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02

[팩트체크] 후쿠시마 오염수-월성원전 냉각수 해양방출 다를 바 없다? | 연합뉴스

[팩트체크] 후쿠시마 오염수-월성원전 냉각수 해양방출 다를 바 없다? | 연합뉴스



[팩트체크] 후쿠시마 오염수-월성원전 냉각수 해양방출 다를 바 없다?

송고시간2020-11-2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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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기자기자 페이지


일반원전도 삼중수소 배출하나 사고원전오염수엔 他물질 포함 가능성
日언론도 정화기술에 의구심…투명한 정보공개로 신뢰구축 촉구 목소리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탱크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이율립 인턴기자 =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에서 생긴 방사성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가운데, 일본 당국자는 오염수 해양 방류가 한국 월성 원전 냉각수의 해양 방출과 다를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한일본대사관 관계자는 지난 20일 한국 언론 상대 설명회에서 "국제 관행상 모든 국가가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물은 해양 방출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 (한국의) 월성 원전에서도 해양 방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원전에서 나온 폐수를 바다에 방류하기 전 주변국 동의를 얻지 않으면 유엔해양법협약 등 국제법에 위반된다'는 지적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반박하며 한 말이다.

이 관계자는 "다만 '다핵종(多核種) 제거설비'(ALPS·알프스·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정화 설비) '처리수'는 (물 안에) 포함돼 있는 방사능 물질이 (정상 운영 발전소에서 나온 폐수와) 다를 수 있다"면서도 "방사능 물질 배출 규제는 모든 방사성 피폭의 역학 조사를 거쳐 결정된 기준이라서 알프스 처리수의 처분에 관해서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동일본대지진(2011년 3월11일)때 원자로 노심이 녹아내리는 대형 사고가 난 원전에서 생성된 오염수이지만 정화 과정을 거쳐 방사성 물질 함유량을 기준치 이하로 맞출 것이기 때문에 방류해도 별문제가 없다는 취지였다.

◇ 원전운영 국가들, 국제기준 따라 삼중수소 포함된 냉각수 해양 방출하는 건 사실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의 유해성 논란은 그동안 주로 삼중수소에 초점이 맞춰졌다.

알프스로도 제거가 불가능한 삼중수소는 자연 상태에도 존재하는 방사성 물질이다. 베타선(線)이 방출되나 약한 편이어서 피부를 뚫거나 외부 피폭을 일으키지는 않으며, 이 물질이 포함된 물이나 음식을 섭취해도 7∼14일 내 대소변이나 땀으로 배출된다.

그러나 삼중수소에 오염된 수산물을 장기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신체 내 방사성 물질이 축적될 수도 있어 내부 피폭 위험성이 있다.

한국을 포함, 원전을 운영하는 모든 국가가 국제원자력기구(IAEA) 지침에 따라 삼중수소 배출 농도 기준치를 각각 정한 뒤 이에 맞춰 바다에 냉각수를 방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3일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삼중수소 배출 농도 기준은 한국이 리터 당 4만㏃(베크렐), 미국이 3만7천㏃, 일본이 6만㏃이며, 이에 따라 한국은 매년 200조㏃, 미국은 1천720조㏃ 상당의 삼중수소를 냉각수 방류를 통해 바다로 내보낸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전 연간 370조㏃ 수준이었으나 이후 가동 원전 자체가 대폭 줄어 110조㏃로 낮아졌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에는 저장 중인 오염수 약 123만t에 860조㏃ 상당의 삼중수소가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삼중수소 농도는 리터당 평균 58만㏃ 수준으로 일본 배출 기준치의 9배를 넘어선다.

일본은 이를 자신들 기준상 한도치의 40분의 1, 즉 1천500㏃/ℓ까지 희석해 해양 방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대로 된다면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하는 먹는 물 삼중수소 농도 기준(1만㏃/ℓ)에 비춰 허용 범위 안에 들어간다.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뒤 삼중수소 외에도 탄소-14, 중수 등 잔존 가능성

그러나 국제환경단체와 학계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알프스로 정화 처리한 뒤에도 삼중수소 외 다른 방사성 물질과 위험 성분이 잔존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달 발간한 '2020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위기의 현실' 보고서에서 "일본 정부가 방사성 오염수의 위험을 축소하려고 삼중수소만 강조하고 있다"면서 "대부분 탄소-14를 언급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알프스는 탄소-14를 제거하도록 설계되지 않았으며, 이는 2차 처리를 해도 제거되지 않기 때문에 일본이 방류 계획을 그대로 실행하면 탱크 내 탄소-14 전체가 환경에 방류된다"고 주장했다.

탄소-14는 어류 내 생물농축계수가 삼중수소보다 높은 방사성 핵종이다. 생물농축계수는 특정 오염 물질이 수중생물 체내에 점차 농축되는 과정을 지수화한 것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생물 내 축적이 잘되는 물질이다.

인체 유해성에 대해 양론이 있지만 프랑스 방사선방호 원자력안전연구소(IRSN)에 따르면 탄소-14는 단백질이나 핵산과 같은 세포 구성 성분, 특히 세포 DNA와 결합해 DNA 손상을 일으켜 세포 사멸이나 유전적 돌연변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도쿄전력도 알프스 처리를 마친 오염수에 탄소-14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다만 알프스로 정화된 오염수내 탄소-14 농도가 국제 기준에 발맞춰 설정된 일본 국내 규제기준을 충족시키고 있다는 것이 도쿄전력의 설명이다.

이와 별개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중수(重水)가 포함됐을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중수는 일반 수소 원자보다 중성자 하나가 더 있어서 무거운 물을 지칭하는데, 여기에 중성자 하나가 또 더해지면 삼중수소가 된다. 중수를 1차 냉각수로 사용하는 중수로형 원자로가 경수로형보다 삼중수소를 더 많이 생성시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월성 원전 1~4호기와 같은 중수로형 원자로는 별도로 삼중수소제거설비(TRF)를 갖추고 있으며, 중수를 외부로 배출하지 않고 계속 내부에 보관한다. 반면 경수로형 원자로인 후쿠시마 원전에는 TRF와 같은 설비가 없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후쿠시마 원전에서 삼중수소가 그만큼 나왔다는 것은 중수가 많이 생겼다는 것"이라며 "중수는 방사선은 아주 적게 나오지만, 이 물질로 생쥐 혈액의 30%를 채웠을 때 말라 죽게 하는 화학적 독극물"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일본에서는 알프스의 정화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월 마이니치신문은 알프스로 처리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올해 6월 기준 110만t)의 70% 이상이 삼중수소를 제외한 방사성 물질의 방출 기준치를 넘어선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전체 오염수 중 약 27%인 30만t 정도만이 방사성 물질 농도 기준치를 충족했다. 이 밖에 6% 상당이 방사성 물질 농도가 기준치의 100∼2만배, 15%는 10~100배, 19%는 5∼10배, 34%는 1∼5배에 달했다.

일본산 수산물 '안먹겠다' 캠페인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환경운동연합 소속회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저지를 위한 일본산 수산물 '안먹겠다' 캠페인 시작을 선포하고 있다. 2020.11.9 citybo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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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 일본에 국제사회 신뢰 확보 위한 '투명성' 주문

일본 정부가 방류 계획을 투명하게 밝히지 않아 신뢰 문제가 생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알프스가 삼중수소를 제거하진 못하지만, 효과적인 기술이긴 하다"면서도 "우리가 오염수라고 칭하는 것을 일본 정부가 '처리수'라고 부르는 것부터가 불신의 싹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10년이든 50년에 걸쳐서든 이러 이러한 방법으로 배출하겠다'는 계획을 국제사회에 설득력 있게 보여줘야 하는데, 지금 일본 태도는 'IAEA에 보고했고 양해받았다. 믿어달라'고 주장한다"며 "안전성 문제보다는 신뢰의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도 "한국과 다른 나라의 정상적인 원전은 에너지 생산을 위한 불가피한 부수 조치로 IAEA 기준에 따라 냉각수를 배출하는 것"이라며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도 기준에 맞춰 버리는데 뭐가 문제냐'는 태도 때문에 주변국으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이 배출 기준치를 지켜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피폭량을 가능한 수준까지 최대한 줄이라는 국제 원자력계의 '알라라(ALARA·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 원칙에 따라 배출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 농도를 더 낮출 방법을 고민하고, 주변국에 정보를 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ogo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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