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03

윤미향 - 다가오는 11월 16일은 정대협 3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1990년 11월 16일에 발족하여 어느덧...

윤미향 - 다가오는 11월 16일은 정대협 3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1990년 11월 16일에 발족하여 어느덧...





정대협 27년의 걸음, 마침내 해방을 향하여

윤미향·MONDAY, 2 NOVEMBER 2020·
(2017년 정대협 신문 게재)
윤미향(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공동대표)
거리에 서서 외치기 시작한 지 27년, 여전히 우리는 이 거친 거리에서 세상을 보고, 사람을 만납니다. 이 거리는 세상에 대해, 역사에 대해 결코 교만할 수 없게 합니다. 쉽게 포기하지 않는 힘을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정대협은 지난 27년 동안 거리에 서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거리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지도, 주저하지도 않고, 이 거리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손을 잡습니다.
무엇보다 지난 27년의 거리에서 우리는 고마운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났습니다. 사무처 활동가 5명으로 도저히 다할 수 없는 영역에 늘 함께 해주신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할머니들을 존엄한 존재로 대중에게 알리며 정대협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준 마리몬드를 비롯하여, 전국 각 지역에서 할머니들을 방문하며 우리의 눈과 귀가 되고, 손과 발이 되어주신 분들, 할머니들이 꿈꾸셨던 세상을 이루기 위해 노랑나비의 날갯짓을 시작한 청소년, 청년나비들, 해외 각지에서 우리의 손과 발이 되고, 언어가 되어 활동해 주신 분들, 각자의 삶터에서 할머니들의 꿈을 이루어 드리기 위해 재능들을 발휘하며 함께 해 주신 분들, 이 짧은 글로, 말로 다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2017년 한 해 동안 수요일마다 거리에서 온몸에 땀이 범벅이 되어가며 혼신의 힘을 다해 수요일의 소리를 만들어주고, 수요일의 마이크가 되어주고, 무대가 되어주신 분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그 거리에서 발을 동동거리는 일도 줄어들었습니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2017년 한 해 동안 정대협은 지난 2015년 12월 28일, 한일정부가 발표한 ‘위안부’ 합의로 인해 빚어진 일들을 수습해 나가면서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경기도, 서울 등 전국 각지에 살고 계신 피해자들을 방문하며 돌보고, 올해도 우리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독일, 미국, 일본, 유엔 등 세계를 순회하는 여정을 계속했습니다. 제주를 포함하여 전국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초, 중, 고등학생들을 만나고,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화해치유재단 해산, 10억 엔 반환을 통한 2015한일합의의 무효화를 이뤄내기 위해 촛불은 끝났지만 다시 거리를 행진하며 청와대로 향할 수밖에 없었고, 외교부와 여가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비기금과 함께 아프리카 콩고로 날아가기 시작한 전시 성폭력 피해자 지원은 계속되었습니다. 특히 올해는 시리아내전에서 성노예 피해를 입은 야지디족 여성에게 나비기금을 처음으로 지원하였으며, 우간다 소녀병 피해자와 지원단체에도 직접 우간다를 방문하여 나비기금을 지원하였습니다. 이 일이 가능하도록 무력분쟁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진작가들과 국제인권단체와의 협력, 연대도 계속하였습니다. 베트남을 향해 ‘한국 국민’으로서 사죄를 표명하는 베트남대사관 앞 ‘1인 사죄’를 처음으로 시작하였으며 예년과 같이 베트남 나비기행과 베트남 전시 한국군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나비기금을 계속 지원하였습니다.
정대협 창립 27주년을 맞이하는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곳은 여전히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정의실현이 지연되고 있는 거리이며,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거리입니다. 그래서 더없이 감격스럽고 감동적입니다. 27주년이라니요! 다시 더 힘을 내서 살아갈 정대협의 28년은 지난 27년 동안 거리에서 모은 함성으로 마침내 해방을 선포할 것입니다. 해방을 여는 길에 그동안도 그래주셨듯이, 더 많은 분들이 함께 동행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동안도 함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함께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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