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18

지자(知者)는 사람도 잃지 않고 말도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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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gok Lee
13tfSponehSsorend  · 
“더불어 말할 만한 사람인데 더불어 말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고, 더불어 말할 수 없는데도 말하면 말을 잃는다. 지자(知者)는 사람도 잃지 않고 말도 잃지 않는다”
可與言而不與之言 失人 不可與言而與之言 失言 知者 不失人 亦不失言(논어 15-7)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원효의 ‘비동비이이설 非同非異而說’과 어떤 점에서 상통하는 구절이다.
사람도 잃지 않고, 말도 잃지 않는다.

요즘 혼란상을 보면서 이 구절이 깊이 다가온다.
사람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정(情)’을 해쳐서는 안된다.
특히 지금과 같은 편갈라 패거리 싸움하는 심리적 내전과 같은 상태에서는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끼리도 그 정서에 휘말려 서로 적대하게 된다.

사라져가는 사조(思潮)와 세력(勢力)끼리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는 싸움판은 언젠가 끝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싸움의 과정에서 새로운 창조적이고 융합적인 사조(思潮)와 세력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증오 분노 보복의 악순환 속에서 공동체는 쇠락의 길을 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체성이 애매한 진영 싸움의 와중에서 ‘사람’을 잃지 않는 것이다.
말(言)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리(理)’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나 상태에서 말한다는 것이다.

그 상태란 무엇일까?
우선 정명(正名)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정명이 안되면 말이 불순(不順)해 진다.
 말이 불순해지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예악이 일어나지 못하고, 예악이 일어나지 못하면 형벌이 적절하게 집행되지 못하고, 형벌이 잘 집행되지 않으면 백성들이 손발 둘 곳이 없게 된다.(논어 13-3)

또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말이 선다.
실제로는 공격하면서 협력을 말한다던지, 실제로는 편가르면서 통합을 말한다던지, 실제로는 아집이 강하면서 무아를 이야기한다던지, 실제로는 탐욕이 강하면서 청빈을 말하는 것들은 결국 말(言)을 잃게 한다.
그런 말들은 허공에서 맴돌 뿐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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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이병철
사람을 잃거나 말을 잃는 것을 걱정하진 않습니다. 계산하는 마음이 있는 한 애쓴다고 오래갈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흉금을 터놓고 걸림없이 이야기 해도 즐거운 벗이 그리운 세태입니다. 한 사람의 지기(知己)가 뭇 사람의 성원보다 더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 Reply · 11 h · Edited
Namgok Lee
이병철 동감입니다. 그 한 사람만 있어도 충분히 살만한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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