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뛰어난 점
어제 Jong-joo Jeong 뿌리와이파리 대표께서 페북에 박유하 교수를 상대로 벌인 민사소송에서 패소한 원고측이 항소하지 않아 확정됐다는 글을 올렸는데요.
오늘자 조간에 조선일보가 기사로 썼네요. 이를 계기로 지난 11년간의 민형사소송을 돌아봤고요. "토론 대신 학자 악마화는 잘못"이라는 핵심 메시지를 제목으로 올렸네요.
기사의 계기가 된 건 물론 소송 종결 소식을 알린 정종주 대표의 글이었을 텐데요.
모든 기자가 이 글을 보는 것도 아니고, 그 글을 본다고 해서 누구나 기사를 쓰는 것도 아니고, 기사를 쓴다고 해서 저렇게 11년간의 민형사소송을 개괄하며 핵심 메시지를 제목에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죠.
이걸 해내는 게 바로 조선일보의 뛰어난 점이고, 다른 매체들이 여전히 흉내내지 못하는 점이죠. 출입처 보도자료에 의존하느라...
- '어떻게 한국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 전문기자 1명이 없을 수 있느냐'
- '정의연(구 정대협)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길 게 아니라 그들의 주장을 왜 검증하려고 하지 않느냐'
- '박유하 교수 판결문을 꼼꼼히 읽어보고 기사를 쓰는 기자는 없는 것이냐'
탈북자 문제를 취재할 때도 저 비슷한 얘기를 수도없이 들었습니다만...항공 사고 때도 마찬가지고요.
현실에선 이 모든 게 가능하고, 엄연한 현실이니...
P.S 일본군 위안부 문제 전문기자가 없다보니 생기는 웃픈 일 중 한가지가 바로 피해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마다 기사 제목에 등장하는 '생존자 0명 뿐'이라는 구절입니다.
군위안부로 동원된 할머니는 수천~수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심지어 일각에선 20만명일 거라는 주장도 있었는데요. 이 피해 할머니를 전수 조사한 적은 없고, YS 때 생계 보조를 해주겠다며 정부 등록을 받은 숫자가 고작 240명. 그중 상당수가 돌아가시고 0명 남았다고 해서 '생존자 0명 뿐'이라고 쓰고 있는 거죠. ㅠ
지난 1월 ‘제국의 위안부’의 저자 박유하(68) 세종대 명예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서울고법 판결이 확정된 것으로 20일 전해졌다. 박 교수는 작년 4월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형사 사건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데 이어, 민사 사건에서도 배상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받은 것이다. 박 교수와 ‘제국의 위안부’를 둘러싼 민형사 소송은 무려 10년 7개월 만에 끝이 났다.

이 사건은 박 교수가 2013년 8월 ‘제국의 위안부’를 출간하면서 시작됐다. 이 책은 ‘위안부의 불행을 낳은 것은 식민 지배, 가난, 가부장제, 국가주의라는 복잡한 구조였다’ 등 위안부 문제에 대해 종전과는 다른 서술로 논란이 됐다. ‘위안부 문제를 보는 폭넓은 시각을 제시했다’는 호평도 받았지만, ‘일본의 국가적 책임을 경시하는 잘못된 논점을 담았다’는 부정적 평가도 받았다. 2014년 6월 고(故) 이옥선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들은 “책에 쓰인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박 교수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에 나섰다.
박 교수는 10여 년간 이어진 법정 공방 끝에 모든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게 됐다. 심급별로 판결이 엇갈리긴 했지만, 박 교수는 민형사 소송에서 모두 “학자의 표현 자유가 존중돼야 한다”는 법원 판결을 받아냈다.
민사재판 1심은 2016년 박 교수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9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2심은 이를 뒤집었다. 서울고법 민사12-1부(재판장 장석조)는 지난달 22일 “박 교수의 견해는 학계·사회의 평가 및 토론 과정을 통해 검증함이 바람직하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상고하지 않으면서 이 판결은 지난 19일 확정됐다.
박 교수는 형사재판에서도 허위 사실이 아닌 학문적 의견을 표현했다는 판단을 받았다. 검찰은 2015년 11월 책에 나온 ‘위안부의 자발성’ 등 표현 35개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박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박 교수는 2017년 1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같은 해 10월 2심에서 벌금 1000만원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2023년 10월 “책 속 표현은 학문적 주장 또는 의견으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고, 작년 4월 파기환송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박 교수는 20일 지인들에게 “(재판이 끝난 건) 긴 시간 함께해주시고 도와주신 분들 덕분”이라며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도, 책의 삭제판을 되돌리는 가처분 재판이 남았다고 덧붙였다. 법원이 2015년 위안부 피해자들이 낸 출판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문장 34개가 삭제된 채 책이 출간되고 있다.
학자들은 대체로 “학문적으로 자기 의견을 말한 학자를 법정에 세웠던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명교 연세대 명예교수는 “일본 제국주의·친일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힌 사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하는데, 특정 학자를 악마화했던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심지연 경남대 명예교수는 “1인당 국민소득이 일본을 추월한 상황에서, 친일·반일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 일본 콤플렉스에 따른 피해자 의식을 벗어날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했다. 한때 해당 책을 비판했던 임지현 서강대 석좌교수도 “이번 재판 결과는 학문적인 영역에 대한 정치적 개입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회의 상식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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