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째 시민 정치 교육 청년정치학교 “내 삶을 바꾸기 위해 정치 배운다”
기자명김연진 기자
입력 2023.07.28
지난 7월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7기 청년정치학교 졸업식이 열렸다. photo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김수지(36)씨는 6세와 1세 두 아이의 엄마다.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하다가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했다. 복직을 앞두고 일과 양육 사이에서 고민하던 그는 올해 사직했다. “회사에 복직하느냐 사직하느냐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정치’가 피부에 와 닿았다. 첫째가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30·40대 여성의 경력 단절은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 가장 많이 생긴다고 하더라. 매해 바뀌는 (육아 관련) 지원 정책들이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경험은 그를 정치에 대한 관심으로 이끌었다. “저출생 시대라는데 요즘 어린이집에 자리가 없다. 저는 맞벌이고 둘째여서 가산점이 있지만 외벌이고 첫째이신 분은 어린이집을 보내고 싶어도 보내지 못한다. 그 모든 부담은 부모의 몫인데 충분한 지원 없이 출산만 장려하는 것은 잘못됐다. 정당의 색깔을 떠나서 삶의 정치가 정말 가까이 다가왔다고 느꼈다. 보육·교육이나 노동 관련한 사회문제가 양육과도 연결돼 있고 그 끝에는 정치가 있더라. 정치를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살아가려면 정치를 알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청년정치학교’를 찾았다.”
김씨가 문을 두드린 청년정치학교는 만 39세 이하의 모든 청년에게 열려 있다. 이곳에선 이념과 정당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정치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진행하며, 학생들은 관련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다. 2017년 바른정당 창당 당시 정책연구소 산하기관으로 설립됐는데, 지금은 ‘사단법인 청정’이라는 별도 법인으로 분리됐다. 그동안 여러 정치학교가 생겼지만 청년정치학교처럼 7년간 꾸준히 이어진 곳은 드물다.
지난 7월 17일 저녁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7기 청년정치학교 졸업식이 열렸다. 7기 졸업생은 43명이다. 시작 시각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동기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지난 2월부터 약 6개월간 매주 월요일마다 만난 사이인데도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여느 대학교 강의실의 쉬는 시간 같은 활기찬 모습이었다. 청년정치학교 교감인 김세연 전 의원은 졸업식장을 찾은 학생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사단법인 청정 이윤환 이사장과 자문위원인 박인숙 전 의원, 서울시의회 이효원 의원도 졸업식에 함께했다. 교장인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해외 출장 일정으로 인해 참석하지 못했지만 졸업 축하 영상을 보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지 상대를 존중하게 됩니다. 다름을 어떻게 좁혀갈 것인가 (고민하고) 조율해가는 과정이 저는 정치라고 보거든요. 정치를 하든, 사업을 하든, 직장생활을 하든 인간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의 소중함과 가치를 놓치지 말고 함께 어우러져서 상생의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청년정치학교 7기 졸업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photo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시민을 위한 정치교육 필요
청년정치학교는 청년 정치인을 배출하기 위한 곳이 아니다. 시민도 정치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특정 정당을 위한 정치인을 양성하는 기관이 아니라는 점이 7년 동안 이 학교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졸업식 전 주간조선과 만난 정병국 교장은 “학생을 뽑을 때부터 청년정치학교를 자신의 정치적 수단으로 삼으려는 사람은 배제한다”며 “면접을 보는 학생 중 정치에 입문하려는 사람은 30% 정도이고 나머지 70%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정치의 중요성을 깨달아 시민 정치 교육을 받고 싶다고 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양극화된 정치도 문제지만 시민도 만들어진 구도대로 갈라져서 묻지마 식의 비판을 하고 있다”며 “내 편이면 무조건적인 지지를 하고 내 편이 아니면 무조건 반대하는 구조 속에서 정치 발전은 있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가 시민 정치 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다.
실제로 주간조선이 이날 만난 7기 졸업생 중에는 당장의 정계 진출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많았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현민(26)씨는 “정치인이 될 생각은 없다”고 딱 잘라 말하면서도 정치를 알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치를 배운다는 것은 동기의 마음을 얻고, 정을 나누고, 유대관계를 쌓는 법을 배우는 것과 같다. 그런데 우리는 일상에서도 무언가를 하기 위해선 가족, 친구, 연인, 동료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꼭 정치를 하지 않더라도 인생에서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을 배운다는 마음으로 공부하는 것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카카오뱅크에서 신사업을 고민하는 일을 하는 길기태(40)씨는 회사 일을 하면서 “맨날 안 바뀐다고 욕하는 정치도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산업공학을 전공한 그는 시중은행을 다니다 카카오뱅크로 넘어와 인허가를 비롯한 상장 업무를 맡았다. “사실 은행이 바뀔 줄 몰랐다. 그런데 정부에서 금융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핀테크를 육성하고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들겠다고 발표하자 괜찮은 사업자들이 산업에 뛰어들었다. 카카오뱅크도 상장이 됐다. 이때 정책이 주는 힘을 느꼈다.” 정치로 인해 세상이 변화하는 것을 몸소 느낀 경험은 정치를 좀 더 알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어졌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재학생인 신의진(21)씨는 “현실 정치에 싫증이 나고 피로감을 느껴서 외면했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멀리할 수는 없었다. 그는 “오히려 직면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청년정치학교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정치적인 의견이 확립되기 전까지는 가족의 (정치적 성향에)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저도 원래는 특정 정당이 (무조건적으로) 잘못됐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각 정당이 어떤 점을 잘못하고 잘했는지를 알고 비판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선거 등) 정치적인 선택을 할 때 도움이 될 것 같다.”
북한에서 온 졸업생도 있었다. 류성현(28)씨는 4년 전 함경남도 함흥시에서 남으로 넘어왔다. 지금은 수도권 소재의 대학교에 다니고 있다. 평소에 민주주의 사회와 대한민국의 정치 시스템에 관심이 많았던 그에게 대학교 동기가 청년정치학교를 소개해줬다. “제가 면접을 보는데 면접관이 수업 출석 몇 번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제가 강의 한 번 들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안 나올 거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현재 한국 정치를 두고 “여러 당이 존재하지만 지금의 국회 상황을 보면 특정 당(양당)에 편향된 경향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민주주의가 잘 이뤄지기 곤란하다고 생각한다”며 “각자의 생각을 존중해 주면서 균형을 유지하는 정치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정치 양극화 시대에 대화와 타협은 사라진 지 오래다. 정치가 실종됐다는 말도 심심찮게 나온다. 정치인들의 대화도 쉽지 않은 현실인데, 각기 다른 사람이 모인 청년정치학교에서의 토론은 잘 이뤄질까. 이현민씨는 “토론을 할 때는 상대에 대한 존중이 기본적으로 있다. 이게 어떻게 표현이 되느냐면 다들 남의 말을 잘 끊지 않는다. 토론을 정말 잘하시는 어떤 분은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고 대화체로 이야기하더라. 예를 들면 비판만 이어가기보다는 ‘그런 의견도 너무 좋은데 저희의 이런 건 어떠세요’라고 한다. 이렇게 진행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토론에 스며든 것 같다”고 말했다. 정 교장에 따르면 학생들은 계획된 토론 외에도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밤샘토론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정치에 대한 꿈을 키워온 청년도
“태양처럼 혼자 빛나는 사람보다 달처럼 함께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7기 졸업생 중 가장 어린 유준상(20)씨가 한 말이다. 그는 작년 9월에 유타주립대학교에 입학했다. 지금은 송도에 있는 유타대학교 아시아캠퍼스에 다니며 내년에 미국으로 건너갈 계획이다. 유씨는 어렸을 때부터 정치에 관심이 많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양주시에서 청소년 정책 제안 및 토크 콘서트가 열린 적 있다. 저는 대안학교에 급식비를 지원해주는 정책을 제안했는데 실제로 받아들여졌다. 이 경험을 통해 제가 사회에 조그만 변화라도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치학을 공부하고 정계에 진출하겠다는 꿈을 꿨던 그는 청년정치학교에 들어오고 생각을 바꿨다. “OT 때 이윤환 이사장님이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분야가 하나 있어야 정치를 해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했다. 정치만 알아서는 정치를 제대로 할 수 없겠구나 싶었다. 정치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다루는 일이니까 사람들의 마음에 평화를 가져다주는 학문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심리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걸 좋아한다는 유씨는 대학교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전문성을 갖추고 나서 정치에 뛰어들겠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청년정치시대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졸업생도 있었다. 청년정치학교 7기 부회장인 장두원(30)씨는 진로 취업 상담 전문가다. 서울 은평구에서 청년 네트워크 위원장 활동을 하던 그는 현장 전문가 자격으로 국민통합위원회에 영입됐다. 정치권에 발을 들인 청년으로서 장씨는 “지금의 청년들은 정치권에서 메시지를 내기 위해선 어떤 자리에 올라가야 한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며 “먼저 자기 고유의 전문성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졸업식은 밤 8시에 끝났지만 인터뷰는 밤 9시까지 이어졌다. 늦은 시간임에도 답변을 하는 청년들의 눈은 반짝였다. 정치에 진심인 그들은 현실 정치에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길씨는 “좋은 청년 정치인이 정치권에 많이 진입하게 하려면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과 똑같이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조건은 세 가지다. “첫째로는 올바른 채용이다. 정치권으로 들어갈 때 공정한 기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둘째는 보상이다. 회사에서도 누구나 보상을 잘 받고 싶어 한다. 직장인이 연봉을 더 주는 회사로 이직하는 것처럼 정치권도 보상이 좋아져야 젊은 청년들이 들어오려 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커리어에 대한 비전이다.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의 청년들은 꿈과 비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아이의 엄마인 김씨는 시민 정치 교육의 중요성을 마피아 게임에 비유했다. “마피아 게임에는 경찰, 마피아, 시민이 있다. 범인을 잡기 위해선 시민이 잘 알고 표를 행사해야 한다. 제 표 하나가 굉장히 소박할 수 있지만 제대로 알고 행사해야 시민이 이긴다.” 그가 정치를 배우자 주변 사람들의 정치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고 한다. “저부터도 정치는 어렵고 동떨어져 있는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가장 친한 친구들과도 정치 이야기를 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제가 매주 청년정치학교에 다니는 걸 보고 친구들도 정치가 무척 자연스럽고 편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김씨는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라도 우리 모두가 정치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지 상대를 존중하게 됩니다. 다름을 어떻게 좁혀갈 것인가 (고민하고) 조율해가는 과정이 저는 정치라고 보거든요. 정치를 하든, 사업을 하든, 직장생활을 하든 인간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의 소중함과 가치를 놓치지 말고 함께 어우러져서 상생의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청년정치학교 7기 졸업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photo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시민을 위한 정치교육 필요
청년정치학교는 청년 정치인을 배출하기 위한 곳이 아니다. 시민도 정치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특정 정당을 위한 정치인을 양성하는 기관이 아니라는 점이 7년 동안 이 학교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졸업식 전 주간조선과 만난 정병국 교장은 “학생을 뽑을 때부터 청년정치학교를 자신의 정치적 수단으로 삼으려는 사람은 배제한다”며 “면접을 보는 학생 중 정치에 입문하려는 사람은 30% 정도이고 나머지 70%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정치의 중요성을 깨달아 시민 정치 교육을 받고 싶다고 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양극화된 정치도 문제지만 시민도 만들어진 구도대로 갈라져서 묻지마 식의 비판을 하고 있다”며 “내 편이면 무조건적인 지지를 하고 내 편이 아니면 무조건 반대하는 구조 속에서 정치 발전은 있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가 시민 정치 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다.
실제로 주간조선이 이날 만난 7기 졸업생 중에는 당장의 정계 진출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많았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현민(26)씨는 “정치인이 될 생각은 없다”고 딱 잘라 말하면서도 정치를 알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치를 배운다는 것은 동기의 마음을 얻고, 정을 나누고, 유대관계를 쌓는 법을 배우는 것과 같다. 그런데 우리는 일상에서도 무언가를 하기 위해선 가족, 친구, 연인, 동료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꼭 정치를 하지 않더라도 인생에서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을 배운다는 마음으로 공부하는 것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카카오뱅크에서 신사업을 고민하는 일을 하는 길기태(40)씨는 회사 일을 하면서 “맨날 안 바뀐다고 욕하는 정치도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산업공학을 전공한 그는 시중은행을 다니다 카카오뱅크로 넘어와 인허가를 비롯한 상장 업무를 맡았다. “사실 은행이 바뀔 줄 몰랐다. 그런데 정부에서 금융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핀테크를 육성하고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들겠다고 발표하자 괜찮은 사업자들이 산업에 뛰어들었다. 카카오뱅크도 상장이 됐다. 이때 정책이 주는 힘을 느꼈다.” 정치로 인해 세상이 변화하는 것을 몸소 느낀 경험은 정치를 좀 더 알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어졌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재학생인 신의진(21)씨는 “현실 정치에 싫증이 나고 피로감을 느껴서 외면했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멀리할 수는 없었다. 그는 “오히려 직면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청년정치학교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정치적인 의견이 확립되기 전까지는 가족의 (정치적 성향에)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저도 원래는 특정 정당이 (무조건적으로) 잘못됐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각 정당이 어떤 점을 잘못하고 잘했는지를 알고 비판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선거 등) 정치적인 선택을 할 때 도움이 될 것 같다.”
북한에서 온 졸업생도 있었다. 류성현(28)씨는 4년 전 함경남도 함흥시에서 남으로 넘어왔다. 지금은 수도권 소재의 대학교에 다니고 있다. 평소에 민주주의 사회와 대한민국의 정치 시스템에 관심이 많았던 그에게 대학교 동기가 청년정치학교를 소개해줬다. “제가 면접을 보는데 면접관이 수업 출석 몇 번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제가 강의 한 번 들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안 나올 거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현재 한국 정치를 두고 “여러 당이 존재하지만 지금의 국회 상황을 보면 특정 당(양당)에 편향된 경향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민주주의가 잘 이뤄지기 곤란하다고 생각한다”며 “각자의 생각을 존중해 주면서 균형을 유지하는 정치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정치 양극화 시대에 대화와 타협은 사라진 지 오래다. 정치가 실종됐다는 말도 심심찮게 나온다. 정치인들의 대화도 쉽지 않은 현실인데, 각기 다른 사람이 모인 청년정치학교에서의 토론은 잘 이뤄질까. 이현민씨는 “토론을 할 때는 상대에 대한 존중이 기본적으로 있다. 이게 어떻게 표현이 되느냐면 다들 남의 말을 잘 끊지 않는다. 토론을 정말 잘하시는 어떤 분은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고 대화체로 이야기하더라. 예를 들면 비판만 이어가기보다는 ‘그런 의견도 너무 좋은데 저희의 이런 건 어떠세요’라고 한다. 이렇게 진행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토론에 스며든 것 같다”고 말했다. 정 교장에 따르면 학생들은 계획된 토론 외에도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밤샘토론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정치에 대한 꿈을 키워온 청년도
“태양처럼 혼자 빛나는 사람보다 달처럼 함께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7기 졸업생 중 가장 어린 유준상(20)씨가 한 말이다. 그는 작년 9월에 유타주립대학교에 입학했다. 지금은 송도에 있는 유타대학교 아시아캠퍼스에 다니며 내년에 미국으로 건너갈 계획이다. 유씨는 어렸을 때부터 정치에 관심이 많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양주시에서 청소년 정책 제안 및 토크 콘서트가 열린 적 있다. 저는 대안학교에 급식비를 지원해주는 정책을 제안했는데 실제로 받아들여졌다. 이 경험을 통해 제가 사회에 조그만 변화라도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치학을 공부하고 정계에 진출하겠다는 꿈을 꿨던 그는 청년정치학교에 들어오고 생각을 바꿨다. “OT 때 이윤환 이사장님이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분야가 하나 있어야 정치를 해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했다. 정치만 알아서는 정치를 제대로 할 수 없겠구나 싶었다. 정치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다루는 일이니까 사람들의 마음에 평화를 가져다주는 학문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심리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걸 좋아한다는 유씨는 대학교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전문성을 갖추고 나서 정치에 뛰어들겠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청년정치시대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졸업생도 있었다. 청년정치학교 7기 부회장인 장두원(30)씨는 진로 취업 상담 전문가다. 서울 은평구에서 청년 네트워크 위원장 활동을 하던 그는 현장 전문가 자격으로 국민통합위원회에 영입됐다. 정치권에 발을 들인 청년으로서 장씨는 “지금의 청년들은 정치권에서 메시지를 내기 위해선 어떤 자리에 올라가야 한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며 “먼저 자기 고유의 전문성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졸업식은 밤 8시에 끝났지만 인터뷰는 밤 9시까지 이어졌다. 늦은 시간임에도 답변을 하는 청년들의 눈은 반짝였다. 정치에 진심인 그들은 현실 정치에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길씨는 “좋은 청년 정치인이 정치권에 많이 진입하게 하려면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과 똑같이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조건은 세 가지다. “첫째로는 올바른 채용이다. 정치권으로 들어갈 때 공정한 기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둘째는 보상이다. 회사에서도 누구나 보상을 잘 받고 싶어 한다. 직장인이 연봉을 더 주는 회사로 이직하는 것처럼 정치권도 보상이 좋아져야 젊은 청년들이 들어오려 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커리어에 대한 비전이다.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의 청년들은 꿈과 비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아이의 엄마인 김씨는 시민 정치 교육의 중요성을 마피아 게임에 비유했다. “마피아 게임에는 경찰, 마피아, 시민이 있다. 범인을 잡기 위해선 시민이 잘 알고 표를 행사해야 한다. 제 표 하나가 굉장히 소박할 수 있지만 제대로 알고 행사해야 시민이 이긴다.” 그가 정치를 배우자 주변 사람들의 정치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고 한다. “저부터도 정치는 어렵고 동떨어져 있는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가장 친한 친구들과도 정치 이야기를 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제가 매주 청년정치학교에 다니는 걸 보고 친구들도 정치가 무척 자연스럽고 편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김씨는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라도 우리 모두가 정치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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