셨다.
삼성은 따라 배울 수 있는 교과서가 없는 선두기업이다
박동순 발행인: 안녕하세요. 교수님께서는 2010년 ‘이병철 삼성 창업주 탄생 100주년 심포지엄’에서 “삼성은 따라 배울 수 있는 교과서가 없는 선두기업”이라고 격찬했는데, 삼성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야나기마치 이사오 교수:삼성과의 인연은 80년대 중반, 게이오대학원에서 경영사를 연구할 때 석사논문 주제로 한국 재벌기업의 역사를 다루기로 결정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저는 일본 재벌에 대한 역사를 공부하면서 논문 주제에 대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한국 재벌을 공부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왜냐면, 80년대 중반은 한국이 개발도상국에서 중진국으로 도약하는 시기로, 발전해나가는 모습이 뚜렷하게 보이는 아주 매력적인 시기였죠. 한국 기업에 대해 공부하기로 마음먹은 이후, 연구 대상으로 한국 경제 중심에 있는 삼성에 눈이 갔습니다. 저는 삼성을 공부하면 한국 경제나 한국에 대해서 바로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삼성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저는 기업 경영, 특히 사람 중심의 경영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기 때문에 이병철 삼성 창업주에게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84년을 즈음해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삼성에 대해 공부하다가 88년부터 연세대학교에 유학을 갔습니다. 그 당시에는 참 데모가 많았던 것이 기억납니다. 1987년 6월 29일, 이른바 6.29선언을 맞아 사회가 급속도로 변화하던 시기였죠. 또 87년 11월 19일에는 이병철 회장님이 돌아가시면서 삼성에 있어서도 이건희 2대 회장의 시대가 열리는 변혁기였습니다. 사회가 변하고, 삼성의 신세대가 시작하는 그런 과정을 저는 피부로 겪었습니다. 참으로 삼성과는 인연이 깊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발행인: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야나기마치 교수: 저는 삼성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경영사를 배우던 시절 ‘재밌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삼성의 태동기는 지금처럼 시장이라는 것이 확립되어 있는 상태에서 경영학에 근거한 경영 활동을 벌일 수 있는 비즈니스 시대가 아니었습니다. 정치계의 변동이 심했던 데다 전쟁도 끼어 있었습니다. 그만큼 한국이란 나라 전체가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이병철 회장이 삼성을 창업하고 발전시킨 것인데,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이회장은 승승장구하며 기업을 키우지 않았습니다. 좌절하고, 쓰러지면서도 다시 일어나고, 재건하고, 성장했습니다. 대단한 개척정신과 도전정신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죠. 그러면서 이회장은 세 가지의 경영철학을 세웠습니다.
그는 첫 번째로 ‘사업보국(事業報國)’을 들었습니다. 사업을 통해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뜻을 세운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인재제일(人材第一)’입니다. 삼성사관학교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삼성은 인재를 중요시 여깁니다. 이 같은 삼성의 기업문화는 이회장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1950년대 말, 다른 회사들이 하지 않았단 공개채용 제도를 이회장이 최초로 시행했습니다. 우수한 인력을 찾고 훈련시켜서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인재경영을 시작한 것이죠. 제가 생각하기로, ‘몸은 하나밖에 없다’는 한계를 잘 알고 계셨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회장은 언제나 인재가 제일이라는 생각을 갖고, 인재에 대한 대단한 욕심을 가졌던 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합리추구(合理追求)’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합리란 단순히 숫자로 표현되는 합리가 아니라, 모든 기업 경영이라는 것을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일례로 이회장이 후계자로 지목한 이가 장남과 차남이 아닌, 삼남인 이건희 회장이었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가업은 장남이 이어야 한다’는 개념이 있다 하더라도 기업 경영 차원에서 능력 있는 사람을 첫 번째 안으로 생각을 한 것입니다. 이회장의 합리는 오너가를 대상으로도 예외가 없었던 것이죠.
기업가 정신이란 한마디로 혁신을 이끄는 사람이다
발행인: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기업가 정신’이란 무엇입니까.
야나기마치 교수: 간단히 말하면 혁신을 이끄는 사람입니다. 지금까지 시장에 없었던 물건을 개발해서 시장에 공급하는 것이 대표적인 기업가의 모습입니다. 일본의 예로는 소니의 ‘워크맨’이 있습니다. 워크맨이 등장하면서 음악은 방 안에서 가만히 듣는 것이라는 인식이 송두리째 바뀌어 버렸습니다. 걸어 다니며 음악을 듣는 새로운 문화를 만든 것입니다. 이처럼 지금까지 생각지 못했던 물건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이 바로 혁신이고, 이런 기능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기업가입니다.
한국에서는 바로 이병철 회장이 대표적인 기업가에 해당합니다. 이회장은 1950년대 제일제당을 만들며 설탕의 국산화를 이끌었습니다. 이회장은 무역에 치중해 있던 그 당시 한국 경제를 보면서 ‘무역만 하면 외화가 없어지니 안 되겠다’라고 생각, 제조업을 시작했지요. 그 당시 한국시장에 존재하는 설탕은 원조물자로 들어온 물품밖에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아주 대단한 혁신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혁신을 이끈 기업가도 한 번의 성공에 안주해 버리면 일회성 기업가로 끝나게 됩니다. 기업가라는 것은 스티브 잡스처럼 새로운 개념으로 계속 노력하고, 도전하는 이들입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통틀어 가장 주목해야 하는 것은 바로 기업가라고 생각합니다.
발행인이 만난 사람
글_ 성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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