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ik Kim
54m ·
존경하는 중국인 친구 매이홍웨이씨 梅红伟 가 광저우 우리집에 와서 머물다 돌아갔다. 그의 아들 메이즈유에군이 제1회 중국 기능올림픽 목공 부문에 출전했기 때문이다. 대회가 열린 곳은 广交会 (canton fair) 전시관이다. 우리 집에서 꽤 가까운 琶洲에 위치하고 있다. 메이홍웨이씨는 허난성의 쥬마뗸에서 학습생활 공동체 농장 (녹색방주)을 10여년째 운영하고 있다. 그곳에서 친가족을 포함한 공동체 식구들, 그리고 지금도 그의 두 아이를 포함한 10여명의 탈학교 청소년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01년생인 장남 즈유에군은 농장에서 생활해왔기 때문에, 거의 정규교육은 받은 적이 없다. 다만, 2년간 안휘성의 전통 목공학교에서 기능을 익혔고, 지금은 조교겸 기능올림픽 대표선수로 지원을 받고 있다. 그는 이번 대회에 안휘성 대표로 출전했고, 중국의 각성에서 뽑힌 대표들과 기능을 겨뤄 10명의 국가대표선수단에 들어갔다. 다음 세계 기능올림픽은 2022년에 상하이에서 열릴 예정인데, 앞으로 1년반 동안 중국 전역의 기능학교를 순회하면서, 기술을 전수 받고, 최종적으로 1명이 선발돼 여기 출전하게 된다고 한다. 10=>5=>3=>2=>1로 PK되기 때문에 세계 올림픽 출전까지는 기대하지 않고 있다. 다만 5명안에는 들어가서 최대한 많이 배우고 싶다고 한다.
올해 중국의 제1회 기능올림픽 이야기를 듣고 (상하이에 국제 기능올림픽이 유치된 것은 중국 최초이다) 조금 의아했다. 요새는 매체에서 잘 거론되지 않지만, 한국 기능올림픽 X연패 이야기를 듣던 것이 80년대 까지인데… 이미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된지도 오래 됐는데, 이제서야 기능올림픽 열기인가 싶어서. 그래도 2천년대부터는 꾸준히 국가의 관심으로 세계 올림픽에 출전해왔다고 하니, 이전에는 아마 기능 수준자체가 부족했기 때문에 관심이 덜했나 보다. 여하튼, 중국 정부가 기능인력 배양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한 시류이다. 특별히 배경을 조사해 본 것은 아니지만, 짐작이 가는 점들이 많다. 첫째는 당연히, 기술/기능 수준일 것이다. 고부가가치 제조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으니, 당연히 고급 기능인력도 필요할 것으로 짐작된다. 둘째는, 직업교육의 전문화이다. 중국도 대학진학률이 매우 높은 편인데, 사실 대다수의 청년들은 직업훈련학교로 진학을 유도하는 것이, 사회의 생산성 있고, 안정적 구조 형성에 필수적일 것이다. 그러자면, 직업학교의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그리고 세번째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중국의 경제적 계급분화와 고착화이다. 전에 샹뱌오라는 인류학자의 인터뷰 기사를 언급한 적이 있다. 그는 이미 막차가 떠났다고 표현했다. 황등이라는 르뽀작가도 80년대 출생한 중국 청년이들이 대도시에 집을 마련했는가, 하지 못했는가에 따라서 중산층 진입여부가 결정지어졌다고 말했다. 이제는 베이따칭화라는 중국 최고 학부를 졸업해도, 중산층 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문송이라면 특히 그렇다. 엔지니어를 포함한 고급 기술인력이 쭝관춘 벨리에서 창업으로 떼돈을 버는 시대도 이미 지났다고 이야기 한다. 그래서 샹뱌오 박사는 일본과 유럽의 장인문화를 예로 들며, 중국 사회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이건 샹뱌오박사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중국 지식인과 기업가들이 얘기하는 주제이다. 졸업생들의 취업문제를 챙겨줘야 하는 대학교 교원들도 이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산다 (내 파트너 이야기이다. 나는 기능올림픽 회장에 가 볼 생각을 해보지 못했는데, 파트너가 워낙 보고 싶어해서, 토요일 하루종일 발바닥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돌아다녔다.) 한편으로, 중산층의 ‘생활미학’라이프 스타일 추구가 소비문화의 업그레이드를 촉진하고, ‘장인정신’담론을 활성화시키고 있기도 하다. 한류를 대체한 중국내의 일본문화 열기는 이런 이유도 크다 (조금 더 첨언하자면, 일본문화열에는 전통문화를 잘 보존하고 계승한 부분에 대한 평가가 있다. 중국의 전통문화 복고풍과도 관계가 깊다. 이건 당연히 한류가 점수를 따기 어려운 부분이다. 전통문화를 해체해서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최신 한류는 아직 중국 문화 소비자들의 감성에는 맞지 않는다. 씽씽이나 이날치를 보여주면 중국 친구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 여하튼, 중고급 기능인력의 기술과 사회적 대우, 그리고 소득이 높아져서, 소득격차를 줄이려는 시도를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잘모르겠다. 한국이 이런 시도를 수십년간 한 것 같은데 결국 실패한 것 아닌가 ? 자기 사업과 장사를 좋아하는 중국인의 창업열이 오히려 한국보다 부의 재분배에 좋은 환경이라고 평가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만… 여하튼 한국은 이게 안되니, 기본소득이라도 하자고 하는 것이고… 또, 일본이나 유럽도 갈수록 소득 격차가 벌어지고 워킹푸어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는 이해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경제적 계급 고착화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 같지만 (중국은 국가가 기업위에 있고 미디어도 잘 통제하니, 소득 주도 성장도 더 세게 추진할 수 있을까?) 어쨌든 다른 이유로라도 필요하니까, 해야하겠지….
어제 메이홍웨이씨가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즈유에 군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이번 대회의 상황에 대해서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는데, 선수 개개인의 실력, 그리고 평가가 이뤄지는 정치적 구조에 대해서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선수 개개인은 모두 최선을 다하고, 실력도 종이 한장 차이라서, 결국 소속 성과 지원단체의 배경이 결과를 결정할 수 밖에 없다고 담담히 이야기한다. 어찌됐든, 합숙을 통해서, 최선을 다하고,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과 생활하며 서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으로 자신은 충분히 만족한다고.
중국의 (가구)목공기술에 대해서도 정확한 평가를 했다. 중국 명청대의 전통가구 목공 기술은 매우 뛰어나 세계적 수준이지만, 복고풍에 머물뿐이라고 한다. 새로운 개념과 기술을 받아들여, 창의적인 설계와 수공예 기술을 선보이지 못하는 것이, 중국 기능, 공예의 한계라고 겸허하게 지적한다.
01년생의 청년인데, 자기 전문분야이긴 하지만 개인의 소양부터, 국내 산업, 국제적 흐름까지, 전체 형세를 보는 설명이나 판단이 날카롭고 논리적이어서 혀를 내둘렀다. 다른 동료선수들과는 좀 다를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물어보니 고개를 끄덕인다. 다른 친구들은 아무래도 기능 자체는 뛰어나도, 사고력이나 언변은 그만 못하다고.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토론하고 독립적 사고능력을 기워 온 결과이다 (홈스쿨링, 대안교육)….
메이홍웨이씨는 농장 학습공동체를 여전히 제대로 된 대안학교로 키우고 싶어한다. 중국에도 발도르프 학교나 엘리트 사립학교, 국제학교 등이 유행하고 있지만, 그가 꿈꾸는 학교만할까 싶다. 어서 코비드가 잦아들면, 한국의 대안교육연대와 좋은 협력 관계를 맺어주고 싶다.
유은영강신호 Dong Sun Wolf Paik 김성원 Youngchul Tae
*한국의 적정기술계 친구들의 안부도 궁금해 함....
그나저나 기능올림픽 현장을 돌아보며 어린아이처럼 흥분하는 파트너의 모습을 보니, 역시 학교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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