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석
9 May at 11:22 ·
손민석
9 May at 11:52 ·
서경식의 <나의 조선미술 순례>를 읽고 있다가 덮었다.
예전부터 서경식의 글을 읽을 때마다 자주 뭔가 박탈당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열등감이라 해야 하나 그런 감정이 많이 들어서 읽기가 거북했다. 나는 그림을 보고 한번도 감정적으로 크게 동해본 적이 없는데 서경식의 글을 읽다보면 이 사람은 정말로 그림과 음악, 예술에 감동하는구나 싶어서 뭔가 괜시리 억울해진다.
저렇게 예술을 보고 비평할 수 있는 능력을 어떻게 갖추게 된 걸까. 단순히 돈의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어려서부터 꾸준히 문화예술적인 것들을 향유한 데서 나오는 것이겠지.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예술도 즐겨본 사람이 즐길 줄 아는건데, 예술적으로 문외한인 내가 봐도 뭘 아나.
나는 신윤복 그림을 봐도 그냥 그렇다. 솔직히 말해서 유럽이나 중국 가서 그림을 봐도 딱히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차라리 건물이나 도자기를 보고 감탄하면 했지.
그런데 서경식 글에 보면 신윤복 그림을 보고 넋을 잃어 침이 흐를 지경이라고 하니, 읽을수록 뭔가 내 자신이 지니고 있는 빈약한 예술적 감성이 드러나는 것 같아서 부끄럽고 괜히 분하다.
예전에 드라마에서도 재벌 출신 주인공이 막 회사 이사 사모님 코를 눌러준다고 미술관 데려가서 작품 비평하고 그러는 걸 보면서 속시원하다는 것보다
그렇게 노력해서 대기업 이사직까지 올라가도 그림을 볼 줄 몰라 무시당하는 그 모습에 되려 비참함만 느껴졌는데 그런 것 같다. ‘태생이 달라’라는 느낌이랄까. 열등감과 억울함이 참 어지간히도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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