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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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통일방안 변천사] ②낮은 단계의 연방제로 협상 가능성 열려
북한 정치 이해, 정치 2015-08-14 Like 0

8월 14일은 북한이 처음으로 통일방안을 제시한 지 55년이 되는 날이다.

1960년 김일성 주석이 8.15 광복절 경축연설에서 '남북연방제'를 제시한 후 북한은 시대 변화에 맞춰 다양한 통일방안을 제시하였다.

현재 북한의 공식 통일방안은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 2항에서 합의한대로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이하 '연합연방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55년 동안 북한이 어떤 통일방안들을 내놨는지를 살펴보면 북한이 통일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에 '남북연방제' 제시 55년을 계기로 북한의 역대 통일방안을 알아보고자 한다.

1991년 낮은 단계 연방제 시사

1989년 3월 25일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고문인 문익환 목사가 전격 방북, 김일성 주석과 면담했다.

문 목사는 허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과 4.2남북공동성명서를 합의했는데 연방제 통일방안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통일을 한꺼번에 할 수도 있고 점차적으로 할 수도 있다고 하였다.

기존의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에는 단계 설정이 없었다는 점에서 북한이 변화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남북이 통일방안을 두고 경쟁하면서 한국에서 북한의 통일방안인 연방제 방안이 금기시되었다.

이로 인해 연방제 통일을 단번에 이루기 어렵게 되자 남북이 좀 더 쉽게 합의할 수 있도록 단계를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입장은 1991년 신년사에서 더욱 분명히 드러났다.

김일성 주석은 1991년 1월 1일 신년사에서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을 쉽게 합의하기 위해 잠정적으로 지역자치정부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점차 중앙정부의 기능을 높이는 단계적 방식도 협의할 수 있다고 하였다.

80년대 이전의 통일방안이 연방제를 과도적 단계로 설정하고 총선거를 통한 완전 통일을 하는 방식이었다면 80년대 통일방안은 연방제를 완성된 통일로 설정한 방식이었고, 90년대 통일방안은 연방제로 가기 위해 중간단계를 설정한 방식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런 중간단계는 사실상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에서 처음 등장한 '낮은 단계의 연방제'와 같은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2000년 10월 6일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 제시 20돌 평양시 보고회에서 안경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장은 1991년 신년사에서 천명한 단계적 방안이 "낮은 형태의 연방제안"이라고 설명했다.

2000년 연합연방제 합의

2000년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6.15남북공동선언이 탄생했다.

6.15공동선언에는 남북 정부가 최초로 합의한 통일방안이 담겨있는데 구체적으로는 2항의 내용 즉,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이야기하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안경호 서기국장의 보고에 따르면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개 제도, 두개 정부의 원칙에 기초하되 북과 남에 존재하는 두개 정부가 정치, 군사, 외교권 등 현재의 기능과 권한을 그대로 갖게 하고 그 위에 민족통일 기구를 내오는 방법으로 북남관계를 민족공동의 이익에 맞게 통일적으로 조정해 나가는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보면 '낮은 단계의 연방제'와 그간 한국 정부가 제시해온 '연합제'는 명칭의 차이만 있을 뿐 큰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연방제는 대외적으로 하나의 국가로 인식(미국, 러시아, 독일 등이 대표적인 연방제 국가)되는 반면 연합제는 대외적으로 별개 국가의 연합(유럽연합, 아세안, 독립국가연합 등이 대표적인 국가연합)으로 인식된다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북한에 있는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 ⓒDPRK360



통일방안 남북 합의 가능해

북한의 역대 통일방안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북한의 통일방안은 고정불변이 아니라 시대 변화와 환경, 조건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했다는 점이다.

물론 북한의 통일방안은 모두 '연방제'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같은 연방제라고 해도 
초기에는 국가연합과 거의 차이가 없는 연방제였고, 과도적 단계로서 제시됐다면 
후에는 완성된 형태의 연방제를, 90년대 들어서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라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였다.

특이한 건 북한은 연방제의 영문 표기로 'Korea Confederation'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연방은 영어로 federation이며 confederation은 연합을 뜻한다.

한국이 연방제에 거부감을 갖고 있기에 이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둘째, 북한의 통일방안과 한국의 통일방안에는 큰 차이가 없고 따라서 충분히 협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북한이 연방제를 주장하면서도 통일방안을 끊임없이 변화시킨 건 주로 한국 정부의 상황에 맞추기 위한 것이었다.

특히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제시한 것은 한국 정부의 연합제 안과 공통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근식 교수는 2000년 자신의 글 '연방제와 연합제의 공통성 인정: 통일접근 방식과 평화공존에 합의'에서 북한이 과거 중앙집권적 연방으로부터 보다 분권적이고 자율적인 '연합적 성격의 연방'으로 선회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남북이 통일방안에 대해 서로 논의, 조율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남과 북 정부는 각자 독자적인 통일방안을 개발하고, 앞세우기보다 현재까지 나온 통일방안들을 두고 어떻게 공통성을 살려 단일한 통일방안으로 만들 것인가를 협의해야 실질적인 통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북한 통일방안 변천에 관한 연구', 이완범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부교수, 2002년 1월 22일

문경환 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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