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고까지 고발한 민주당…“표현의 자유 위축” 비판 : 국회·정당 : 정치 : 뉴스 : 한겨레
신문기고까지 고발한 민주당…“표현의 자유 위축” 비판
등록 :2020-02-13
임미리 교수 〈경향신문〉에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 글
민주 “선거법 위반”
관련 편집자도 고발
임 교수 “공당 자격 없다는 증거”
SNS에서 “나를 고발하라” 반발 퍼져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 임 교수 페이스북 갈무리
더불어민주당이 “선거에서 민주당을 빼고 찍어야 한다”는 내용의 칼럼을 일간지에 기고한 대학교수와 언론사 책임자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최근 고소·고발을 남발하고 있는 집권 여당이 선거를 앞두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오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이 고발한 칼럼은 지난 1월29일치 <경향신문>에 실린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의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글이다.
민주당은 임 연구교수가 이 칼럼에서 “촛불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한 민주당을 비판하며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쓴 대목을 문제 삼았다.
임 교수와 <경향신문> 관계자가 공직선거법 58조의2(투표참여 권유활동) 조항을 위반했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조항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아닐 때 투표참여 권유를 빙자한 선거운동으로 선거질서를 혼탁하게 만드는 행위를 금지·처벌하기 위한 조항이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선거 시기에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라고 대놓고 제목을 달아 칼럼을 냈다. 시민단체도 낙선운동을 못 하게 되어 있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이날 <한겨레>에 “이런 칼럼까지 막으면 우리는 아무 말도 못 하게 된다”며 “지난 민주화 운동을 바탕으로 탄생한 민주당이 사법부의 힘을 빌려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행태를 보였다는 것은 공당 자격이 없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고발은 선거법 조항의 입법 취지와 거리가 먼데다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법무법인 공감)는 “자기 생각을 기재한 임 교수의 칼럼을 선거법이 우려한 ‘선거질서를 혼탁하게 만드는 행위’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번 고발이 총선을 2개월 앞두고 여당 비판을 입막음하려는 사전 경고는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해당 칼럼 제목인 ‘#민주당만빼고’ 해시태그와 함께 민주당을 비판하는 ‘나를 고발하라’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김아무개씨는 페이스북에 ‘#민주당만빼고’ 해시태그와 함께 “이번 고발로 상식 있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많이 돌아설 것”이라고 했고, 윤아무개씨는 “임미리씨의 칼럼 나도 공유했다. 나도 고발하라”고 했다. 또 다른 김아무개씨는 “임미리 교수의 칼럼에 모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칼럼을 썼다고 고발하는 행태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도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페이스북에 “리버럴(자유주의) 정권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며 “민주당은 절대 찍지 말자. 나도 임 교수와 같이 고발당하겠다”고 썼다.
야당도 비판에 나섰다.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신문의 칼럼난은 원래 권력층에 날 선 비판이 오가는 공간이다. 칼럼으로 비판했다고 고발이 들어온다면, 그것도 고발 주체가 집권 여당이라면, 어느 누가 위축되지 않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겠느냐”며 고발 취하를 촉구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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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928173.html?fbclid=IwAR1DtopsrphGh9gyDEePOgj8WcLheLihsF2GjoPlogJuwzSLLSJ5OMtIJGo#csidx9580010038d9b2495aded6bffed91a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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