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07

일제시대판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1929-1935)

비싼 어묵 我很好奇







유념(流念)

일제시대판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를 통한 시대별 관심사의 탐구 - 1


고산묵월2013.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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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9월 24일에 개설한 동아일보의 '응접실' 란이 있습니다.


독자들이 이것저것 궁금한 점이나 조언받고 싶은 것을 적어서 우편으로 보내면 그걸 간추려 정리한 뒤,
각 부문의 기자들이 한데 모여 답변을 작성, 지면 한구석에 게재한 코너였습니다.
사실 제목에 일제시대판, 이라고 적기는 했는데 이게 상당한 장수 코너라서 최소한 1958년까지도 남아 있었죠.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일반상식 쪽도 있지만 진로결정이라거나 유행 등에 대한 문의도 있어서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어요.
한번 보죠 그럼(당시의 말투는 그냥 보기 편하게 조정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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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9월 24일

기자와 독자의 친분을 두텁게 하고자 응접실을 개방합니다. 면회시간 제한 그런 거 없으니 안심하시고요.
1년 365일 5시간 48분 46초 동안 언제든 찾아오셔서 말씀 주십시오. 무슨 화제를 갖고 오셔도 상관없습니다.

독자Q :
세계에서 제일 비싼 술은 무엇인가요?
기자A :
듣고 취하지나 마시라! 한 잔에 135만원짜리 백포도주가 독일 함부르크 부근 브레멘 시청에 보관되어 있답니다.
이름은 "루-데쓰하이메르" 라 하며 1635년에 빚은 술이라니 삼백년 동안 원가에 복리계산을 했나 보지요.

* 설문

ㅈ기자 :
여자의 가의(價義) 는 무엇인지?
ㅂ기자 :
낡은 맥고모자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가장 좋은 답변을 주신 분을 추첨하여 소정의 사은품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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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의 135만원이면 지금 돈으로 170억에 육박한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그것도 글라스로 저 가격인데 이게 레알입니까?[…]
2013년 기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술은 헨리 4세 두도뇽 코냑으로 병당 22억 정도의 저렴한[?] 넘입니다.
그나마도 다이아몬드와 순금으로 장식된 기념용기 가격을 빼면 정작 술 가격은 상당히 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덤으로 하는 얘긴데, 원래는 화려한 술병에 회사의 주력제품이던 데킬라를 넣어서 판매하려 했으나,
데킬라처럼 격이 낮은 술을 그런 가격에 구입하지 않겠다는 고객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코냑으로 교체했다는 후문….

와인경매사이자 평론가 마이클 브로드벤트가 저술한 빈티지 와인이라는 책을 보면,
1653년에 주조하여 보관하기 시작한 술통들이 브레멘 시청 와인셀러에 봉인되어 있다고 적혀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관련 기록들을 찾아보면 가장 오래된 1653 빈티지는 전혀 마실 수가 없는 상태라고 하니 꽝이죠.
그리고 그 다음으로 오래된 술이 바로 Rüdesheimer Apostelwein(뤼데샤이머 아포스텔바인).
위의 루-데쓰하이메르와 같은 물건으로 추정됩니다. 이넘은 1727년산. 최근 경매낙찰가가 $1300…잉?
기자가 풍문을 어디서 들어가지고 부풀려 적었나 보네요. 어쨌든 정보독점계급이니 들킬 염려도 없겠다.

설문에서 가의(價義) 는 정의(定義) 의 인쇄실수라고 다음날 기사에 떴습니다.
어떻게 이런 오타가 날 수 있는 것이지…신기하네요.

이후 연재분부터는 연도별로 눈에 띄는 것만 간추려서 올리겠습니다.
근데 재미있는 게 꽤 많아서 상당히 길어질 것 같네요[앞산]


-1930년

독자Q :
과학이 대두하는 세상이니 과학적으로 예언 한마디 해주시지요. 조선사람인 제 소원이 앞으로 얼마나 지나야 이뤄질까요?
하도 먼 훗날이라면 차라리 쓰지 말아주세요. 기절할지도 모르니까.
기자A :
기절까지 해서야 쓰겠습니까?
기자의 말보다도 예수 말씀을 빌리자면, "구하는 이마다 얻을 것이요. 찾는 이가 찾을 것이요" 라더군요.


독자Q :
爲富不仁爲仁不富 仁棄富乎 取富棄仁乎?
(부를 쌓으려면 어질지 못하게 되고, 착해지려니 치부를 못하게 되는군요.
인간임을 포기하고 부자가 될까요, 아니면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될까요?)
기자A :
그거 참 어려운 갈래길을 고르셨습니다 그려.
그런데 그거 아시는지? 빈부의 원인은 도덕뿐만이 아니라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요즘 세상에 많이 떠도는 '계급론' 이라거나 하는 것도 그런 부분이지요.
가난함이 인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닌 이상에야 부자가 되어서도 어질게 사실 수 있을 것입니다.


독자Q :
예수가 재림한다고 예수쟁이들이 자꾸 떠드는데 대체 언제 내려온답니까?
기자A :
언제 내려오는지 알려드리면 재림 전날에 예수 믿으시게요? 그건 하늘만이 아실 일이지요.


독자Q :
요즘 우리 마을에 논다니들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건 망할 징조인가요 흥할 징조인가요?
기자A :
망해도 대박 망할 징조입니다.


독자Q :
조선보병대에 입대하면 제 앞길이 어떠려나요?
기자A :
선생의 앞길은 모르겠지만 보병대원들은 창덕궁 앞길을 왔다갔다 하더군요.


독자Q :
요즘 신문에서 떠들썩한 인도와 필리핀은 언제 독립될는지?
제 나이 오십줄인데 죽기 전에 독립됐다는 소식이나 한 번 듣고 싶습니다.
기자A :
저도 궁금한 일입니다만 그 시기를 알 도리는 없겠지요.


독자Q :
일본사람들은 사촌지간에도 결혼을 한다는데 그럼 둘이서 자식을 낳으면 촌수가 어떻게 됩니까?
기자A :
지금은 사촌간의 혼인을 법률로 금지하였습니다.


독자Q :
조선여자가 일본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건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 걸까요?
기자A :
'사모님' 이 되고 싶으신 거겠지요.


독자Q :
일본에 유학하려는데 지금 조선은 법과출신과 경영출신 중 어느 쪽을 더 필요로 하겠습니까?
기자A :
둘 다 매우 필요하오니 능력이 되시는 쪽으로 도전해 주십시오.


독자Q :
요새 남학생들은 여학생들만 보면 눈이 빠져라 보고나 있으니 무슨 꼴들인지요.
기자A :
남학생들이 눈이 빠져라 보고 있는 줄 어떻게 아셨는지 답변을 우선 부탁합니다.
대답해주시면 거기에 따라 재답변을 드리겠습니다.


독자Q :
성기 크기가 작아 고민인데 요즘 신문광고로 자주 나오는 진공요법이 믿을 만 합니까?
기자A :
광고에 대한 진위여부를 제가 감히 말씀드릴 수 없어서 유감입니다.
광고와 기사는 구분해서 보시라는 말씀밖에 드리지 못하겠습니다.


독자Q :
물가는 3할 이상 하락했는데 기생 화대와 단란요금은 그대로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기자A :
동문서답 같지만 아예 계집질 엄두도 못내게 폭등해버렸으면 좋겠습니다.




- 1931년

독자Q :
돈이 들지 않는 선에서 비행기 제조법을 배울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시오.
기자A :
비행기 제조공장의 직공으로 취업하시면 월급도 타고 기술도 배우니 꿩먹고 알먹고 아니겠습니까?


독자Q :
소생은 2년간 농한기 야학을 운영해 왔습니다. 귀사에서 브나로드 운동에 쓰시던 한글 원본을 무료로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야학에 적당한 교과서가 있다면 좀 알려주십시오.
기자A :
본사 서무부로 연락 주십시오.


독자Q :
오륙년쯤 전에 경성조선어연구협회에서 조선말 사전을 편찬하기 위해 어휘를 수집중이라는 기사를 봤었는데,
이제는 완성이 되었습니까? 아니라면 언제쯤 완성해서 출판이 될까요?
기자A :
여러 선생들이 변함없이 노력중이라고 들었는데 아직은 완성이 안 됐답니다.
언제 출판될지는 모르겠지만 계획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하니 우리 같이 기다립시다.


독자Q :
소설 '괴청년' 이 연재중지되다니 이게 무슨 일이오?
기자A :
완결돼서 내린 건데요….


독자Q :
요새 초면에 인사할 때 "많이 사랑해주시기 바랍니다" 라고들 하잖습니까?
근데 여기 대답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예라고 해도 거북하고 아니라고 하기도 찝찝한데.
기자A :
상대가 이성이면 예스, 동성이면 노, 이렇게 할 수도 없잖습니까?
그냥 무난하게 "저도 그렇습니다" 라고 하시지요.


독자Q :
요즘 잡지 등에서 '전협계', '납프', '캅프' 이런 생소한 단어들이 자주 보이는데 뜻을 좀 알려주십시오.
기자A :
전협(全協) 이란 전일본노동조합협의회의 약칭이며,
납프는 N.A.P.(Nippon p oletarian Art Society) 로 일본 프롤레타리아 예술동맹입니다.
캅프는 K.A.P. 이며 조선 프로예맹의 약칭입니다.


독자Q :
백년쯤 지나면 인조인간이 전세계에 차고 넘쳐난다는데, 그럼 이삼백년쯤 지나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 듭니다.
人조인간의 八조인간쯤 되는 것들이 세계와 인류를 지배하게 되지는 않을까요?
기자A :
그거 참 대단한 창의력이십니다만 기우입니다.


독자Q :
기형아가 무엇인지 설명을 좀 부탁드립니다.
기자A :
쉽게 설명하자면 수태한 정자와 난자 중에 뭔가 결함이 있거나 태아가 태중에 있을 때 고장이 나면 생기는 것입니다.
임산부가 임신중에 매우 놀라도 비슷한 일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임신중에 화재가 있었던 경우 태어난 아이의 몸에 시뻘건 점이 박혀 있다거나 합니다.


독자Q :
유행가를 남들보다 더 빨리 알려면 어찌해야 합니까?
기자A :
돈이 허락한다면 레코드가 발매되는 대로 사세요.


독자Q :
저는 영화에 매우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구하려면 어디서 뭘 하는 게 좋을까요?
기자A :
일단 조선땅에서는 무리입니다. 일본으로 가시거나 곧장 미국으로 건너가시는 게 좋습니다.


독자Q :
이 땅에서는 아무도 취급 못하는 외래서적을 원서로 가지고 있는데 아무데서나 읽고 다녀도 문제가 없을는지요?
기자A :
없을 리 있겠습니까?! 그런 건 입밖에 내지 말고 혼자 좀 몰래 읽으시란 말입니다.


독자Q :
놀면서 먹고 사는 법이 있을까요?
기자A :
남자시면 광대를 하시고 여자시면 기생을 하시죠.


독자Q :
요즘 유행하는 마작을 혼자서 즐길 방법은 없습니까?
기자A :
아쉽게도 마작은 혼자서 놀 수 없는 오락입니다.


독자Q :
'에로' 와 '그로' 의 뜻을 알려주시오.
기자A :
어디 조선시대에서 오셨습니까? 에로는 정사(情事), 그로는 괴기(怪奇) 입니다.


독자Q :
황화설(黃禍說) 이라는 게 뭡니까?
기자A :
현재는 백인들이 사실상 세계를 지배하고 있습니다만,
점차 각성하고 있는 황인종들이 천하를 잡지 않을까 하고 백인들 사이에서 우려하여 하는 말입니다.
전 독일황제 윌럄(빌헬름) 2세가 제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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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판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를 통한 시대별 관심사의 탐구 - 2


고산묵월2013.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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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스 블로그 컨텐츠저번에 소개했던 응접실 코너를 이어서 소개합니다.
이 코너는 신문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임시 기획이었던 모양인지 인기에 비해서는 자주 신문에서 빠진 것 같습니다.
1932년 1월부터 응접실이 뜸하게 실리더니만 결국 1933년 8월 말까지 응접실 코너가 실리지 않았습니다.
9월이 되어서야 오랜만이라는 발문과 함께 재등장했으며 당시 독자들의 환영이 잇따랏네요.
다만, 이 무렵부터 문제를 낼 테니 알아맞춰 보라는 투의 현학성 질의가 속속 등장하여 기자의 혼을 빼놓기 시작합니다[…]
잘난척은 인류의 본능…? 일단 그런 건 다 빼놓고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혹은 재미있어 보이는 질문을 골라 싣습니다.



-1933년

독자Q :
귀사의 계몽운동을 환영하는 바입니다만 조선의 문맹률은 어느 정도입니까?
기자A :
100명 중 3명이 문맹자인 독일이 현재 가장 문맹률이 낮은 나라이고, 100명 중 90명이 문맹인 인도가 가장 문맹률이 높습니다.
조선은 100명 중 67명쯤 된다 하니 뒤에서 세번째쯤 되지 않을까 합니다만 10년이 걸리든 100년이 걸리든 일소해 내겠습니다.


독자Q :
요새 값싼 물건 하나쯤 추천해 주십시오. 연말 상여금도 받았겠다….
기자A :
박사(博士) 학위가 요즘 똥값이오니 참고하십시오.


독자Q :
설령 상대방이 서얼(庶孼) 이라 할지라도 나이가 더 많다면 존대를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기자A :
당연히 그랬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요즘 들어 생각하고 있습니다.


독자Q :
삼프라는 걸로 머리를 감는다는데 삼프가 대관절 뭡니까?
기자A :
'샴푸' 라고 해서 머리를 감을 때 사용하는 가루약입니다. 백화점이나 약방 가서 구해보시지요.


독자Q :
요즘 과학이 이만큼이나 발달했는데 고문 없이 죄인을 가려내는 세상은 요원하단 말입니까.
기자A :
기술이 발달했다지만 독심술을 개발해낸 것도 아니고 하여, 여전히 고문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독자Q :
본지에서 연재중인 '지축을 돌리는 사람들' 의 저자가 미인이라면 내게 소개시켜 주오.
내가 미남 십만장자의 독자이외다.
기자A :
미남의 아들이라고 미남이라는 법은 아니겠습니다만 부잣집 도련님 심기를 상할까 저어되어 더 딴죽은 안 걸겠습니다.
그리고 저자이신 이무영 선생은 남자이십니다.


독자Q :
자식 셋을 둔 중년입니다만 이번에 아내와 사별했습니다.
아무래도 계모가 친자를 학대하는 사례가 많아 재혼이 저어되었으나 가정형편상 재혼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인들은 저더러 신여성을 얻으라 하고, 동네 주부들은 구여성을 새신부 삼으라 합니다.
노모를 봉양하고 자식의 교양을 쌓기에는 구여성과 신여성 중 어느 쪽이 더 나으리라 보십니까?
기자A :
구여성이니 신여성이니 하는 구분은 별 의미 없고 결국은 사람 나름이지요.


독자Q :
지금 조선땅에서 제일 가는 조선인 부호는 누구입니까?
기자A :
민영휘 씨입니다만 그보다 부자인 사람은 '욕심이 없는 사람' 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후 1934년 2월부터 다시 지면관계상 해당 코너가 사라지게 되었으나,
독자들의 열화와 같은 요구가 이어져 1년 뒤인 1935년 3월 15일 '살롱' 이라는 이름으로 재개선언을 합니다.



- 1935년

독자Q :
응접실을 즐겨 찾던 사람인데 살롱으로 다시 열었으니 아주 기쁩니다. 이제는 휴업하지 말고 계속 운영해주세요.
그나저나 요즘 붐이 일고 있다는 광산업에 대한 상식을 얻고자 합니다. 참고가 될 만한 서적이 있을지요?
기자A :
손님이 오시는 이상 살롱은 계속 열어두어야겠지요!
광산에 대해서는 오하영 저자의 '광업보감', 혹은 김용관 저자의 '광산 발견 및 경영법' 이 좋습니다.
아니면 저희가 발간하는 잡지 '신동아' 작년 9월호에 광산 특집이 실려있사오니 참고하십시오.


독자Q :
요즘 '학교 나온 계집들은 장님이나 마찬가지' 라고 말들이 많습니다. 학교를 보내줬는데도 이 무슨 모순된 평가인지!
전 지금까지 이게 단순히 비하 섞인 욕설이라고 생각해 왔었으나 직접 확인해보니 문제가 심각합니다.
소위 고등교육을 받았다는 여성들이 재봉도 못하고 가사실력도 형편없는 걸 보니 대체 뭘 배워왔나 싶더군요.
그래서 말인데, 여성을 위해서라도 현대 가정과 사회에 걸맞는 여성맞춤형 교육개혁을 실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자A :
에이…학교 다닌 여자라고 다 그따위는 아니겠지요. 한쪽 면만 보시고 성급히 판단하신 듯.


독자Q :
지금 조선에서 가장 유서 깊은 도서관은 어디이며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도서관은 어디입니까?
기자A :
용산에 있는 철도도서관이 가장 오래된 도서관입니다. 자료 충실하기로는 총독부도서관을 따라갈 수 없겠지만요.


독자Q :
한글공부를 하는데 자습서에 '백두산은 한배님나신대로 유명하고' 라고 적혀 있습니다. 한배님은 뭐 하시는 어르신이죠?
기자A :
단군이십니다.


독자Q :
내년 베를린 올림픽에 김은배 군이 출전할 수 있을까요? 손기정 군은 출전이 결정되었는지요?
기자A :
김은배 군은 미국 올림픽에 다녀와서 연습하던 중 개에게 다리를 물린 관계로 당분간 마라톤 출전은 어렵다고 합니다.
손기정 군은 아직 두고 봐야 하겠습니다만 십중팔구는 가게 될 듯합니다.


독자Q :
미국에서 시작됐다는 뭐시기 행운의 편지란 것을 받았는데 같은 내용의 편지를 아홉 사람에게 돌리라고 합디다.
보내자니 미신 같기도 하고 무시하자니 불안하기도 한데 이를 어쩌면 좋습니까?
기자A :
할 일 없고 배부른 사람들의 못된 장난이니 받는 대로 찢어버리십시오.


독자Q :
아직 인류가 북극조차 정복하지 못했는데 지구가 구형이라고 단언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 아니오?
기자A :
물론 지구 곳곳에 아직 미답지가 많기는 하나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정설입니다.


독자Q :
동아일보 창립 15주년 행운권 1등 경품이 금강산 유람 상품권이잖아요? 근데 전 당첨돼도 여건상 갈 수 없으니 어떡하죠?
기자A :
…일단 당첨되시고 나서 고민하시죠.


독자Q :
공자, 석가, 예수, 소크라테스를 가리켜 세계 4대성인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이분들 외에도 성인이라 부를 만한 위인이 계신가요?
기자A :
다카야마 초규(高山樗牛) 의 '세계사성' 이라는 글 이후로 위의 네 사람을 사대 성인이라고 부르긴 합니다만 기준이 뭘까요?
경우에 따라선 10대 성인도 될 수 있고 15대 성인도 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성인이라 하면 제 기준으로는 윤리규범을 솔선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런 성인이라면 얼마든지 있다고도 할 수 있고 아예 없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누구를 집어서 부르긴 곤란하네요.



덤. 1935년의 원조 씹선비[?]



"기자 孃! 답변 시원시원하게 하는 게 꼴사나워서 내가 혼내줄 작정으로 어려운 문제를 가져왔지 엣헴!(수염 내리쓸고)"


기자 모에화+선비체+스노비즘+오덕괄호체…시대의 선구자가 따로 없구만요-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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