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2

Minhee Park - `조선은 청제국에 무엇이었나’

Minhee Park - `조선은 청제국에 무엇이었나’

dsretpoSonc6umm5365l4f03h5245iuh2h1g1hl9t08t355t2476u8ta830h 




`조선은 청제국에 무엇이었나’를 드디어 받았습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학자인 왕위안충 델라웨어대 교수의 책을 손성욱 선생님이 번역했습니다.
지난달 너머북스 이재민 대표님으로부터 `추천사’를 요청 받고 무척 망설이고, 거절도 했습니다. 학자도 아닌 제가 이런 중요한 역사서를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자격도 없다고요. 그런데 이 대표님이 다른 학자들 글도 실리지만, 언론인의 추천사도 또다른 의미가 있다고 격려해주셔서 추천사를 쓰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든 생각은 저자가 대단히 야심만만한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또한 대단히 잘 쓴 책이라는 것입니다.
 
1990년대 대학과 대학원 시절 읽은 많은 중국 학자의 논문들은 `마르크스 레닌주의에 따르면 봉건제는 어쩌고....’하는 문장으로 시작했죠. 이런 식의 글이 글로벌 독자를 설득할 가능성은 매우 낮았습니다.
그런데 왕위안충이나 송녠선 등 최근 조선-청 관계를 연구하는 중국 학자들의 글은 정교하고 세련됩니다. 중국에서 학부를 마치고, 미국의 유명 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이들은 미국 학계의 방법론과 연구 성과를 비롯해 한국 학계의 연구 성과까지 모두 섭렵한 위에서, `중국 관점‘을 매우 정교하게 펼쳐 나갑니다.

이 책은 청이 베이징에 들어가기 전부터 조선을 복속시키는 데 힘을 쏟으며 `중화제국’으로 변신해 갔으며 이것이 `조선모델‘로서 청이 주변과의 외교 관계를 맺어나가는 중요한 모델이 되었다고 봅니다. 또한 청과 조선과의 관계를 기존의 `조공체계’ 등이 아닌 `종번질서‘라는 용어로 정의하는데, 이것은 최근 중국 학계에서 청과 조선의 관계를 가부장적인 친족관계 성격을 강조하면서 쓰고 있는 용어입니다. 

또한, 청의 핵심 세력이 끝까지 `만주’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제국적 확장을 했다는 미국 학계의 신청사와 달리, 
청이 적극적으로 정치-문화적 제국으로서의 `중화제국‘ 역할을 수용하며 `중국화’ 되었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19세기 이후 제국주의 열강이 조선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고 할 때 청이 위안스카이 등을 보내, 조선에 `제국주의적‘ 개입을 시도했다는 한국 학계의 비판적 인식에 대해, 청의 개입은 종번체제의 유지였다는 게 저자의 논지입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치열하게 `논쟁적’으로 읽어야할 책입니다. 이 책은 분명 무척 정교하게 잘 쓴 책이고, 미국 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여러 상도 받았습니다. 중국 학자들이 글로벌 독자들을 향해 중국의 연구 성과와 역사 인식을 얼마나 정교하게 전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저자의 논지에 대해서는 옮긴이인 손성욱 선생님을 비롯해 한국 학자들이 비판적인 관점에서 글도 발표해 오셨고, 많은 연구 성과도 축적해오고 계십니다. 한국 학자들의 이런 성과와 관점도 이제 글로벌 독자들과 더 많이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번역자인 손성욱 교수님을 비롯해 계승범, 김선민, 김종학, 옥창준 선생님이야말로 `한국‘의 시각에서 이런 연구를 해주시고, 세계로도 발신하실 가장 훌륭한 학자들이라고 항상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훌륭한 분들과 함께 `추천사’를 쓴 것은 너무 감사한 일일 뿐입니다.
 
곧 출간 예정인 김형종 서울대 교수(곧 명예교수)의 19세기 조선-청 관계에 대한 책과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










All reactions:122You, Pyung-joong Yoon, Hyuk Bom Kwon and 119 others

16 comments


Yi San
읽겠습니다.
Minhee Park
Yi San ㅎㅎ 거듭 고맙습니다^^
Sung Mok Choo
<중국의 서진>과 어떻게 보면 거의 배치되는 입장이라 볼 수도 있는 책이네요(사실 예전 미국 학계도 청이 중화제국이란 입장을 유지했습니다만).
오스만 제국, 러시아 제국과 비슷하게 청 제국은 중앙유라시아를 무대로 한 제국의 성격이 짙다고 평소에 생각하고 있었는데, 청 - 조선과의 관계를 통해 이런 관념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저도 꼭 읽어봐야겠습니다ㅎ
2
Minhee Park
추성목 네 중국의 서진과는 반대편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저는 중국 출신 학자들이 최근 미국, 한국 등의 성과와 방법론을 소화한 위에서 최근 중국 중심의 역사관을 얼마나 정교하게 발신해 나가고 있는지라는 관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
Sung Mok Choo
Minhee Park 우리 학계에서 어떻게 볼 것인지도 궁금하네요! 사실 이제는 적지 않은 학자들이 신청사의 흐름을 좇는 상황에서 이같은 시각이 가져올 논의도 기대가 큽니다.
Minhee Park
추성목 네 저는 신청사도 여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하지만, 중국에서 나오는 이런 역사 연구 성과와 그들의 관점도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소진
청이 중화제국의 역할을 수용 중국화 되었다는 글과 종번체제라는 단어에 번개를 맞았습니다. 좋은글 고맙습니다.
임채원
좋은 책 소개 고맙습니다. 원, 청을 동아샤 문명사에서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지금과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좋은 글이 소개되었네요. 청제국은 제 괸심 분야이기도 합니다. 찾아 보겠습니다.
Minhee Park replied
 
1 reply
about an hour ago
김용경 
Follow
쿠팡으로 주문했습니다
Minhee Park replied
 
1 reply
about an hour ago
김재원
관점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서 이런 관점이 있을 알리기 위해 공유합니다.
Remaking the Chinese Empire: Manchu-Korean Relations, 1616–1911
AMAZON.COM
Remaking the Chinese Empire: Manchu-Korean Relations, 1616–1911
Remaking the Chinese Empire: Manchu-Korean Relations, 1616–1911
Minhee Park
Jong-Chan Lee 네 그런데 번역자가 최고 전문가이시라 번역이 정말 훌륭합니다
Chang Joon OK
연구의 배치를 포착하는 좋은 추천사 감사합니다 선생님. 저도 재차 거절하다가..말석에 올랐네요 ㅎㅎ 중국(중화)을 얼마나 우리가 잘 해석할 수 있는지의 싸움이 앞으로의 중요한 승부처일듯 한데..만만치 않은 상대인듯 합니다 ㅎㅎ
Minhee Park
Chang Joon OK 선생님은 당연히 쓰셔야할 분이죠, 말석이 아니고 ㄱㄴㄷ 순입니다. 여기 추천사 써주신 선생님들이야말로 제가 정말 존경하고 응원하고, `중화'와 `제국'을 둘러싼 논쟁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 하실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말 선생님 말씀대로 이것은 역사이자 미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에, 또 긴장이 되기도 합니다. ㅎㅎ 네 왕위안충과 쑹녠선 모두 만만치 않은 거 같아요, 왕후이보다 한단계 더 위인 듯 싶어요^^ ㅎㅎ 선생님 응원합니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