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의 눈으로 본 '6·25'…"전쟁의 참혹함에…" - 데일리NK
중국인의 눈으로 본 '6·25'…"전쟁의 참혹함에…"
왕수쩡의 '한국전쟁', 참전 중국병사 내면 묘사…"의욕없는 병사들은 전쟁 끝나기만"입력 2013-06-27 17:46 | 임고향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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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전선에 있는 중국군 사이에서는 '치약 한 통 주의'라는 말이 한때 유행했다. '치약한통주의'의 뜻을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중 한 가지는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예측하거나 기대하는 뜻을 담고 있다. 즉 치약 한 통을 다 쓰기 전에 끝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다."
중국인의 시각으로 한국전쟁을 바라본 '한국전쟁(글항아리刊/왕수쩡著)'이 최근 출간됐다. 이 책은 '한국전쟁에 대해 중국이 말하지 않았던 것들'을 부제로 달고 있다.
책의 저자가 중국 최고의 논픽션 작가로 손꼽히는 만큼 책은 그동안 전쟁 영화에서 보여줬던 가시적인 원인-결과보다는 전쟁의 참혹성과 그 안에서 느끼는 인간 내면의 갈등과 협력, 고통과 환희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도 "나는 군사학자가 아니다. 그러므로 내 글은 사람과 사람의 운명에 천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의 처절함을 묘사하면서 "5중대 기관총수는 굶주린 나머지 돌멩이 하나를 입에 넣고 갉아 먹었다"고 표현하는 등 전장 속에서의 인간 개개인에 주목하고 있다.
책은 이러한 참혹한 전쟁에 투입된 중국군 병사들의 유형을 다음과 같이 나눴다.
- 중국군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던 유형으로 국내전쟁 유경험자이자 정치적 각성도와 계급적 기반이 좋았던 의분강개(義憤慷慨)형,
- 그 다음은 싸우라면 싸우고 굳이 싸우지 않아도 괜찮은 명령복종형,
- 마지막으로 고통과 전쟁을 두려워하는 유형이다.
저자는 전쟁에 대한 특별한 의욕을 갖고 있지 않은 유형의 병사들은 전쟁의 처절함과 비열함 앞에 흐느끼고 좌절했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이 전쟁을 치를 수 없는 상황임에도 개입해야 했던 상황에서 그 속에 있던 세 번째 유형의 비애를 표현하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한국전쟁'을 '항미원조(抗美援朝)전쟁'으로 부른다. 말 그대로 적군을 향한 대항적 성격으로서 전쟁을 규정함으로써 국제사회주의 연대를 부각시켜왔다. 그러나 저자는 '한국전쟁'이라는 용어 사용에서 알 수 있듯이 전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한국전쟁 발발이 올해로 63주년을 맞았다. 이 책을 통해 당시엔 적국이었던 중국의 입장에서 한국전쟁의 의미를 되짚어 보면서 현재 군 수뇌부 간 '핫 라인' 구축 등 군사 분야의 전략적 협력관계에 도달한 양국 군사관계를 음미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한 그동안 많이 접했던 피침국(被侵國)인 한국과 서방세계의 입장이 아닌 역지사지의 자세로 중국인의 입장에서 6·25전쟁을 조망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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