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미 - 트럼프는 지상최대의 이번 거래에 성공할까.
“사람들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지만 내가 앞으로 20년...
박정미
4 hrs ·
트럼프는 지상최대의 이번 거래에 성공할까.
“사람들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지만 내가 앞으로 20년 동안 해보려고 가장 야심차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 내가 갖게 된 것의 일부를 되돌려주기 위한 무엇인가 창조적인 방법들을 찾아내는 일이다.
나의 관심사는 어떤 일이든지 행하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일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단순히 돈을 주는 것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이다.
그렇다고 오해하진 말라. 나는 다시 거래, 큰 거래를 할 계획을 세울 것이다. 그것도 불철주야로.“
트럼프 자서전, <거래의 기술>의 마지막 문장들이다. 책을 덮으면서 북핵문제를 둘러싼 세기의 거래를 연상했다면 단지 책을 읽은 지금 시기가 그래서일지도 모르지만, 하여튼.
박정미
4 hrs ·
트럼프는 지상최대의 이번 거래에 성공할까.
“사람들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지만 내가 앞으로 20년 동안 해보려고 가장 야심차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 내가 갖게 된 것의 일부를 되돌려주기 위한 무엇인가 창조적인 방법들을 찾아내는 일이다.
나의 관심사는 어떤 일이든지 행하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일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단순히 돈을 주는 것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이다.
그렇다고 오해하진 말라. 나는 다시 거래, 큰 거래를 할 계획을 세울 것이다. 그것도 불철주야로.“
트럼프 자서전, <거래의 기술>의 마지막 문장들이다. 책을 덮으면서 북핵문제를 둘러싼 세기의 거래를 연상했다면 단지 책을 읽은 지금 시기가 그래서일지도 모르지만, 하여튼.
확실히 2주 전 북미정상회담이 계기였다. 처음 보는 트럼프의 진지한 표정에 매료됐고 지금껏 가지고 있던 ‘별 해괴한 놈’ 이미지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1999년도 트럼프동영상도 한 몫 했다. 거기서 한결 젊고 전혀 ‘해괴해보이지 않는’ 트럼프는 계속 북한과의 대화를 북핵문제해법으로 강조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그는 북핵문제를 자신이 풀어야할 거래목록에 올려놓고 있었던게 틀림없다.
그를 알려면 이 책 외에는 특별한 게 없었다. 북한을 뻔질나게 방문한 그 이상한 농구선수가 김정은에게 선물한 책도 이 책이었다고 한다. 이 책은 트럼프, 혹은 적어도 김정은이 미리 파악한 트럼프를 보여줄 수 있을 성 싶었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는 2004년도에 처음 번역되었고 2016년 미 대선을 앞두고 인기를 얻었지만, 정작 미국에서 출간된 연도는 1987년이다. 삼십년 전의 트럼프가 그린 자화상인 것이다.
갓 마흔을 넘은 신흥 부동산재벌의 자신감과 잘난체가 도처에 넘친다. 그럼에도 뭐랄까, 아이와 같은 단순함과 솔직함이 그대로 배어나서 적어도 거짓말같지는 않아 보인다.
이 책에는 정치가 트럼프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그저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사람, 특히 부동산중개 내지 부동산개발업에 관심있는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라는 회사의 CEO로서(그게 트럼프 미대통령의 자기정체성인 듯하다) 트럼프라는 한 인물을 움직이는 동력과 그가 맺는 거래관계의 특질, 거래상대방과의 신뢰구축방식, 사람을 쓰는 기준을 고찰하는 데는 유용하다고 본다.
얼마 전 신문 보도에 따르면 폼페이오가 김밥을 잘 말아서 출세했다고 하는데, 책에 비추어보면 믿기 힘들다.
트럼프는 주위의 평이나 제출한 스펙보다는 그 자신의 판단으로 진짜 능력자만 쓰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능력지상주의자다.
“나의 철학은 항상 최고 중의 최고 인물을 고용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최고의 경영원칙은 경쟁회사로부터 가장 우수한 사람을 빼내와 그들이 받고 있던 것보다 더 많은 보수를 안겨주는 것이라고 떳떳하게 밝히고 있을 정도다.
폼페이오의 세계정세를 다루는 능력이 김밥마는 능력보다 못하다면 트럼프는 폼페이오를 국무장관으로 승진시키기는 커녕 경멸하고 즉시 짓밟아버렸을 것이다.
트럼프는 힘, 용기, 배짱이 충만한 '남자다운 남자‘로 자신을 인식하고 있고, 다른 남자를 평가할 때도 그런 식으로 서열을 정하고 인정해주는 경향이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는 공격적이고 단호한 아이였다고 한다.
뉴욕군사학교에서의 일화는 그의 기질과 타인과 맺는 관계의 특질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준다. 그는 그 학교에서 해병대출신의 아주 강인하고 거친 선생님을 만났는데, 대부분 반항하다가 아웃되거나 지나치게 순종적이어서 바보가 되고 말았지만 자신은 잘 지냈다고 한다.
이는 힘이 센 사람들의 방식을 본능적으로 간파할 수 있었기 때문이란다. 그 선생님도 약점을 발견하면 뒤통수를 노리는 습관이 있었지만 반면 상대방이 강하고 공격할 의사가 없음을 눈치채면 상대방을 남자로서 대접해주는 기질이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트럼프와 넘버 투 폼페이오, 그리고 김정은과의 상남자 트라이앵글이 형성된다.
김정은이 방북한 트럼프와 첫 대면을 했을 때, 김정은은 전 CIA 국장인 폼페이오에게 “왜 CIA는 나를 암살하려 하느냐?”고 따졌다고 한다. 그 때 폼페이오는 호탕한 말로 응수했고, 이에 김정은은 “나와 같은 배짱이 있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폼페이오를 인정해줬다고 한다.
트럼프가 북미정상회담을 끝내고 기자회견장에서 김정은을 ‘만명에 하나 볼까말까한 재능있는 젊은이“라고 평가한 것을 보면 그는 거래상대방으로 김정은을 인정하는 느낌이었다.
그가 밝힌 사업의 11가지 원칙에 비추어보면 그가 지상최대의 거래를 선택하고 다루는 방식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먼저 크게 생각한다. 판을 넓게 보는 것이다. 게임체인저도 서슴지 않을 수 있다. 지금까지 미국이 북한을 다루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동북아의 새 판을 짜는 일도 염두에 둘 수 있다.
그리고 ‘집중적이고 충동적이며 외곬으로 생각하며 때로는 거의 편집광적’으로 사업에 매달린다고 한다. 그리고 최종적 판단은 그 집중의 결과 떠오르는 자신의 판단에 의지한다. 그는 이것을 본능에 따랐다고 표현하지만, 그 본능은 그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주도면밀하게 사업에 집중한 결과 떠오른 직관의 힘이었다.
김정은과 회담결과 나온 ‘북미회담성명서’는 아주 빈약함에도 불구하고, 그 종이조각을 들고도 그는 ‘아주 아주 잘 되었고 만족스러웠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물론 뻥일 수도 있지만, 그의 의욕적인 기자회견과 자신감있는 태도, 본능에 의지하는 사업스타일을 보면 일말의 설득력이 있다.
트럼프는 거래의 성공과 이익을 위해서라면 합법적인 테두리내의 모든 일을 서슴지 않는 사람이지만, 거래상대방과의 인간적호감의 요소 또한 중요시하고 있다.
중요한 협상을 하려면 최고위층과 만나야 한다는 그의 철학도 소개되어있어, 북미정상회담에 집착하는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회사의 최고위층 밑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단지 고용인에 불과하여 거래를 위해서 싸움을 하려들지 않는다고 본다. 그런 고용인이 가장 하기 싫어하는 일은 자기가 모시고 있는 보스를 화나게 하는 것. 때문에 고용인은 타인과 협상에서 실질적인 의견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김정은을 북조선왕국의 왕이자 북조선주식회사의 CEO로 보고 그와의 직접 담판만이 사태의 해결을 위해 유용한 접근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가 굉장한 상황파악능력과 창조적 두뇌를 가졌다는 것을 책에서는 특별히 강조하고 있지는 않지만 읽다보면 그냥 설득당한다. 물론 운빨도 항상 최고였지만, 운빨은 무능한 자에게 두 번이상은 따라주지 않는다.
마초적 이미지로는 미녀를 옆에 끼고 도박과 술을 즐기는 허랑방탕한 인물처럼 보이지만 천만에. 그는 술을 전혀 하지 않고 도박도 해보지 않았다고 한다. 단지 도박장을 소유하는 것은 좋아한다고.
생활도 굉장히 엄격하게 꾸려간다. 그는 매우 곧고 엄격한 생활방식을 가진 ‘바위와 같은’ 아버지를 두고 있다고 썼는데, 자신 역시 아버지와 같은 ‘바위와 같은’ 인간이며, 다행히 우연히도 아버지, 어머니처럼 ‘바위 같은’ 여성을 만나 결혼을 했다고 밝혔다.
그 이후 바위와 같은 그 이바나와 이혼하고 두 번을 더 결혼한 세월은 어떻게 해명해야할 지 모르겠지만.
삼십년 전의 트럼프를 읽었다.
지금 트럼프는 삼십년 전 트럼프와 같은 사람일까, 다른 사람일까. 젊은 사람들에게 삼십년은 까마득한 세월이지만, 우리 나이쯤 되면 안다. 나이 사십이면 인간은 대개 완성되었고, 그 이후는 그 동안 벌어놓은 기질과 성격과 편견과 아집으로 평생을 울궈먹고 산다.
트럼프는 트럼프일 것이다.
그는 나쁜놈으로 처신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즐기는 듯도 싶다. 그것이 지금까지의 모든 정치가와(특히 전임 대통령인 오바마와 비교해서) 특별히 구별되는 지점이다.
그래서 오히려 이번 세기의 거래에 기대가 간다. 그 바르고 사랑스럽고 해박하고 지적인 말끔한 오바마와는 다른 경로, 다른 결말, 어쩌면 진짜해답을 상남자, 영어로는 Bad ass인 그가 해낼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이번 북한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북한주식회사 CEO와 미국주식회사 CEO의 만남이자 상남자끼리의 의기투합에 내가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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