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 구운몽 | 최인훈 전집 1
최인훈 (지은이)문학과지성사2008-11-13
































Sales Point : 11,644

426쪽
시리즈
최인훈 전집 (총 18권 모두보기)
길에 관한 명상
유토피아의 꿈 - 개정판
문학과 이데올로기
하늘의 다리/두만강
크리스마스 캐럴 / 가면고더보기
이 책이 포함된 세트
전체선택
보관함 담기
장바구니 담기
책소개
최인훈 전집 1권. <광장>은 분단 상황에서 이데올로기의 대립 속에 고뇌하던 청년의 모습을 그린 장편소설. 전후의 문제소설로 평가받고 있다. 한 지식인의 외로운 자기성찰을 밀실과 광장, 즉 남과 북의 대비를 통해 묘사하고 있다. 이데올로기와 사랑이라는 문제에 맞닥뜨려 제3국을 택했던 석방 포로 이명준이 끝내 자살의 길로 치닫을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그린 작품이다.
목차
1989년판을 위한 머리말
전집판 서문
일역판 서문
1973년판 서문 이명준의 진혼을 위하여
1961년판 서문
서문
광장
구운몽
해설_ 사랑의 재확인/김현
해설_ 다시 읽는 <광장>/김병익
해설 사랑과 혁명의 미로/김인호
해설 '광장', 탈주의 정치학/이광호
책속에서
'동무, 앉으시오.'
명준은 움직이지 않았다.
'동무는 어느 쪽으로 가겠소?'
'중립국.'
그들은 서로 쳐다본다. 앉으라고 하던 장교가, 윗몸을 테이블 위로 바싹 내밀면서, 말한다.
'동무, 중립국도, 마찬가지 자본주의 나라요. 굶주림과 범죄가 우글대는 낯선 곳에 가서 어쩌자는 거요?'
... 더보기
이 추운 겨울날 지난날 그런 눈부신 때를 가졌다는 달콤한 추억이 없다면 그는 진작 얼어 죽었을 것이다. 어느 시인이 말하기를 얼어 죽는 사람은 추억이 없었던 사람이라고 했다지만 그것은 바로 독고민을 두고 한 말일시 분명하다. 마음이 추우면 죽는다. - dyk7929
P. 26 무언가를 잊어버리고 있다가, 문득 무언가를 잊었다는 것을 깨달은 느낌이 든다. 무엇인가는 언제나처럼 생각나지 않는다. 실은아무것도 잊은 것은 없다. 그런 줄을 알면서도 이 느낌은 틀림없이 일어난다. 아주 언짢다. - 거리의화가
P. 43 느닷없고 짤막하면서, 풀이되지 않은 것이 풀이된 것 같아 뵈는,
그 짤막한 글월들의 힘과 그 뜨거운 여름 햇볕 아래서 겪은 어질머리 사이에는 닮은 데가 있다.
깜빡할 사이에 오는 그런 복 받은 짬은 하기는 어떤 마이너스의 마당자리에서 일어나는 꿈일 것이리라. 비록 플러스의 자리래도 좋았다. 쉴새 없이 움직이고, 쫓아... 더보기
P. 67 아무도 광장에서 머물지 않아요. 필요한 약탈과 사기만 끝나면 광장은텅 빕니다. 광장이 죽은 곳. 이게 남한이 아닙니까? 광장은 비어있습니다. - 거리의화가
P. 73 돈의 길이 삶의 길인데,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거니 돈을 잊고 살아온다. 제 삶을꾸려주는 돈 말이다. 밥을 먹고, 잠자리를 받고, 학비를 타고, 책을 사고 하는 데 쓰이는 돈이라는 물건을 한번도 ‘자기‘라는 것의살갗 안에 있는 것으로 느껴본 적이 없는 그였다. 젊고 가난한 철부지 책벌레다. - 거리의화가
P. 92 사람이 사람을 안다고 말할 때, 그건얼마나 큰 잘못인가. 사람이 알 수 있는 건 자기뿐. 속았다 하고 때었다 할 때, 꾸어주지도 않은 돈을 갚으라고 조르는 억지가 아닐까. ‘사랑‘이란 말 속에, 사람은 그랬으면 하는 바람의 모든 걸 집어넣는다. 그런 잘못과 헛된 바람과 헛믿음으로 가득 찬 말이 바로 사랑이다. 어마어마한 그물을 읽... 더보기
P. 106 남한 시절의 그에게는 철학이 모든 것이었다. 부모도 없고 돈도 없고 명예도 없는 청년에게, 철학이란 모든 것을 갚고도 남을 꿈을 보여주는 단 하나의 것이었으리라. 또는 양반과 종놀음으로 헤아릴 수 없는 세월살아온 고장에서, 꿈을 이룰 엄두조차 내지 못할 사회에서, 철학이란, 양심의 마지막 숨을 곳이었으리라. 아니면 그 신분이 임금... 더보기
P. 124 타지 않기는 명준의 심장뿐이었다. 그 심장은 두근거림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남녘에 있던 시절, 어느 들판 창창한 햇볕 아래서당한 그 신내림도, 벌써 그의 몫이기를 그친 지 오래다. 그의 심장은 시들어빠진 배추 잎사귀처럼 금방 바서질 듯 메마르고, 푸름을잃어버린 잿빛 누더기였다. 심장이 들어앉아야 할 자리에, 그는 잿빛 누더기를 ... 더보기
P. 158 인류는 슬프다. 역사가 뒤집어씌우는 핸디캡. 굵직한 사람들은 인민을 들러리로 잠깐 세워주고는 달콤하고 씩씩한 주역을 차지한 계면쩍음을 감추려 한다. 대중은 오래 흥분하지 못한다. 그의 감격은 그때뿐이다. 평생 가는 감정의 지속은 한 사람 몫의 장에서만 이루어진다. 광장에는 플래카드와 구호가 있을 뿐, 피묻은 셔츠와 울부짖는 외침은... 더보기
더보기
추천글
열 번 고쳐 쓴 소설
- 윤성근 (『서점의 말들』 저자)
명불허전, 불멸의 소설들
- 최보기 (『최보기의 책보기』 북 컬럼니스트)
광장을 찾아 나선 여정 그리고 그 이후 _ 정영훈_
- 경기문화재단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장정일 (소설가, 시인)
- <장정일의 독서일기 2> (범우사 刊)
유시민 (작가,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
- <청춘의 독서> (웅진지식하우스 刊)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
- 고등학교 18종 문학교과서 中 '현대산문문학'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2011년 '대학 신입생을 위한 추천도서'
저자 및 역자소개
최인훈 (지은이)
저자파일
신간알림 신청

1936년 함북 회령에서 태어났으며, 서울법대에서 수학했다(2017년 명예졸업). 1959년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와 「라울전(傳)」이 『자유문학』에 추천되어 등단했다. 1977년부터 2001년 5월까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작품 집필과 후진 양성에 힘써왔다. 『광장/구운몽』 『회색인』 『서유기』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태풍』 『크리스마스 캐럴/가면고』 『하늘의 다리/두만강』 『우상의 집』 『총독의 소리』 『화두』 등의 소설과 희곡집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산문집 『유토피아의 꿈』 『문학과 이데올로기』 ... 더보기
수상 : 2011년 박경리문학상, 1994년 이산문학상, 1979년 서울시문화상, 1966년 동인문학상
최근작 :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D 세트 - 전12권>,<한국 현대희곡선>,<달과 소년병> … 총 63종 (모두보기)
최인훈(지은이)의 말
<광장>은 이번으로 다섯번째 개정인데, 나는 이 여러 번의 개정이라는 과정을 거쳐, 적어도 <광장>이라는 이름의 작중 현실에 대해서는, 처음 쓸 때보다 훨씬 익숙하게 볼 수 있게 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문에, 이번 개정에서는 보태야 할 데라든지, 빼야할 데, 플롯에서 중요한 데를 바꾸고 새로 맞춰넣어야 할 데가 거의 저절로 떠올랐다. ( 1976년'전집판 서문' 중에서)
출판사 제공 책소개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최인훈은, 한국인의 삶의 궤적을 20세기 세계사의 진폭 속에 위치시키면서 동시에 인간 존재의 본질 규명에 주력해 무수한 기념비적 작품들을 낳았다. 그 가운데에서도 『광장』은, 1960년에 발표된 이래 50여 년이 된 지금까지 세대를 거쳐 거듭 읽히며 사랑받고 있는 대표작이다. 해방-전쟁-분단으로 이어지는 한국 근현대사와 궤를 같이하는 주인공 이명준의 깊은 갈망과 고뇌는, 곧 우리 자신, 우리 민족의 것에 다름 아니었다.
우선 이 작품은, 분단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측면에서 한국문학사에서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작품은 남/북 간의 이념-체제에 대하여 냉철한 균형감각을 견지하면서 치열한 성찰로써 그 깊이를 드러내며, 주인공 이명준이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이항대립을 극복하기 위해 길을 찾는 여정은 오늘에도 여전히 절실하게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단지 분단 현실에 대한 의미 있는 성찰만으로 이 작품이 최고의 고전 반열에 오른 것은 아니다. 『광장』은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에 천착하는 동시에, 삶의 일회성에 대한 첨예한 인식이나 개인과 사회, 개인과 국가 간의 긴장과 갈등, 인간 자유의 문제와 사랑과 같은 본질 주제들을 깊고도 큰 시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주인공 ‘이명준’의 창조는 전후 한국소설이 관념적인 경향에서 벗어나 내면 공간에 대한 섬세한 관찰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전기가 되었다. 이 작품의 중요한 주제로 ‘이데올로기’와 더불어 ‘사랑’이 언급되는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인데, 이러한 『광장』의 열린 구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해석되고 새로이 접근되는 ‘현재성’을 획득하도록 기능한다. 세대와 시간을 넘어, 『광장』은 무수한 비평가와 독자들을 새로운 지적, 문학적 토대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광장』은 또한 한국문학사상 그 유례가 없을 정도로 기나긴 시간 동안 판과 쇄를 거듭하며 내용과 형식에서 아홉 차례가 넘는 섬세한 개작 과정을 거쳤다. 이는 언어에 대한 작가의 치열한 자의식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이번에 최종적으로 집대성된 『광장』은 그 완결판이라 할 수 있다.
살아 있는 지식인의 표상이자, 삶과 소설이 쉽게 분리되지 않는 운명을 지닌 작가의 상에 가장 적확한 최인훈, 그의 문학을 이제 새 그릇에 담아 21세기의 독자와 함께 새롭게 읽고자 한다. 『광장』에서 『화두』에 이르는 ‘최인훈 전집’은 그야말로 한국의 분단 상황에서 20세기 세계체제론에 이르는 문학적 성찰의 역정으로 독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독서 체험을 제공할 것이다. 접기
오늘은 한국전쟁 75주년이 되는 날이다. 며칠 전부터 관련 책들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책장을 확인하다 이 책을 발견했다. 당시 책의 제목과 소개글을 보고 이 책은 당장 읽지 못하더라도 사두어야한다 여기고 구입했었다. 이 책은 한국전쟁과 관련하여 일본, 중국, 미국, 그리고 콜롬비아의 입장에서 본 타자의 텍스트들을 다루고 있다.
내부인의 시선과 외부인의 시선은 다를 수밖에 없다. 하나의 사건이라도 누가 보느냐에 따라서 사건의 서술이 달라질 수 있는 지점을 확인하는 일은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책에 서술된 텍스트들을 통해서 다양한 시선을 만날 수 있다. 특히나 문학에 약한 내게 한국전쟁 관련하여 다양한 문학 텍스트를 얻어가는 것은 매우 도움이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읽고 싶은 책이 여럿 생겼다. 한꺼번에 다 읽으려면 곤란할테니 시간 날때마다 독서 계획에 끼워넣으면서 읽어봐야겠다. 일단 <맘브루>를 도서관에 상호대차해두었고 <스노우 헌터스>(원서도 함께), <전쟁 쓰레기>는 구입했다. <스노우 헌터스>는 이 책이 나왔을 때만 해도 번역서가 없었는데 읽으려니 어떻게 딱 나와주는지 참 절묘한 타이밍이 아닐 수 없다. <스노우 헌터스>, <전쟁 쓰레기>, <광장>(by.최인훈)은 이데올로기적으로 이분법을 강요받던 시기에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못하는 상황과 인물의 내면을 그리고 있는데 이를 위한 비교 텍스트로 읽어볼 작정이다. <맘브루>는 한국전쟁 관련하여 콜롬비아 작가의 시각은 접한 적이 없어 읽어보고자 하기 위해 골랐다.
일종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책이라 볼 수 있겠다.
묵혀 두었던 <역사비평>과 <역사문제연구>도 읽기 시작했다. <역사비평> 2025년 여름호는 진짜 대박이다. 온통 눈에 띄는 내용이 가득하여 눈과 뇌가 함께 즐거울 따름이다. 일단 조선공산당 100주년 특집 내용과 윤석열 탄핵 관련, 최근 <반일종족의 역사내란>이란 책을 또 다시 펴낸 이영훈의 책에 대한 특별 기고가 실려 있다. 브루스커밍스 다시보기 기획도 있다.
<역사문제연구>는 최근 읽었던 이연식 선생님의 책에 대한 좌담회 내용과 한국 자본주의 개발 시대를 1980년대까지 확장하는 의미에 대한 특집 내용이 눈에 띄었다. 보통 한국 자본주의가 눈에 띄게 발전한 시기를 꼽으라면 박정희 시기를 꼽는 경우가 많아서 1960~70년대 내용은 많이 연구가 되어 있는 반면 1980년대는 그 연구가 빈약하다. 주로 1980년대는 정치, 문화적으로 치우쳐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향후 1980년대 이후의 한국 자본주의의 역사에 대해서도 좀 더 깊이 있는 연구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역사문제연구는 서점에서 더는 검색이 되지 않는다ㅠㅠ)

아! 마무리는 다시 한국전쟁 이야기로! 정병준 선생님의 <한국전쟁>도 미루지 말고 읽어봐야겠다. 읽을 책은 많은데 눈은 뻑뻑하고 이거원ㅎㅎㅎ
군비 증강의 시대다. 한쪽에서 (상대가 쳐들어올지 몰라) 군사력을 늘리면 당연히 상대도 군사력을 늘릴 수밖에 없다. 이런 생각은 결국 평화로운 시대가 요원하게 만드는 것 같다. 끊임없이 상대를 경계하고 대비해야만 하는건지 답답하고 피로하다. 마무리가 이상해져버렸지만 어쨌든 내가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읽고 쓰는 것뿐인 듯하다.
거리의화가 2025-06-25 공감 (19) 댓글 (0)
시험범위라서 정말이지 오랜만에 읽었다. (이 부분은 감사하다) 사회에 대한 애정으로 끊임없는 사색과 대한민국 상황에 대한 비판적 관심이 현재의 삶 속에선 너무 멀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그런 젊은이가 많음을 보았다.
munsun09 2025-04-18 공감 (24) 댓글 (0)
혹시 박경리 문학상을 아시나요? 대하소설 《토지》를 쓴 박경리 작가를 기리기 위해 만든 문학상입니다. 박경리 문학상은 국내 최초의 세계 문학상입니다. 그래서 이 상은 전 세계의 모든 작가에게 주어집니다. 수상 자격에 우리나라 작가도 포함됩니다.

* 최인훈 《광장 / 구운몽》 (문학과지성사, 2008년)
2011년 첫 번째 박경리 문학상 수상자는 《광장》을 쓴 소설가이며 극작가로도 유명한 최인훈(1934~2018)이었습니다.

* 실비 제르맹, 김화영 옮김 《밤의 책》 (문학동네, 2020년)
박경리 문학상은 올해로 13회를 맞이했어요. 9월 말에 박경리 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었습니다. 수상자는 프랑스의 소설가 실비 제르맹(Sylvie Germain)입니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작가의 이력이 독특한데요, 그녀는 철학을 전공했으며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녀에게 철학을 가르친 교수가 바로 리투아니아 출신의 유대계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Emmanuel Levinas)입니다. 작가의 데뷔작은 1984년에 발표된 《밤의 책》입니다.
10월 10일은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된 날이었어요. 출판계와 독자들이 한강에 빠져 있을 때 실비 제르맹이 우리나라에 찾아와서 강연했어요.
* 실비 제르맹, 김화영 옮김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 (문학동네, 2006년)
세계 문학 작품 읽기 전문 모임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11월의 작가는 올해 박경리 문학상 수상자 실비 제르맹입니다. 함께 읽고 싶은 실비 제르맹의 책은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입니다. 이 소설은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실비 제르맹의 작품입니다. 1991년에 발표된 작가의 다섯 번째 소설이에요. 작가의 첫 번째 소설 《밤의 책》은 2020년에 번역 출간되었는데요,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는 2006년에 번역되었어요.

* 실비 제르맹, 박재연 옮김 《빛의 아틀리에》 (마르코폴로, 2024년)
실비 제르맹은 저에게는 낯선 작가입니다. 그녀가 쓴 책 중 유일하게 읽은 것이 미술 에세이 《빛의 아틀리에》였어요. 작가의 소설을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실비 제르맹이 우리나라 독자들과 주고받은 대화 일부를 요약한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가의 문학 세계를 알 수 있는 글입니다. 어제 나온 글이라서 따끈따끈하군요.

<[조용호의 문학 공간] “써라, 그래야 존재할 것이다”>
KPI뉴스, 2024년 11월 1일
https://www.kpinews.kr/newsView/1065573253819763
cyrus 2024-11-02 공감 (29) 댓글 (2)
더보기
마니아
읽고 싶어요 (57)
읽고 있어요 (18)
읽었어요 (146)
이 책 어때요?
구매자
분포

5.9% 10대

3.0%

8.1% 20대

6.7%

6.2% 30대

3.9%

38.7% 40대

11.0%

8.3% 50대

6.4%

0.5% 60대

1.2%
여성 남성
평점
분포
9.0

64.9%

21.1%

10.5%

3.5%

0%
100자평
등록
카테고리
글 작성 유의사항
구매자 (11)
전체 (27)
공감순

수능덕에 대한민국 수험생 모두가 알 소설. 하지만 대학생이 되고 다시 읽으면 느끼는 것이 많이 다를 걸?
赤赤 2012-02-08 공감 (6) 댓글 (0)
Thanks to
공감
20년만에 다시 읽어봅니다.
madwife 2014-10-24 공감 (2) 댓글 (0)
Thanks to
공감
제가 대학생때 읽고 감동받은 책인데 아들에게 이해가 될지 모르지만 사줘봅니다~~~
hanylan 2011-05-14 공감 (2) 댓글 (0)
Thanks to
공감
책을 덮고 든 생각은 `역시 수능에 두번 출제될 만한 작품이다!`
작품을 내놓고 몇번의 개작을 했다는 작가의 노고에 감탄하였고,
분단의 국가에 살며 이데올로기를 다시 생각하게금 한 책이네요.
pada 2014-04-15 공감 (2) 댓글 (0)
Thanks to
공감
민음사만 찾다가, 한국문학에도 관심을 갖게 해준 책
corea007 2011-10-30 공감 (2) 댓글 (0)
Thanks to
공감
더보기
마이리뷰
구매자 (7)
전체 (30)
리뷰쓰기
공감순

광장/구운몽 - 빛에서 어둠으로
분명 예전에 읽었으니 가지고 있던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디에 둔지 알 수가 없어서 결국 새로 구입한 책이다. 이전에는 같은 출판사이지만 최인훈 전집으로 나온 판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판본이었다.
어쨌든 광장은 재독이었다.
1960년대를 대표하는 문학 작품으로 손꼽히는 광장. 1960년 11월에 발표된 소설이다.
출간 당시가 전쟁이 끝난 지 6~7년, 4.19 혁명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상황이었다. 남북한은 갈라진 상태에서 전쟁으로 막심한 피해를 겪었고 인간에 대한 증오와 불신이 여전히 남아 있을 때였다고 생각한다.
이 시기 다른 아시아 지역에서는 비동맹 선언, 중립주의 등의 새로운 시도들이 이어진다.
공교롭게도 이명준의 선택은 당시 사람들의 상황과 선택지 중 하나를 예상케 한다.
명준이 남한과 북한 어디에도 가지 않겠다면서 중립국을 선택하는 모습은 비장미마저 느껴진다. 남한과 북한 사회의 모습들을 친절하게 보여주는 모습에서 명준이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납득할 수 있도록 한다.
구운몽은 처음 읽게 되는 것이었다.
(근데 이전에도 같이 실려 있었을텐데 왜 나는 구운몽을 함께 읽지 않았을까.)
우선 읽기 전 왜 하필 구운몽이 광장과 나란히 한 책에 묶였을까 궁금했다.
어떤 배경도 접하지 않은 채 이야기를 전달받고 감정을 겪자 생각하여 곧바로 읽게 되었다.
완독 후 첫 감정은 혼란과 어지러움이었다.
독고민이 몇 차례의 꿈을 꾸고 환각을 경험하던 것처럼 나도 마치 악몽을 꾸었다 현실로 돌아왔다 다시 비슷한 악몽을 꾸는 과정을 여러 번 겪듯 메스꺼움이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구운몽을 이끌고 가는 인물은 독고민 뿐 아니라 김용길, 시사회 해설자 등 다양하다. 이 때문에 장면의 전환이 빨라서 혼란스러움이 더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작가의 의도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구운몽은 1962년 4월에 발표된 소설로 5.16 군사 쿠데타의 상황을 그렸을 거라 짐작할 수 있다.
혁명군 방송에서는 혁명이 위기에 빠졌다며 시민군이 일어서기를 반복적으로 종용하고 자유를 부르짖는다.
독고민의 내면을 끊임없이 괴롭히던 것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이 무엇이든 반복되는 내면의 상황들이 독고민의 마지막을 짐작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광장>의 광장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광장이라면 <구운몽>의 광장은 썰렁하고 시멘트 바닥의 느낌처럼 차갑고 얼어 붙어 있다.
같은 작가의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광장과 구운몽은 형식이 달라서 새롭게 느껴졌다.
<광장>은 명준이 선택하는 외부 상황에 대한 묘사에 집중하는 모습이라면 <구운몽>은 철저히 인물에 대한 내면에 치중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독자들은 한 권의 책에서 완전히 다른 이야기 두 개를 만날 수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역시 두 소설을 한 권에 담은 더 큰 이유는 역사적인 이유가 아닐까 한다.
4.19 이후 독재에서 벗어나 이제 진정한 자유를 찾는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던 대한민국 국민들은 5.16 으로 그것이 송두리채 무너지게 되니 말이다.
남한 시절의 그에게는 철학이 모든 것이었다. 부모도 없고 돈도 없고 명예도 없는 청년에게, 철학이란 모든 것을 갚고도 남을 꿈을 보여주는 단 하나의 것이었으리라. 또는 양반과 종놀음으로 헤아릴 수 없는 세월살아온 고장에서, 꿈을 이룰 엄두조차 내지 못할 사회에서, 철학이란, 양심의 마지막 숨을 곳이었으리라. 아니면 그 신분이 임금이건 종이건 사람이 산다는 일에 놀라움을 느끼고, 그 뜻을 캐보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마음 탓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어느 것이든 좋고, 철학이란 그 모든 것을 다 뜻한다. 어쨌든 그는 철학의탑 속에서 사람을 풍경처럼 바라보았다. - P106
인류는 슬프다. 역사가 뒤집어씌우는 핸디캡. 굵직한 사람들은 인민을 들러리로 잠깐 세워주고는 달콤하고 씩씩한 주역을 차지한 계면쩍음을 감추려 한다. 대중은 오래 흥분하지 못한다. 그의 감격은 그때뿐이다. 평생 가는 감정의 지속은 한 사람 몫의 장에서만 이루어진다. 광장에는 플래카드와 구호가 있을 뿐, 피묻은 셔츠와 울부짖는 외침은 없다. 그건 혁명의 광장이 아니었다. - P158
에덴 동산에서의 잘못에서 법왕제에 이르는 기독교의 걸음걸이는, 그대로 코뮤니즘의 낳음과 자람의 걸음에 신기스럽게 들어맞는 것이었다. 그들은 쌍둥이 그림이었다. - P184
그는 지금, 부채의 사북자리에 서 있다. 삶의 광장은좁아지다 못해 끝내 그의 두 발바닥이 차지하는 넓이가 되고 말았다. 자 이제는? 모르는 나라, 아무도 자기를 알 리 없는 먼 나라로 가서, 전혀 새사람이 되기 위해 이 배를 탔다. 사람은, 모르는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 성격까지도 마음대로 골라잡을 수도 있다고 믿는다. 성격을 골라잡다니! 모든 일이 잘될터이었다. 다만한가지만 없었다면. 그는 두 마리 새들을 방금까지 알아보지 못한 것이었다. 무덤 속에서 몸을 푼 한 여자의 용기를, 방금 태어난아기를 한 팔로 보듬고 다른 팔로 무덤을 깨뜨리고 하늘 높이 치솟는 여자를, 그리고 마침내 그를 찾아내고야 만 그들의 사랑을. - P208
마음이 추우면 죽는다. - P223
더 많은 탐조등 빛이 도시의 하늘에서 갈팡질팡 엇갈리고 있다. 폭격, 혁명, 누가 혁명을 일으킨 것일까. 스피커의 부름에도 불구하고, 거리고 나오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개 한 마리 얼씬 않는 거리는 사방이 괴괴할 뿐, 총소리 한 방 들리지 않는다. - P249
불사조처럼 날아오르는 그대의 양심을. 그대의 사랑을. 양심과 사랑에 거듭나서, 심연의 그 아득한 거리에 승리하고, 저 높은 자유를 향하여 날아오르는 그대의 앞날을 봅니다. 이 도끼를 받으십시오. (총성. 또 총성. 뒤따라 기관총이 이어쏴) 안녕히. 연인이여. 그래도 나는 그대를 사랑한다. 자유 만세. 공화국 만세. - P278
현대는 성공의 시대가 아니라 좌절의 시대며, 건너는 시대가 아니라 가라앉는 때며, 한마디로 난파의 계절이므로, 다음에 현대인의 인격적 상황은 극심한 자기 분열이다. - P335
- 접기
거리의화가 2022-06-04 공감(19) 댓글(10)
Thanks to
공감
누가 이명준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는가?
『광장』의 굴욕?
문학작품이 특정한 역사적 사건이나 시대적 상황과 연관돼 독자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되고 꾸준히 읽혀지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역사적 사건 안에 담겨 있는 '시대정신', 즉 당시 사람들이 추구했던 가치와 고뇌를 온전하고 명료하게 표현했을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특히 최인훈의 『광장』과 작품 속 주인공 이명훈이 분단시대에서 4.19혁명으로 나타난 역사적 전환기의 민족의 사상과 고뇌를 상징한다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는 급격한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몰락해가는 도시 빈민들의 삶을 통해 70년대 경제성장의 사회상의 폐해를 고발했다. 두 작품의 공통점이 있다면 소설에서 묘사되고 있는 시대적 상황의 단면들이 발표된 지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난쏘공』이 출간 30년 만에 통산 100만 부의 판매 기록이 세웠을 때 작가 조세희는 '현재 철거민의 삶은 30년 전이나 똑같다'고 말하면서 '30년 전에 나온 내 소설이 지금까지도 오랫동안 읽혀진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냉담한 소감을 밟혔다.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회로부터 소외받아야만 했던 '난장이의 꿈'은 아직도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이다. 『광장』도 마찬가지다. 작가 최인훈은 여러 차례 개작 끝에 탄생된 수정본을 출간하게 된 이유를 『광장』의 역사적 시대의 산물이며 좀 더 문학성을 보강하여 후대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명준이 바다에 투신한 지 42년이 지난 지금도 분단의 대립은 여전하다.
최인훈의 『광장』도 문학 교과서에 많이 수록되고 지금까지도 수정본으로 나올 정도로 전후 한국 문학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세희의 『난쏘공』에 비하면 대중의 인지도는 조금 낮은 편이다. 철거민 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비참한 생활상이 조명되는 사회적 이슈가 거론될 때면 항상 연관되어 따라 언급되는 게 바로 조세희의『난쏘공』이다. 그런데 지금도 '분단국가'인데도 '분단 문학'의 인기는 그리 많지 않다. 5, 60년대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뚜렷했던 사회상을 그려냈기에 오늘날 읽기에는 너무 케케묵은 소설이라는 인식 탓일까? 4.19 혁명이 일어나기 시작되는 시점에서 나온게『광장』인데 4.19 혁명을 기념하는 날에도 잘 언급되지 않는 정도면 문학적 평가에 비하면 상당히 굴욕적이다.『광장』은 수십년 전에 출간된 책치고는 50만 부를 넘을 정도로 스테디셀러라고 말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판매 기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수능 세대를 거쳤던 기성 세대들이나 현재 수능 시험을 앞두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광장』은 역대 수능시험 지문 출제 작품이면서 모의고사에 심심찮게 만나게 되는 소설로만 기억되고 있을 뿐이다. 그저 문학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으로만 남아 있는 것이다. 문학 시간에『광장』을 배웠던 사람들 중에서 텍스트 전체를 한 번이라도 끝까지 읽어본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지 궁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젊은이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광장'과 '밀실'의 사회
한반도는 자유주의 이데올로기와 사회주의 이데올로기가 서로 경쟁하고 투쟁하는 세계적인 공간으로서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불행하게도 지금도 갈등의 기억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부터 시작된 이데올로기 갈등은 해방 이후에 미국과 소련이 개입하면서 더욱 심화되었는데 이러한 체제 갈등과 경쟁 속에서 이데올로기는 개인의 자율성을 크게 훼손하기에 이른다. 이데올로기를 통해 기존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흐름이나 반대로 이데올로기를 통해 또 다른 세계를 지향하던 세력이나 개인에게 폭력적으로 다가왔던 것에는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한 시대적 상황이 팽배하고 있었던 1960년, 때마침 이데올로기의 싸움에 지쳐버린 이명준이 등장하는 『광장』이 탄생하게 되었다.『광장』이 나올 수 있있던 이유는 바로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도 한몫했다. 소설은 4.19 혁명으로 드러난 의식의 전환과 시대정신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4.19 혁명은 사회적으로 민주주의의 가치를 확산시킴과 아울러 민족 통일의 염원을 각인시켰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기존의 정치세력들은 갑자기 폭발한 민중들의 자유의 에네르기를 제대로 추스르지 못했고 그 혼란을 틈타 군사독재가 등장함으로써 자유로운 사회의 탄생에 대한 민중들의 갈망은 끝내 '미완'으로 남아야만했다.
'자유'가 없는 사회에는 오직 '억압'과 '복종'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이명준은 남한과 북한 어디에도 진정한 인간의 삶을 충족시켜줄 수 없다는 인식하에 제3국을 선택하지만, 끝내 바다에서 자살하고 만다. 이명준은 '광장' 과 '밀실'로 구분되는 이데올로기의 시대가 만들어 낸 희생양이다. '광장'은 사회 구성원들이 공동의 이념을 추구하면서 바람직한 사회 건설을 위해 토론하고 실천하는 공적 공간이다. 반면, '밀실'은 개인이 삶의 행복을 추구하고 사랑을 나누며 자신의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는 사적 공간이다.
아버지의 월북 이력이 문제가 되는 바람에 남한 사회는 이명준을 빨갱이로 몰아붙였고, 그는 이를 계기로 남한의 개인주의적이고 폐쇄된 밀실의 현실에 환멸을 느끼고 월북하기에 이른다. 그의 마음 속에는 '밀실' 속에서 사적 이익만을 탐닉하는 퇴락한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적 의식과,그와 동시에 '광장', 다시 말해 공동체를 지향하는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묘한 동경도 존재했다. 그러나 이명준의 눈에 비친 북한 사회는 활기차고 정의로운 공동체적인 '광장'이 아니라 명령과 복종만이 남아서 개인의 자율성이 크게 훼손되는 사회였다. 심지어 '사랑'마저도 허용되지 않은 통제사회였던 것이다. 이명준의 눈에 비친 남한과 북한은 모두 불구적인 사회다. 그가 원하는 사회의 모습은 바람직한 광장이 건재하되 밀실이 존중되는 것이다. 결국 개인과 사회의 조화, 이념과 행복이 공존을 이루는 사회이다. 그런데 이명준은 남과 북 어디에서도 자신이 바라는 진정한 사회를 발견하지 못했다.
『광장』은 우리에게 '이데올로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이명준의 행적과 심리적 자의식을 통해 작가는 남과 북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와 사회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이명준은 나름의 방식으로 남북의 현실에 적응하려고 노력한다. 그는 현실에 순응하지도, 현실을 무작정 거부하지도 않는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속한 사회와 현실을 논리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에게는 친일파가 해방 후 고위직에 오르고 타락과 부조리, 방종에 가득 찬 '남한 사회'나 경색된 이데올로기, 허위, 부자유가 만연한 '북한 사회' 모두 환멸의 대상일 뿐이다. 모두 진정한 인간 삶을 충족시키기 어려운데, 그것은 애당초 남과 북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가 모두 사회 성원들의 자생적인 욕구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무, 앉으시오."
명준은 움직이지 않았다.
" 동무는 어느 쪽으로 가겠소?"
"중립국."
그들은 서로 쳐다본다. 앉으라고 하던 장교가, 윗몸을 테이블 위로 바싹 내밀면서, 말한다.
"동무, 중립국도, 마찬가지 자본주의 나라요. 굶주림과 범죄가 우글대는 낯선 곳에 가서 어쩌자는 거요?"
"중립국."
"다시 한 번 생각하시오.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이란 말요. 자랑스러운 권리를 왜 포기하는 거요?"
"중립국."
(p 196)
이명준이 포로수용소에서 나누는 인상적인 이 대화에는 민족의 현실에 대한 작가의 고뇌, 나아가 우리 민족의 고뇌가 응축돼 있다. 이명준이 선택한 '중립국'은 현실에 존재하는 어떤 나라가 아니라, 남과 북의 현실에 대한 비판적 대립항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밀실'과 '공간'이 공존하지 않는 한국 사회
'밀실'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광장'으로 나서려고 하는 자와
'밀실'에서 탈출하여 새로운 '광장'을 만들려다가 고초를 겪었던 자.
독일의 사회학자 하버마스는 민주주의 발전의 핵심 개념으로 '공론장'을 주장했다. 공론장은 개인들이 모여 권력의 간섭이나 제약없이 이성적인 비판과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 국가 권력의 방향을 논의하는 공간이다. 공론장의 엄청난 힘은 현대 민주주의 혁명의 동력이 되었다.
"인간은 광장에 나서지 않고는 살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인간은 밀실로 물러서지 않고는 살지 못하는 동물이다. 광장은 대중의 밀실이며, 밀실은 개인의 광장이다."
인간에게는 저마다의 밀실과 광장이 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는 밀실보다 광장에서 존재감을 찾는다. 광장은 열린 공간이자 보다 적극적인 소통의 창구다. 개인과 개인이 모여 여론을 형성하고 다양성을 교감하며 통일성을 지향한다. 우리나라 사회는 "광장을 열어라"라는 저항의 외침과 "무조건 열 수는 없다"라는 거부의 몸짓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중이다. 한쪽은 자신을 진보라 부르고, 다른 한쪽은 보수로 이름 붙인다. 국민을 위한 정치는 실종되었고, 대화와 타협은 사라졌다. 정부의 얼굴이 여러 번 바뀌어도 철 지난 이데올로기 대립과 그에 대한 불신만 반복되고 있다. 이 땅에 진정한 진보와 보수가 있는지 의문만 커질 뿐이다.
60년 전의 이명준이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을 본다면 심정이 어떠했을까? '밀실'의 암흑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오직 '광장'으로 나서려고 하는 자 그리고 '밀실'에서 탈출하여 새로운 '광장'을 만들어보려고 했지만 고초를 겪어야만했던 자가 같은 땅덩어리 내에서 살고 있는 게 지금 우리나라 사회의 현주소다. 이데올로기의 종말을 고한 지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리 사회가 구 냉전시대를 지배했던 이데올로기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일한 분단 국가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낡은 이분법적 영향력이 유지되는 사회는 결국 사회구성원 간의 갈등의 골만 깊어질 뿐이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젋은 세대들은 이명준처럼 이데올로기로 인한 극단적인 죽음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진정한 삶의 행복을 스스로 찾지 못한 채 정치적 무관심에 빠져 무기력하게 살아갈지도 모른다. '밀실'에서 나와 '광장'에서 공론의 장을 형성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깊게 패인 극단적 단절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다.
- 접기
cyrus 2012-09-03 공감(12) 댓글(4)
Thanks to
공감
[마이리뷰] 광장 / 구운몽
명준은 기대, 두려움 같은 부정적이나 긍정적이거나 한 어떤 감정도 가지지 않은 채로 중립국을 향해 항해중이다. 그는 후회를 하는 것 같지도 않다. 동행한 이들에게 연민이나 동류의식을 느끼지도 않는다. 사람 하나 그 자체로 스스로 중립의 고립을 받아들였다.
월북해서 대남방송을 하는 코뮤니스트 아버지 덕에 남한에선 일제시대 때부터 경찰 짓을 하던이에게 수모를 겪고, 북에서는 진실을 외면하라고, 침묵하라고 강요받는 주인공.
그에게 닻을 내려줄 핑계라면 사랑하는 여인일텐데 그런 사적감정에 자신을 맡기는 타입의 남자도 아니다. (그 덕에 매우 옛날 소설... 으으... 라는 괴로움에 빠지기도 했다)
두 체제를 넘나들고 전쟁통에 포로가 되고, 의지할 타인하나 없는 신세의 명준은 스스로 제 3국으로 자신을 옮겨달라고 요청한다.
혁명하는 나, 시국을 온 마음으로 걱정하는 나, 고뇌하는 나, 중대한 선택을 하는 나에 취해 그가 얻은게 무엇인지. 탐욕의 개인들로 타락한 곳도, 당을 최고의 가치로 여겨야 하는 곳도 머물수 없는 그는 설 자리가 없고, 미지의 땅에서 과묵한 수위가 된 모습을 상상하는 그는 무력하다. 그 무기력이 명준을 결말로 이끌었다고 해야할까.
시대가 수상쩍고, 시대정신의 가치도 높이 평가하고, 매우 그럴 법한 시절이었다 하더라도 나는 주인공의 비장하기 이를데 없는 사색에 마음껏 몸을 맡기지 못하겠다.
<광장>을 명작으로 꼽는 이유와, 좋았다가 진절머리를 냈다가를 반복한 나의 독서 사이에 뭐 그리 다른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 구운몽은 제대로 읽지 못했다. 자의식이 사방으로 커진 캐릭터를 감당하기 버거워 대충 읽었다. 그러니 무슨 감상이 남아 있을까. 나름 2019년 첫 책으로 읽었다...라는 것에 비해 아쉬운 독서다.
- 문제라는 표현은 다만 비유적으로 쓰고 있을 뿐이다. 이 문제는 먼저 이렇게 저 문제는 다음에 저렇게, 하는 식으로 처리할 수 없는 것이 인생 문제의 성격이다. - 1989년판 머리말 중
- 살아가는 동안 저편에서 가르쳐주고, 제가 깨달아간다는 것이 사람의 삶의 어려움이다. 그런데 그 삶의 짐작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고, 혼자 힘으로 깨닫기는, 혼자서 태어나기가 어려운 만큼이나 어려운 시대라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 일어판 서문 중
- 어떤 경로로 광장에 이르렀건 그 경로는 문제될 것이 없다. 다만 그 길을 얼마나 열심히 보고 얼마나 열심히 사랑했느냐에 있다. 광장은 대중의 밀실이며 밀실은 개인의 광장이다. - 1961년판 서문 중
- 그는 만년필을 손에 낀 채, 두 팔을 벌려서 책상 위에 둥글게 원을 만들어, 손끝을 맞잡아봤다. 두 팔이 만든 둥근 공간. 사람 하나가 들어가면 메워질 그 공간이, 마침내 그가 이른 마지막 광장인 듯 했다. 진리의 뜰은 이렇게 좁은 것인가? - 142
- 어떤 사람이 어떤 사회에 들어 있다는 것은 풀어서 말하면, 그 사회 속의 어떤 사람과 맺어져 있다는 말이라면, 맺어질 아무도 없는 사회의, 어디다 뿌리를 박을 것인가. 더구나 그 사회 자체에 대한 믿음 조차 잃어버린 지금에. 믿음없이 절하는 것이 괴롭듯이, 믿음 없이 정치의 광장에 서는 것도 두렵다. - 183
2019. jan.
- 접기
hellas 2019-01-03 공감(6) 댓글(0)
Thanks to
공감
청년기에는 한번쯤 읽어야하는 책
이 책은 내가 대학에 다닐 때는 대학생들의 필독서였다.
특히나 문학회를 하던 나는 책을 읽고 토론을 하기위해 소위 사회과학책을 읽으며 토론을 하고 사회의 아픈 구석을 헤집으며 삶을 그리고 사회를 한탄하곤 했다. 그러면서 지나야만이 적정한 20대를 살아내는 것처럼....
이번에는 큰아이가 고등학교를 입학하는데 국어의 언어영역를 준비하기 위한 필독서로 광장, 무정,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등이 필독서로 읽어야 할 책 목록이였다. 세상이 참 빨리도 살아간다하는 생각과 과거 우리가 대학생인 수준과 지금 고등학생의 수준을 같은 선상에서 봐야하는 아리송함도 느꼈다. 책을 읽은지 20년이 지났지만 조금씩 생각나는 대목이 있었지만 역시나 낯설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책의 주인공 이명준은 전쟁이 끝난 후 포로로 잡혔을 때 북한을 선택할 것인지 남한을 선택할 것인가를 선택해야하는 기로에서 중립국을 선택하여 제3국으로 가는 배안에서 이루어지는 일과 스쳐지나온 삶을 돌아보는 내용으로 이루어져있다.
지금은 북한과의 교류내지는 개방으로 인해 간첩이나 북한관련 발언이 아무렇지도 않는 세상이 되었지만 작가가 글을 쓰던 50년대는 남과 북이 그야말로 피의 각축장이였음을 생각하면 아무도 모르는 세계를 떠돌기 위해 제3국을 선택하는 이명준이라는 인물에 대해 많은 서글픔을 느낀다.
- 접기
호호짱 2012-01-31 공감(10) 댓글(0)
Thanks to
공감
이명준에게 부치는 편지
지금 나는 당신에게 편지를 씁니다. 이 편지가 당신에게 도착하기 위해서는 두 개의 장벽을 넘어야 할 것입니다. 70여 년 세월의 장벽을, 그리고 소설 속 등장인물과 현실의 독자 사이의 장벽을. 둘 중 소설과 현실 사이에 놓인 미학적 장벽을 넘는 일은 꽤나 상상력과 공감 능력을 요구했지만, 역사의 장벽은 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직도 세계에서 유일한 냉전 분단국가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당신의 비극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이 사실이 당신에게 위로가 될까요? 절망이 될까요?
당신이 떠나고 지난 세월 동안 북쪽의 공화국은 여전히 당은 틀리지 않는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으며, 이제 광장은 우상 숭배의 극장이 되어버렸습니다. 반면 남쪽의 공화국에선 밀실에서 뛰쳐나와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려서 우리들의 광장을 조금 넓혔으며, 광장을 사유화하려는 정치가들을 상대로 승리하는 경험들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큰 악은 너무 커서 단죄할 수 없으며, 작은 악은 큰 악에 가려져 악으로 인식되지 않습니다. 이것이 인간의 본성이자 한계가 아닐까 하는 씁쓸한 체념이 듭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냈던 인천의 분지와 부산 전선의 동굴은 마치 나의 추억이라도 되는 듯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은애와의 애가 타던 시간들, 초조하게 은혜를 기다리던 순간들은 분명 애틋하고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당신처럼 우리도 몸의 길을 따라 사랑하고 욕망하며 살고 있고, 그것만은 북쪽의 사람들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랑이 정말 우리에게 구원이 될 수 있을까요? 이데올로기라는 이름의 희망이 덧없듯이 사랑도 한낱 우리의 덧없는 희망이 아닐까요? 당신의 사랑은 이뤄지지 않아 오히려 완성된 아름다운 비극이 아니었을까요? 아마도 정 선생님이 미라를 통해 본인도 모르게 당신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교훈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것은 삶과 사랑의 덧없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지금 당신이 몸을 던진 남중국해를 떠올립니다. 그 크레파스보다 파란 색깔의 바다. 그것은 이데올로기도 사랑도 사라지고 남은 우리 존재의 본래의 색깔일지도 모릅니다. 더 이상 우리의 욕망을 투여할 대상이 남아있지 않을 때, 그리하여 우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쓸 수 없을 때, 바로 그때 불현듯 그 모습을 드러내는 존재의 어두운 심연의 색깔. 우리는 그 인생의 무의미함에 직면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사랑하여 가족을 이루고, 일과 돈에 중독되고, 취미를 만들고, 소확행을 추구하는 등 끊임없이 관심 대상을 찾으며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마치 영혼의 영양제를 섭취하듯 그 어두운 심연을 가끔 생각해야 한다고 합니다. 철학도였던 당신도 알고 있겠지만, 하이데거는 이 무의미의 심연과 인간의 유한성이 우리에게 존재론적 불안(angst)을 불러일으키며 불안이야말로 우리의 근본기분(grundstimmung)이라고 하였습니다. 그의 말대로 인생의 무의미함과 유한성에 대한 성찰이 우리의 인생을 더 충실하게 살게 하는 것인지 나는 알고 싶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여전히 당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당신을 애도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일 것입니다.
- 접기
김군 2020-07-14 공감(5) 댓글(0)
Thanks to
공감
더보기
마이페이퍼
전체 (28)
페이퍼 쓰기
좋아요순

최인훈 문학을 기리며
<광장>의 작가 최인훈 선생이 타계했다. 노회찬 의원의 자살 소식이 아침에 워낙 큰 충격을 던진 탓에 묻힌 감이 있는데 문학계에서는 올해의 뉴스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이미 전집도 간행되어 있는 터라 최인훈 문학의 결산이 과제는 아니다. 유고집이 따로 나올지 모르겠지만 독자로서는 그저 읽으면 된다. 나로서도 강의에서 <광장>만 읽었는데(내게도 <광장>은 대학에 들어와 가장 먼저 읽은 한국 현대소설 가운데 하나였다) 올겨울 강의부터라도 대표작 몇편을 포함하여 확장판 강의를 하고 싶다. 3-4강 정도의 강의를 꾸리려 한다면 어떤 작품을 골라야 할까.
가장 많이 읽히는 대표작 <광장>을 제쳐놓으면 <회색인>과 희곡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가 가장 많이 판매된 책으로 뜬다. 박태원 소설의 패러디로서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과 실험적인 작품으로 <총독의 소리>나 말년의 대작 <화두> 등이 내가 덧붙여 떠올리게 되는 작품인데 모두를 다룰 수 없다면 선택해야 한다. 최인훈 연구서들을 좀 훑어봐야겠다. 벌써 10년 전에 타계한 이청준 선생의 경우도 그랬지만 이로써 한 시대가 저물었다는 느낌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 접기
로쟈 2018-07-23 공감 (47) 댓글 (4)
Thanks to
공감
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