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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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백 -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16 epub 
장강명 (지은이)한겨레출판2011-11-21 

종이책 페이지수 352쪽, 약 18.9만자, 약 4.9만 단어
가능 기기 : 크레마 그랑데, 크레마 사운드, 크레마 카르타, PC,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폰/탭,E-ink(크레마 터치,크레마 샤인, 페이지원, SNE-60)
ISBN : 9788984315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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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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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2011년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240여 편의 경쟁작을 물리치고, 예심 심사위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본심 심사위원들의 추천을 통해 당선된 작품이다. '한국 문학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될 뛰어난 작품' '몇 년 사이 읽은 소설 중 가장 문제적인 작품' '이 시대 텅 빈 청춘의 초상, 섬찟하면서 슬프다'라는 평을 받으며 문학상 심사 내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표백>에서 작가는 모든 틀이 다 짜여 있는 세상에서 옴짝달싹 할 수밖에 없게 된 젊은 세대를 '표백 세대'라고 칭한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어떤 것을 보탤 수도 보탤 것도 없는 흰 그림인 '완전한 사회'에서 청년 세대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 사회에 표백되어 가는 일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의 위치에서 가장 성공했을 때 사회에 자신을 표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자살밖에 없다며, 와이두유리브닷컴 사이트에 자살 선언을 올리고 24시간 후에 자살한다.

현실세계에서 자신이 원하는 꿈이나 노력해서 무엇인가를 얻을 수 없다는 생각에 좌절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청년 세대들의 고달픈 일상과 정해진 채 다가올 미래와 표백되는 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을 보여주면서 면밀하고 명확하게 우리 사회를 그려낸다.
목차
제1부 그레이트 빅 화이트 월드
제2부 코마 화이트
작가의 말
추천의 말

책속에서
P. 77-78 이제 나는 세상이 아주 흰색이라고 생각해. 너무너무 완벽해서 내가 더 보탤 것이 없는 흰색. 어떤 아이디어를 내더라도 이미 그보다 더 위대한 사상이 전에 나온 적이 있고, 어떤 문제점을 지적해도 그에 대한 답이 이미 있는, 그런 끝없이 흰 그림이야. 그런 세상에서 큰 틀의 획기적인 진보는 더 이상 없어. 그러니 우리도 세상의 획기적인 발전에 보탤 수 있는 게 없지. 누군가 밑그림을 그린 설계도를 따라 개선될 일은 많겠지만 그런 건 행동 대장들이 할 일이지. 참 완벽하고 시시한 세상이지 않니? 나는 그런 세상을 ‘그레이트 빅 화이트 월드'라고 불러. 그레이트 빅 화이트 월드에서 야심 있는 젊은이들은 위대한 좌절에 휩싸이게 되지.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우리 자신이 품고 있던 질문들을 재빨리 정답으로 대체하는 거야. 누가 빨리 책에서 정답을 읽어서 체화하느냐의 싸움이지. 나는 그 과정을 '표백'이라고 불러.  접기
P. 182 마르크스는 공산 혁명을 주장했지만, 공산 혁명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닌 것은 아니다. 우리 세대가 처한 상황과 이 세대의 운명에 대한 우리의 분석에 동의한다면, 당신은 넓은 의미의 선언자다. 누군가가 와이두유리브닷컴을 ‘부모 덕택에 고생 모르고 자란 배부른 녀석들의 복에 겨운 헛소리'라고 매도하려 들 때 '그 방식은 과격하지만 그들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라고 맞서며 우리의 논리를 그 자리에 소개한다면 당신은 선언자다. 우리 세대가 하루하루 좌절에 빠지는 이유가 우리 개개인의 잘못이 아님을 알고, 그 좌절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면 당신은 우리와 같은 편이다.  접기
P. 199 산업화 시대의 노동자들은 사회주의 사회라는 ‘다음 단계'를 꿈꾸며, 프롤레타리아 운동의 주체로서 뚜렷한 이념과 이상을 갖고 정치권력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표백 세대는 지배 이념에 맞서 그들을 묶어주거나 그들의 이익을 대변할 이념이 없으며, 그렇기에 원자화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낙원'에서 태어난 이들에게 이상향은 있을 수 없기에, 표백 세대는 혁명과 변혁에 관한 한 아무런 희망을 품을 수 없다. 이들은 사회를 비난할 권리조차 박탈당한다. 완성된 사회에서 표백 세대의 실패는 그들 개개인의 무능력 탓으로 귀결된다.  접기
P. 241 자살을 꿈꿔본 적이 없냐고? 왜 없겠어. 그런 건 누구나 밤마다 생각하는 것 아닌가? 나는 밤마다 술에 취해 흐느적거리며 창문을 깨고 원룸에서 뛰어내리는 공상을 한다고. 때로는 분노에 차서, 때로는 사는 게 허무해서. 세연이 쓴 선언문에 동의하지도 않았고, 사람을 외길로 몰아간다는 생각에 거부감이 일었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 선언문 덕에 위안을 받는 듯한 기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왜지?). 그러나 내가 그 선언문으로 구원받을 수는 없었다. 설사 선언문의 내용에 내가 찬성한다 해도, 그 선언문과 실행 지침은 생활이 곤궁하거나 좌절했을 때 자살하면 안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실행 지침에선 자살을 하려거든 삶의 중요한 성취를 이뤘을 때 하라고 했는데, 나는 적어도 업무에서 다른 사람이 인정할 만한 성취는 앞으로 영영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접기
P. 332 우리 사회에 모순이 쌓이지 않는다는 세연의 주장에 나는 찬성하지 않는다. 세상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힘은 이제 없을 수도 있지만 우리 시대에 태풍은 곧 몇 번 들이치리라 생각한다. 그때 그 에너지를 이용하면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많은 일을. 그건 그 에너지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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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나는 ‘A대학교 경영학과 취업 선배들과의 대화’ 뒷풀이 후 세연, 휘영, 병권, 추 등과 어울리게 된다. 능력이 뛰어난 세연은 모든 시스템이 완벽하게 짜인 세상에서 자신이 어떤 것도 바꿀 수 없는 현실에 갑갑해한다. 선구적인 어떤 일도 할 수 없다고 판단한 지금 현실에서 주변 친구들에게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 어떻게 뭘 하면서 살아야 할까를 고민하게 만들고, 공무원과 기자, 회계사와 유학생 등 은근슬쩍 자기가 생각한 방안들을 그들에게 알려준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세연은 유서도 없이 학교 연못에서 빠져 죽고, 경찰은 실족사로 결론짓는다.
5년 후 공무원이 된 나와 기자가 된 휘영은 죽은 세연에게 온 메일을 통해 한 사이트에 접속하게 된다. ‘와이두유리브닷컴whydoyoulive’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몇 년 전 그 친구들이 연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을 선택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옛 여자친구였던 추가 24시간 후에 자살한다고 글을 올리고, 자살을 막으려는 나와 휘영은 온라인사이트를 통해 추의 연락처를 알아내려고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그러면서 그 사이트를 홍보하게 된다. 재벌 아들이었던 선우의 죽음도 이 사이트와 연관된 것을 알게 되고, 며칠 지나 후배 병권도 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며 지금이야말로 자살 선언을 이을 때라며 마포대교에서 자살하겠다는 글을 24시간 전에 올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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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장강명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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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동아일보〉에서 11년 동안 기자로 일했다. 장편소설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열광금지, 에바로드》로 수림문학상을, 《댓글부대》로 제주4·3평화문학상과 오늘의작가상을,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문학동네작가상을 받았다. 장편소설 《우리의 소원은 전쟁》 《호모도미난스》, 연작소설 《뤼미에르 피플》 《산 자들》, SF소설집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과 에세이 《5년 만에 신혼여행》 《책, 이게 뭐라고》, 논픽션 《당선, 합격, 계급》 《팔과 다리의 가격》을 출간했다... 더보기
수상 : 2016년 오늘의작가상, 2015년 문학동네 작가상, 2015년 제주4.3평화문학상, 2014년 수림문학상, 2011년 한겨레문학상
최근작 : <표백>,<책, 이게 뭐라고>,<책 한번 써봅시다> … 총 60종 (모두보기)
인터뷰 : 소설적 야심을 말하는 작가,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장강명 인터뷰 - 2015.09.03
SNS : //twitter.com/tesomiom
출판사 제공 책소개
“세상은 흰색이라고 생각해. 너무 완벽해서 내가 더 보탤 것이 없는 흰색. 어떤 문제점을 지적해도 그에 대한 답이 이미 있는, 그런 끝없는 흰 그림! 그러니 우리도 세상의 획기적인 발전에 보탤 수 있는 게 없지. 참 완벽하고 시시한 세상이지 않니.” -본문 중에서


이 소설은 파격인가, 도발인가, 아니면 고발인가

1996년 한국 문학의 미래를 힘차게 열어나가기 위해 제정된 한겨레문학상이 올해로 제16회를 맞았다. 2회 김연의《나도 한때는 자작나무를 탔다》, 3회 한창훈의《홍합》, 4회 김곰치의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6회 박정애의 《물의 말》, 7회 심윤경의《나의 아름다운 정원》, 8회 박민규의《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9회 권리의《싸이코가 뜬다》, 10회 조두진의《도모유키》, 11회 조영아의《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12회 서진의 《웰컴 투 언더그라운드》, 13회 윤고은의 《무중력증후군》, 14회 주원규의 《열외인종 잔혹사》, 15회 최진영의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1회, 5회 당선작 없음)까지 10년이 넘는 기존의 당선작들은 한국 문단의 주목을 받고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2011년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표백》은 240여 편의 경쟁작을 물리치고, 예심 심사위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본심 심사위원들의 추천을 통해 당선되었다. ‘한국 문학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될 뛰어난 작품’ ‘몇 년 사이 읽은 소설 중 가장 문제적인 작품’ ‘이 시대 텅 빈 청춘의 초상, 섬찟하면서 슬프다’라는 평을 받으며 문학상 심사 내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표백》에서 작가는 모든 틀이 다 짜여 있는 세상에서 옴짝달싹 할 수밖에 없게 된 젊은 세대를 ‘표백 세대’라고 칭한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어떤 것을 보탤 수도 보탤 것도 없는 흰 그림인 ‘완전한 사회’에서 청년 세대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 사회에 표백되어 가는 일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의 위치에서 가장 성공했을 때 사회에 자신을 표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자살밖에 없다며, 와이두유리브닷컴 사이트에 자살 선언을 올리고 24시간 후에 자살한다. 현실세계에서 자신이 원하는 꿈이나 노력해서 무엇인가를 얻을 수 없다는 생각에 좌절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청년 세대들의 고달픈 일상과 정해진 채 다가올 미래와 표백되는 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을 보여주면서 면밀하고 명확하게 우리 사회를 그려낸다.


절망의 기록, 그러나 동시에 절박한 희망의 구조 요청
싸늘히 표백된 우리 시대 청춘들의 잔인한 자화상

주인공은 7급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나서 상위 10개 대학의 뒤쪽에 위치한 A대학에 입학해서 군대를 갔다 온 복학생이다. 그는 대학입시를 다시 준비하든 편입시험을 보든 더 상위권으로 진입해야 하는데, 어떤 것을 시작해도 이미 늦어버린 나이라고 생각하며, 미래의 암울한 현실을 깨닫지만 딱히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다. ‘취업 선배들과의 대화’ 행사 뒤풀이 후에 전교적으로 유명한 ‘21세기 지도자 장학생’인 세연, 경영학과 동기인 휘영, 후배 병권, 세연의 친구 추윤영 등과 어울리게 된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자살을 준비해온 세연은 친구들을 설득하며 5년 후에 자살할 것을 강요하며, 자신이 가장 주목받는 선구자가 되기 위해서 죽는다. 5년 후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며 표백되고 있던 주인공과 친구들은 우연찮게 한 사이트(와이두유리브닷컴whydoyoulive)를 통해 서로의 소식을 알게 된다. 그러나 친구들은 5년 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24시간 후에 자살을 한다고 선언하는데……. 젊은 세대들이 자살하는 세태를 정확하게 그려내며 현실을 담고 있는 이 소설은 우리 사회 청년들의 삶과 일상을 가감 없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표백》은, IMF 이후 변화된 사회의 문제들을 혼자의 몸으로 뚫고 온 혹은 뚫고 가고 있는 청년 세대에 바치는 소설이다. 성공한 삶이라고 주변에 얘기할 수 있는 그때, 그리고 그 성공을 위해 노력했던 스스로에게 자살이라는 방법으로 자유의지를 보여주는 청년들은 부조리한 세계에서 부조리한 방식으로 그들의 삶에 대해 최선의 길을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이 세계를 헤쳐 나갈 것인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젊은 세대들이 그리는 슬픈 비망록이 펼쳐진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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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작가의 소설은 기자 출신 작가 특유의 치밀함과 냉정함이 돋보인다. 최근의 한국 문학에서 보기 드문 경향이라서 더욱 귀하게 느껴진다  구매
키치 2019-02-06 공감 (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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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이다'따위의 뭣같은 책보다는 이게 낫다.  구매
moon 2011-09-06 공감 (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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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고 끝이야? 했지만 꽤 오래도록 생각하게 될 것 같다. 세연은 성공이라 여겼을까. 분명 문제의 세대다. 그리고 젊은 세대들이 문제적이지 않았던 때 역시 없었을거다. 아무것도 특별한 것도, 새로울 것도 없다.  구매
칩멍 2014-09-02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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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에 쉬지 않고 읽음.20~30대라면 갖고 있는 생각과 충동을 현실감있게 정리.강추  구매
재주없는 글 2011-08-08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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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세대의 슬픔을 극단적으로 보여줬습니다. 보면서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보다 이걸 3번보는게 더 낫겠네요.  구매
LSJ 2013-01-04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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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백의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야할까? 새창으로 보기
 

 

나는 추석이 싫었다. 매번 찾아오는 명절이지만 “취업 안 하느냐?”는 어른들의 성화가 불편했다. 추석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사실 취업하고도 귀향을 꺼리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이제는 “언제 결혼할 거냐?”는 질문에 시달려야 한다. 제발 이번 추석에는 결혼 얘기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어른들은 ‘불운한 삶 속에 진정한 인생의 가치가 있다’고 속삭여 왔다. 그러나 삶의 미래가 불투명한 현실 앞에서 고상한 삶의 의미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 사회는 청춘의 눈에 나오는 푸석한 눈물을 인정하지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청춘에 대한 갖가지 정의들이 생겨났다. ‘88만 원 세대’부터 시작하여 ‘흙수저’까지 우리 사회는 청춘이 처한 경제적 고통으로 세대의 특성을 규정했다. 장강명의 《표백》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된 사회에서 단지 ‘표백’된 세대다. 암울한 미래에 별다른 희망 없는 ‘나’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몇 년 전부터 자살을 준비해온 세연은 친구들을 설득, 자신이 자살한 5년 후에 자살할 것을 다짐받는다. 사회에 자신을 표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자살밖에 없다는 것을 알리는 일이다. 표백 세대는 세상에서 자신들을 완전히 지워버리면서 극단적으로 상실감을 표출한다. 버거운 현실의 벽을 뚫지 못한 표백 세대의 자살은 ‘저항’보다는 ‘자기파괴’에 가깝다. 장강명은 절망적 처지 그리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들의 삶을 묘사함으로써 문제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표백 세대들은 아주 적은 양의 부를 차지하기 위해 이전 세대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경쟁을 치러야 한다.” (196쪽)

 

소설에 나온 이 문장은 청춘들이 겪는 상황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꽃다운 청춘을 만끽하려면 유아기부터 시작되는 학벌 획득의 장기전에 임해야 한다. 대학이라는 중간 고지에 잠시 이르렀으니, 한숨 돌리고 새로운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 다음 고지는 '취업'이다. 인생의 장기전에 가까스로 살아남은 독자들은 《표백》이 불편하게 느낄 것이다. 《표백》은 피땀과 눈물 흘리면서 청춘을 보낸 이들의 환부를 다시 찌른다.

 

소설 같은 일이 매일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충분히 현실을 직시했고 많은 시간이 흘렀다. 과연 이 시대의 청춘들은 아무것도 보탤 수 없고 보탤 것도 없는 표백의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이 글에서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해도 그때뿐이라면 슬랙티비즘(Slacktivism)에 불과하게 된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라는 말 역시 또 하나의 슬랙티비즘이다. 정말 이 말만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다. 개인의 노력과 인내를 감성적으로 전달하는 위로는 공허한 말이다. 젊은 세대는 청춘을 훈계하는 사회에 향해 돌을 던질 힘이 있어야 한다. 저항과 연대의 힘이 두텁지 못하면 다음 세대도 무기력한 표백의 세계 속에서 살아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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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8-22 공감(31) 댓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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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애매하네요. 새창으로 보기 구매
 
1. 책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위에 있으니

   독자 입장에서 최소한의 것만 이야기하겠습니다.

 

2. 저는 남의 얼굴을 볼때 최대한 예쁜 점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책에서도 어떻게든 장점을 찾으려고 최대한 노력하는 편인데

   이 책에서는 그게 좀 힘들었습니다.

  작가님이 보실 것 같아 쓴소리는 최대한 줄이겠지만

  어쨌든 다음 작품을 기대해보겠습니다.

 

3. 평소 한국 소설을 자주 보진 않는데

   미리보기로 앞부분을 읽어보고

   신선한 느낌이 들어서 샀습니다.

   제 마음을 움직였던 건

   바로 주인공이 ‘취업 선배들과의 대화’에서 ‘깽판’을 부리는 대목이었습니다.

   뭔가 특이하고 반항적인 주인공을 기대하게 만드는 장면이었는데

   읽을수록 좀 실망했습니다.

   주인공의 캐릭터가 애매했습니다.

   반항적인 것 같다가도, 체제 순응적이면서, 꼴통스럽고,

   그러면서 자기 생각을 뒤집어버리기도 하고.. 오락가락한다는 느낌?

   저한테는 초반 30페이지까지가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작가님한테 죄송하지만 저는 그랬습니다.

 

4. ‘세연’이라는 등장인물은 주위 사람들에 의해서

   신비스럽고, 카리스마 넘치고, 아우라가 강력한 것처럼 그려지는데

   저는 그 인물에게서 아무 것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5. 그들이 자살하는 이유가 그다지 공감이 안 됐습니다. 
   저는 허무주의에 흠뻑 빠져있는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 납득이 안 가더군요.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보다는 소재 삼기에 그친 느낌? 
  잘 나가다 약간 핀트가 나간 느낌? 
  예전에 박민규 작가님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봤을 때 
  주인공이 ‘프로가 되려고 아등바등 살지말고, 여유있게 살자’ 뭐 그런 
  메시지를 던지면서 야구팀에 들어가 유유자적 살지만 
  작품 막판에는 ‘좋은 학벌’을 바탕으로 병원 원무과에 덜컹 들어가 
  잘먹고 잘산다는 그런 마무리에 아연실색했던 것과 비슷한 감상이었습니다.  

 (세계가 이미 완성되어 있어서 더 보탤 것이 없다는 전제에는 전혀 동감하지 않습니다. 

  환경은 끊임없이 변하고, 그에 따라 사상도 변합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는 것들은 

  언젠간 다 뒤집어진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6. 주인공이 공무원 7급 시험에서 1차 합격하고, 조금 지난 후에 2차 시험에 
   응시하는 걸로 나오는데 
   저는 7급 시험은 1차,2차가 모두 필기시험으로 
   같은날 보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말만 1,2차일 뿐입니다. (필기 다음엔 면접 뿐)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건가요?

 

7. 저는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을 색다르게 표현하는 글보다는

   다소 생소한 것을 거칠게 표현하는 글을 더 좋아합니다.

   그런 점에서 아주 약간은 생소한 것을 표현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만 앞부분의 공무원 시험생에 대한 묘사는

   너무 길게 늘어진 느낌입니다.

   2부에 대한 아이디어를 먼저 얻고 나서,

   분량을 맞추느라 1부를 늘인 느낌?

   물론 이건 사실이 아니겠죠.

   1부를 조금 잘랐어도 분량은 찼을 테니까요.

 

8. 작가님이 힘들게 쓰신 작품에 별로 안 좋은 말을 해서

   죄송하지만 저도 힘들게 번 돈으로 책을 산 독자입니다.

   다음엔 더 설득력 있는 작품으로 만나 뵙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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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ire 2011-07-23 공감(55)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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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세대의 우울을 ‘표백‘하다 새창으로 보기
찰스 맨슨의 자살 웹사이트가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단 멀쩡해보였고, 자기들의 행위가 조잡하나마 어떤 주장을 담으려고 했기 때문일거야(16p).

 

이 작품엔 찰스맨슨의 그것, 자살사이트를 모방한 자살클럽이 등장한다. 거기엔 필명으로 적그리스도, 소크라테스, 재프루더, 재키, 루비, 하비, 제리, 메리가 등장한다.

 

등장인물들의 스토리는 ‘저주받은 00년생’류의 이야기(40p)이다. ‘저주받은 00년생’들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죽은 자의 승리(?)으로 化하려’한다. 죽은 자의 승리, 기쁨, 환희가 무엇이 있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그들만의 우울과 상처를 그렇게 표현한다. 마치 시대의 거대한 벽 앞에 그들은 ‘용기 있는(?) 자살’로 비웃어주는 그림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그런 세상을 <그레이트 빅 화이트 월드>라고 불러. 그레이트 빅 화이트 월드에서 야심 있는 젊은이들은 위대한 좌절에 휩싸이게 되지.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 자신이 품고 있던 질문들을 재빨리 정답으로 대체하는거야. 누가 빨리 책에서 정답을 읽어서 체화하느냐의 싸움이지. 나는 그 과정을 <표백>이라고 불러.’(78p)

 

 

‘우리 1980년대에는 대학생들이 정치의 상당부분을 담당했고, 1990년대에는 대학생들이 대중문화의 중심이었지. 지금 우리는 뭘까? 아무것도 아니야. 작은 유행 하나 만들어내지 못해. 이렇게 형편이 어려운 데도, 반항정신이나 독립심조차 이전 세대에 못 미치지.’(40p)

 

 

‘1973년~1977년에 태어난 한국 남자들은 자기와 비슷한 연배의 여자를 사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고, 1978년 이후에 태어난 여자들도 쉽게 사귈 수 있다. 경제력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반면에 1978년 이후에 태어난 남자들은 자기와 같은 세대의 여자를 사귀는 일도 힘들어진다. 그래서 우리가 아무도 애인이 없는거구나. 썩을 놈의 세상이다. 우라질 놈의 세상이야! 이게 다 시대를 잘못 타고난 탓이야.’(40p)

 

 

물론 자살클럽에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재벌그룹의 자제도 있다.

 

자살클럽의 ‘표백’으로 상징된 자살행위는,


‘당신들도 나처럼 상처받길 바라요.

  당신들도 나처럼 상처받길 바라요.

  당신들도 나처럼 상처받길 바라요...’(49p)


라는 말로 이 시대와 세대와 세계에 자기들이 받은 우울과 상처를 다시 되돌려주는 몸짓으로 비친다. 청춘의 몸부림이요, 울부짖음이다.

 

        


여담:

*읽기는 오래전에 읽었는데, 쓴다 쓴다 하면서 이제야 쓴다. 그것도 정말 요 몇일 글을 쓰지 못해서 너무 답답했다. 그래서 일단 오늘은 겨우 컴퓨터 앞에 앉았다. 뭐든지 쓰자 싶어 앉았다. 무조건 쓰고 잔다는 생각하에. 결국 쓰고자 하는 주제와는 다른 『표백』에 대한 리뷰를 쓰게 되었다. 그래도, 썼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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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10-13 공감(26) 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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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백》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건 자살뿐인 세상 새창으로 보기 구매






이제까지 장강명 작가의 소설을 꾸준히 읽어온 건, 소설 자체에 대한 애정보다도 '이번엔 또 어떤 자극적인 소재를 선정했을까' 하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취업난과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호주 이민을 택한 20대 청년의 모습을 그린 <한국이 싫어서>를 비롯해, 통일 이후 절망적인 한반도의 상황을 상상한 <우리의 소원은 통일>, 2012년 국정원 여론조작 의혹 사건의 실체를 밝힌 <댓글 부대> 등은 문장의 유려함이나 구성의 탄탄함보다도 자극적인 소재와 치밀한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들이었다. 나로서는 한 번 읽기에는 괜찮지만 여러 번 반복해 읽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작품들이기도 했다.



그랬던 내가 장강명 작가의 전작을 읽어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건, 장강명과 요조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 때문이다. <책, 이게 뭐라고>의 오랜 애청자인 나는 장강명 작가가 김관 기자의 뒤를 이어 진행자석에 앉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장강명 작가가 게스트에게 던지는 질문이 궁금해 매주 <책, 이게 뭐라고>를 듣는다. 어떤 인터뷰어들은 질문을 가장해 자신의 지식이나 경력을 뽐내려고 하는데, 장강명 작가는 그런 면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떤 인터뷰어들은 인터뷰이와 친목질하는 데에만 급급해 정작 제대로 된 인터뷰를 하지 않는데, 장강명 작가는 독자가 궁금해하는 것은 물론, 애써 궁금해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까지 질문한다. 이는 그가 오랜 기간 유력 신문사의 사회부 기자로 일하면서 터득한 기술이기도 하겠지만, (슬프게도) 모든 기자가 다 이런 기술을 갖춘 건 아니기에 더 귀하게 느껴진다.



각설하고, <표백>은 장강명 작가가 2011년에 발표한 장편 소설이자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다. 7급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난 '나'는 서울에 있는 A대학교 경영학과에 진학했고 군대를 다녀와 얼마 전 복학했다. 학과에서 주최한 취업선배들과의 대화 행사 뒤풀이에 참석한 나는 미모면 미모, 스펙이면 스펙, 빠지는 것이 없는 세연과 경영학과 동기인 휘영, 후배 병권, 세연의 친구 추윤영 등과 어울리게 된다. 세연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나, 휘연, 병권, 윤영의 마음을 장악하고, 자신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자살을 준비했으니 너희들도 나를 따라서 자살하라고 강요한다. 그리고 얼마 후 실제로 세연은 학교 연못에서 자살한다. 이때만 해도 나와 친구들은 세연이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극심한 취업난과 생활고, 이상과 전혀 다른 현실을 겪으며 서서히 자살을 꿈꾸게 된다.



작가는 모든 틀이 다 짜여 있는 세상에서 옴짝달싹 못하게 된 젊은 세대를 '표백 세대'라고 일컫는다. 사람은 모두 빨강, 노랑, 파랑, 초록 등 고유한 색깔을 지니고 태어난다. 하지만 이 세계는 단 한 가지 색깔만 요구한다. 한 점의 티도 없고 얼룩도 없는 하양이 되기를 강요한다. 한국 사회에는 정해진 인생 경로가 있고, 그 경로에서 벗어나는 사람은 무조건 괴짜 아니면 루저 취급받는다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본 적 있는 독자라면 작가의 문제의식에 공감할 것이다. 문제를 타개할 유일한 방법이 자살이라는 설정은 일견 지나쳐 보이지만, 실제로 한국 청년들의 사망 원인 제1위가 자살이고, 많은 청년들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걸 떠올리면 지나치지만은 않다.



무엇보다도 나는 이 소설이 청춘을 미화하지 않아서 좋았다. 수많은 어른들이 젊음을 부러워한다. 수많은 책이, 영화가, 드라마가 청춘을 찬양한다. 하지만 지금 한국에서 청춘을 보내고 있는 10대, 20대들의 상황은 결코 찬양할 만한 상태가 아니다. 내가 그랬듯이, 젊은이들 대부분은 이유도 목적도 없이 대학 입시를 치르고 취업 준비를 한다. 젊다고 열정 노동을 강요당하고, 어리다고 임금 후려치기를 당한다. 성차별, 학력차별, 계급 차별 등등을 만들어낸 건 어른들인데, 정작 이들끼리 서로를 혐오하고 깎아내리느라 정신이 없다. 이런데도 젊음이 부럽다고 말하는 건 무책임하고, 차라리 모욕이다.



장강명 작가의 여느 소설이 그렇듯이 잘 읽히고 뒷맛은 씁쓸하다. 출간 당시에도 화제가 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여러 번 다시 언급되며 재평가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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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 2019-02-06 공감(17)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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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포 세대에게 바치는 '표백' 새창으로 보기
한자로 표백(漂白)이라 쓰고 N포 세대라 읽는다.

2011년에 N포 세대라는 말이 없어서 작가는 표백 세대란 말을 썼을 뿐이다.

이전의 X세대라든지, 그런 말들에는 가능성이 그나마 들어 있지만,

작금의 88만원 세대 이후에 생긴 비관적인 말들에 대한 돌직구가 이 소설이다.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이 되고,

다들 그만그만한 사람을 만나 아이 낳고 기르면서 살아가게 될 줄 알았던 세대가 <1988> 응팔의 세대다.

IMF 구제금융기 이후,

한국에서 제조업은 급격히 쇠퇴하였고,

제조업 관리직 분야 역시 사라져 일자리 자체가 없어졌다.

 

당연히 취업하고 결혼해서 나이 마흔이면 <졸업 20주년> 기념으로 호텔 강당을 빌려 은사님 모시고 큰절도 하고 하던 풍속도는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이 소설은 충분히 '문제' 소설이다.

비난을 염두에 둔 듯,

어디에서도 자살선언문을 보게 되지 않길 바라며...라고 썼지만,

행복한 삶을 누리는 일이 쉽지 않게 된 시절에, 그런 희망은 난망이다.

 

행복한 삶은 시대가 주는 것이 아니다.

어떤 시대가 오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튼튼해야 한다.

지금 이 시대가 역사상 가장 참혹한 시기도 아니다.

유태인 절멸 수용소에도, 거제도 포로 수용소에도 참혹은 있었고,

그야말로 1988 시대의 군대에서도 무지막지한 폭력과 비인간성은 있었다.

그러나, 이곳만 벗어나면... 하는 희망이 있어서인지, 자살하지 않았다.

 

인생은 아름다운가?

Why do U live? 닷컴...이라니...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이다.

 

알베르 카뮈가 남긴 이 말이 절절한 때,

이 소설을 읽어볼 일이다.

 

왜 자살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을 '자살해라'는 '사주'로 읽는 사람도 있겠으나,

삶의 철학이란,

결국 왜 사는가?를 골똘히 생각하지 않으면 부조리투성이인 자기 삶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겠다.

 

장강명은 다시 묻는다.

왜 살고 있느냐고.

소설 속에서는 죽음이 가득 이야기되지만,

부조리한 시지프의 하루는 이렇게 저물어 가는 속에서 삶의 희망을 되찾는다.

 

자식을 죽음으로 몰고가지 않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학원으로 공부로 몰고가지 않아야 하고,

비록 세상이 더이상 변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더라도,

서로 다사롭게 등 두드리며 살 수 있는 가정이 있어야 한다.

 

삶의 철학이 없다면, 결국 죽음의 철학 앞에서 부조리한 삶은 이길 수 없다.

 

우리 세대가 하루하루 좌절에 빠지는 이유가 우리 개개인의 잘못이 아님을 알고,

그 좌절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다면...(182)

 

산업화와 민주화를

그것도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드라마틱하게 이뤄낸 세대가

우리 세대를 우습게 보고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다거나 분노할줄 모른다고 비아냥거리는 이유는...

더이상 이 시대는 혁신적 사상의 시도가 없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 잘못이 아니다.(190)

 

표백된 세계는

아무도 더 나은 시스템을 떠올리지 못한다.

거대한 흰색 세계는 모든 빛을 흡수하며 무결점 상태를 유지한다.(192)

 

젊은 세대들의 부조리한 삶을 손가락질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현실을 직시하고, 알바 최저 시급을 높인다든지 해서 삶의 질을 보장하여야 한다.

 

이 소설의 스토리 구조는 마치 오십 년 전의 최인훈을 읽는 기분이다.

사회 경제적 토대의 분석과 사회의 불안한 모습을 엇갈려가며 토론하는 식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최인훈의 <회색인>이 내세운 지식인의 중간지대 어정쩡함이었는데,

장강명의 소설은 아예 회색지대조차 부정된 <표백의 세상>을 설정하여 그 곤란도를 설명하고 있다.

 

N포 세대라는 친구들에게

행복한 미래를 꿈꾸라는 <세상을 바꾸는 시간>들은 참으로 허무하다.

물론, 어떤 척박한 삶에서도 누군가는 유대인 수용소 내의 <카포>마냥,

다른 불행한 사람들과는 다른 소수의 감독관이 있을 수 있다.

 

자신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투의 <네 잘못 론>으로는 젊은이들의 좌절을 감싸안을 수 없다.

민주화된 시대의 사회적 보호망이 더 강화되어야 하는 세상인 것인데...

시절이 하수상하니... 어떤 말도 힘이 되지 않는다.

 

아무튼 문제작을 이렇게 만나고 나니 장강명의 힘에 기대도 큰 한편,

처음부터 이렇게 큰 문제의식에 맞서고 나면, 그 쓰는 힘이 소진될까 걱정되는 마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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