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대한 생각]
여행을 좋아하는데, 긴 시간을 쓸 수 없는 사정 탓에 어쩌다 보니 지금껏 가장 많이 가본 나라가 '일본'이다. 놀러가기도 하고 일로도 갔다.
1. 대마도는 물론, 일본의 남단 아에야마 제도에서 북단 북해도 유빙이 내려오는 땅까지 일본의 자연을 둘러 봤다고 하면, 일본 사람들도 놀란다. 일본의 대자연을 보고 나서야, 나는 그 땅에서 사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어떤 생각이 깃들 수 있는 것인지, 그게 한반도라는 자연 속에 살아 온 우리네와는 어떻게 다를 수 있는 것인지, 그들의 문화와 예술 속에서 어떻게 꽃피우게 된 것인지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일본은 '바람, 바다, 불'의 나라라는 것을, 화려하게 피어 올랐다 뜨겁게 질 수 있는 그 무언가를 품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직접 가 보아서 그 지역에 대한 이해가 넓어질 수록 그 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커지는 것은, 여행이 주는 가장 큰 축복이다.
2. '일'로 간 것은 주로 일본 변호사들과의 교류였다. '2000년 일본군 성노예 전범 여성 국제 법정'에 참여하고자 도쿄를, 반핵운동을 하는 히로시마 변호사들과 만나려고 히로시마를, 노동자를 위해 활동하는 변호사들 만나려고 오사카를, 미군기지에 반대하는 변호사들을 만나러 오키나와를 갔다. 일본 한센인 피해자 소송을 이기고 한국 피해자들을 도와주러 온 일본 변호사들을 한국에서 만나기도 하였다. 우리 사회가 군위안부피해자할머니들을 제대로 돌아보지 않을 때에 먼저 손을 내밀고 거액의 돈을 모아 군위안부피해자를 기리는 전쟁과 여성 박물관을 짓도록 해 준 것도 일본의 양심적 시민들이었다. 일본의 보수 정치세력이 평화헌법을 개정하고자 끊임없이 시도할 때마다, 평화헌법개정 반대를 목메어외치는 사람들이 그곳에도 많이 있음을, 그 연대를 확인할 때마다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이처럼 좋은 사람들이 마음 편하게 상대방을 바라볼 수 없도록 하는 한일양국의 정치 상황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3. 몇년전 아스카, 나라와 교토 지역을 돌아보며 천년 전 이 땅과 저 땅에 사는 사람들이 평화롭게 오갔던 시대가 있었음을, 문명과 문화의 숨결이 한반도에서 건너가 일본에서 독자적인 문화로 꽃피웠음을 확인하면서, 새삼, 왜 우리 한일관계는 어느 한 시기 불행했던 과거의 역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를 거듭 생각해 보게 되었다.
4. 아무쪼록 현재의 한일 관계는 하루라도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 역사의 비극을 딛고 우리의 자녀들을 위해 양국의 평화를 지향하는 교류의 문이 더욱 활짝 열려야 한다.
5. 그를 위해서는 일본을 더 이해하고 한국을 더 이해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양국에서 활동해야 하는게 당연하다. 그러면, 그 사람들이 " I love Korea" 라고 하고 " I love Japan"이라고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제국주의를 찬양하고 일본의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사람들을 통렬하게 비판할 지언정, 그럼에도 그 내부에서 끊임없이 평화와 인권을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이 있는 그 공동체 전부를 싸잡아 돌팔매질을 하면서, 우리 스스로 평화의 길로 나아가는 문을 닫아 잠그려는 '대중적 광기'에 휩싸이지 말기를, 그에 적극 저항하기를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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