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01

알라딘: 미주의 인상 - 조선 청년, 100년 전 뉴욕을 거닐다 김동성

알라딘: 미주의 인상

미주의 인상 - 조선 청년, 100년 전 뉴욕을 거닐다  | 동아시아 근대와 여행 총서 1 
김동성 (지은이),황호덕,김희진 (옮긴이)현실문화2015-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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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쪽
132*195mm
335g

책소개
'동아시아 근대와 여행 총서' 1권. 한 조선 청년이 뉴욕 항에 도착했다. 개성에서 출발해 아시아, 유럽 대륙을 거쳐 사우샘프턴에서 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넜다. 1909년, 그의 나이 스무 살이었다. 기나긴 항해의 끝, 저 멀리 맨해튼의 높은 빌딩 무더기를 바라보며 이 조선 청년은 어떤 꿈을 품었던 것일까.

그의 이름, 김동성. 약관의 나이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그는 10년의 유학을 마치며 한 권의 책을 영문으로 출간했다. Oriental Impressions In America. 우리말로 옮기면 <동양인의 미국 인상기>다. 신시내티의 아빙돈 출판사(The Abingdon Press)에서 1916년에 'Dong Sung Kim'이라는 저자명으로 발간된 이 책은 한국인 최초로 발간한 영문 단행본으로 기록되고 있다. 미국 유학생 이승만과 노벨문학상 후보로 오른 강용흘보다도 한 걸음 앞섰던 것이다.

김동성은 이 책에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한 인상을 재치 있고 명랑한 어법의 글과 그림으로 담았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 미국의 서고에서 빛바래가던 이 책을 우리말로 옮겨 세상에 꺼내놓는다.


목차


<미주의 인상>을 펴내며
사진으로 보는 천리구 김동성

제1부 김동성의 <동양인의 미국 인상기>(1916)
감사의 말 | 머리말 | 서문 | 우리의 미국 여행 | 도시 | 시골 생활 | 교회 다니기 | 미국의 가정 | 춤 | 자동차 | 옷 | 개구리 다리 | 사고 | 우편배달부 | 사랑 | 여성 참정권 | 대학 사교 모임 | 대학 생활 | 야구 | 풋볼 | 대통령 | 남부 | 자유 | 유명한 미국인들 | 작가들 | 공공 도서관 | 신문

제2부 ≪매일신보≫의 <미주의 인상>(1918)
도미 | 시가지 | 도서관 | 의복 | 음식

제3부 <동양인의 미국 인상기>에 대한 미국 언론 리뷰
≪캔자스시티 스타≫ | ≪보스턴 저널≫ | ≪아이다호 스테이츠먼≫

해설
문화번역가 천리구 김동성, 그 동서 편력의 첫 화첩
한국인 최초의 영문 단행본 <동양인의 미국 인상기>에 대해 | 황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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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김동성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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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년 개성에서 태어났으며, 호는 천리구(千里駒). 소년 시절이던 1906년 윤치호를 초빙하여 한영서원을 설립한 숨은 주역이다. 중국 쑤저우의 둥우 대학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가 헨드릭스 대학과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신시내티 미술학교에서 10여 년간 유학했다. 미국 생활의 체험을 바탕으로 삽화를 곁들인 에세이집이자 한국인 최초의 영문 단행본 <동양인의 미국 인상기(Oriental Impressions in America)>(1916)를 미국에서 출판했다. 귀국 후 ≪동아일보≫ 창간에 가담했고, 한국 최초의 해외 특파원,... 더보기


최근작 : <미주의 인상> … 총 2종 (모두보기)

황호덕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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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부교수.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하고, 일본 도쿄 대학 총합문화연구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어바인), 프린스턴 대학교, 일본 조사이 국제대학에서 연구와 강의를 했다. 고석규비평문학상과 한국비교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지은 책으로 <벌레와 제국>, <프랑켄 마르크스>, <근대 네이션과 그 표상들>, <개념과 역사, 근대 한국의 이중어사전>(전 2권, 공저), <전쟁하는 신민, 식민지의 국민문화>(공편)가 있고, 옮긴...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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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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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과 영어영문학을 전공했다. 현재 동 대학원에서 번역 이론을 공부하며, 출판 ·기획· 번역 네트워크 <사이에>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로또 맞은 여대생』, 『송라인』, 『뱀파이어의 매혹』, 『체르노빌』, 『초속 5000킬로미터』, 『곰』, 『바스티앙 비베스 블로그』, 『라스트맨 1, 2』, 『여장 남자와 살인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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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100년 전 미국으로 떠난 한국인 천재 유학생 김동성
그의 눈에 비친 아메리카의 풍경

- 1916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에서 발간한 영문 단행본
Oriental Impressions In America의 우리말 번역 수록
- 1918년 한국어 일간신문 ≪매일신보≫에 연재한 <미주의 인상> 현대어역 수록

한 조선 청년이 뉴욕 항에 도착했다. 개성에서 출발해 아시아, 유럽 대륙을 거쳐 사우샘프턴에서 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넜다. 1909년, 그의 나이 스무 살이었다. 기나긴 항해의 끝, 저 멀리 맨해튼의 높은 빌딩 무더기를 바라보며 이 조선 청년은 어떤 꿈을 품었던 것일까.
그의 이름, 김동성. 약관의 나이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그는 10년의 유학을 마치며 한 권의 책을 영문으로 출간했다. Oriental Impressions In America. 우리말로 옮기면 <동양인의 미국 인상기>다. 신시내티의 아빙돈 출판사(The Abingdon Press)에서 1916년에 ‘Dong Sung Kim’이라는 저자명으로 발간된 이 책은 한국인 최초로 발간한 영문 단행본으로 기록되고 있다. 미국 유학생 이승만과 노벨문학상 후보로 오른 강용흘보다도 한 걸음 앞섰던 것이다. 김동성은 이 책에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한 인상을 재치 있고 명랑한 어법의 글과 그림으로 담았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 미국의 서고에서 빛바래가던 이 책을 우리말로 옮겨 세상에 꺼내놓는다.

근대 조선의 서양관, 근대 지성의 재발견

<미주의 인상>이라는 이 책의 제목은 1916년 미국에서 발간된 영문 단행본 Oriental Impressions In America를 저자 김동성이 직접 우리말로 옮긴 말이다. 김동성은 귀국 후인 1918년 2월, 당시 한국어 일간신문이었던 ≪매일신보≫ 에 자신이 미국에서 펴낸 책의 일부를 국한문체로 직접 번역해 5회에 걸쳐 연재했다. 당시의 연재명이 바로 ‘미주의 인상(米洲의 印象)’이었다. 그리하여 저자 스스로가 우리말로 번역한 이 말 <미주의 인상>이 책제목으로 선택되었다.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제1부에 Oriental Impressions In America, 우리말로 옮기면 <동양인의 미국 인상기>를 영어에서 현대 우리말로 옮겨 실었고, 제2부에 1918년 ≪매일신보≫에 연재된 <미주의 인상>을 당시 국한문체에서 현대 우리말로 옮겨 수록했다. 이 제2부는 저자 자신의 번역을 수록하고 있어 번역사에도 가치 있는 자료이다. 제3부는 1916년 영문 책자가 출간되었을 당시 미국 언론에 실린 서평을 영어에서 우리말로 옮겨 실었으며, 이 책의 번역자이자 해설자인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황호덕 교수의 해제를 덧붙였다. 또한 김동성이라는 인물을 재조명하기 위해 그의 유학과 삶의 궤적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사진 및 그림을 본문 앞쪽에 배치했다. 이 도판들 가운데에는 저자가 안창호에게 보낸 서신이나 1921년 저자가 ≪동아일보≫ 기자 시절에 한국인 최초로 국제기자대회에 참석해 부의장에 피선되고 미국의 대문호 허버트 조지 웰스와 찍은 사진같이 희귀한 도판들도 수록되어 있다.
제1부에 수록한 <동양인의 미국 인상기>(1916)의 대체적인 내용은 동서 비교 문화론에 가깝다. 의식주를 비롯한 미국의 생활문화, 미국인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생각과 현실, 여성과 가정에 대한 관찰, 대학 생활의 편린들, 정치와 언론 등 공공 영역에 대한 평가 등 조선이라는 세계의 변방, 식민지에서 온 한 동양인 청년이 미국이라는 거대한 땅에서 경험한 일들과 문화적 섭취들이 담담하고도 재치 있게 표현되어 있다. 1910년대 근대로의 입구에 서 있던 한국인이 가질 법한 미국관, 서양관의 일단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양성 평등이나 민주적 가치, 자유로운 개인과 언론의 중요성, 도서관 문화로 대표되는 교양을 강조하는 등 서구화된 근대지성의 원형을 살펴볼 수 있는 점도 의미가 깊다.

미국은 무엇이고, 미국인은 누구인가

조선 청년 김동성의 눈에 비친 아메리카의 풍경은 어땠을까. <동양인의 미국 인상기>의 몇몇 장을 살펴보면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인 미국을 경험한 조선 청년의 고뇌를 읽어낼 수 있다. “미국의 자유는 과거든 현재든 가장 부러운 것이었다. 법원이건 개인이건, 아무리 잘못된 행동이라도 남들을 짓밟거나 이용해먹은 적이 없다. 구두닦이에게도 상류층 사람이나 백만장자만큼의 자유가 있다”(103쪽)는 대목이나, “미국이 공화국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나라의 최고 책임자를 4년마다 선출하는 일이 가능하다고는 믿을 수 없었다. … 그는 완전히 사심 없는 동기를 지닌 국민의 심부름꾼에 불과했다. … 우리는 하인을 대를 물려가며 두는 데 익숙했는데, 그는 동등한 능력을 가진 다른 이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떠”난다(99쪽)는 대목에서는 조선의 전근대성과 비교되는 미국의 선진 정치문화를 경험하면서 그가 느꼈을 법한 안타까움과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러나 먼 변방에서 온 이방인이라 해서 미국의 모든 면모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그는 또 다른 장에서는 “왜 남성들이 투표권처럼 사소한 것을 여성들에게 내주기를 주저하는지, 도저히 모를 일이다. … 몇몇 여성은 소위 ‘자격이 충분한’ 정치가들보다 공직에 더 적합하다. 이런 점에서 몇몇 남성은 밥줄을 잃게 될까 두려워했다”(85쪽)며 비난 없는 질책을 서슴지 않으며, “이웃보다 조금 더 재산이 많은 이가 있다면, 동네에서 제일가는 미녀가 그를 먼저 선택한다”면서 미국의 자본주의 속물성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입담을 펼쳐놓는다.
이 책의 '서문'을 써준 ≪신시내티 인콰이어러≫ 편집장의 말을 빌리자면, 김동성의 글쓰기는 “기발하고 건전한 유머를 통해 … 정확한 판단과 안목으로 서양 문명을 실제 있는 그대로 그려낸다.” 그의 재치는 인유, 즉 패러디에서 기인한다. 김동성은 자신이 영문 고전의 정격적 문장들로부터 자양분을 얻고 그것을 변형해 스스로의 감상과 관점을 전달한다. 그래서 그의 문장은 명랑하고 유쾌하며 재미있다. 한 세기 전에 고루한 조선인이 쓴 한문체 글을 상상한다면 오산이다.

한국 3대 기자로 꼽히는 김동성, 그의 삶의 궤적을 따라서

한국에서 북감리교 선교사로 20년간 활동했던 조지 허버 존스는 ≪세계 전망≫에 <동양인의 미국 인상기>에 대한 리뷰를 쓰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한국인은 … 언젠가 고국으로 돌아간다면, 턱 밑에서 잡아매는 운두 높은 모자를 다시 쓰고 선조들의 나라에 대한 평화로운 만족에 잠겨 안주하기 위해서는 아닐 것이다.” 과연 고국에 돌아온 김동성은 자신의 재능과 지성을 유감없이 발휘해 근대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먼저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그은 식민지가 된 조선의 현실을 마주하고 언론인의 길을 가기로 작정한다. 1920년 ≪동아일보≫ 창간 당시에 기자로 입사한 그는 창간 축사를 받기 위해 베이징에 특파되는데, 이로써 그에게 두 번째 한국인 최초의 기록이 붙게 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해외 특파원.’ 그는 ≪동아일보≫ 창간 기자로서 창간호 1920년 4월 1일자 3면에 만평을 그렸으며, 1920년 4월 11일자부터는 직접 그린 4칸 만화를 싣는 등 우리나라 언론사상 최초로 4칸 만화를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그 다음해인 1921년 10월에는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제2차 만국기자대회에 조선 대표로 참석해 부의장에 피선되어 한국 최초의 국제기자대회 참석자라는 기록도 갖게 된다. 그 후로 ≪조선일보≫ 편집인 겸 발행인, ≪조선중앙일보≫의 편집국장으로 활약했고, 해방 후에는 오늘날 ≪연합뉴스≫ 의 뿌리가 되는 ≪합동통신≫ 의 초대 사장을 맡기도 했다. 1924년에는 한국 최초의 근대 언론학서인 <신문학(新聞學)>을 출간하는 등 언론인으로서 그의 행보는 거침이 없어서 우리나라 3대 기자로도 꼽힌다.
그러나 언론인으로서의 업은 지성인 김동성의 일면에 불과하다. 그는 단정 수립 후 대한민국의 초대 공보처장, 국회 부의장, 민의원 사무총장, 민주공화당 중앙위원을 역임하는 등 복잡한 정치 여정을 보여준 정치가이기도 했다. 또 한문과 영어에 대한 조예를 바탕으로 <삼국지>, <열국지>, <서유기>, <장자>,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 등을 우리말로 번역해 출간한 번역가이기도 했고, 한국인 최초로 한영사전을 편찬한 사전편찬가이기도 했다. 1909년 미국 유학길에 나서며 시작된 여행가이자 편력가(遍歷家)로서의 삶도 생애 내내 이어져서 해방 후 미군정의 여권으로 해외를 여행한 최초의 한국인으로 ≪뉴욕타임스≫에 보도되기도 했으며, <중남미 기행> <미국 인상기>와 같은 책으로 여행의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러한 그의 업적에 비해 오늘날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의 평전이자 문집인 <천리구 김동성>(김을한 편, 을유문화사)이 1981년 출간된 바 있지만 이미 사반세기도 훨씬 전의 일이 되었다. 그가 번역해 1924년에 출간한 <붉은실>(조선도서주식회사)이 2010년에 복간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김동성의 첫 저서인 이 책 <미주의 인상>은 잊혀져버린 그의 다면적인 면모를 재조명한다는 의미에서도 오늘날 독자들에게 인상적인 독서가 되리라 기대한다.

<동아시아 근대와 여행> 총서 소개

근대를 향한 정신의 궤적을 따라가는 여행기를 엮다

바야흐로 여행의 시대가 열렸다. 근대의 포문이 열리자 지리의 경계가 흔들리고 이동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한반도로 제국 열강의 손길도 뻗어 들어왔다. 조국의 미래가 풍전등화인데 새로운 문물과 사상이 들어와 뒤섞이니 고뇌와 좌절 속에 새로운 길을 찾고자 하는 열망은 더욱 강해졌다. 그리하여 근대의 조선인들은 대해를 건너 대륙을 지나 있는 바깥세상으로 눈을 돌렸다. 남녀의 가치, 계층의 위계, 조국의 정체성, 타자와의 경계가 모두 흔들리던 대지진 속에서, 그야말로 새로운 이동의 역사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여행이라는 그 고난과 빛의 길을, 근심과 노고로 가득 찬 고통의 길을 고스란히 담은 여행기들을 <동아시아 근대와 여행> 총서로 엮었다. 여행기에는 경험적 진실과 이상에 관한 몽환이 담겨 있다. 그래서 여행기란 위기의 비평이자 경험 위의 설계도이다. 근심과 고통으로 가득 찬 동아시아 근대의 지적 변환들이 여행의 경험과 깨달음을 통해 시험되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진정한 여행이란 자신이 속한 사회 속에 창출하고자 하는 새롭거나 오래된 이념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런 까닭에 여행기란 한국과 동아시아 근대에 관한 하나의 징후이자 정신의 궤적이기도 하다. 보았던 것(지식), 보고 싶은 것(희망), 보아야 하는 것(당위)을 연결하는 이 행로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근대를 새롭게 파악할 수 있는 ‘다른 근대’로의 입구를 만난다. 야만인과 신, 좌절과 희망, 문화와 문명 사이에서 흔들리며, 자기를 재구성할 확신과 탈구축할 수 있는 이상을 발견하는 몸과 앎의 모험 속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근대사의 입구에서 만난 조선의 지식인을 재조명하다

<동아시아 근대와 여행> 총서는 근대의 입구에서 고뇌했던 동아시아 지식인들이 남긴 글을 현대 우리말로 옮겨 한 세기 전 근대인들과의 조우의 장(場)을 만들고자 한다. 이동을 통해 불균질한 시공간을 경험했던 식민지 조선의 지식인들, 그들의 눈에 비친 서양과 타자, 이문화에 대한 경험을 기록한 기행문에는 서구와 비서구, 제국과 식민지, 오리엔탈리즘과 옥시덴탈리즘의 이항대립을 넘어서는 우리 지식인들의 성찰적 인식이 담겨 있다. 그들은 우리 근대정신의 원형이었으나 근래에는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인물들이다.
10년간의 미국 유학길 끝에서 1916년 한국인 최초로 영문 단행본을 미국에서 출간한 김동성은 ≪동아일보≫ 창간 기자, ≪조선일보≫ 발행인 겸 편집인을 역임한 우리나라 3대 기자였으며, 초대 공보처장을 지내며 대한민국 외교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이다. 3권에서 만나게 될 조소앙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비서장을 지낸 독립운동가이자 삼균주의 사상가로서 임정의 헌법, 강령의 초안을 집필한 근대사상가이다. 2권 <경성 엘리트의 만국 유람기>에서 엮은, 조선 3대 민족 변호사 허헌, 조선의 로라 박인덕, 스웨덴에서 유학한 최초의 경제학사 최영숙 외 조선의 지식인들 또한 우리 근대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름이 바랜 채 오늘을 맞이한 인물들이다. 잊혀진 혹은 가려진 근대의 지식인들을 불러내어 우리 책장에 다시 세우는 것은 <동아시아 근대와 여행> 총서가 가진 또 하나의 의미다.
현실문화 출판사와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황호덕 교수가 공동으로 기획한 이번 총서는 앞으로도 목록을 더해가며 동아시아 근대 지식인들의 고뇌와 빛의 여행길에 동반하고자 한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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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현불가능한 세계를 앎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방법은 상상의 힘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책을 읽어야 하며 문학적이든 역사적이든 개인의 취향에 따라 취사선택할 수 있다. 이 책은 역사적 상상력에 도움이 된다. 다만 같은 시리즈면 함께 엮는 미덕은 왜 발휘하지 못하는지 아쉬울뿐.
장이 2015-01-15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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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약한 내용. 거창한 이름.
사료 2015-03-16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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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의 인상 (米洲의 印象)/김동성]조선 청년, 100년 전 뉴욕을 거닐다. 대단타!




[미주의 인상 (米洲의 印象)/김동성]조선 청년, 100년 전 뉴욕을 거닐다. 대단타!



조선 청년, 100년 전 뉴욕을 거닐다!

진짜야? 소설이야? 반신반의하며 펼쳐든 책은 실제 인물의 이야기였다. 100년 전 뉴욕에 도착해서 10년 간 공부를 했다는 인물은 김동성이다.











김동성(1890~1968)은 1890년 개성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1906년 윤치호를 초빙해 한영서원을 설립한 주역이다. 당시 일본 유학을 가던 친구들과 달리 그는 중국 쑤저우의 둥우 대학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가 헨드릭스 대학과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신시내티 미술학교에서 10여 년간 유학했다. 미국에 있는 동안 자신의 미국체험담을 담아 삽화를 곁들인 에세이집 『동양인의 미국 인상기』를 출판했다. 이 책은 한국인 최초의 영문 단행본이라고 한다.











귀국 후 그는《동아일보》 창간에 뛰어 들었고, 《동아일보》 조사부장, 《조선일보》 발행인 겸 편집인, 《조선중앙일보》 편집국장을 역임했다. 그는 한국 최초의 해외 특파원, 한국 최초의 세계기자대회 참가자, 연재만화가, 기획자, 편집자, 번역가, 사전편찬자였다.











그는 다양한 분야의 많은 책들도 남겼다. 한국 최초의 언론학 개론서 『신문학』(1924), 뉴미디어 해설서『라디오』(1927), 한국인 최초의 한영사전『최신선영사전』(1928), 영어 학습서『영어독학』(1926), 번역서『한문학 상석』『』『중국문화사』『삼국지연의』『서유기』『금병매』『열국기』, 해외여행 체험을 담아 『미국 인상기』『중남미 기행』등의 책을 썼다.



이 책은 김동성의 『동양인의 미국 인상기』(1916), 《매일신보》의 <미주의 인상>(1918)『동양인의 미국 인상기』에 대한 미국 언론 리뷰, 해설 ‘문화번역가 천리구 김동성, 그 동서 편력의 첫 화첩’ 등 네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11월의 어느 아침, 우리의 기나긴 여행도 드디어 끝이 가까워졌다. 오전 늦게 멀리서 육지의 모습이 보였고, 해안 언덕의 윤곽이 눈에 들어 왔다. 누군가 우리에게 뉴욕 시에 다가가고 있는 거라 알려 주었지만, 우리는 도시가 어떻게 언덕 위에 있는 건지 의아할 뿐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놀랍게도 뉴욕이었다. 뉴욕의 마천루들이 우리의 맨눈에는 길게 늘어선 산맥처럼 보였던 것이다. 부지불식간에 우리는 고국에서 우리의 신들 앞에서 그랬던 것처럼 자유의 여신상을 향해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했다.

물론 완전히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리를 맞이해 줄 안주인에 대한 인사와 존경을 담아 우리는 공손히 머리를 숙였다. -우리의 미국 여행 중에서



지구를 반 바퀴 도는 두 달 간의 긴 항해 끝에 다다른 신천지의 첫 인상이 몹시 놀라웠을 것이다. 뉴욕의 거대한 마천루를 미처 알지 못했던 조선의 지식인이 어떻게 느꼈을지 그 놀라움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비록 무생물이지만 자유의 여신이기에 뉴욕의 안주인이라니. 역시 예의를 아는 유머 감각 넘치는 조선 청년이다. 새로운 배움을 위한 설렘, 기대,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미국을 보며 ‘왔노라, 보았노라‘를 외치는 청년의 기대감으로 가득 찬 글 속에는 콜럼버스보다 더 행복한 탐험가의 면모도 보인다.











소음과 사람들과 건물에 대한 흥미로움도 감추지 않는다. 미국에 대해 품었던 꿈과 상상은 현실과 달랐다며, 특히 높은 건축물에 대한 놀라움을 표한다.




길 양쪽에 서두르는 군중들, 끊임없이 팔다리를 움직이는 덩치 좋고 키 큰 교통경찰들, 자동차, 전차, 지면으로, 고가도로로, 심지어 지하로 다니는 차들, 온갖 종류의 탈 것들, 경적 소리, 덜컹대는 소리, 그 밖에 천 가지 다른 것들이 현대 미국 도시에는 동시에 존재했다.(62쪽)



보면 볼수록, 배우면 배울수록 자신의 부족함과 고국의 부족함을 깨달았다는 김동성은 미국여행을 즐기며 새로운 풍물을 눈에 담는다.

여름날의 푸른 들판, 겨울의 눈 덮인 빈터, 가금류의 울음소리가 있는 미국의 시골 생활에선 한국의 고향 땅을 옮겨다 놓은 것 같은 느낌에 푸근해하기도 한다. 자연이 온대 지방의 세상을 거의 닮은꼴로 만들었다며 감동하기도 한다.

상당한 실망을 안겨준 장소라며 시골 교회의 신앙심을 꼬집기도 한다. 사느라 바빠 주중 기도회에 나오지 못하는 신앙심을 지적하는 열혈 조선 청년의 모습이다.



아버지나 삼촌의 도움 없이 스스로의 장점을 살려 독립하는 자녀 교육의 훌륭함에 매료되기도 한다. 진정한 가정은 한 집에 머무르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신을 경외할 줄 알고 서로 사랑을 표현할 줄 아는 평화로운 가족으로 이루어지는 거라며 감탄하기도 한다.



춤이 최고의 여흥이고 경쾌함을 선물하지만 고국에서는 점잖은 이는 아무도 춤추지 않기에 춤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이 재미있다. 춤이 대단한 신체운동인 것은 사실이나 남녀가 함께 하는 것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면서 춤에 대한 상식이 만만치 않음도 드러낸다.




춤을 비난하는 것은 잔혹한 일인가? 언젠가 우리 아내가 무도회장의 아무나와 혹은 모두와 춤을 추겠다고 고집을 부린다면, 이 평등한 권리의 시대에 우리가 뭘 어쩔 수 있겠는가? 그녀의 취향은 어떨까. 투스텝, 왈츠, 폭스트롯, 그리즐리 베어, 버니 허그, 와들, 토들, 아니면 그냥 평범한 탱고일까? - '춤‘ 중에서



다양한 자동차와 사고위험에 대한 논평, 옷, 개구리 다리, 사교, 우편배달부, 사랑, 여성참정권, 대학사교모임, 대학생활, 야구, 대통령, 자유, 남부, 유명한 미국인들, 작가들, 공공도서관, 신문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예리한 관찰과 분석, 유머까지 더해 풀어냈다.



그의 책에 대한 미국인의 반응도 흥미롭다.




기개가 가득하며, 두 눈은 차분하고,

황금의 가슴을 지닌 지극히 현명한 청년,

우리의 김동성 씨!

엉클 샘의 민족이여, 친절히 대하라,

그대들의 친절함을 다해, 설사 거짓이 될지라도,

그를 존중히 대하라! -매리 맥밀란 「머리말」



캔자스시티 지역 조간신문인 <캔자스시티 스타> 1916년 2월 12일자에 신간소개 된 글이다. 정확한 판단과 안목으로 실제 있는 그대로의 서양 문명에 대한 논평이며, 기발하고 건전한 유머라며 기고하고 있다.



일본인의 횡포를 보고 의도적으로 일본 유학을 배제하고 중국을 거쳐 미국 유학을 선택했다는 점, 이전에 개성소년의 교육을 위한 한영서원을 세우기 위해 기부금을 모으고 교장 윤치호를 찾아갔다는 점에서 개성에 대한 자부심, 계몽과 교육에 대한 열의를 볼 수 있다.



미국의 축적된 지적 분위기, 선조들의 곤경과 헌신 위에 이룩된 고도의 미국 문명에 대한 놀라움에 가득 찬 글들이 가득하다. 미국 친구들이 보여준 환대와 배려에 대한 감사와 감탄도 가득하다.



조선말에 태어나 일제강점기를 겪고 해방,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의 이야기는 늘 눈물겨운 이야기인데, 김동성의 글에서는 호탕한 기개와 자유로운 고국에 대한 갈망, 계몽을 위한 사명감으로 가득 차 있다.











가장 가난했던 시기, 가장 힘들었던 시기, 울분으로 가득했던 시기이기에 그의 미국 유학이 주는 의미는 남달라 보인다. 개인의 부귀영화를 위한 선택이기보단 조국의 발전을 위한 필연의 선택이었기에 더욱 그러하다.



세계를 돌아보고 배우며 깨친 것을 조국에 와서 알리고 가르치려 한 100년 전 선조의 모습을 상상하니, 가슴 벅차다.

100년 전 뉴욕을 거닌 조선 청년의 포부를 알기에, 그의 감격과 그의 인상이 어땠을지 얼핏 짐작이 간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러운 김동성. 언론인, 만화가, 번역가, 관료, 정치가, 사전편찬가, 각종 저술가, 선각자적인 삶은 그에게 숙명이었을 것이다. 문화 충격을 이겨내며 낯선 문명과 당당하게, 때론 유머 있게 조우하는 모습이 대단해 보인다. 자랑스런 선조의 모습을 알게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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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덕 2015-01-09 공감(1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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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미주의 인상, 1910년대의 미국과 조선






1916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에서 단행본을 출간한 김동성. 그의 책 <동양인의 미국 인상기>를 번역하고, 1918년 매일 신보에 그가 연재한 <미주의 인상> 그리고 그의 책에 대한 당시의 평과 번역자의 해설까지 알차게 담은 <米洲의 印象>. 사진자료도 많고 심지어 <동양인의 미국 인상기>는 정말 오래된 책처럼 종이를 처리해놔서 읽는 내내 재미있었다. 그러나 재미뿐 아니라, 이 책을 통해 나는 1910년대의 미국과 한국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동양인의 미국 인상기>의 서문을 쓴 <신시내티 인콰이어러>편집장의 서문을 보면 “동양은 동양이고, 서양인 서양일 것이나, <동양인의 미국 인상기>는 우리 모두가 동족임을 입증한다”라고 했는데, 그 후로 100년의 세월이 흘러도 우리는 모두 하나임을 느낄 수 있기도 했다.



김동성은 <미주의 인상>에서 자신을 “큰 바다의 한 방울 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사람의 바다라고 했던가? 그 속에서도 자신을 아는 사람 하나 없고, 자신에게 인사를 건낼 사람 하나 없는 상황을 그렇게 표현했다. 아마 그가 살아간 조선이라는 공간은 그와 반대였기에 그런 표현을 사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10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글쎄, 그가 뉴욕에서 느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또한 자신은 ‘칭크’도 ‘잽’도 아닌데 하던 것은,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고 외국으로 여행을 갔을 때 한동안 내가 느꼈던 것과 비슷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 긴 시간이 흘러도 외국에서의 한국의 정체성은 모호하기만 한 거 같다.



그는 미국의 제도에 대해 경이로움을 표한다. 모든 사람들이 누리고 있는 자유와 신분이 세습되지 않고 대통령을 4년에 한번씩 선출한다는 사실에 꽤나 감탄을 하는 눈치였다. 사실 이 책은 ‘동아시아 근대와 여행 총서’라는 시리즈의 1권이다. 2권은 <경성 에리뜨의 만국 유람기>인데, 두 권의 책을 함께 읽다 보면, 지금의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그들에게는 경이로움의 대상이었다는 것이 새삼 놀랍기도 하다. 심지어 책을 외울 필요가 없이, 공공 도서관에 가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을 부러워하는 눈치도 보인다.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 조선시대는 책이 참 귀해서 외울 때까지 읽어야 했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공공 도서관을 봤을 때의 충격이 어떨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그가 야구가 얼마나 큰 사랑을 오랫동안 받을 지 예측한 것도 재미있었지만,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그는 자동차는 소유주의 광고대행사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아마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차가 그 사람의 재산 수준을 보여준다는 것은 지금도 통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 당시에는 난폭운전이 뉴스거리가 되었다고 한다. 심지어 김동성은 “제 무덤을 향해 돌진한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요즘은 웬만한 교통사고는 뉴스에도 잘 나오지 않는데 말이다. 하기사 그때도 일요일에는 너무 사고가 많아서 많은 건수가 보도되지 않는다고 하니, 그 흐름의 연장선상에 우리가 있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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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15-01-08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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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의 인상






"콜럼버스도 우리보다 더 행복하지는 않았으리라."



근대를 대표하는 표식에는 무엇이 있을까. 1900년대 초반의 서양과 동양의 모습을 구분짓은 요소는? 기와집과 초가집이 넓고 낮게 펼쳐져있는 1900년대 과거 서울의 모습을 남긴 사진 자료들과 막 1902년 완공된 플랫아이언을 시작으로 조성된 뉴욕의 고층건물들의 사진을 보면 그 차이가 명확하다. 때문에 김동성이 '동양인의 미국 인상기'에서 표현한 처음 본 뉴욕에 대한 인상은 낯선 것에 대한 놀라움이 여과없이 드러난다. "뉴욕의 마천루들이 우리의 맨눈에는 길게 늘어선 산맥처럼 보였"다고 하며 "부지불식간에 우리는 고국에서 우리의 신들 앞에서 그랬던 것처럼 자유의 여신상을 향해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했다."고 한다. 덧붙여 다른 유명인사나 정부보다도 고층건물 등의 도시상에 더욱 마음을 빼앗겼다고 한다. 높은 스카이라인을 자랑하는 마천루에 대한 동경과 경외은 마치 더 높을 곳을 향해 쌓아올리는 바벨탑에 대한 그것과 같다. 그리고 그는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을 "큰 바다의 한 방울 물과 같"다고 느낀다.



그 외에도 아주 소소한 일상들에 대한 간결한 설명과 함께 자신의 생각을 적어놓았는데, 그의 생각이 매우 진보적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의 전통적 가정상을 두고 미국의 독립적이 가정의 모습을 "이 시대의 가장 훌륭한 제도"라고 표현한 점은 인상적이다. 덧붙여 뒷부분에 나오는 "사랑" 부분의 내용에도 "고국에서는 부모가 젊은이들의 배우자감을 골라주는" 것에 대해 말하며 반면 미국의 "젊은이들은 대단한 자유를 누리고" "스스로가 선택한 이와 사랑의 도피를 할 정도"라고 연애와 결혼 제도에서 변화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여성 참정권"에 대한 내용인데 짧지만 직접 읽어본다면 좋을 것 같다. "미국의 여성 규범에 대해 미국을 지배하는 것은 여성"이라고 표현하는 김동성의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시선이 눈에 띈다.



읽으며 재미있었던 부분은 '옷'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당시 김동성이 "미국인들은 분명 세계에서 가장 옷 잘 입는 이들"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이제는 오히려 한국인들에 대해 유행에 민감하고 스타일리쉬하다는 평이 많다. 반면 유행이나 남을 신경쓰지 않는 단순하고 편한 스타일이라고 표현되는 미국의 스타일은 시대와 지역 차이가 있겠지만 10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면서 전도된 평가로 새삼스러운 시간의 골이 느껴졌다. 이어 나오는 "개구리 다리"에서는 "고국에서는 식용이 아니던 개구리 다리가 이곳에서는 미국 메뉴의 최고 유행 요리 자리에 올라 있다"는 내용이 나와 충격적이다. 우리는 개구리 뒷다리가 서양인들은 끔찍하게 생각할지도 모를 우리의 토속 음식 문화 중 하나 쯤 된다고 여기며 지내왔을텐데! 정반대의 입장이라니!



저자인 김동성이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이 책의 첫머리에 나온다. "미주의 인상을 펴내며" 김동성의 저작물들을 옮겨 펴낸 황호덕이 대표로 써놓은 머릿말인데, 그 안에 줄줄이 담긴 김동성의 흔적은 여전히 생소하다. 하지만 그가 남긴 글들은 그와는 별개로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그동안은 외부에서 본 조선의 모습이 담긴 기록 등을 흥미롭게 읽었는데, 외부로 나아간 조선의 시선은 오히려 낯설고 조심스러운 감상을 불러일으켰다. 표지부터 한자로 내리 쓴 제목까지 강렬하지 않은 것이 없어 경계가 생기는 책이다. 하지만 1900년대부터 넓게는 1930년대까지의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또는 외국에 대한 호기심이 풍부하다면 이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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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 2017-07-27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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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문예술덕후] 김동성의 <미주의 인상>을 읽고




지금 이 시대에 타국을 거니는 것과 100년 전 시대 타국을 거니는 느낌은 많이 달랐을 것 같다. 지금이야 마음만 먹으면 이 한국 땅을 떠나 다른 곳의 땅을 밟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김동성의 <미주의 인상>은 1900년대 타국의 땅을 밟은 사람의 시선에 관한 책이라 흥미로웠다.



책은 단일한 스토리나 플롯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고, 하나 하나의 단상이 삽화와 함께 그려져 있는 형식이다. 그것은 야구, 식생활, 의복, 춤 같은 물질적인 것들부터 대학생활, 여성참정권, 자유 사랑까지 추상적인 주제들까지 포함한다. 이 수많은 단상들 속에서 김동성은 조선인의 시각으로 미국 문화를 바라본다. 이방인의 시각으로 말이다.



그럼에도 이 이방인은 미국 문화만을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이와 동시에 자신의 위치, 자신이 위치했던 조선의 문화와 상황에 대해서도 더 자각하게 된다. ‘개구리 다리’라는 에피소드에서는 자신이 동양인으로서 “‘칭크’(Chink, 중국인을 가리키는 속어) 혹은 ‘잽’(Jap, 일본인을 가리키는 속어) 취급”(p.76)을 받기도 하고,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부분에서는 “대통령 정부의 형태는 여러 나라의 경이로움이다.”며 국왕 체제의 고국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이 책은 원래 영어로 쓰인 텍스트이며, 1916년에 미국에서 처음 출간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의 몇몇 부분이 번역이 되어 <매일신보>에 연재되었다는 것이다.(번역은 저자 스스로가 하였다.) 이 번역본을 보면 원래의 텍스트와는 결이 많이 다르다. 원본에서 사용되었던 농담이나 개인의 감성적인 것들이 <매일신보>의 버전에서는 거의 없고 에피소드 위주의 나열이 되어 있다. 이는 그 시대 도저히 좁혀질 수 없었던 문화적 차이 때문일 것이다. 영어와 한글, 그리고 미국과 조선이라는 두 나라 간의 문화적 간극. 이 간극은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김동성의 <미주의 인상>은 텍스트 내부적으로도, 텍스트가 생산되는 외부적으로도 ‘경계’에 대해서 생각해 볼만한 지점들을 던져주는 책이다. 미국에서 출간되었던 원본의 텍스트와 후에 <매일신보>에 연재되었던 글들. 그리고 김동성의 생애와 활동들 등, 이해의 폭을 넓혀주는 해설까지 이 책은 여러 가지 풍부한 시선들을 제공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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