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1

Daum 블로그



Daum 블로그

평통기연]북한을 이해하기 위하여/고현영
2013.10.01 14:55 뻬뻬로


새터민들의 숫자가 급증하고 이전과 달리 그들과의 접촉이 자유로워지면서, 그들을 통하여 북한의 현실을 듣게 될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 새터민 개인을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들이 만든 단체를 통하여 북한의 소식이나 현실을 듣게 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아무튼, 직접 북한의 현실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북한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그리고 통일을 위한 준비를 하는 데 있어서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우려되는 부분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북한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 그 체제와 그 사회에서 살아왔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북한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흔히 직접 경험한 것보다 더 잘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게 실제와 더 멀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많이 보아오지 않았던가?

파악하고자 하는 대상이 크면 클수록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은 상대적으로 더 작아지게 되고, 그런 제한적인 경험이 오히려 전체를 파악하는 데 장애 요인이 되기도 한다. 북한과 같이 엄격하게 통제되고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사회에서, 한 개인이 알 수 있는 것은 지극히 부분적일 수밖에 없다. 평양에서만 살던 사람이 알고 있는 북한의 현실과 변방의 가난하고 낙후된 지역에 살던 사람이 알고 있는 북한의 현실은 전혀 다를 수 있고, 또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새터민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어떤 이들은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관하여 아주 자세하게 설명하고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을 본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는 남한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사실로 받아들인다. 자기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니까 틀림없겠지, 라고 하면서 신뢰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과연 가능할까? 그 사람은 그 일들을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북한에서 알던 일들이 아니라 남한에 와서 알게 된 것은 아닐까?

거꾸로 생각해 보자. 남한에 살고 있는 우리는 남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들을 다 알고 있을까? 우리 역시 우리가 살고 있고 경험하고 있는 남한 사회를 지극히 제한적으로밖에는 알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상당히 많은 정보를 보도를 통해서, 혹은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고서 알게 되었을 것이다. 지금도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촛불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데도, 그 사실을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고, 또 도대체 왜 촛불 시위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꽤 많이 있는 것을 볼 때, 북한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많은 정보가 유통되는 남한에서도 그런데, 북한에서는 어떨지 쉽게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새터민들의 이야기가 거짓말이라거나 없는 소리 만들어 낸 것이라는 말이 아니다. 그들이 알려주는 북한의 모습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그런 전제 위에 북한을 이해해야 좀 더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북한의 현실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은 진리가 아니다. 그런 경험들이 모여서 하나의 전체를 만들기 전에는 그것은 진실과 동떨어진 부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