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23

대니얼 A. 벨 (지은이),김기협 (옮긴이): 차이나 모델, 중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왜 유능한가 - 대의민주주의의 덫과 현능정치의 도전



알라딘: 차이나 모델, 중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왜 유능한가 - 대의민주주의의 덫과 현능정치의 도전




차이나 모델, 중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왜 유능한가 - 대의민주주의의 덫과 현능정치의 도전
대니얼 A. 벨 (지은이),김기협 (옮긴이)서해문집2017-06-30원제 : The China Model: Political Meritocracy and the Limits of Democracy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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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정보

반양장본
432쪽
152*223mm (A5신)
744g
ISBN : 9788974838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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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캐나다 출신의 정치철학자인 대니얼 A. 벨이 2015년 미국 프린스턴대학 출판부에서 출간해 당시 학계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 문제작이다. 흔히 우리는 정치의 세계를 ‘좋은’ 민주주의 사회와 ‘나쁜’ 권위주의 사회로 구분하는 경향이 있는데, 중국의 정치 모델은 그중 어느 한쪽에 꼭 들어맞지 않는다.

지난 30년간 중국에서는 ‘현능주의(賢能主義, meritocracy)’라고 표현할 만한 하나의 정치체제가 형성되어 왔는데, 이 책은 이 특이한 정치체제의 이념과 실제를 담고 있다. 즉 품성[賢]과 능력[能]이 뛰어난 지도자의 선발을 선거에만 맡기지 않는 현능주의 정치체제를 다룬 책이다(‘meritocracy’는 흔히 ‘능력주의’ 혹은 ‘실력주의’로 번역되지만, 거기에는 ‘품성’의 뜻이 빠져 있기에 저자는 ‘현능주의’라는 용어로 번역할 것을 제안한다).

중국 정치에 관한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화자가 중국인이 아니라서 우리가 읽기에 편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태어나 자라난 사람이어서 민주주의에 관한 여러 가지 ‘상식’에 찌들어 있는 독자들을 배려할 줄 알기 때문이다. 문명사의 거시적인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역사학자 김기협의 유려한 번역도 이 책의 의미를 전달하는 데 한몫한다. 또한 미국(또는 서구)의 민주주의와 중국(과 싱가포르)의 현능주의를 풍부한 사례를 통해 비교 분석하면서, 공자와 플라톤부터 주희, 존 스튜어트 밀을 거쳐 쑨원과 존 롤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치사상의 맥락까지 함께 아우르고 있어 우리에게 ‘정치란 무엇인가’,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생각하도록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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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문


1장. 과연 민주주의는 가장 덜 나쁜 정치체제일까?

1절. 다수의 전횡
■ 선거민주주의의 대안: 싱가포르식 현능주의 정치제도

2절. 소수의 전횡
■ 선거민주주의의 대안: 자본가를 견제하기

3절. 투표 집단의 전횡
■ 선거민주주의의 대안: 미래 세대 대표들에게 거부권을

4절. 경쟁적 개인주의자의 전횡
■ 선거민주주의의 대안: 정당정치는 이제 그만


2장. 현능주의 정치체제에서 좋은 지도자를 뽑는 방법

1절. 상황이 필요로 하는 리더십의 특성
■ 막스 베버가 말한 ‘직업으로서의 정치’

2절. 지적 능력
■ 지적 능력 기준의 관료 선발 제도: 전통시대의 과거제

3절. 사회적 기술
■ 사회적 기술을 가진 관리를 등용하는 방법: “다양한 특성을 끌어들여라”

4절. 도덕적 품성
■ 덕성을 갖춘 관리를 선발하는 방법: 동료들의 평가


3장. 현능주의 정치체제의 단점

1절. 부패의 문제
■ 세계 최고의 연봉을 받는 공무원들

2절. 경직성 문제
■ 프랑스 정치의 엘리트주의

3절. 정당성의 문제
■ 전쟁으로 민심을 휩쓰는 방법


4장. 민주적 현능주의의 여러 모델

1절. 능력과 덕성을 향한 투표
■ 존 스튜어트 밀이 제안한 복수투표제

2절. 민주주의와 현능주의의 전면적 결합
■ 장칭의 3원 입법부 제안

3절. 하층부는 민주주의, 상층부는 현능주의
■ 리위안차오와의 만남
■ 민주주의 반대를 위한 국민투표


결론: 차이나 모델의 실현을 위해
차이나 모델의 현실 / 차이나 모델의 이념 / 세계 속으로

보론
민주주의는 나쁘다? / 나는 현실옹호론자인가? / 유토피아 홍보물이다? / 차이나 모델은 끝났다? / 1천하, 2체제


감사의 말 / 한국어판 후기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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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첫문장
근대 서방 사회가 다중적多重的이라고 하는 것은 틀림없는 말이다.



추천글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중앙일보
- 중앙일보 2017년 7월 1일자 '책 속으로'
한겨레 신문
- 한겨레 신문 2017년 6월 29일자



저자 및 역자소개
대니얼 A. 벨 (Daniel A. Bell)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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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유교 좌파’를 자처하는 캐나다 출신의 정치철학자. 미국 프린스턴대학의 유명한 중국학 총서인 ‘프린스턴-차이나’ 시리즈의 총괄 편집책임자이기도 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중국 칭화대학의 철학 및 슈워츠먼 국제대학원 교수이자 산둥대학에서 정치행정학부 학장을 맡고 있다.
《뉴욕타임스》 《허핑턴포스트》 등에 칼럼을 기고하며 자유주의 정치이론과 유교정치 간의 대화와 소통을 이끌면서 중국의 사상 동향, 그중에서도 신新유가의 사상을 영미권에 알리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저서로 《Spirit of Cities(도시의 정신)》 《China’s New Confucianism(중국의 신유가사상)》 《Beyond Liberal Democracy(자유민주주의를 넘어)》 《East Meets West(동양, 서양을 만나다)》 등이 있다. 접기


최근작 : <차이나 모델, 중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왜 유능한가> … 총 31종 (모두보기)

김기협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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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1950년 서울 출생.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이공계 수석으로 물리학과에 입학한 뒤 사학과로 전과한, 보기 드문 배경의 역사학자다. 경북대학교 대학원에서 중국 고대 천문학 연구로 석사 학위를,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마테오 리치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계명대학교 사학과 교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편집위원(과학분과), 중앙일보 문화전문위원, 한국과학사학회 편집위원 등을 역임했다.
문명사의 거시적인 관점에서 우리 역사와 동아시아 역사를 바라보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미국인의 짐》 《밖에서 본... 더보기


최근작 : <냉전 이후>,<해방일기 10>,<해방일기 9> … 총 39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과연 민주주의는 가장 덜 나쁜 정치체제일까?
능력과 품성을 갖춘 좋은 정치 지도자를 뽑는 법!

민주주의의 ‘상식’에 찌들어 있는 현대인을 위한 지극히 도발적이고 시의적절한 책
민주주의의 장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꼭 읽어야 할, 새로운 정치체제 모델을 보여주는 책
★ <파이낸셜타임스> 2015 ‘올해의 책’ ★ <가디언> 2015 ‘올 휴가에 읽어야 할 책’ ★


“대의민주주의라는 용어는 국민들이 대표자를 선출함으로써 자신들을 표현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의미한다. (…) 대의제는 전문가들을 위한 제도로 점차 바뀌어갔고, 이들은 자신들과 똑같은 사람들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이 제도는 자체 역설을 생성하게 됐다. 국민들은 전문가들이 자신들을 정말 그대로 구현하는 화신이 돼주기를 갈망하는 신화적 사고를 가지게 된 것이다. 이는 선거 때마다 재현되는, 점차 저질이 돼가는 한 편의 연극과 같다.” -자크 랑시에르(<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인터뷰 중에서)


‘촛불의 승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찾는다. 하지만 이 승리는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정치가 얼마나 오작동해 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정치가 무엇인가. 국민이 마음 놓고 생업에 종사하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사회를 운영해주는 일 아닌가. 그러니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한 차례 관철시키기 위해 그 많은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수개월 동안 일과 생활을 접어놓고 광장으로 나와야 했던 것은 한마디로 ‘정치 부재’의 상황이었다.
이제 한국 사회는 촛불의 축제를 마감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박근혜 씨를 끌어내리는 데는 90퍼센트 가까운 압도적 동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축제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부터 어느 길을 가고 무엇을 할지에 대해서는 그런 압도적인 동의를 바라기 힘들다. 그런데 이 사회는 6 : 4 또는 5.5 : 4.5의 대립을 원만하게 처리하는 방법을 아직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촛불혁명’을 통해 탄생한 새 정부가 얼마나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 마음을 놓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국회에 있다. 아직도 많은 국회의원들이 반동 노선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은 ‘선거공학’ 때문이다. 몇 달에 걸친 평화적 항의를 통해 최고권력자를 퇴진시킨 우리 사회의 정치 역량은 온 세계가 부러워할 높은 수준이지만, 선거 때문에 정치인들이 해괴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 제도 문제를 깊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일만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본산이라는 미국과 프랑스의 대통령 선거나 영국의 브렉시트 사태 등을 통해, 요즘은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도 대의민주주의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민주주의 원리를 밑바닥부터 뒤집어보는 이 책을 독자들에게 권하는 것도 그 까닭이다. 개선의 노력을 계속하면서도 선거민주주의 자체의 맹점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세계 정치이론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
‘유교 좌파’ 대니얼 A. 벨의 문제작!

이 책은 캐나다 출신의 정치철학자인 대니얼 A. 벨(미국의 저명한 사회학자 대니얼 벨과 동명이인이다)이 2015년 미국 프린스턴대학 출판부에서 출간해 당시 학계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 문제작이다. 흔히 우리는 정치의 세계를 ‘좋은’ 민주주의 사회와 ‘나쁜’ 권위주의 사회로 구분하는 경향이 있는데, 중국의 정치 모델은 그중 어느 한쪽에 꼭 들어맞지 않는다. 지난 30년간 중국에서는 ‘현능주의(賢能主義, meritocracy)’라고 표현할 만한 하나의 정치체제가 형성되어 왔는데, 이 책은 이 특이한 정치체제의 이념과 실제를 담고 있다. 즉 품성[賢]과 능력[能]이 뛰어난 지도자의 선발을 선거에만 맡기지 않는 현능주의 정치체제를 다룬 책이다(‘meritocracy’는 흔히 ‘능력주의’ 혹은 ‘실력주의’로 번역되지만, 거기에는 ‘품성’의 뜻이 빠져 있기에 저자는 ‘현능주의’라는 용어로 번역할 것을 제안한다).
이를테면 시진핑 주석이 중국 최고의 권좌에 오르는 수십 년의 도정을 보자. 지방 말단 현(縣)급의 초라한 자리에서 시작해 시(市)급, 성(省)급, 부(部)급을 거쳐 중앙위원회, 정치국, 그리고 마침내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이르는 승진의 모든 단계에서, 그 정치적 지도력을 입증할 엄격한 심사를 겪어온 과정이 현능주의 정치체제의 모습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의 정치 발전을 평가하는 현능주의 정치이념의 기준은 어떤 것인가? 그리고 중국은 어떻게 현능주의 정치체제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가? 현능주의와 민주주의를 결합하는 데는 어떤 방법이 있는가? 대니얼 A. 벨의 이야기는 이런 질문들을 중심으로 한 것이다. 그는 ‘1인1표’ 최고지도자 선출 방식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해서 선거민주주의의 치명적인 결함들을 보완하는 데 중국식 현능주의 이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그리고 현능주의 정치체제의 장점과 단점을 검토하고 민주주의와 현능주의를 결합하는 여러 방법을 살펴본 다음, 중국에서 빚어져온 민주적 현능주의 체제가 도덕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바람직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바닥은 민주주의, 꼭대기는 현능주의, 그리고 그 사이는 실험 공간으로 이뤄지는 이 체제를 그는 ‘차이나 모델’이라 부르며 다른 나라에서도 참고할 만한 점을 지적한다. 중국에서 긴 역사를 가졌을 뿐 아니라 21세기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 발전의 지표가 될 가능성을 가진 현능주의 정치이념을 부각시킨 이 책은 참으로 적절한 시기에 나타났다. 많은 관심과 토론을 불러일으킬 것이 기대된다.
또한 이 책은 서구식 민주주의가 아닌 과거의 모든 정치제도를 ‘봉건적’이니 ‘전제적’이니 깔보던 근대인의 오만을 반성하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과거의 정치제도(이를테면 과거제) 중에는 지금의 선거민주주의 제도보다 “백성을 위한”이라는 정치원리에 더 충실하고 더 효과적인 것도 있지 않았을까? 중국의 1당 체제에 양당제 혹은 다당제 민주정치보다 나은 점들도 있지 않을까?
중국 정치에 관한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화자(話者)가 중국인이 아니라서 우리가 읽기에 편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태어나 자라난 사람이어서 민주주의에 관한 여러 가지 ‘상식’에 찌들어 있는 독자들을 배려할 줄 알기 때문이다. 문명사의 거시적인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역사학자 김기협(《해방일기(1~10)》의 저자)의 유려한 번역도 이 책의 의미를 오롯이 전달하는 데 한몫한다. 또한 미국(또는 서구)의 민주주의와 중국(과 싱가포르)의 현능주의를 풍부한 사례를 통해 비교 분석하면서, 공자와 플라톤부터 주희, 존 스튜어트 밀을 거쳐 쑨원과 존 롤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치사상의 맥락까지 함께 아우르고 있어 우리에게 ‘정치란 무엇인가’,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생각하도록 이끈다.


과연 민주주의는 가장 덜 나쁜 정치체제일까?

제1장에서는 선거민주주의의 네 가지 중요한 위험을 제시하고, 현능주의에 의거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이론적?현실적 방안을 내놓는다.
선거민주주의의 첫 번째 위험은 ‘다수의 전횡’이다. 비이성적이고 이기적인 다수파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소수파를 억압하고 나쁜 정책을 채택하는 쪽으로 권력을 휘두를 위험이다. 이론적으로는 유권자의 능력이나 자질을 심사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엄격하고 치밀한 인재 육성과 관료 선발?승진 시스템을 갖춘 싱가포르의 현능주의 정치체제가 유효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두 번째 위험은 ‘소수의 전횡’이다. 경제력을 장악한 소수 집단이 지나친 힘으로 정치 과정에 개입해서 공공선(公共善)에 부합하는 변화를 가로막거나 자기네 이익에 맞는 정책을 관철할 위험이다. 이론적으로는 유력 계층을 배제한 시민단체의 개입으로 대응할 문제인데, 현실적으로는 정치 지도자들이 다양한 계층과 접촉을 갖도록(농촌 지역 파견 등) 수련 과정을 거치게 하는 중국의 정치제도를 효과적 대안으로 검토할 수 있다.
세 번째 위험은 ‘투표 집단의 전횡’이다. 미래 세대나 외국인처럼 어떤 정책에 영향을 받으면서도 투표권을 갖지 못한 집단과 투표권을 가진 집단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후자의 입장이 언제나 관철된다는 문제다. 미래 세대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부기구의 설치가 이론적 해결책인데, 미래 세대에게 해로운 정책에 대한 거부권을 총통에게 두는 싱가포르 제도가 좋은 참고가 된다.
끝으로 ‘경쟁적 개인주의자의 전횡’이 있다. 선거민주주의에는 사회 갈등을 완화하기보다 격화시키고 갈등의 조화로운 해소책을 어렵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이 점에서는 경쟁적 정당정치보다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합의제를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중국의 정치 모델에 갈등 해소를 위한 실제적 장점이 있다.


좋은 정치 지도자란?

제2장에서는 리더십에 관한 폭넓은 담론을 비롯해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제시된 ‘정치 지도자의 특성’, 그리고 중국 전통시대의 이상적인 관료(=정치인)상 등을 두루 살핀 후, 현대의 현능주의 정치치제에서 필요한 ‘좋은 정치 지도자’의 특성은 무엇인가를 살펴본다. 그리고 그런 특성을 가진 정치 지도자들을 선발할 수 있는 제도적 방법을 제안하고, 현재 중국에서 작동되고 있는 현능주의 제도를 평가하면서 그 개선 방향을 제시한다.
(여기서는 서구 민주주의 사회의 정치 지도자에게만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특성들은 논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두꺼운 안면 피부라든지, 임기응변의 재간이라든지, 경쟁자와의 차이점을 과장하는 표현력이라든지, 선거기간 내내 똑같은 파당적 내용의 연설을 열정적으로 되풀이하는 끈기라든지, 선거에 이기자마자 포용적 화법으로 바꿔 정책을 설명하고 정당화하는 유연성 등등 말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좋은 정치 지도자란, ①지적 능력과 ②사회적 기술과 ③도덕적 품성에서 두루 강점을 가진 정치가들이다. 하지만 이 세 부문 특성의 중요성에는 차이가 있다. 상당 수준의 도덕성은 모든 정치 지도자에게 불가결한 것이다. 인민에게 복무한다는 정신이 투철하지 못한 정치가는 뛰어난 지적 능력과 사회적 기술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 능력과 기술을 얼마든지 나쁜 용도에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사회적 기술이다. 다른 지도자들과 인민들을 설득할 능력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장 무게가 덜한 것이 지적 능력이다. 정보를 처리하고 토론을 제대로 하는 데는 최소한의 지적 능력이 필요하지만, 정책 입안이나 창의적 사고는 보좌관과 전문가들에게 맡길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적 능력’의 판별에는 시험제도가 도움이 될 수 있다(정치가와 관료가 분리돼 있는 서양에서는 정치적 인재를 찾아내기 위해 시험을 친다는 것이 신기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중국을 비롯해 과거제를 실시했던 동아시아 정치문화에서는 뿌리가 깊다). 그리고 ‘사회적 기술’의 측정은 이보다 훨씬 더 어렵지만, 행정 실적을 응시 자격에 넣는다거나, 대체로 사회적 기술이 더 나은 경향이 있다고 밝혀진 나이와 성별을 고려해 승진시킨다거나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도덕적 품성’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동료평가 방법이 유용할 수 있다.
그리고 중국의 현행 제도에는 개선의 여지가 있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지적 능력을 판별하기 위한 더 효과적인 심사 방법이 필요하고, 정책 작성에 필요한 교섭 역량을 늘리기 위해 여성 지도자의 역할이 늘어나야 하며, 봉사정신이 투철한 관리들의 발탁을 위해 상호평가 제도를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 등이다.


현능주의 정치체제의 단점은 없는가?

제3장에서는 현능주의 정치체제의 단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한다. 이론상으로는 현능주의 정치체제가 아주 멋진 생각처럼 보이지만, 아무리 멋진 생각도 현실 세계에서는 엉뚱한 재앙으로 귀착될 수 있기 때문이다(중국의 대약진운동이나 문화대혁명을 보라). 선거민주주의는 훌륭한 지도자의 선발을 보장해주지는 않지만 그래도 유권자들이 잘못 뽑았다고 깨달을 때는 도로 끌어내릴 수가 있다. 그러니 현능주의 정치체제에서도 통치자가 나쁜 짓을 못하게 하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현능주의에 흔히 따르는 세 가지 중요한 문제점은 ①우월한 능력을 근거로 선발된 통치자가 권력을 남용하는 경향(부패의 문제), ②정치적 위계질서가 고착되어 사회 유동성을 떨어뜨릴 위험(경직성 문제), ③권력구조 외부의 인민들에게 체제의 정당성을 납득시키는 어려움(정당성의 문제)이다.
부패 문제는 현재 중국의 정치치제에 대한 가장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독립적 감찰기구의 운용, 민간과 공공 부문 간의 상호의존(유착) 관계 축소, 공직자 급여 수준 향상, 도덕(유교) 교육 강화 등의 대책이 있다. 그리고 체제 경직성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 지도자들이 오만에 빠지지 않고 인민과 겸손한 소통의 자세를 취하는 데서부터, 집권당을 같은 출신 배경이 아닌 다양한 계층과 집단에 개방하고, 언론의 자유를 확대하며, 새로운 의미의 능력을 기준으로 새로운 종류의 지도자들이 나타날 길을 열어놓는 노력 등의 대책을 검토한다.
다만 체제 정당성 문제는 민주화 개혁을 통해 인민에게 정치적 참여의 기회를 늘려주는 것 외에 대책이 없다. 어떻게든 인민의 명시적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과제는 현능주의와 민주주의 원리 사이의 조화를 이루는 데로 집약된다. 선거를 통한 최고지도자 선출이나 경쟁적 다당제 없이도 도덕적으로 바람직한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민주주의와 현능주의의 결합, 민주적 현능주의는 가능한가?

제4장에서는 ‘민주적 현능주의’의 몇 가지 형태를 놓고 그 가능성과 장단점을 살펴본다. 우수한 지도자를 뽑는 현능주의 원리와, 인민이 지도자를 선택하는 민주주의 원리를 결합하는 여러 모델을 검토하는 것이다.
첫째 모델은 두 원리를 유권자 차원에서 결합하는 것이다. 즉 ‘능력과 덕성을 가진 지도자’를 선출하기 위해서는 ‘현명하고 도덕적인’ 유권자에게 더 많은 투표권을 주어야 한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이것은 아무리 철학적으로 타당성이 있다 해도 현실적 가능성을 생각하기 어렵다. (존 스튜어트 밀이나 싱가포르의 초대 수상 리콴유가 비슷한 주장을 펼친 바 있다. 밀은 유권자의 교육수준에 따라 보너스 투표권을 주자고 했고, 리콴유는 ‘젊은이들은 당장의 만족을 위해 변덕스러운 방식으로 투표에 임할 수 있고, 단기적 이득만을 생각하는 노인들은 미래 세대의 경제적 부담을 늘려주는 무상의료제 같은 정책을 지지하기 쉽기 때문에’ 신중하면서도 자녀의 앞날까지 고려하는 중년층에게 한 표씩을 더 주자고 했다.)
두 번째 모델은 중앙 정치기구 차원에서의 결합인데, 예컨대 투표로 선출되는 민주주의 의회와 시험으로 선발하는 현능주의 의회를 함께 두는 등의 방식이다. 그러나 영국 상원이 겪어온 것처럼, 현능주의 원리로 구성되는 정치기구는 투표로 선출된 다른 기구가 존재하는 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해질 수 없다. 설령 중국처럼 현능주의의 인기가 높은 정치 환경에서도 그런 구조를 세우고 유지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세 번째 모델은 상층부(중앙정부)의 현능주의와 하층부(지방정부)의 민주주의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지금 중국의 정치 현실과 가장 유사하며 정치철학의 관점에서도 충분히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그리고 장래 언젠가 중국 지도자들이 정치체제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러한 ‘민주적 현능주의 체제’를 국민투표에 부칠 필요를 느끼게 될 수 있으리라고 지적한다.


차이나 모델의 이념과 현실, 그리고 세계적 확장 가능성

결론에서는 바닥은 민주주의, 꼭대기는 현능주의, 그리고 그 사이는 폭넓고 체계적인 실험 공간으로 이뤄지는 ‘차이나 모델’의 세 개 층위를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그려 보이고, 마오쩌둥 이후 지난 30년 동안 중국의 정치개혁이 이런 원리에 따라 펼쳐져온 경위를 설명한다. 그리고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리고 차이나 모델의 세계적 확장 가능성에 대한 몇 가지 생각을 내놓는다. 역사와 문화의 배경이 다른 사회에서 쉽게 이 모델이 채택되지는 못하겠지만(현재로서는 이 모델을 적용시킬 조건을 비슷하게 갖춘 나라는 베트남 정도다), 모델의 구성요소들이 부분적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있다.


뜨거운 논쟁들 : “정치에 대한 제한 없는 상상력을 허하라!”

보론은 이 책(원서)의 보급판 서문으로 실린 글로서, 초판 출간 이후 벌어진 뜨거운 논쟁(수많은 비평과 토론)에 대한 저자의 답변이다. 가장 많이 쏟아진 비판은 이 책을 민주주의 비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예컨대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우리에게 우리가 틀렸다는 사실을 설득하려는” 책이라거나, “민주주의 자체를 깎아내리려는 (…) 고약한 책이다. 벨은 중국 체제의 신봉자로서 내 편이 잘되는 데 만족하지 않고 내 적이 망해야 속이 시원해지는 그런 사람이다”와 같은 비판들, 그리고 중국의 정치 현실을 옹호하는 “중국 정부의 변호인”이라는 비판도 있다.
반대 방향에서 쏟아지는 비판도 있다. 이 책은 ‘픽션’이며 “중국의 진정한 모습을 그린 것이 아니”라는, 즉 중국의 현실을 잘 모르고 쓴 유토피아 홍보물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또한 지난 30년간 중국이 수억 인구를 빈곤으로부터 건져내는 과정에서의 통치자들의 공로를 회의적으로 보는 비판자들도 있다. 정부가 아니라 인민의 노고를 통해 이뤄진 일 아니냐는 것이다. 또 정치에 있어서 ‘우수성’이란 개념 자체를 부정하는 비평도 있다(“벨의 현능주의 이론에서 가장 큰 문제는, 좋은 결정을 내릴 우수한 지도자를 확보한다는 생각이 ‘결정 중에 옳은 결정이 있고 틀린 결정이 있다’는 관념을 발판으로 한다는 점이다”). 그런 관점에서는 우수한 특성을 가진 지도자를 뽑느니 어쩌느니 하는 것이 다 말이 안 되는 짓일 것이다. 그 외에도 최근 중국의 경제 난관으로 인해 차이나 모델은 끝났다는 중국 비관론을 내세우는 비판도 있다.
저자는 이러한 비판들이(심지어 원색적인 비난까지) 쏟아지는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자유민주주의만이 절대적 정당성을 지닌 정치 지도자 선출 방법이라는 맹목적 믿음(‘역사의 종말’)이 하나다. 즉 1인1표만이 정치 지도자 선출을 위한 도덕적으로 가장 정당한 방법이며, 다른 방법을 주장하는 것은 도덕적 죄악이라는 믿음. 그런 믿음 위에서는 중국 자체의 문화와 역사에서 다른 정치 이념을 추출해볼 필요가 전혀 인정되지 않는다. 또 하나는 중국의 정치체제에서는 어떤 좋은 것도 나올 수가 없다는 독단이다. 구소련이나 북한과 본질적으로 같은 사악한 공산 정권이므로 빨리 무너질수록 좋다는 믿음이다(이런 관점에 대해서는 따로 응대할 말이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다만 그보다 열린 마음을 가진 독자를 위해 최근 중국의 정치적 변화를 염두에 두면서 몇 가지 중요한 비판점에 응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실 이 책의 주된 논지는 그리 도발적인 것이 아니다. 중국의 정치이론과 제도에 진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주장, 그리고 중국의 정치 발전(또는 퇴보)을 논하는 기준에 중국의 정치문화와 역사를 포함해야 한다는 관점 정도를 담은 책이다. 미국의 정치제도 개혁을 유교적 가치관에 따라 논한다면 우스운 일 아닌가. 마찬가지로 중국의 정치체제 개혁을 미국의 건국이념이나 칸트의 자유주의를 기준으로 논한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저자가 이 책을 쓴 목표는 분명하다. 선거민주주의를 현능주의 정치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1인1표제가 좋은 정책을 펼칠 지도자를 뽑는 데 가장 덜 나쁜 방법이라고 하는 믿음을 흔드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 위에서, 1천하 2체제의 평화로운 공존과 상호 진화를 꿈꾼다.

“민주주의 체제의 장기적 전망을 나는 걱정스럽게 내다본다. 문화, 역사, 조건이 서로 다른 나라에서는 서로 다른 정치체제를 채용할 수 있다고 하는 정치적 다원주의가 중국에서는 상식으로 통하는 반면, 미국에서는 거의 인정받지 못한다. (…) 민주주의 국가들은 자만심에 빠져 장래를 대비하는 자세를 잘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인 정치 변화의 필요가 생겨나더라도 내부에서만 해결책을 찾는 감정적이고 편협한 반응만 일으키는 경향이 있다. 만약 중국식 현능주의 정치제도가 개선과 개혁을 계속하는 동안 민주주의 사회들이 끝끝내 자만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외부로부터 배우려는 자세를 갖추지 못한다면, 민주주의는 결국 인민의 마음을 잃고 현능주의가 전 세계 정치체제의 지배적 원리가 될 것이다.
시민들이 지도자를 선택할 자기네 권리를 제한하는 데 자발적으로 동의한다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능주의 정치체제가 인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데 민주주의 체제보다 나은 실적을 계속해서 보여준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혹시 지금부터 백 년 후라면, 정치 지도자를 시험으로 뽑은 다음 하위직에서의 실적에 따라 고위직으로 승진시키는 원리가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 사람들은 도대체 사회를 이끌 지도자를 1인1표의 원칙에 따라 뽑는다는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옛사람들이 어떻게 하게 되었었는지 궁금해 할 것이다.” (본문 385~3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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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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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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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모델 중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왜 유능한가, 대니얼 A. 벨 지음, 김기협 옮김 (서해문집 2017)
The China Model : Political Meritocracy and the Limits of Democracy

(책을 읽은 감상 요약)

일단 간략하게 이 책을 평하자면, 나는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경의를 표한다. 내가 먼저 밝히고 싶은 것은 나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이 저자의 사상이 내가 앞으로 싸워나가야 할 반대 지평의 주요한 흐름 중 하나일 것임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저자가 자신의 생각을 열심히 펼쳐나가려는 그 노력을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이 책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주석의 양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저자가 밝히기를 전체 내용의 3분의 1이 주석이다. 그의 이 충실함은 학문적으로 가치가 있다. 그가 주장하는 길이 옳지 않다고 반박될 수도 있고, 그의 사상이 결국 중국에서 널리 받아져 활용될 수도 있는 등 여러 가능성은 존재한다. 그러나 그는 분명히 세계에서 존재하고 있고 꽤나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는 사상에 관해 진지하게 접근했다는 점에서 일독의 가치가 있는 학자였다.




(책의 주요 내용을 본문의 문장을 빌어 설명, 인용은 쪽수로 처리한다.

7 - 품성과 능력이 뛰어난 지도자의 선발을 인민의 투표에만 맡기지 않는 현능주의 meritocracy 정치제도를 다룬 책이다.

21 - 민주주의의 위험은 다음 네 가지이다. '다수의 전횡', '소수의 전횡', '투표 집단의 전횡', '경쟁적 개인주의자의 전횡'

23 - 현능주의에 따르는 중요한 문제점은 다음 세 가지이다. '통치자의 권력 남용', '사회 유동성의 저하', '체제 정당성을 외부에 설득시키는 것의 어려움'

38 - 중요한 문제는, 지도자에게 경험과 전문성을 요구하지 않는 제도가 거의 의심을 용납하지 않는 절대적 지지를 받는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보인다는 점이다.

71 - 선거란 것은 정권을 바꿈으로써 정치를 바꿀 수 있다는 (많은 경우 잘못된) 믿음을 심어줌으로써 실제 정치적 문제를 국민의 관심으로부터 가려주는 장치다.

289~290 - 쑨원은 미국 헌정체제의 3권분립을 찬성하면서도 그것으로 부족하다며 '중하민국의 장래 헌법'에는 5권분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추가될 두 기관은 전통시대 정부기구를 현대화한 것이다. ... 간단히 말해서, 인민이 선출한 지도자의 실력을 시험으로 검증함으로써 현능주의와 민주주의를 배합한다는 것이다.

314 - 바닥은 민주주의, 꼭대기는 현능주의, 그리고 중간은 실험 공간으로 하는 이 수직 모델을 '차이나 모델'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이고 단편적인 생각)

- 이 책의 주장은 플라톤이 말한 철인정치와 비슷하다.

- 확실히 사람들이 복잡한 현대 사회의 문제를 알 만한 여유가 없거나, 이해한다고 해도 공익을 생각하지 않고 투표를 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정의 공정성 그 자체가 민주주의의 가치를 옹호하는 힘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절차의 중요성은 우리 모두에게 기회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하여 사회의 문제점을 민중이 직시하게 하여 모두가 모두의 힘으로 고쳐나가게 한다. 즉, 민주주의가 불완전하다고 하는 것은 인간이 불완전하다고 하는 말이나 같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자립이다. 나는 도산 안창호가 말한 자립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적이고 이기적일 수 있지만 그것보다 분명한 더 넓은 시야의 '우리'가 있다. 인간은 교육으로 나만이 아닌 '우리'를 볼 수 있다. 민주주의는 인간에 대한 투자와 함께 나아갈 수 있다. 일부 엘리트 교육을 통해 그들의 통치로 우리는 개선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라는 주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만 남을 뿐이다.

- 본문은 싱가포르의 예를 많이 들고 있다. 하지만 저자도 인지하다시피 싱가포르에도 민주주의를 향한 갈망이 커지고 있다. 이것은 현능주의 체제의 문제 아닌가? 또한 엘리트를 양성하고 그들로 하여금 정치 지도자를 선발하는 절차는 틀에 박힌, 운이 좋은 엘리트만을 양성할 뿐이다. 시대의 도도한 흐름 속에 급변하는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러나 일군의 비슷한 사람들만을 뽑아낼 엘리트 체제가 이처럼 급변하는 체제에 옳을까?

- 특히 대한민국의 맥락에서 요새 우리는 굉장히 성장한 시민의식을 보인 바 있다. 2016년 촛불혁명이 그러하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일은 벨이 이야기하는 선거의 문제점을 노출시키기도 한다. 우리가 선거를 잘못하여 박근혜 대통령을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동시에 우리 손으로 박근혜를 끌어내리기도 하였다. 그것도 굉장히 평화로운 방법으로 이룩해냈다. 민중이 문제의 심각함을 감각하고 그것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높은 수준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가 엘리트에게만 의존해서 문제를 처리할 필요가 있을까?

- 벨은 중국 공산당의 집권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들이 밑에서부터 올라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논리는 사실 꽤나 효력있는 생각이고, 실제로 타당하다. 나부터도 어떤 일을 할 때 밑에서부터 올라가는 것만큼 우수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구조가 받쳐주지 않으면 외부 인사는 내부 그룹에 적응하기 쉽지 않고, 원래 있던 곳에 있던 사람만큼 더 잘하기는 매우 힘들다. 그만큼 그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외부 인사로서도 높거나 하는 등 적어도 이전부터 그 조직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2, 30년 간 공무원으로 아래서부터 위까지 치고 올라간 사람들의 현장 실무 경험은 정말 막강하다. 나부터도 그것을 피부로 느끼는 직업군이기 때문에 절절히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산당 장기 집권이 그 현능주의 체제를 보장하는 것인지 나는 의문이다. 스스로 개혁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큰 관건인데 현능주의 체제에서는 엘리트들의 구성원이 바뀔 뿐 그들의 정신이 어떤 식으로 감찰되고 변화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 저자가 추구하는 방향은 유학적인 사상으로 보이기는 하는데 가끔 지나치게 비합리적이고, 지나치게 사회/공동체/집단주의에 가까워 보일 때가 있다. 개인의 자유를 폭력적으로 억압하는 생각을 한다고 여겨질 때가 있는데, 191쪽에서 그의 주장을 확인하면 "둘 이상의 언어를 쓰는 사람들은 치매가 5년 가량 늦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므로(해당 연구 인용) 여러 언어를 쓰는 정치 지도자들은 은퇴를 좀 늦게 해도 괜찮을 것이다.", 191~192쪽의 "헌법에 대통령과 부통령은 35세, 상원의원은 30세, 하원의원은 25세 이상이어야 한다. 중요한 자리일수록 연령 제한도 올라가야 한다는 원칙은 바람직한 것이지만 선동정치와 반엘리트주의가 팽배하고 젊음이 예찬받는 지금 미국 사회에서는 내놓기 어려울 것 같다."라는 주장을 한다. 전형적인 Ageism이다.

- 238쪽에서 그는 "일본과 한국과 대만에서 유교 전통의 유산과 민주주의 정치 체제가 상치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주장하는데 개인적으로 상치되는 점이 있다고 느낀다. 아주 동의하지는 않지만 지나치게 교조화된 성리학 정신이 팽배한 조선 후기의 문화가 우리의 현재 민주주의/다원주의 사회와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

- 어떤 점에서 중국의 현실에 굉장히 나이브하고 순진해 보일 때가 있다. 261쪽의 주석을 보면 "시진핑 주석이 두 차례 정치국 상무위원회 임기를 넘어 주석직을 지키려고 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고 나는 생각하지만,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나쁜 황제'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내 주장을 재고하겠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문제는 (1) 시진핑 체제에 대한 긍정적인 벨의 신뢰/개인적 믿음이 책 전체 주장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 (2) 시진핑이 굳이 주석직 지키지 않고 상왕 노릇을 한다면 여전히 '나쁜 황제' 문제는 걱정할 것이 아닌지 등이 있다. 학자가 믿음을 가지고 연구하는 것을 나는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여러 모로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 체제에 대해 본인이 좋은 점을 크게 놓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볼 수는 있다. 270쪽의 주석에서 그는 "중국의 경우 정부가 세계를 향해 열려 있는 편이고, 수백만 중국인이 여행과 유학으로부터 정치적 믿음이 바뀌지 않은 채 돌아오고 있으며, 믿을 만한 여론조사에서 정권이 높은 지지율을 꾸준히 누리고 있다. 그러므로 중국인들이 집단적으로 '거짓된 의식 상태'에 빠져 있을 가능성은 생각하지 않겠다."라고 이야기하는데, 이는 정말 의아스럽다. 많은 중국 인재들이 미국 가서 사는 것이 문제 된다는 뉴스를 본 기억은 차치하고서라도, 실제로 벨의 주장대로 사람들이 유학을 하고 정치적 믿음이 바뀌지 않은 채 돌아온다는 것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또한 다른 여러 요소들, 문화나 사회적인 문제, 언어, 게다가 중화사상까지 고려하지 않고서 중국 정치 체제의 만족도를 단순히 정당화시키는 것에는 큰 문제가 있다고 보인다.

- 보론에서 벨은 사람들에게 받은 비판에 대해 대답한다. 실제로도 내가 가진 여러 질문을 벨 본인이 책을 발표하고 많이 받은 것 같다. 나는 온건하게 반응한 편이고, 굉장히 공격적인 반응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반응할 수 있다. 368쪽에서 "내가 가장 많이 듣는 비난이 내가 중국 정부의 '변호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그런 주장을 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다. 나는 하나의 '이념'을 옹호하는 것이지, 특정한 정치 현실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굳이 딱지를 붙인다면 나는 정치이론가이고, 내 방법은 상황정치론이다. 사회의 공적 문화를 주도하는 정치적 이념을 합리적인 방어가 가능한 방법으로 설명하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책을 전체 읽었으면 그런 말을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러나 부정적인 방식으로 생각한 것은 아니다. 나는 어떤 사람도 완벽한, 진공에 가까운 객관성을 지킬 수 없다고 생각한다. 벨은 중국과 공산당 정치에 관해 분명히 낙관적인 지점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가 이러한 주장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믿음을 전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 부분은 내가 이미 위에서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분명 중국 공산당 시진핑 체제를 긍정하는 특정한 정치 현실에 대해 더 나은 개선점을 이야기하면서 그 체제의 현존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정치이념인 현능주의 체제를 성취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벨에게 안타까운 일일 수 있겠지만, 그가 믿는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이 정말 현능주의와 가까운지, 그리고 그들이 만약 실패한다면, 더 많은 사람을 억압하고, 더 많은 사람 위에 군림하여 guardian수호계급이 아니라 착취계급이 된다면, 그의 이 모든 이론들은 허망한 것이 될 것이고, 그는 전세계적 시대 흐름을 역행한 학자로 기록될 것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현행 민주주의에 던지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현재 우리의 시점, 즉 촛불혁명을 겪고 나서 민중의 에너지를 관리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길이 크게 거론된다. 하나는 직접 민주주의의 강화이고 다른 하나는 정당의 강화이다. 나 개인적으로 전자보다 후자를 미는 사람으로서, 더 좋은 통치체제, 정치조직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전문화, 직업인으로서의 정치인에 대한 고민을 하는 사람으로서 벨이 정치지도자는 우수한 인재여야 한다(유교적인 관점에서 왕도로 이끌 군자, 성인)는 점은 분명히 틀린 말이 아니다. 분명 우리는 웬만하면 우수한 사람을 뽑고 싶어하는데, 만약 우리 개인의 목소리와 자유가 크다면 우리는 꼭 우수한 사람을 뽑고 싶어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오히려 나의 목소리를 잘 반영할 사람을 뽑는다. 미국 사람들이 트럼프를 뽑은 것도 같은 심리일 수 있다. 잘나거나 도덕군자가 아니라, 내가 요새 사회를 보며 갖는 생각들을 속시원하게 이야기하고 반영해 줄 사람으로서 트럼프를 뽑은 것이다. 이렇다면 직업정치인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나 많은 고민이 든다. 단순히 대중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결국 자극적인 민주주의의 프레임에서 사람들은 끝없이 자기를 착취할 사람을 알지도 못하면서 자기 사람으로 뽑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직업정치인이 대중의 의사에 반해 자신의 의사를 밀고 나가는, 그러나 그 의사가 전문적이고 타당한 것이라면? 이때의 가정을 벨은 지금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확실히 쉬운 문제는 아니다. 인기에 영합하는 현재의 선거민주주의를 우리는 분명 고찰할 필요가 있다. 확실히 민주주의 안에 어떤 식으로 전문성을 투입시킬 수 있느냐는 정말, 정말 중요한 문제이긴 하다.


* 책을 읽는 과정에서 궁금했던 내용들




1. 싱가포르 체제에 관하여(장/단점)

2.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

3. 시험 성적이 한 인간의 정치적 우수성을 얼마나 입증할 수 있는가?

4. 오스만 제국의 역사

5. 중국 송나라의 역사

6. 현대 유학자들의 동향

7. Foreign Policy 일독

8. 소시오패스에 관하여

9. 중국인은 '세뇌' 당하고 있는가?

10. 존 스튜어트 밀의 대표저작 일독

11. 동양과 서양의 가족관에 과하여

12. 1인 1표를 동양적 문화관에서 바라볼 때의 정당한 근거

13. 존 듀이의 저작 일독

14. 중국의 지난 30년 간의 객관적 성과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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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표 2017-11-04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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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모델과 대안 정치체제


관료집단지도체제, 시대정신에 맞는가, 오현철, 녹색평론 156, 2017




이렇게 써도 되나, 싶을 정도다. 정치학자 오현철 교수의 '차이나 모델'에 대한 서평을 읽으며 든 생각이지만, 마침내는 그의 강한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에 압도된다. 아니, 저 촛불정국이라는 '정치부재' 사태를 겪은 즈음에 누가 감히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는가. 그는 진작에 국회의원에 대한 낙천낙선운동을 "광복 후 처음으로 정치집단에 대한 대규모 저항운동이 폭력없이 이루어진 것"이라며, "한국 민주주의 발전사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평가했던 바 있다.(시민불복종 - 저항과 자유의 길, 책세상, 2001)




대니얼 A. 벨은 선거 민주주의의 폐해를 네 가지로 지적한다. 첫째, 비이성적인 다수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소수를 억압하고 나쁜 정책을 채택하는 ‘다수의 전횡’, 둘째 경제력을 장악한 소수가 정치 과정에 개입해 公共善에 부합하는 변화를 가로막거나 자신들 이익에 맞는 정책을 관철할 위험, 셋째 미래 세대나 외국인처럼 정책에 영향을 받으면서도 투표권을 갖지 못한 집단과 투표권을 가진 집단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후자의 입장이 언제나 관철되는 문제, 마지막은 ‘경쟁적 개인주의 전횡’으로 선거는 사회갈등을 완화하기보다는 격화시킬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그는 중국 정체체제의 ‘1인1표’ 최고지도자 선출 방식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해서 선거민주주의의 치명적인 결함들을 보완하는 데 현능주의 이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그리고 현능주의 정치체제의 장점과 단점을 검토하고 민주주의와 현능주의를 결합하는 여러 방법을 살펴본 다음, 중국에서 빚어져온 민주적 현능주의 체제가 도덕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바람직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바닥은 민주주의, 꼭대기는 현능주의, 그리고 그 사이는 실험 공간으로 이뤄지는 이 체제를 그는 ‘차이나 모델’이라 부르며 다른 나라에서도 참고할 만한 점을 지적한다. 그는 중국에서 긴 역사를 가졌을 뿐 아니라 21세기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 발전의 지표가 될 가능성을 가진 현능주의 정치이념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오 교수는 서구 만주주의가 부족한 점이 많다고, 벨처럼 유교 정치제제의 복원을 주장하는 것은, 정치의 재봉건화를 자청하는 시대착오적인 퇴행으로 간주한다. 벨의 차이나 모델은 중국공산당이라는 거대 권력집단이 자가수정을 통해 엘리트를 스스로 잉태하고 출산하고 양육하는 유기적인 제도라며 엘리트주의를 합리화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그는 차이나모델이 간과한 것으로, 1) 벨의 주장엔 인간에 대한 성찰이 없다는 세계관의 문제, 2) 중국의 주인은 국민이 아니라 통치계급이라는 정치체제의 정당성 문제, 3)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전문성을 특권화 하는 전문가의 속성의 문제, 4) 전문가의 집단적 편향성 문제, 5) 관점의 차이와 의견충돌 때문에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부분의 문제에서 일치하지 않는 문제, 6) 주인에게 봉사해야 할 대리인이 제멋대로 행동하거나 주인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먼저 챙기는 딜레마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가한다.




요컨대 차이나 모델은 관료정치집단에 전권을 위임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하여 그는 국민이 선거로 대표를 선출하고 대표들을 일상적으로 비판 감시하며, 중요한 국가적 문제는 국민이 직접 결정하는 민주주의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공론조사나 시민의회 같은 토의민주주의의 시민참여 제도는 관료정치체제의 한계를 보완하는 역할을 넘어서서, 대안 정치체제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ps.

오 교수는 이 책의 핵심 주제인 'meritocracy'를 일반적으로 쓰이는 '능력주의' 대신 '현능주의'로 번역한 데도, 현명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의 통치를 지향하는 유교적 가치판단이 개입되어 있다면서 이 용어에 대한 가치판단을 배제하고자 '능력주의' 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이쯤에서 은근히 역자 김기협의 이 서평에 대한 반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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