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동아시아의 오늘과 내일
최원식,신윤환,백영서 (엮은이)
논형 2021-03-19

전자책정가10,000원
종이책 페이지수 2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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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동북아 또는 동아시아에는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 지역으로서의 함의와 충돌의 위기를 가진 지역이라는 이미지가 공존한다. 문화·경제·정치안보적으로 상호의존성이 높아지면서 동아시아 국가 간 관계가 깊어지는 듯 보이나 교류협력과 제도화 면에서는 취약하다. 담론의 추상성을 넘어 생활세계에서 느끼는 동아시아에 대해 나누어야 할 때이다.
한국 현장에서 대안을 찾되, 동아시아 차원에서 소통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해야 우리 문제, 지역 문제, 세계 문제를 풀 수 있게 된다.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감각을 교육하고 전승하는 속에서 ‘왜 동아시아인가’를 넘어 ‘어떤 동아시아인가’에 대한 해답이 나오지 않을까. (-최원식·백영서·대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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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문 - 오늘의 동아시아를 걷다_최원식
1장 | 동아시아 문화의 탄생
중국 속의 동아시아 문화 | 임우경
문화민족주의를 넘어서는 동남아 한류 | 이한우
동아시아 속의 한국 온라인게임 | 강재호
‘트랜스 아시아’ 영화 | 김소영
2장 | 동아시아 협력의 실천과제
동아시아 교과서 무엇을 담을 것인가? | 유용태
동아시아 ‘공동대학 설립’ | 백영서
성공적 경제협력을 위한 요건 | 윤덕룡
3장 | 한국 속의 동아시아, 동아시아 속의 한국
아시아계 유학생에게 기대하는 것 | 김명인
결혼이주여성이 본 한국사회 | 김이선
동아시아의 한국학을 위해 | 홍정선
호주 속의 한국학 | 판카즈 모한
4장 | 동아시아의 디아스포라
디아스포라와 트랜스내셔널 | 임성모
초국가 시대의 코리안 디아스포라 | 권숙인
한국화교의 현주소 | 왕은미
5장 | 쟁점으로 본 동아시아 문학과 역사
중국문학 속에 출몰하는 과거사라는 유령 | 백지운
치유되지 않은 식민지 상흔 | 송승석
동아시아 개항과 중국 상인 | 이시카와 료타
일본의 위험한 역사인식의 용광로 | 서민교
6장 | 동아시아와 관계맺기
동남아 경제의 세계화와 동아시아 통합 | 박번순
떠오르는 인도와 동아시아 | 이옥순
아시아 속 유럽 | 황인원
시간이 바꿔놓은 한국인과 몽골인의 운명 | 이평래
러시아와 동아시아 | 한정숙
7장 | 대화
왜 동아시아인가? | 최원식·백영서 대담
동아시아를 다시 생각한다 | 강태웅·백지운·이병한 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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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최원식 (엮은이)

1949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계명대와 영남대를 거쳐 1982년 인하대로 옮겨 2015년에 퇴임했으며, 현재 인하대 명예교수로 있다. 197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평론으로 등단하여, 『창작과비평』 편집주간, 민족문학사연구소 공동대표, 인천문화재단 초대 대표이사,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민족문학의 논리』, 『문학의 귀환』, 『문학과 진보』, 『한국근대문학사론』, 『제국 이후의 동아시아』, 『문학』 등이 있고, 중역본 『文學的回歸』, 일역본 『韓國の民族文學論』, 『東アジア文学空間の創造... 더보기
최근작 : <이순신을 찾아서>,<푸른 연금술사>,<50년 후의 시인> … 총 63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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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환 (엮은이)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근작 : <키워드로 읽는 동아시아>,<동아시아의 오늘과 내일>,<동남아문화 산책> … 총 16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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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서 (엮은이)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세대 문과대학장, 국학연구원장, 계간 『창작과비평』 편집주간, 현대중국학회장, 중국근현대사학회장 등을 역임했고, 2021년 현재 연세대 사학과 명예교수이자 세교연구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사회인문학의 길』 『핵심현장에서 동아시아를 다시 묻다』 『동아시아의 귀환』 『중국현대대학문화연구』 『思想東亞: 韓半島視角的歷史與實踐』 『橫觀東亞: 從核心現場重思東亞歷史』 『共生への道と核心現場: 實踐課題としての東アジア』 『동아시아의 지역질서』(공저) 『생각하고 저항하는 이를 위하여: 리영희 선집』(공편) 『백년의 변혁』(공편) 『내일을 읽는 한·중 관계사』(공편) 『대만을 보는 눈』(공편), 역서로 『동아시아를 만든 열가지 사건』(공역) 『오끼나와, 구조적 차별과 저항의 현장 』(공역) 등이 있다. 접기
최근작 : <[큰글자도서] 중국현대사를 만든 세가지 사건>,<팬데믹 이후 중국의 길을 묻다>,<중국현대사를 만든 세가지 사건> … 총 49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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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동북아 또는 동아시아에는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 지역으로서의 함의와 충돌의 위기를 가진 지역이라는 이미지가 공존한다. 문화·경제·정치안보적으로 상호의존성이 높아지면서 동아시아 국가 간 관계가 깊어지는 듯 보이나 교류협력과 제도화 면에서는 취약하다. 담론의 추상성을 넘어 생활세계에서 느끼는 동아시아에 대해 나누어야 할 때이다. 한국 현장에서 대안을 찾되, 동아시아 차원에서 소통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해야 우리 문제, 지역 문제, 세계 문제를 풀 수 있게 된다.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감각을 교육하고 전승하는 속에서 ‘왜 동아시아인가’를 넘어 ‘어떤 동아시아인가’에 대한 해답이 나오지 않을까.
-최원식·백영서·대담·중에서
책 속으로
모두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우리는 ‘동아시아의 문화교류’를 점검한 네 꼭지의 글들을 묶어 오늘의 동아시아를 탐색하는 여정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타이완에서 시작하여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나아간 중국의 대중문화붐을 분석하면서 “대중문화를 통해 새로운 동아시아를 상상하는 일”이 자본과 국가주의라는 만만찮은 난관을 돌파하는 작업과 병행할 때 비로소 창조적 가능성으로 이전될 수 있음을 예리하게 지적한 임우경, 동북아 바깥 동남아로 확장된 한류현상을 검토하며 문화제국주의적 징후를 넘어서 한류가 진정한 상호소통의 언어로 진화하기 위한 새로운 지평을 비판적으로 성찰한 이한우, “강한 커뮤니티를 유도하는” 특성으로 동아시아를 석권한 한국의 온라인게임들이 거둔 놀라운 성공과 함께 찾아온 위기를 자상히 분석한 강재호, 그리고 범아시아 영화합작이란 새로운 흐름의 대두가 지니는 의의와 한계를 짚되 내부의 소수자 문제를 축으로 새로운 대화를 조직하는 ‘트랜스아시아영화 또는 인터아시아영화’의 가능성에 주목한 김소영. 이상의 1장에서 거둔 글들은 이미 동아시아가 각 나라의 ‘국민적’ 생활세계를 아래로부터 깊숙이 먹어가고 있음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2장은 1장의 현실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공동의 집’을 건축하기 위한 제도론적 탐구라고 할 수 있다. “엇비슷한 여러 나라들이 경쟁하고 견제하는 유럽과 달리 초월적 지위를 가진 제국이 군림해온 동아시아”에서 공동교과서를 만드는 일의 중요성과 어려움을 간명히 요약한 유용태, 동아시아 공동체의 기초를 구축하는 방안으로 “종래와 같이 대학끼리 협약을 맺는다거나 자매교를 늘리는 것과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제안된 동아시아 공동대학론을 소개한 백영서, 그리고 깊어가는 경제적 상호연관성에도 불구하고 공동체 결성이 지지부진한 동아시아에서 그 장애요인들을 분석하는 한편 무엇보다도 공동체 결성과정에서 한국이 자신의 역할을 높은 수준에서 자각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한 윤덕룡. 네트워크 또는 공동체로 가는 도정에서 우리가 해결해야 할 실천적 과제들을 검토한 전형으로서 모자람이 없다.
1, 2장의 문제의식을 계승하여 한국과 동아시아의 통합정도를 다시금 점검한 것이 3장이다. 한국으로 유학 온 외국학생들이 3만 명을 넘어선 요즘, 특히 아시아계 유학생들을, “근대 이후를 모색하는 아시아”, “공동의 동량재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을 촉구하는 김명인, ‘외국인 100만 명 시대’의 도래와 함께 떠오른 “동아시아 개도국 출신 결혼이주여성”의 문제를 단일민족신화의 폐쇄성을 해체하고 다문화사회의 생산적 에너지로 변환하는 실천적 전망 속에서 고찰한 김이선, 동아시아 각국에서 한국학과가 경쟁적으로 증가하는 추세가 근본적으로는 “한국 기업에 인력을 공급하기 위”한 실용성에 긴박되어 있기 때문에 “문학과 역사와 철학에 대한 균형 잡힌 관심”에 기초한 한국학 교육으로 끌어올리지 못하는 현실을 냉철히 인식하고 그 대책을 모색한 홍정선,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달성한 덕에 한국어가 호주에서 아시아 4개 핵심어로 부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튼튼치 않은 호주 한국학의 현주소를 생생한 현장의 소리를 전달한 판카즈 모한, 바야흐로 한국과 동아시아를 마주 세우는 새 교육의 의제설정이 시급한 시점이라는 점을 절감케 한다.
4장에서는 각도를 달리하여 나라들 사이에 걸쳐 있는 디아스포라의 문제를 다뤘다. 연변 조선족과 일계 브라질인의 유동적 체류라는 새로운 양상에 주목함으로써 동아시아 디아스포라의 트랜스내셔널 문제를 “국민국가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고 국민국가 이후의 미래를 전망하는 적극적 의미”로 들어올린 임성모, 전 지구적 자본축적의 운동 속에서 디아스포라조차 “해외에 거주하는 유용한 ‘자원’으로 개념화”하면서 600만 해외동포를 한국사회가 어떻게 포섭하느냐에 따라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성격이 결정될 것이라는 새로운 지점을 날카롭게 지적한 권숙인, 타이완의 타이완화에 따라 중국에 대한 귀속감이 강화 중인 노년층과, 한국에 대한 친숙화의 증대 속에 한국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젊은 층으로 분화된 2만 명의 한국화교가 겪고 있는 과도적 성격을 생생하게 보고한 왕은미. 디아스포라 사회 자체가 날카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요즘 그들은 이제 별종의 난민이 아니라 바야흐로, 지역통합으로 가는 길을 선도하는 창조적 경계인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5장은 동아시아 각 나라에서 현재 토의되는 문학과 역사의 쟁점들을 다뤘다. 일본과 한국에서 한참 회자되던 문학위기론의 중국 상륙을 알리는 순문학 논쟁의 속셈을 문혁이라는 트라우마와 개혁개방 이후의 탈정치화라는 이중의 압박과 연관지어 해명하면서 지방성에서 대안적 가능성을 파악한 백지운, 40년의 계엄체제가 해소되면서 폭발한 탈중심적 경향이 숙명적 주변성을 극복하려는 향(向)중심의 표출이라는 이중성에 시달리는 타이완 문학의 위기를 날카롭게 분석한 송승석, 일본의 개항이 서구의 충격에 강제된 “서양에 대한 개항인 동시에 중국 상인들을 매개로 한 아시아에 대한 개항”이라는 양면성을 실증적으로 제시한 이시카와 료타(그 동안 간과된 측면을 일깨운 점에서는 귀중하지만 양자 가운데 무엇이 주동인가를 따질 때에는 역시 전자가 축이라는 점을 또한 지나쳐서도 안 될 것이다), 2차 대전 직후 연합국이 일본전범들을 법정에 세운 동경재판에 대한 일본사회의 논의들, 즉 50년대의 긍정론, 6, 70년대의 부정론, 그리고 그 후 대두한 이분법을 넘으려는 주장들의 추이를 통해 일본사회의 건전성의 지표를 짚는 서민교, 문학론과 역사론이라는 필터가 오늘날 동아시아 각 사회가 마주친 현안에 속 깊이 연동된 중추임을 생생히 보여주는 장이다.
동아시아 안팎의 네트워킹을 점검하는 꼭지들을 배치한 6장으로 우리의 짧지 않은 여정을 마무리한다. 1985년 이후 동남아 경제의 전개과정을 명쾌히 정리함으로써 옹근 의미의 동아시아 구상에서 동남아의 중요성을 강력하게 환기한 박번순, 1991년 경제자유화 이후 미국·중국·일본 등과 독자적 네트워킹을 통해 “관계의 다원화”를 추구하는 인도의 선택을 흥미롭게 분석함으로써 한국이 “동아시아의 균형자로 떠오른 인도의 중요성을 재발견”할 것을 촉구한 이옥순, 1980년대 이후 “탈유럽 아시아화”와 “탈아시아 미국 중심” 사이를 왕복하는 호주의 대외정책을 분석하여 황색공포에 시달리는 ‘아시아 속의 유럽’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을 타산지석으로 제시한 황인원,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오히려 반한감정이 치솟는 몽골의 속사정을 솔직히 전달함으로써 한국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이평래, “남북한 어느 쪽과도 ……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러시아야말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정착을 위해 소중한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한 한정숙. 동아시아를 축으로 세계를 구상하고 다시 그 안을 재구축하는 과정에서 반듯이 짚어야 할 포인트들이 환해지는 느낌이다.
-최원식, '서문' 중에서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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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페이퍼
19세기 동아시아를 읽는 눈
역사학자 미야지마 히로시가 주도하는 '19세기의 동아시아' 시리즈 2,3권이 출간되었다. 1권 <동아시아는 몇 시인가?>(너머북스, 2015)의 뒤를 잇는 2권 <동아시아에서 세계를 보면?>과 3권 <19세기 동아시아를 읽는 눈>(너머북스, 2017)이 그것이다.



그 가운데 일단 3권을 손에 들었는데, 도쿄대 명예교수이면서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석좌교수인 미야지마 히로시를 제외하면 모두 국내 학자들의 논문 모음이다. 자연스레 국내 한국사와 동양사 연구성과도 가늠해볼 수 있겠다.
"이 책을 기획한 미야지마 히로시 교수(성대 동아시아학술원) 는 "서구 근대를 기준으로 다른 지역의 근대를 파악하는 방법을 넘어서 각 지역의 개성적인 근대를 파악한 다음 보편적 근대의 문제를 생각하는 작업이 요청된다"면서 동아시아 세계가 이 문제를 검토하는 가장 적합한 지역이라고 한다. 따라서 <19세기 동아시아를 읽는 눈>은 다만 서구적 근대를 향해 달려나가는 종래의 19세기 묘사나 연구들과 매우 다르고, 나아가 시각에 대한 전복적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 책은 동아시아의 상호교류와 트랜스내셔널한 시점의 접근, 문화와 사유, 삶의 방식을 유교와 적극적으로 연결하여 이해함으로써 이전과는 다른 동아시아 역사상을 그려낸다."



기억에 내가 미야지마 히로시에 매료된 것은 <미야지마 히로시, 나의 한국사 공부>(너머북스, 2013)를 읽은 다음부터인 듯하다. 외부자적 시각에서 한국과 한국사를 바라본 사례로 미국의 제임스 팔레와 함께 귀감이 될 만한 학자가 미야지마 히로시다. 그에 대한 신뢰 덕분에 그가 관연한 책들에 대해서도 믿음을 갖게 된다. '19세기의 동아시아'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이런 수준의 교양학술서도 독자들에게 많이 읽히면 좋겠다. 그래야 책이 또 나오기에 그렇다.





한편, 동아시아 담론의 또다른 출처는 최원식, 백영서 교수를 중심으로 한 창비다. 한눈에 조감할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은 '최원식 정년기념논총'으로 나온 <민족문학론에서 동아시아론까지>(창비, 2015)다. 출간 당시에 간단히 언급한 바 있는데, '동아시아론' 관련서들과 함께 폭넓게 읽을 만하다. 더불어, 미야지마 히로시 사단의 동아시아관과 비교해봄직하다...
17. 0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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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17-06-25 공감 (37) 댓글 (0)
동아시아 담론과 관념사
<인터뷰 한국 인문학 지각변동>(그린비, 2011)에서 중국 현대사 연구자인 백영서 교수와의 인터뷰를 읽다가 '동아시아'론에 대한 책 몇 권을 구하러 서점에 다녀왔다. 가야트리 스피박의 <다른 여러 아시아>(울력, 2011)가 이번주에 나온 것도 겸사겸사 발품을 팔게 된 계기다.


학술서 범주에 드는 동아시아 담론에 대한 책은 대부분 동네서점에선 구할 수가 없었고(교보 분점이라고 해도) 대신에 경향신문 기획연재를 묶은 <동아시아의 오늘과 내일>(논형, 2009)과 함께 몇몇 관련서를 손에 드는 정도에서 타협을 보았다. 가령 미조구치 유조의 <중국의 충격>(소명출판, 2009)과 함께 구입한 <중국 근현대사를 새로 쓰는 관념사란 무엇인가>(푸른역사, 2010) 등이 그 '관련서'이다(<관념사란 무엇인가>는 좀 고가여서 일단은 2권만 손에 넣었다).


'관념사'란 표현을 썼지만, 요즘 많이 출간되고 있는 '개념사' 쪽 책이다(짐작엔 '개념사'를 중국어로는 '관념사'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책의 개요는 아래 소개기사를 참고할 수 있다. 내용을 더 잘 전달해주는 것은 '중국 현대 정치용어의 형성'이라는 원저의 부제다.
중국 관념사 연구의 선구적 업적으로 꼽히는 진관타오(金觀濤) 대만 국립정치대 강좌교수와 류칭펑(劉靑峰) 홍콩 중문대 당대중국문화연구센터 명예연구원 부부의 <관념사란 무엇인가>(2008)가 우리말로 옮겨졌다(전2권ㆍ푸른역사 발행). 양일모 한림과학원 부원장, 송인재 한림과학원 HK연구교수 등 5명이 번역했다.
진관타오 교수 등은 '권리' '개인' '공화' '과학' '천하' '만국' 등 현재 중국에서 사용되는 주요 관념어 92개를 선정해 이 단어들이 어떻게 출현했고 어떤 의미로 변천했으며 그 변화의 맥락은 무엇인지를 통계작업을 통해 분석했다. 저자 부부가 1830년부터 1930년까지 100년 동안 중국에서 간행된 주요 신문 잡지 교과서 번역서 등 1억2,000만자 분량의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 이를 10년 동안 분석한 작업의 결과물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특정한 관념어의 출현과 의미 변화는 당대의 사회변화와 함께 나아간다. 예를 들어 '과학(科學)'은 서양과학이 중국에 처음 알려졌을 때 'science'의 의미가 아니었다. 당시에는 '격치(格致)'라는 단어가 쓰였다. 과학이 격치를 압도하게 된 것은 1900년 전후다. 중국에서 과학은 전통적으로 '과목을 나누어 관리를 선발한다'는 뜻의 과거제 관련 용어였지만, 1905년 과거제의 폐지와 함께 이 단어가 격치의 대체어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주요 관념어들의 역사적 변화를 고찰한 끝에 저자들은 중국 근현대사의 전개를 '선택적 흡수-학습-창조적 재구성'의 3단계로 보자고 제안한다. 이는 근대 이후 중국사를 '서양으로부터의 기물(器物) 학습단계(양무운동)-제도 학습단계(무술변법~입헌공화)-가치 학습단계(신문화운동)'로 해석하던 통설을 깨뜨리는 것. 저자들은 중국의 근현대사를 유교적 경세치용의 틀에서 현대화를 시행한 근대(pre-modern), 서양의 현대적 제도를 학습해 민족국가를 건립하는 현대(modern), 학습의 실패와 관념의 재구성을 시도한 당대(contemporary)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한국일보)





이미 개념사에 관해서는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주관으로 '한국 개념사 총서'가 나오고 있고 주창자의 이름을 딴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푸른역사)도 시리즈로 출간되고 있다. <관념사란 무엇인가>는 그 연장선상에서 '중국식 개념사'를 보여주는 듯싶다(한국어판 서문을 보니 비슷한 연구작업이 거의 같은 시기에 기획됐고, 이 책의 번역은 한림과학원의 '동아시아 기본 개념의 상호소통'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개념사에 대한 입문서로는 최근에 나온 나인호 교수의 <개념사란 무엇인가>(역사비평사, 2011)를 참고할 수 있겠고, 멜빈 릭터의 <정치.사회적 개념의 역사>(소화, 2010)도 유용한 소개서이다. 국내외 학자들의 글을 모은 <개념사의 지평과 전망>(소화, 2009)까지가 개념사에 대한 '개론'이라고 할 수 있을까. <관념사란 무엇인가>를 자세히 읽고 있는 중앙일보의 기사는 개념사와 관념사의 차이도 지적하고 있어서 참고할 만하다.
관념이란 마르크스가 주장했듯이 토대에 의해 결정되는 상부구조가 아니다. 책의 주장에 따르면 키워드와 문장을 통해 드러나는 사상이다. 이 관념의 다발이 모여서 형성한 것이 이데올로기다. 이 관념을 형성하는 것을 키워드로 본다. 저자는 현대중국 이데올로기 형성의 주역이라 생각되는 주요 관념과 92개의 키워드를 추출해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주요 관념이란 진리·권리·개인·사회·민주·세계·경제·과학·혁명 등이다. 이 관념들을 구성하는 키워드들의 시기별 사용빈도를 통계처리했다. 저자가 10년에 걸쳐 구축한 중국 근현대사상사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했다고 한다.
일례로 권리와 개인이란 관념의 사용추이를 보면, 근대 서양에서 권리의 주체는 주로 개인인데 1900년 이전 중국에서 권리의 주체는 국가였다. 권리의 주체로 개인이 본격 등장한 시기는 1900년 이후다. 이 시기에 전통 중국엔 없던 관념인 개인도 대두된다. 이것이 책에서 말하는 전근대와 근대를 나누는 하나의 기준이 된다. 이어 개인의 권리가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고 집단이 강조되는 경향이 강해지는데 사회주의가 이를 주도했다고 본다. 저자들은 이같은 통계의 결과를 전통적 관념과 서양 근대적 관념이 언어에 남긴 흔적으로 파악한다. 이 흔적을 쫓다보면 중국 혁명이란 오로지 서양 근대 사회주의 이념의 이식이 아니라 중국 전통 유교의 중국적 재현이란 생각마저 하게 된다.
이들은 중국근현대사의 새로운 시대 구분을 제안했다. 우선 두 저자는 중국 근현대사를 서양 근대 관념의 수용사로 파악한다. 중국 근현대사를 3단계로 나눴다. 서양 근대 관념을 ‘선택적으로 흡수하는 단계’-‘학습하는 단계’-‘소화·종합·재구성하여 중국 특유의 현대 관념을 형성하는 단계’이다. 이 시기를 각각 ‘전근대’(1830∼1895), ‘근대’(1895∼1915), ‘현대’(1915∼현재)로 명명했다(중국식 표현으로는 근대-현대-당대로 우리와 다름. 책은 중국식 표기를 따름). 1919년을 근대의 기점, 1949년을 현대의 기점으로 보는 기존 통념과는 다른 주장이다. 중국사 학계에 새로운 화두를 던진 셈이다. 이를 통해 저자는 서구적 근대를 중국이 제대로 배워야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런데 서구중심주의 해체를 화두로 삼는 탈근대가 논의되는 이 시대에, 서구 근대적 기획의 완성을 중국사의 과제로 설정하는 건 뭔가 이상하다. 이책을 번역한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은 얼마 전 독일 개념사의 기념비적 저작도 번역한 바 있다. 라인하르트 코젤렉이 주도한 『개념사 사전』(전5권, 2010)이다. 개념사와 관념사는 역사학의 전문 용어다. 개념사는 관념사와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문제의식을 갖는다. 코젤렉의 개념사는 근대의 병리적 현상을 해명하려 한다. 반면 『관념사란 무엇인가』는 서구 근대의 기획을 중국에 실현시키려 한다. 개념사가 반계몽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는 데 반해, 관념사는 근대적 계몽을 기획하는 것이다.(중앙일보)
해서 '동아시아 담론'에 대한 관심이 관념사(개념사)로 뻗어나가게 된 셈인데, 아무려나 동아시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역내 교역의 확대나 선린외교 관계의 구축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기본 개념의 상호소통이란 점을 생각해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선 '동아시아 인문학 지각변동'도 요청되는 게 아닌가 싶다...
11. 02.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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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11-02-02 공감 (28)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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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정가10,000원
종이책 페이지수 2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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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동북아 또는 동아시아에는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 지역으로서의 함의와 충돌의 위기를 가진 지역이라는 이미지가 공존한다. 문화·경제·정치안보적으로 상호의존성이 높아지면서 동아시아 국가 간 관계가 깊어지는 듯 보이나 교류협력과 제도화 면에서는 취약하다. 담론의 추상성을 넘어 생활세계에서 느끼는 동아시아에 대해 나누어야 할 때이다.
한국 현장에서 대안을 찾되, 동아시아 차원에서 소통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해야 우리 문제, 지역 문제, 세계 문제를 풀 수 있게 된다.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감각을 교육하고 전승하는 속에서 ‘왜 동아시아인가’를 넘어 ‘어떤 동아시아인가’에 대한 해답이 나오지 않을까. (-최원식·백영서·대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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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문 - 오늘의 동아시아를 걷다_최원식
1장 | 동아시아 문화의 탄생
중국 속의 동아시아 문화 | 임우경
문화민족주의를 넘어서는 동남아 한류 | 이한우
동아시아 속의 한국 온라인게임 | 강재호
‘트랜스 아시아’ 영화 | 김소영
2장 | 동아시아 협력의 실천과제
동아시아 교과서 무엇을 담을 것인가? | 유용태
동아시아 ‘공동대학 설립’ | 백영서
성공적 경제협력을 위한 요건 | 윤덕룡
3장 | 한국 속의 동아시아, 동아시아 속의 한국
아시아계 유학생에게 기대하는 것 | 김명인
결혼이주여성이 본 한국사회 | 김이선
동아시아의 한국학을 위해 | 홍정선
호주 속의 한국학 | 판카즈 모한
4장 | 동아시아의 디아스포라
디아스포라와 트랜스내셔널 | 임성모
초국가 시대의 코리안 디아스포라 | 권숙인
한국화교의 현주소 | 왕은미
5장 | 쟁점으로 본 동아시아 문학과 역사
중국문학 속에 출몰하는 과거사라는 유령 | 백지운
치유되지 않은 식민지 상흔 | 송승석
동아시아 개항과 중국 상인 | 이시카와 료타
일본의 위험한 역사인식의 용광로 | 서민교
6장 | 동아시아와 관계맺기
동남아 경제의 세계화와 동아시아 통합 | 박번순
떠오르는 인도와 동아시아 | 이옥순
아시아 속 유럽 | 황인원
시간이 바꿔놓은 한국인과 몽골인의 운명 | 이평래
러시아와 동아시아 | 한정숙
7장 | 대화
왜 동아시아인가? | 최원식·백영서 대담
동아시아를 다시 생각한다 | 강태웅·백지운·이병한 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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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최원식 (엮은이)
1949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계명대와 영남대를 거쳐 1982년 인하대로 옮겨 2015년에 퇴임했으며, 현재 인하대 명예교수로 있다. 197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평론으로 등단하여, 『창작과비평』 편집주간, 민족문학사연구소 공동대표, 인천문화재단 초대 대표이사,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민족문학의 논리』, 『문학의 귀환』, 『문학과 진보』, 『한국근대문학사론』, 『제국 이후의 동아시아』, 『문학』 등이 있고, 중역본 『文學的回歸』, 일역본 『韓國の民族文學論』, 『東アジア文学空間の創造... 더보기
최근작 : <이순신을 찾아서>,<푸른 연금술사>,<50년 후의 시인> … 총 63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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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환 (엮은이)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근작 : <키워드로 읽는 동아시아>,<동아시아의 오늘과 내일>,<동남아문화 산책> … 총 16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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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서 (엮은이)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세대 문과대학장, 국학연구원장, 계간 『창작과비평』 편집주간, 현대중국학회장, 중국근현대사학회장 등을 역임했고, 2021년 현재 연세대 사학과 명예교수이자 세교연구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사회인문학의 길』 『핵심현장에서 동아시아를 다시 묻다』 『동아시아의 귀환』 『중국현대대학문화연구』 『思想東亞: 韓半島視角的歷史與實踐』 『橫觀東亞: 從核心現場重思東亞歷史』 『共生への道と核心現場: 實踐課題としての東アジア』 『동아시아의 지역질서』(공저) 『생각하고 저항하는 이를 위하여: 리영희 선집』(공편) 『백년의 변혁』(공편) 『내일을 읽는 한·중 관계사』(공편) 『대만을 보는 눈』(공편), 역서로 『동아시아를 만든 열가지 사건』(공역) 『오끼나와, 구조적 차별과 저항의 현장 』(공역) 등이 있다. 접기
최근작 : <[큰글자도서] 중국현대사를 만든 세가지 사건>,<팬데믹 이후 중국의 길을 묻다>,<중국현대사를 만든 세가지 사건> … 총 49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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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동북아 또는 동아시아에는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 지역으로서의 함의와 충돌의 위기를 가진 지역이라는 이미지가 공존한다. 문화·경제·정치안보적으로 상호의존성이 높아지면서 동아시아 국가 간 관계가 깊어지는 듯 보이나 교류협력과 제도화 면에서는 취약하다. 담론의 추상성을 넘어 생활세계에서 느끼는 동아시아에 대해 나누어야 할 때이다. 한국 현장에서 대안을 찾되, 동아시아 차원에서 소통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해야 우리 문제, 지역 문제, 세계 문제를 풀 수 있게 된다.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감각을 교육하고 전승하는 속에서 ‘왜 동아시아인가’를 넘어 ‘어떤 동아시아인가’에 대한 해답이 나오지 않을까.
-최원식·백영서·대담·중에서
책 속으로
모두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우리는 ‘동아시아의 문화교류’를 점검한 네 꼭지의 글들을 묶어 오늘의 동아시아를 탐색하는 여정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타이완에서 시작하여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나아간 중국의 대중문화붐을 분석하면서 “대중문화를 통해 새로운 동아시아를 상상하는 일”이 자본과 국가주의라는 만만찮은 난관을 돌파하는 작업과 병행할 때 비로소 창조적 가능성으로 이전될 수 있음을 예리하게 지적한 임우경, 동북아 바깥 동남아로 확장된 한류현상을 검토하며 문화제국주의적 징후를 넘어서 한류가 진정한 상호소통의 언어로 진화하기 위한 새로운 지평을 비판적으로 성찰한 이한우, “강한 커뮤니티를 유도하는” 특성으로 동아시아를 석권한 한국의 온라인게임들이 거둔 놀라운 성공과 함께 찾아온 위기를 자상히 분석한 강재호, 그리고 범아시아 영화합작이란 새로운 흐름의 대두가 지니는 의의와 한계를 짚되 내부의 소수자 문제를 축으로 새로운 대화를 조직하는 ‘트랜스아시아영화 또는 인터아시아영화’의 가능성에 주목한 김소영. 이상의 1장에서 거둔 글들은 이미 동아시아가 각 나라의 ‘국민적’ 생활세계를 아래로부터 깊숙이 먹어가고 있음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2장은 1장의 현실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공동의 집’을 건축하기 위한 제도론적 탐구라고 할 수 있다. “엇비슷한 여러 나라들이 경쟁하고 견제하는 유럽과 달리 초월적 지위를 가진 제국이 군림해온 동아시아”에서 공동교과서를 만드는 일의 중요성과 어려움을 간명히 요약한 유용태, 동아시아 공동체의 기초를 구축하는 방안으로 “종래와 같이 대학끼리 협약을 맺는다거나 자매교를 늘리는 것과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제안된 동아시아 공동대학론을 소개한 백영서, 그리고 깊어가는 경제적 상호연관성에도 불구하고 공동체 결성이 지지부진한 동아시아에서 그 장애요인들을 분석하는 한편 무엇보다도 공동체 결성과정에서 한국이 자신의 역할을 높은 수준에서 자각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한 윤덕룡. 네트워크 또는 공동체로 가는 도정에서 우리가 해결해야 할 실천적 과제들을 검토한 전형으로서 모자람이 없다.
1, 2장의 문제의식을 계승하여 한국과 동아시아의 통합정도를 다시금 점검한 것이 3장이다. 한국으로 유학 온 외국학생들이 3만 명을 넘어선 요즘, 특히 아시아계 유학생들을, “근대 이후를 모색하는 아시아”, “공동의 동량재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을 촉구하는 김명인, ‘외국인 100만 명 시대’의 도래와 함께 떠오른 “동아시아 개도국 출신 결혼이주여성”의 문제를 단일민족신화의 폐쇄성을 해체하고 다문화사회의 생산적 에너지로 변환하는 실천적 전망 속에서 고찰한 김이선, 동아시아 각국에서 한국학과가 경쟁적으로 증가하는 추세가 근본적으로는 “한국 기업에 인력을 공급하기 위”한 실용성에 긴박되어 있기 때문에 “문학과 역사와 철학에 대한 균형 잡힌 관심”에 기초한 한국학 교육으로 끌어올리지 못하는 현실을 냉철히 인식하고 그 대책을 모색한 홍정선,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달성한 덕에 한국어가 호주에서 아시아 4개 핵심어로 부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튼튼치 않은 호주 한국학의 현주소를 생생한 현장의 소리를 전달한 판카즈 모한, 바야흐로 한국과 동아시아를 마주 세우는 새 교육의 의제설정이 시급한 시점이라는 점을 절감케 한다.
4장에서는 각도를 달리하여 나라들 사이에 걸쳐 있는 디아스포라의 문제를 다뤘다. 연변 조선족과 일계 브라질인의 유동적 체류라는 새로운 양상에 주목함으로써 동아시아 디아스포라의 트랜스내셔널 문제를 “국민국가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고 국민국가 이후의 미래를 전망하는 적극적 의미”로 들어올린 임성모, 전 지구적 자본축적의 운동 속에서 디아스포라조차 “해외에 거주하는 유용한 ‘자원’으로 개념화”하면서 600만 해외동포를 한국사회가 어떻게 포섭하느냐에 따라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성격이 결정될 것이라는 새로운 지점을 날카롭게 지적한 권숙인, 타이완의 타이완화에 따라 중국에 대한 귀속감이 강화 중인 노년층과, 한국에 대한 친숙화의 증대 속에 한국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젊은 층으로 분화된 2만 명의 한국화교가 겪고 있는 과도적 성격을 생생하게 보고한 왕은미. 디아스포라 사회 자체가 날카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요즘 그들은 이제 별종의 난민이 아니라 바야흐로, 지역통합으로 가는 길을 선도하는 창조적 경계인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5장은 동아시아 각 나라에서 현재 토의되는 문학과 역사의 쟁점들을 다뤘다. 일본과 한국에서 한참 회자되던 문학위기론의 중국 상륙을 알리는 순문학 논쟁의 속셈을 문혁이라는 트라우마와 개혁개방 이후의 탈정치화라는 이중의 압박과 연관지어 해명하면서 지방성에서 대안적 가능성을 파악한 백지운, 40년의 계엄체제가 해소되면서 폭발한 탈중심적 경향이 숙명적 주변성을 극복하려는 향(向)중심의 표출이라는 이중성에 시달리는 타이완 문학의 위기를 날카롭게 분석한 송승석, 일본의 개항이 서구의 충격에 강제된 “서양에 대한 개항인 동시에 중국 상인들을 매개로 한 아시아에 대한 개항”이라는 양면성을 실증적으로 제시한 이시카와 료타(그 동안 간과된 측면을 일깨운 점에서는 귀중하지만 양자 가운데 무엇이 주동인가를 따질 때에는 역시 전자가 축이라는 점을 또한 지나쳐서도 안 될 것이다), 2차 대전 직후 연합국이 일본전범들을 법정에 세운 동경재판에 대한 일본사회의 논의들, 즉 50년대의 긍정론, 6, 70년대의 부정론, 그리고 그 후 대두한 이분법을 넘으려는 주장들의 추이를 통해 일본사회의 건전성의 지표를 짚는 서민교, 문학론과 역사론이라는 필터가 오늘날 동아시아 각 사회가 마주친 현안에 속 깊이 연동된 중추임을 생생히 보여주는 장이다.
동아시아 안팎의 네트워킹을 점검하는 꼭지들을 배치한 6장으로 우리의 짧지 않은 여정을 마무리한다. 1985년 이후 동남아 경제의 전개과정을 명쾌히 정리함으로써 옹근 의미의 동아시아 구상에서 동남아의 중요성을 강력하게 환기한 박번순, 1991년 경제자유화 이후 미국·중국·일본 등과 독자적 네트워킹을 통해 “관계의 다원화”를 추구하는 인도의 선택을 흥미롭게 분석함으로써 한국이 “동아시아의 균형자로 떠오른 인도의 중요성을 재발견”할 것을 촉구한 이옥순, 1980년대 이후 “탈유럽 아시아화”와 “탈아시아 미국 중심” 사이를 왕복하는 호주의 대외정책을 분석하여 황색공포에 시달리는 ‘아시아 속의 유럽’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을 타산지석으로 제시한 황인원,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오히려 반한감정이 치솟는 몽골의 속사정을 솔직히 전달함으로써 한국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이평래, “남북한 어느 쪽과도 ……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러시아야말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정착을 위해 소중한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한 한정숙. 동아시아를 축으로 세계를 구상하고 다시 그 안을 재구축하는 과정에서 반듯이 짚어야 할 포인트들이 환해지는 느낌이다.
-최원식, '서문' 중에서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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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페이퍼
19세기 동아시아를 읽는 눈
역사학자 미야지마 히로시가 주도하는 '19세기의 동아시아' 시리즈 2,3권이 출간되었다. 1권 <동아시아는 몇 시인가?>(너머북스, 2015)의 뒤를 잇는 2권 <동아시아에서 세계를 보면?>과 3권 <19세기 동아시아를 읽는 눈>(너머북스, 2017)이 그것이다.
그 가운데 일단 3권을 손에 들었는데, 도쿄대 명예교수이면서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석좌교수인 미야지마 히로시를 제외하면 모두 국내 학자들의 논문 모음이다. 자연스레 국내 한국사와 동양사 연구성과도 가늠해볼 수 있겠다.
"이 책을 기획한 미야지마 히로시 교수(성대 동아시아학술원) 는 "서구 근대를 기준으로 다른 지역의 근대를 파악하는 방법을 넘어서 각 지역의 개성적인 근대를 파악한 다음 보편적 근대의 문제를 생각하는 작업이 요청된다"면서 동아시아 세계가 이 문제를 검토하는 가장 적합한 지역이라고 한다. 따라서 <19세기 동아시아를 읽는 눈>은 다만 서구적 근대를 향해 달려나가는 종래의 19세기 묘사나 연구들과 매우 다르고, 나아가 시각에 대한 전복적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 책은 동아시아의 상호교류와 트랜스내셔널한 시점의 접근, 문화와 사유, 삶의 방식을 유교와 적극적으로 연결하여 이해함으로써 이전과는 다른 동아시아 역사상을 그려낸다."
기억에 내가 미야지마 히로시에 매료된 것은 <미야지마 히로시, 나의 한국사 공부>(너머북스, 2013)를 읽은 다음부터인 듯하다. 외부자적 시각에서 한국과 한국사를 바라본 사례로 미국의 제임스 팔레와 함께 귀감이 될 만한 학자가 미야지마 히로시다. 그에 대한 신뢰 덕분에 그가 관연한 책들에 대해서도 믿음을 갖게 된다. '19세기의 동아시아'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이런 수준의 교양학술서도 독자들에게 많이 읽히면 좋겠다. 그래야 책이 또 나오기에 그렇다.
한편, 동아시아 담론의 또다른 출처는 최원식, 백영서 교수를 중심으로 한 창비다. 한눈에 조감할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은 '최원식 정년기념논총'으로 나온 <민족문학론에서 동아시아론까지>(창비, 2015)다. 출간 당시에 간단히 언급한 바 있는데, '동아시아론' 관련서들과 함께 폭넓게 읽을 만하다. 더불어, 미야지마 히로시 사단의 동아시아관과 비교해봄직하다...
17. 0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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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17-06-25 공감 (37) 댓글 (0)
동아시아 담론과 관념사
<인터뷰 한국 인문학 지각변동>(그린비, 2011)에서 중국 현대사 연구자인 백영서 교수와의 인터뷰를 읽다가 '동아시아'론에 대한 책 몇 권을 구하러 서점에 다녀왔다. 가야트리 스피박의 <다른 여러 아시아>(울력, 2011)가 이번주에 나온 것도 겸사겸사 발품을 팔게 된 계기다.
학술서 범주에 드는 동아시아 담론에 대한 책은 대부분 동네서점에선 구할 수가 없었고(교보 분점이라고 해도) 대신에 경향신문 기획연재를 묶은 <동아시아의 오늘과 내일>(논형, 2009)과 함께 몇몇 관련서를 손에 드는 정도에서 타협을 보았다. 가령 미조구치 유조의 <중국의 충격>(소명출판, 2009)과 함께 구입한 <중국 근현대사를 새로 쓰는 관념사란 무엇인가>(푸른역사, 2010) 등이 그 '관련서'이다(<관념사란 무엇인가>는 좀 고가여서 일단은 2권만 손에 넣었다).
'관념사'란 표현을 썼지만, 요즘 많이 출간되고 있는 '개념사' 쪽 책이다(짐작엔 '개념사'를 중국어로는 '관념사'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책의 개요는 아래 소개기사를 참고할 수 있다. 내용을 더 잘 전달해주는 것은 '중국 현대 정치용어의 형성'이라는 원저의 부제다.
중국 관념사 연구의 선구적 업적으로 꼽히는 진관타오(金觀濤) 대만 국립정치대 강좌교수와 류칭펑(劉靑峰) 홍콩 중문대 당대중국문화연구센터 명예연구원 부부의 <관념사란 무엇인가>(2008)가 우리말로 옮겨졌다(전2권ㆍ푸른역사 발행). 양일모 한림과학원 부원장, 송인재 한림과학원 HK연구교수 등 5명이 번역했다.
진관타오 교수 등은 '권리' '개인' '공화' '과학' '천하' '만국' 등 현재 중국에서 사용되는 주요 관념어 92개를 선정해 이 단어들이 어떻게 출현했고 어떤 의미로 변천했으며 그 변화의 맥락은 무엇인지를 통계작업을 통해 분석했다. 저자 부부가 1830년부터 1930년까지 100년 동안 중국에서 간행된 주요 신문 잡지 교과서 번역서 등 1억2,000만자 분량의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 이를 10년 동안 분석한 작업의 결과물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특정한 관념어의 출현과 의미 변화는 당대의 사회변화와 함께 나아간다. 예를 들어 '과학(科學)'은 서양과학이 중국에 처음 알려졌을 때 'science'의 의미가 아니었다. 당시에는 '격치(格致)'라는 단어가 쓰였다. 과학이 격치를 압도하게 된 것은 1900년 전후다. 중국에서 과학은 전통적으로 '과목을 나누어 관리를 선발한다'는 뜻의 과거제 관련 용어였지만, 1905년 과거제의 폐지와 함께 이 단어가 격치의 대체어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주요 관념어들의 역사적 변화를 고찰한 끝에 저자들은 중국 근현대사의 전개를 '선택적 흡수-학습-창조적 재구성'의 3단계로 보자고 제안한다. 이는 근대 이후 중국사를 '서양으로부터의 기물(器物) 학습단계(양무운동)-제도 학습단계(무술변법~입헌공화)-가치 학습단계(신문화운동)'로 해석하던 통설을 깨뜨리는 것. 저자들은 중국의 근현대사를 유교적 경세치용의 틀에서 현대화를 시행한 근대(pre-modern), 서양의 현대적 제도를 학습해 민족국가를 건립하는 현대(modern), 학습의 실패와 관념의 재구성을 시도한 당대(contemporary)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한국일보)
이미 개념사에 관해서는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주관으로 '한국 개념사 총서'가 나오고 있고 주창자의 이름을 딴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푸른역사)도 시리즈로 출간되고 있다. <관념사란 무엇인가>는 그 연장선상에서 '중국식 개념사'를 보여주는 듯싶다(한국어판 서문을 보니 비슷한 연구작업이 거의 같은 시기에 기획됐고, 이 책의 번역은 한림과학원의 '동아시아 기본 개념의 상호소통'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개념사에 대한 입문서로는 최근에 나온 나인호 교수의 <개념사란 무엇인가>(역사비평사, 2011)를 참고할 수 있겠고, 멜빈 릭터의 <정치.사회적 개념의 역사>(소화, 2010)도 유용한 소개서이다. 국내외 학자들의 글을 모은 <개념사의 지평과 전망>(소화, 2009)까지가 개념사에 대한 '개론'이라고 할 수 있을까. <관념사란 무엇인가>를 자세히 읽고 있는 중앙일보의 기사는 개념사와 관념사의 차이도 지적하고 있어서 참고할 만하다.
관념이란 마르크스가 주장했듯이 토대에 의해 결정되는 상부구조가 아니다. 책의 주장에 따르면 키워드와 문장을 통해 드러나는 사상이다. 이 관념의 다발이 모여서 형성한 것이 이데올로기다. 이 관념을 형성하는 것을 키워드로 본다. 저자는 현대중국 이데올로기 형성의 주역이라 생각되는 주요 관념과 92개의 키워드를 추출해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주요 관념이란 진리·권리·개인·사회·민주·세계·경제·과학·혁명 등이다. 이 관념들을 구성하는 키워드들의 시기별 사용빈도를 통계처리했다. 저자가 10년에 걸쳐 구축한 중국 근현대사상사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했다고 한다.
일례로 권리와 개인이란 관념의 사용추이를 보면, 근대 서양에서 권리의 주체는 주로 개인인데 1900년 이전 중국에서 권리의 주체는 국가였다. 권리의 주체로 개인이 본격 등장한 시기는 1900년 이후다. 이 시기에 전통 중국엔 없던 관념인 개인도 대두된다. 이것이 책에서 말하는 전근대와 근대를 나누는 하나의 기준이 된다. 이어 개인의 권리가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고 집단이 강조되는 경향이 강해지는데 사회주의가 이를 주도했다고 본다. 저자들은 이같은 통계의 결과를 전통적 관념과 서양 근대적 관념이 언어에 남긴 흔적으로 파악한다. 이 흔적을 쫓다보면 중국 혁명이란 오로지 서양 근대 사회주의 이념의 이식이 아니라 중국 전통 유교의 중국적 재현이란 생각마저 하게 된다.
이들은 중국근현대사의 새로운 시대 구분을 제안했다. 우선 두 저자는 중국 근현대사를 서양 근대 관념의 수용사로 파악한다. 중국 근현대사를 3단계로 나눴다. 서양 근대 관념을 ‘선택적으로 흡수하는 단계’-‘학습하는 단계’-‘소화·종합·재구성하여 중국 특유의 현대 관념을 형성하는 단계’이다. 이 시기를 각각 ‘전근대’(1830∼1895), ‘근대’(1895∼1915), ‘현대’(1915∼현재)로 명명했다(중국식 표현으로는 근대-현대-당대로 우리와 다름. 책은 중국식 표기를 따름). 1919년을 근대의 기점, 1949년을 현대의 기점으로 보는 기존 통념과는 다른 주장이다. 중국사 학계에 새로운 화두를 던진 셈이다. 이를 통해 저자는 서구적 근대를 중국이 제대로 배워야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런데 서구중심주의 해체를 화두로 삼는 탈근대가 논의되는 이 시대에, 서구 근대적 기획의 완성을 중국사의 과제로 설정하는 건 뭔가 이상하다. 이책을 번역한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은 얼마 전 독일 개념사의 기념비적 저작도 번역한 바 있다. 라인하르트 코젤렉이 주도한 『개념사 사전』(전5권, 2010)이다. 개념사와 관념사는 역사학의 전문 용어다. 개념사는 관념사와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문제의식을 갖는다. 코젤렉의 개념사는 근대의 병리적 현상을 해명하려 한다. 반면 『관념사란 무엇인가』는 서구 근대의 기획을 중국에 실현시키려 한다. 개념사가 반계몽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는 데 반해, 관념사는 근대적 계몽을 기획하는 것이다.(중앙일보)
해서 '동아시아 담론'에 대한 관심이 관념사(개념사)로 뻗어나가게 된 셈인데, 아무려나 동아시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역내 교역의 확대나 선린외교 관계의 구축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기본 개념의 상호소통이란 점을 생각해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선 '동아시아 인문학 지각변동'도 요청되는 게 아닌가 싶다...
11. 02. 02.
- 접기
로쟈 2011-02-02 공감 (28)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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