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석 - 내가 좌파 세력에 갖고 있는 가장 큰 불만은 좌파 세력의 문제의식이 너무나도 추상적이라 현재 한국민이 어떤...
내가 좌파 세력에 갖고 있는 가장 큰 불만은 좌파 세력의 문제의식이 너무나도 추상적이라 현재 한국민이 어떤 역사관과 어떤 의식을 갖고 있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시대의 문제가 무엇인지, 그것이 한국의 역사적 전개에 있어 어떠한 의미를 갖고 있는지, 지금 여기에서 한국민이 어떤 역사를 창조해야 하는지, 그것이 보편적인 세계사의 전개에 있어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등등에 대해 마르크스의 이론을 통해 설명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신자유주의 담론, 복지국가 담론 등은 너무 추상적이고 한국의 역사와 연관이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북유럽의 사회민주주의를 아무리 연구한다고 해도, 복지국가 담론이 아무리 많은 동의를 얻는다고 해도, 신자유주의 담론의 부적절함을 아무리 많이 증명한다고 해도 하나의 정치적 세력으로 인민을 조직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넘어서는 공통의 정치적 인식이 필요하다.
같은 경제적 몰락이라 할지라도 공통의 정치적 의식을 갖고 있는 집단에게는 그것이 정치적 행동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집단에게는 그저 개인의 경제적 파산으로 치부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공통의 정치적 의식은 역시나 역사관에서 나온다.
각 사회에 대한 역사적인 탐구를 통해 그 역사에 기반해 나타나는 역사관이야말로 공통의 정치적 의식을 만드는 가장 기초적인 요인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역사를 독해하는 틀로, 그 특수성을 해명할 수 있는 보편이론적 틀로 마르크스의 이론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는 마르크스의 이론을 엄밀하게 독해해보면 유럽형 사회와 비유럽형 사회, 그 중 하나의 유형으로서의 아시아형 사회로 나눠지며 그 아시아형 사회에서 한국이 가장 선진적인 지점에 있다는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에서 이 나라의 마르크스주의자, 좌파가 아시아형 사회의 새로운 역사를 개척하고 있다는 역사적 사명감을 심어주지 않는다면 정권을 잡는 건 고사하고 독자적인 정치세력으로서 존립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난 몇 년간 마르크스와 조선왕조사를 공부하며 이끌어낸 결론이 이 부분에 대한 이론적 기여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부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국의 역사적 특질에 기반한 대안도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의 역사에 기반한 독자적인 역사학 연구, 독자적인 사회과학 연구 등이 이뤄지기 위해서라도 이론적인 돌파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론적 돌파 뒤에 정치적인 돌파를 통해 그것을 구체화한다면 보다 독자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 세계사적 보편성과 함께 한국사적 특수성을 매개로 하는 이론이 필요하다. 물론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주 기초적인 방향제시 이상도 이하도 안 될 것이다. 어쩌면 별반 의미 없는 것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는 것 같다. 정말 잘 해보고 싶다. 다시 한번 자세를 다잡기 위해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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