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06

"박유하, '위안부' 아는 척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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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하, '위안부' 아는 척 말라"

기사승인 2016.07.20  17:4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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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위안부』비판 정영환 메이지가쿠인대학 교수

  
▲ 정영환 일본 메이지가쿠인대학 교수. 그는 박유하 세종대 교수의 책『제국의위안부』는 학문적인 책이 아닌 '위안부' 문제를 제국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한 정치적인 책이라고 일축했다. 지난 16일 일본 도쿄 메이지가쿠인대학에서 정 교수를 만났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박유하 교수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제국의위안부』는 학문이 아니지 않느냐. 정치적인 책이다. 교수가 이야기하면 다 믿는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교수들은 아는 척 하면 안 된다."
문제적 책『제국의위안부』를 쓴 박유하 세종대 교수에 대한 정영환 일본 메이지가쿠인(明治學院) 대학 교수의 지적이다. 정영환 교수는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 거주하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제국의위안부』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로 촉발된 '박유하 논란'을 학문적 논리와 정치적 논리로 꼬집었다. 그리고 『제국의위안부』는 학문서가 아닌 정치서로 일축했다.
책『제국의위안부』를 읽고 '열받아서' 책『누구를 위한 화해인가, <제국의 위안부>의 반역사성』을 저술한 정영환 메이지가쿠인대학 교수를 지난 16일 오후 일본 도쿄 메이지가쿠인대학에서 만났다.
"『제국의위안부』는 근거나 사료해석이 말도 안된다. 역사를 쓰는 방식 자체가 너무 자의적이고 역사를 완전히 창조하는 식의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하나하나 검증해서 밝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정 교수의 박 교수의 책에 대한 비판은 날카로웠다.
"'동지적 관계'라는 표현 오독하지 않았다"
"눈 앞에 있는 남성은 어디까지나 '동족으로서의 군인'이지 '원망스러운 일본군'은 아니다. 그녀가 군인을 자신과 다름없는 '운명의 소유자'로 공감을 나타내는 것은 그녀에게 동지의식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대목은 박 교수의 책에서 논란이 된 부분으로, 일본군'위안부'와 일본군은 '동지적 관계'로 풀이하고 있다.
  
▲ 정영환 일본 메이지가쿠인대학 교수.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이에 정영환 교수는 "동지는 같은 목적을 공유한 사람이다. 연민의 감정이나 개인을 사랑하는 점은 일시적으로 있을 수도 있지만, 동지라는 것은 같은 목적을 공유하고 의식하는 관계"라며 "일본의 전쟁수행을 돕는 일본인 병사와 여성을 동지라고 한다. 가해자로서 협력자로서의 공통성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 교수의 동지적 관계 주장은) 일본군의 피해자로서, 일본군의 전쟁범죄인 '위안부' 제도에 대한 인식이 결여되어 있다"며 "하나하나 자료를 해석하면 '동지적 관계'라고 말할 근거는 없다. 박 교수는 원래 조선인은 '제국의 위안부'이고 '동지의식'을 가졌다는 생각으로 하나하나의 증언을 그런 식으로 해석한다. 과잉해석"이라고 꼬집었다.
즉, 일본군'위안부'는 일본의 전쟁범죄 제도에서 나온 산물임에도, '위안부' 피해자를 가해자와 동일시하는 뿐만 아니라 전쟁범죄 협력자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이 '오독'한 것이 아니라 "정확히 읽었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박 교수 책 지지자들과 일부 일본 언론은『제국의위안부』의 법정다툼이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이 '동지적 관계'라는 부분을 잘못 읽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해오고 있다. 여기에는 고령의 '위안부' 피해자들이 '주체적 인간'이 아니라 '나눔의 집' 등 관련단체의 운동에 좌우되는 '허수아비'로 바라보는 시각이 자리하고 있다.
"박유하 교수, 대일본제국의 논리로 위안부를 재해석"
여기에 책 제목에도 명시됐듯 '제국'이라는 표현 자체가 가해자와 피해자가 존재하는 식민주의가 아닌, 일본과 당시 조선을 '황국신민'으로 동일시하고 있음을 정 교수는 지적했다. 이는 일본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과거사에 대한 인식이다. 그리고 이를 박 교수가 잘 활용했다는 주장이다.
정 교수에 따르면, 일제침략이라는 과거사에 일본 사회가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일본과 당시 조선이 '황국신민'이라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래서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해방 후 한국 내 발생한 '반일민족주의'에서 찾는다고 한다. 이는 일본 내 우익은 물론 소위 '리버럴'에게도 동일하다는 것.
그리고 박유하 교수는 이를 잘 활용해『제국의위안부』를 통해 '위안부' 재해석을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일본사람들은 조선과 대립했다는 의식이 없다. 조선을 침략해 식민지로 삼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지 않다. 같은 제국의 '황국신민'으로 통합된 것일 뿐이라는 인식이다. 일본과 같이 싸우고 전쟁을 했는데 (일본이) 사죄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한다.『제국의위안부』는 피지배와 지배의 인식은 없고, 같은 '황국신민'으로 차별받았다는 식으로 '위안부' 이미지를 조작하고 있다. 대일본제국 논리로 '위안부'를 재해석했다."
"'위안부'를 두고 성노예와 매춘부로 한.일간 이미지가 나뉘어 있다는 이항대립을 놓고 '제국의 위안부'를 설파한다. 진실은 '제국의 위안부'이다. 한국도 일본도 '제국의 위안부'라는 이미지를 공유해야 화해할 수 있다는 식이다."
정 교수는 "'제국의 위안부' 이미지 자체가 일본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역사연구나 자료 증언에 기초해서 만든게 아니라 일본의 담론을 보니 이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겠구나라고 한 것"이라며 "'제국의 위안부'라는 이미지를 부정하고 민족주의적, 반일민족주의적으로 기억을 억압해 정확하지 못한 이미지를 만들었다는 담론 자체가 문제"라고 연이어 비판했다.
  
▲ 정 교수는 박 교수가 토론회에 응하겠다는 데 대해 나설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한국 내 『제국의위안부』지지자들을 향해 "한번 읽어보라"고 일침을 놨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박유하 교수와 토론에 나설 의사 없다. 박 교수 스스로 책임져야"
정영환 교수의 비판서가 나온 데 대해 박유하 교수는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군'위안부'에 관한 토론회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정 교수가 자신의 책을 '오독'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 교수는 인터뷰에서 "토론에 나설 의사가 없다"고 분명히 했다. "저자가 자신의 책에 무엇이라고 썼는지 인정하지 않는다. '오독'이라고 하는데 그런 분과 어떻게 대화를 하느냐"는 이유에서다.
정 교수는 "박 교수가 (나의 책을) 자신에 대한 도덕적 의구심을 유발하는 책이라고 했는데, 저자에 대한 도덕적 의구심을 유발하는 것은 저자 자신이다. 내 책이 아니다"라며 "나는 학문적 방법으로 비판했지만,『제국의위안부』를 학문이라고 생각한 적 없다. 학문적 장에서 박 교수와 토론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리고 『제국의위안부』를 지지하는 한국 내 일부 인사들에게도 "제대로 읽어보기나 했느냐"고 일침을 놨다.
"한국에서는『제국의위안부』를 둘러싸고 민족주의니 페미니즘이니 이야기한다. 한번 읽어보라. 읽지도 않고 그냥 담론이야기만 한다. 나는 페미니스트로서 민족주의자가 '위안부'를 이야기하는 방식에 거부감을 갖고 있었는데, 『제국의위안부』는 그런 것을 비판하는 것 같다. 하나하나 구절을 다 읽는게 아니고 자기가 보고싶은 문장만 뽑아서 자신을 투영한다. 『제국의위안부』는 민족주의 비판이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스스로가 글쓰거나 공부하는 책임을 포기한다는 이야기다."
정 교수가『제국의위안부』를 지지하는 일본 우익과 소위 '리버럴' 그리고 한국 내 지지자들을 '지적 쇠락'이라고 꼬집은 이유다. 
"『제국의위안부』를 검증하면 찬양할 수준의 책이 아니다. 자신의 주장과 비슷하더라도 이 책은 아니라고 판단내려야 지적 사회가 가능하다. 내용이 엉터리인데도 불구하고 정치적 메시지를 내야한다는 욕망을 앞세워 평가하는 현상 자체가 퇴락이다"라고 『제국의위안부』를 둘러싼 사회현상을 비판했다.
정영환 교수는 재일조선인에 대한 연구로 일본 내에서 주목받는 역사학자로 손꼽힌다. 1980년생인 그가 이른 나이에 교수직에 오른 점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재일동포 3세로 조선적이라는 이유로 한국 입국이 거부된 인물이다. '국가안보상 위협이 될 우려가 있는 자'라는 이유에서다.
재일조선인에 대한 연구에 천착하고 있는 그가 박유하 교수의 책으로 인해 일본군'위안부' 연구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식민지 전쟁책임과 나아가 해방 후 '위안부' 문제에 대한 논의가 왜 이어지지 못했는가에 대한 연구가 이번 책『누구를 위한 화해인가, <제국의 위안부>의 반역사성』(푸른역사) 후속작업이다.
"'위안부' 문제를 처음 접하고 충격이라기보다 남자니까... 분노보다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곤혹스러움이라고 할까. 일본은 포르노대국이다. 성노예라는 표상에 대한 일본사회의 반발은 실은 성의식 문제가 걸린다. 나도 그런 사회에 살았고..비판적으로 완전히 분석을 못하는 것 같다."
''위안부' 문제를 접한 느낌'을 묻는 질문에 한참을 생각한 정 교수의 답이다. '원칙론자'라고 평가받는 젊은 역사학자로, '위안부' 문제 연구에 근원적 답을 찾아가려는 그의 마음이 읽혔다. 그래서 타협으로 노쇠한 사회를 젊은 패기로 일깨울 향후 그의 '위안부' 연구가 더욱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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