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민하고 있는 것이 이 책 속에 다 있다.
더할 것도 덜 것도 없는 이 책을 읽은 감상이라기보다, 내 자신에 대한 정리(이렇게라도 적지 않으면 안 할 것 같아서).
1. "뭉텅이 시간"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왜 이리 속도가 늦어질까, 고민이 많았는데 저자는 "뭉텅이 시간"이 있어야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 이 책을 읽는 것이 출발점이 되었으니, 이제 조금씩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급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지금 모든 것을 올스탑하고 있다. 과제를 하나 끝냈으니, 도움을 준 사람들을 위해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최소화하고 있다(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나). 무엇보다도 학위논문 수정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2. "과감하게 덜어내라"
그렇다. 난 이 과제에 성공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어쨌든 시간은 오래 걸릴 것 같다. "과감하게 덜어내라"라고 하는 것은 '핵심은 남기라'는 말과 같다. 이제서야 조금 뭘 남기고, 뭘 정리해야 하는지가 머릿속으로 정리가 되고 있는데, 새로 정리해야 할 부분이 생각난다.
아직 학위논문 중에서 공간할 부분이 약 4편 정도 남았다. 남겨야 하는 부분을 먼저 공간하고, 고쳐나가는 작업을 생각하고 있다. 핵심 키워드도 더 명확하게 만들어가면서.
내 석사학위논문과 박사학위논문의 주제는, 조금 다르기는 했지만 어쨌든 식민지 '공공성'론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꼭 이것을 다 설명할 필요는 없다. 현재로서는 내 글의 3단 구성을 전부 넣기보다, 하나의 소재로 모으는 것이 어떨까 고민하고 있다. 무엇이 가장 '재미'있을까 고민 중이다.
3. 사람 이야기
사람 이야기가 재미있다는 것은 이 책의 저자(손영옥) 이야기이기도 했구나.
저자는 여기서 논문의 틀은 유지하되, 사람 이야기를 간간히 섞어서 넣고 있다. 모델이 되고 있는 『미술시장의 형성』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그 절충안을 활용할 수도 있겠다.
다만 이 글에 나오는 사람들은 잘 알려진 사람들인데, 내 글에 나오는 사람들 중 어떤 사람들을 이야기하면 조금 더 눈길이 갈까. 『낯선 삼일운동』 같은 책도 있지만, 그건 '낯선' 사람이어도 '낯설지 않은' 사건에 기반을 둔 것이다. '낯선' 것을 설명하기 위한 '낯설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 결국은 개신교일까?
더할 것도 덜 것도 없는 이 책을 읽은 감상이라기보다, 내 자신에 대한 정리(이렇게라도 적지 않으면 안 할 것 같아서).
1. "뭉텅이 시간"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왜 이리 속도가 늦어질까, 고민이 많았는데 저자는 "뭉텅이 시간"이 있어야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 이 책을 읽는 것이 출발점이 되었으니, 이제 조금씩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급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지금 모든 것을 올스탑하고 있다. 과제를 하나 끝냈으니, 도움을 준 사람들을 위해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최소화하고 있다(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나). 무엇보다도 학위논문 수정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2. "과감하게 덜어내라"
그렇다. 난 이 과제에 성공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어쨌든 시간은 오래 걸릴 것 같다. "과감하게 덜어내라"라고 하는 것은 '핵심은 남기라'는 말과 같다. 이제서야 조금 뭘 남기고, 뭘 정리해야 하는지가 머릿속으로 정리가 되고 있는데, 새로 정리해야 할 부분이 생각난다.
아직 학위논문 중에서 공간할 부분이 약 4편 정도 남았다. 남겨야 하는 부분을 먼저 공간하고, 고쳐나가는 작업을 생각하고 있다. 핵심 키워드도 더 명확하게 만들어가면서.
내 석사학위논문과 박사학위논문의 주제는, 조금 다르기는 했지만 어쨌든 식민지 '공공성'론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꼭 이것을 다 설명할 필요는 없다. 현재로서는 내 글의 3단 구성을 전부 넣기보다, 하나의 소재로 모으는 것이 어떨까 고민하고 있다. 무엇이 가장 '재미'있을까 고민 중이다.
3. 사람 이야기
사람 이야기가 재미있다는 것은 이 책의 저자(손영옥) 이야기이기도 했구나.
저자는 여기서 논문의 틀은 유지하되, 사람 이야기를 간간히 섞어서 넣고 있다. 모델이 되고 있는 『미술시장의 형성』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그 절충안을 활용할 수도 있겠다.
다만 이 글에 나오는 사람들은 잘 알려진 사람들인데, 내 글에 나오는 사람들 중 어떤 사람들을 이야기하면 조금 더 눈길이 갈까. 『낯선 삼일운동』 같은 책도 있지만, 그건 '낯선' 사람이어도 '낯설지 않은' 사건에 기반을 둔 것이다. '낯선' 것을 설명하기 위한 '낯설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 결국은 개신교일까?
All reactions:
31You and 30 others2 comments
1 share
Like
Comment
김희중
대중서 한 권 쓰실? 예전부터 연구 내용 보면서 '친일과 반일 사이'를 주제로 책을 내보면 어떨까 생각해봤는데
주동빈
김희중 오 제가 고민했던 어떤 제목보다 직관적이네요.
그러고 보니 논문도 못 드렸네요. 시간 될 때 찾아뵙고 드리고, 내막도 말씀드릴게요. 연락드리겠습니다. ^^
====
손영옥
내 논문을 대중서로 - 친절한 글쓰기를 위한 꿀팁 18가지
손영옥 (지은이)푸른역사2022-05-29



































미리보기
정가
15,900원
판매가
14,310원 (10%, 1,590원 할인)
마일리지
790원(5%) + 멤버십(3~1%)
+ 5만원이상 구매시 2,000원

배송료
유료 (도서 1만5천원 이상 무료)
수령예상일
양탄자배송
지금 주문하면 내일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중구 서소문로 89-31 기준) 지역변경
Sales Point : 334

카드/간편결제 할인

무이자 할부

소득공제 650원

수량
264쪽
책소개
지식의 대중화를 위해 긴요한 내용을 다룬 책이다. 학술 논문 중에는 그대로 묻히기가 아까운, 흥미롭고 유익한 것이 많다. 한데 책으로 만나면 잘 읽히지 않는다. 이 책은 학술 논문의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보다 널리, 끝까지 읽히도록 하는 노하우를 담았다.
이 책의 뼈대는 지은이의 체험이다. 지은이는 아동서에서 교양서까지 여러 책을 낸 경험이 있다. 여기에 실제 학위논문을 탈바꿈시킨 《미술시장의 탄생》으로 2021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도서에 선정된 성과가 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베테랑 기자인 지은이는 ‘취재’로 살을 보탰다. 목차를 윤색해 가독성을 높인 《일상의 공간과 미디어》의 최효찬, 스토리텔링을 더해 대중의 구미를 당긴 《초상화, 그려진 선비정신》의 이성낙 등과의 대화를 통해 완성도를 높였다. 덕분에 연구자들을 위한, 살아있는 조언이 탄생했다.
목차
들어가며
1. 원고 쓰기 전 살펴볼 몇 가지
1. 논문이 있다면 5부 능선에 오른 것
2. 논문과 단행본은 다르다
3. 학술서? 교양서? … 콘셉트부터 정하자
4. 내 책에 맞는 출판사 구하기
5. 첫걸음은 기획서
6. 뭉텅이 시간이 필요해
2. 원고 쓰기 꿀팁 18
1. 서론과 결론은 과감하게 덜어내라
2. 목차는 솔깃하게
3. 이야기를 입히자
4. 서사의 디테일은 맛난 ‘양념’
5. 각주의 송이밭을 캐라
6. 첫 문장으로 승부하라
7. 처음은 늘 가볍고 설레게
8. 중언부언하지 마라
9. ‘가분수 문장’을 없애라
10. 학술 용어의 엄중함은 지키되 쉽게 써라
11. 고증이 어렵다면 돌아가라
12. 인물 이야기가 읽힌다
13. 유명인은 ‘보약’
14. 새로운 주인공을 만들자
15. 대중문화 코드는 ‘감초’
16. 요새 이야기로 친근감을
17. ‘액자’를 활용하라
18. 결론은 새로 쓰는 마음으로
3. 원고를 넘기고 나서
1. 출판인 머리 못 따라간다
2.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3. 그래도 최종 책임은 저자 몫
4. 그 밖에 알아두면 좋을 것들
참고 자료: 서평 1․2
접기
책속에서
P. 16 책 내는 것은 욕망만으론 안 됩니다. 내가 쓴다면 저것보다 더 잘 쓸 것 같은데, 쓰레기통으로 가야 할 내용을 가지고 버젓이 저자 행세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질투가 부글부글 끓는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안 됩니다. 구체적으로 ‘뭘 쓰고 싶다’는 욕망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P. 19 책을 내려면 쓰고 싶은 무엇이 생기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렇게 되면 저자가 되는 과정의 3부 능선을 지난 셈입니다. 나아가 목차까지 구성할 수 있다면 5부 능선을 넘었다고 볼 수 있지요.
P. 20 논문을 쓰는 것과 단행본을 쓰는 건 완전히 다릅니다. 전혀 다른 세계입니다. 집필 목적이 다르고 타깃으로 삼는 독자가 다릅니다. 글 쓰는 형식도 염두에 둔 독자층에 맞춰 자연스레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독자층이 다른 글을 바꾸어 쓴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P. 22 논문을 단행본으로 낼 때는 독자층, 즉 수요층이 달라졌다는 새로운 조건을 직시해야 합니다. 단행본의 독자는 연구자가 아니라 일반 독자입니다. 논문은 꼭 필요한 일이라서 재미없는 논문도 스스로 찾아서 읽지만 단행본은 그렇지 않지요.
P. 23 몸통만 남기고 머리와 꼬리는 잘라라. 제일 처음 이걸 염두에 두라고 말하고 싶군요. 서론․본론․결론의 삼단 논법구조로 된 논문 형식에서 서론과 결론을 과감히 쳐내라는 뜻입니다.
더보기
추천글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문화일보
- 문화일보 2022년 6월 10일자 '이 책'
동아일보
- 동아일보 2022년 6월 18일자 '책의 향기/뒷날개'
저자 및 역자소개
손영옥 (지은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미술평론가이자 미술사가, 저널리스트. 서울대학교에서 「한국 근대 미술시장 형성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2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미술평론(필명 손정)으로 당선된 이후 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현재 국민일보에서 논설위원 겸 문화전문기자(국장 대우)로 일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미술사 강의를 했고, 홍익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등에서 ‘페미니즘 미술’ ‘한국 미술시장의 탄생’ 등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EBS TV, 세종문화회관 등에서 미술사와 컬렉팅 관련 대중 강연을 했다.
저서로 『거리로 나온 미술관』 『미술시장의 탄생』 『아무래도 그림을 사야겠습니다』 『한 폭의 한국사』 『조선의 그림 수집가들』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 「단색화 새로 읽기: 포스트 식민주의와 글로벌리즘 사이」 등을 썼다. 접기
최근작 : <[큰글자도서] 이건희 홍라희 컬렉션>,<이건희 홍라희 컬렉션>,<내 논문을 대중서로> … 총 10종 (모두보기)
출판사 소개
푸른역사
도서 모두보기
신간알리미 신청
최근작 : <여성사, 한 걸음 더>,<도시를 거닐면 일본사가 보인다>,<다시, 제노사이드란 무엇인가>등 총 317종
대표분야 : 역사 5위 (브랜드 지수 587,577점)
출판사 제공 책소개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 독자 품으로
학술 논문에 대중성 입히기 A to Z
연구자와 교양인 모두를 위한 ‘선물’
‘왜 이제야 나왔을까’ 싶은 책이다. 지식의 대중화를 위해 긴요한 내용을 다뤄서다. 학술 논문 중에는 그대로 묻히기가 아까운, 흥미롭고 유익한 것이 많다. 한데 책으로 만나면 잘 읽히지 않는다. 자기들만의 용어로, 동료 연구자들이나 읽으라고 낸 듯한 책을 읽노라면 ‘어쩜 이렇게 재미있는 내용을 논문처럼 재미없고 딱딱하게 서술했을까’ 하는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적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학술 논문의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보다 널리, 끝까지 읽히도록 하는 노하우를 담았기에, 논문 저자와 독자 모두를 위한 ‘선물’이랄 수 있다.
경험과 ‘취재’가 어우러진 실전용
이 책의 뼈대는 지은이의 체험이다. 지은이는 아동서에서 교양서까지 여러 책을 낸 경험이 있다. 여기에 실제 학위논문을 탈바꿈시킨 《미술시장의 탄생》으로 2021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도서에 선정된 성과가 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베테랑 기자인 지은이는 ‘취재’로 살을 보탰다. 목차를 윤색해 가독성을 높인 《일상의 공간과 미디어》의 최효찬, 스토리텔링을 더해 대중의 구미를 당긴 《초상화, 그려진 선비정신》의 이성낙 등과의 대화를 통해 완성도를 높였다. 덕분에 연구자들을 위한, 살아있는 조언이 탄생했다.
문장론을 뛰어넘는 책 쓰기 ‘모범 답안’
부제는 ‘친절한 글쓰기를 위한 꿀팁 18가지’이지만 책은 단순한 문장론을 넘어선다. 물론 책의 고갱이는 ‘가분수 문장을 없애라’, ‘첫 문장으로 승부하라’ 같은 글쓰기 요령이나 ‘서론과 결론은 과감하게 들어내라’, ‘각주의 송이밭을 캐라’처럼 매력적인 팁이 담긴 2부이다. 지은이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갔다. 1부에서 논문과 단행본은 무엇이 다른지, 자기 책에 맞는 출판사는 어떻게 찾는지 등 책 쓰기 전에 고려해야 할 요점을 짚어준다. 또 3부에선 편집자와 어떻게 소통할지, 저자로서 최종 책임을 진다는 자세 등 원고 작성 후 유념해야 할 사항을 일러준다. 한마디로 학술서의 ‘변신’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시하는 책이다.
생생한 사례 친절한 설명으로 쏙쏙
이 책은 으뜸 미덕은 잘 읽힌다는 점이다. 사례가 구체적이고 설명이 상세해서다. 이를테면 학술적 교양서 《서울 탄생기》의 목차와 모태인 논문의 그것을 직접 비교해 제목과 목차 잡기의 실례를 보여주는 식이다. “출판인 머리를 못 따라간다”며 자신의 전작 《미술시장의 탄생》 초고를 넘긴 뒤 편집자에게서 받은 피드백을 어떻게 반영했는지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한다. 이런 알짜 팁을, 입말 형식으로 담아내 연구실에 틀어박힌 잠재 저자들에게 면 대 면으로 차근차근 속삭여주는 듯하다.
지은이는 서문에서 “연구서를 책으로 내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는 맞춤한 출판사를 찾고, 저자 기근에 시달리는 출판사에게는 새로운 저자를 발굴하는 데 가교 역할을 하고, 인문학 출판시장을 풍요롭게 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책을 썼다고 밝혔다. 책을 덮을 때쯤이면 “(학술서가) 많이 팔리진 않더라도 끝까지 읽게는 해야지요”라는 그의 소망이 상당히 성취됐음을 느낄 수 있다. 접기
북플 bookple
로그인 하면 내가 남긴 글과 친구가 남긴 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로그인하기
마니아
읽고 싶어요 (1)
읽고 있어요 (3)
읽었어요 (2)
필요한 때에 나온 적절한 도움. 약간 예들이 저자의 전공 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이 아쉽다.
까칠교수 2022-07-04 공감 (2) 댓글 (0)
마이리뷰
구매자 (1)
전체 (1)
리뷰쓰기
공감순

문하수(文河水)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내 논문을 대중서로』
“선생님, 그래서 박논은 언제 책으로 내시나요??”
좋아하는 선생님들을 뵐 때마다 이렇게 여쭙곤 한다. 훌륭한 연구들을 빨리 책으로 읽어보고 싶어서다. 물론 박논을 인쇄해 스프링제본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 소위 ‘읽는 맛’이 살지 않는다. 그렇게 뽑아만 놓고 사물함에 쌓아둔 박논이 한 트럭이다. 게다가 박논은 “역사책 달리기”에 써먹을 수도 없고! 무엇보다 거칠고 딱딱한 논문이 아닌, 전문적인 편집을 거친 유려한 책을 원한다.
물론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다. “아, 제가 아직 공부가 부족해서요...” 박사까지 따셨는데 공부가 부족하다면 대체 얼마나 더 공부해야 책을 낼 수 있는 것일까? 5년? 10년? 일단 책을 내셔야 연재에 써먹는데, 나는 10년 뒤에도 “역사책 달리기”를 연재할 수 있을까? 아니, 다 떠나서 과연 10년 뒤에 책이란 게 남아있을까? 연구자가 아닌 독자인지라 이런 속도 모르는 얘기를 꺼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다. 결국 세상에 널리 읽히고 도움이 되라고 하는 연구일진대, 좀 ‘쉽게’ 내주시면 안 될까?
손영옥의 『내 논문을 대중서로』는 이런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 같다. 지은이는 문화전문기자이자 미술평론가로, 박사논문인 『한국 근대 미술시장 형성사 연구』(2015, 서울대)를 다듬어 『미술시장의 탄생』(2020, 푸른역사)을 퍼냈다. 기사와 논문, 평론은 물론 『한 폭의 한국사』(2012, 창비)처럼 청소년을 위한 교양서까지 쓴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책이 나온 푸른역사는 ‘대중학술서’란 말이 등장하기도 전에 이를 교양 독자에게 선보이며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한 역사출판계의 명가. 지은이의 패기와 출판사의 안목이 다시없을 책을 만들었다.
지은이는 『미술시장의 탄생』에 대한 관심을 되살리려는 마음이 책을 쓴 동기가 되었노라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실제로 이 책은 지은이가 박사논문을 대중학술서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을 뼈대로 삼고 있는 만큼, 읽다보면 감질나서라도 『미술시장의 탄생』을 한 권 사보고 싶어진다. (내가 그랬다!) 하지만 『내 논문을 대중서로』가 단순히 『미술시장의 탄생』의 홍보책자나 미끼상품만은 아니다. 전방위 글쟁이 손영옥이 아니라면 결코 들을 수 없었을, 유용하고 구체적인 ‘꿀팁’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많은 시대다. 이들 예비 작가를 위한 글쓰기 교본은 이미 쌔고 쌨다. 비단 ‘글 잘 쓰는 법’이 아니라 서평, 동화, 에세이에 이르기까지 형식과 내용에 맞는 교본을 골라잡을 수 있을 수 있을 정도로 ‘글쓰기에 대한 글쓰기 시장’은 포화 상태다. 그렇기에 이런 유의 책은 소위 ‘예제’와 ‘풀이과정’이 얼마나 상세한가에 성패가 판가름된다. 잘 팔리는 수학문제집도 다들 개념설명보다는 풍부한 문제와 자세한 해답을 기대하며 사보는 게 아니겠는가.
『내 논문을 대중서로』는 이 점에서 아주 독보적이다. 솔직히 손영옥이 제시하는 ‘꿀팁’은 그렇게까지 새롭지는 않다. 쉽게 쓰고, 스토리텔링으로 흥미를 돋우고, 편집자를 믿으면 된다. 대신 지은이는 풍부한 예제와 풀이를 통해 이 뻔한 과정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냈다. 앞서 이야기했듯 지은이가 박사논문을 대중학술서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이 이 책의 뼈대지만, 당연하게도 지은이는 자신의 책과 논문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최효찬의 『일상의 공간과 미디어』(연세대학교출판부, 2007)나 이성낙의 『초상화, 그려진 선비정신』(눌와, 2018), 송은영의 『서울 탄생기』(푸른역사, 2018)처럼 박사논문을 토대로 만든 다른 교양서도 적극 참고했다.
단순히 이런 책도 있다며 슬쩍 언급하고 넘어가는 수준이 아니다. 지은이는 자신의 책을 비롯해 참고자료로 사용한 모든 책들을 꼼꼼하게 해부한다. 목차를 비교하고, ‘꿀팁’이 어떻게 반영됐는지 일일이 찾아 대조하는 등 박사논문과 교양서를 부지런히 오간다. 얼핏 봐도 품이 꽤 많이 들었을 것 같은 작업이다. 여기에 더해 문화전문기자로 일하며 겪거나 들은 수많은 에피소드가 군데군데 감초처럼 들어가 있다. 심지어 마지막엔 (이 역시 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겠지만) 《한겨레》 이유진 기자와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의 『미술시장의 탄생』 서평까지 실었다. 논문, 학술서, 교양서, 기획서, 서평을 넘나드는 종합선물세트인 셈이다.
이러한 충실함은 책을 지은이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을 방향으로도 읽게 해준다. ‘논문을 대중서로’ 바꾸려는 연구자뿐 아니라 ‘대중서를 논문으로’ 바꾸려는 기자나 칼럼니스트에게도 유용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단 한 번도 논문을 써본 적이 없는 내가 책을 읽으며 마음에 새긴 대목도 (지은이가 그런 얘기를 쓰진 않았지만) 칼럼이나 서평 쓰듯 논문을 쓰면 안 된다는 점이었다. 물론 흠모하는 고태우나 정일영처럼 유려하고 문학적인 논문을 쓰는 연구자도 있으나, 최소한 학술적인 글에 걸맞은 문장과 구성, 전개가 있다는 사실은 확실히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꼭 글을 쓰려는 사람들뿐 아니라 글을 읽는 사람에게도 이 책은 좋은 길잡이가 되어준다. 단언컨대 읽기에 대한 가장 쉽고 훌륭한 교양서라 할 수 있는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에서 김성우와 엄기호는 ‘탑 쌓기’가 아닌 ‘다리 놓기’의 리터러시를 이야기한다. 다양한 매체의 성격과 특징을 이해하고 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잘 읽기’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책은 주로 영상과 활자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지만, 동시에 다양한 활자‘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글이라고 다 같은 글이 아니다. 어떤 내용을, 누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구성과 전개는 물론, 문체와 예시까지 달라진다.
『내 논문을 대중서로』는 글이 가진 그러한 결을 이해하는 최고의 안내서다. 마치 빛을 분산시켜 여러 색으로 펼쳐내는 프리즘처럼, 이 책은 하나의 이야기가 장르에 따라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가를 친절하고 자세하게 보여준다. 장르에 따른 글의 특성을 파악하고, 여기에 맞춤한 읽기를 연마해간다면 ‘논문을 대중서로’든 ‘대중서를 논문으로’든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잘 쓰는 법에서 시작해 결국 잘 읽는 법으로 되돌아오며, 다시 잘 오가는 법으로 나아간다. 연구자와 작가, 독자와 편집자에 이르기까지, 글의 바다를 여행하는 모든 히치하이커를 위한 발랄한 가이드북이 지금 막 도착했다.
- 접기
유찬근 2022-06-11 공감(1) 댓글(0)
Thanks to
공감

No comments:
Post a Comment
Note: Only a member of this blog may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