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손민석 - 일본 여행
일본 여행
비록 놀러가는 길이었지만 일본에서 가장 많이 고민한 것은 도대체 일본인을 일본인으로 만드는 문화적인 요인은 무엇이며, 일본적인 것은 무엇인가. 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 그러한 요인은 언제부터 형성된 것이라 보는게 확실할까. 이런 고민을 계속해서 했다.
조선왕조 치하의 한반도와 에도 막부 치하의 일본에 대한 역사적 연구들을 떠올리며 별별 생각이 들었다.
가장 많이 느낀 점은 ‘지역색’이 확연하다는 점이었다.
후쿠오카가 낙후된 곳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이 아닌데, 이 부분을 한국과 비교해서 생각해보면 조금 재밌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프랜차이즈를 비롯한 대자본이 어디든지 침투해 있는 한국에 비해 일본은 맥도날드나 롯데리아 등의 프랜차이즈도 찾아보기가 어려웠고 일부러 먹으려 찾아가봐도 크기가 작고 왜소해서 조금 특이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상점들의 다양성이라 해야 하나? 지역적인 특색이 잘 보존되어 있다는 점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지역적인 특색을 보조하고 발전시키려는 일본과 반대로 어느 지역이든 자본이 침투해 어떤 지역의 보편화랄까 단순화랄까 그런 것이 이뤄지는 한국의 대비가 내게는 굉장히 뚜렷하게 보였다.
전자가 무조건적으로 좋고 후자가 무조건적으로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나름의 장단점이 있는데 내가 궁금한 건 그러한 차이가 과연 근대에 나타난 것일까 하는 점이었다. 내 생각에는 그런 게 아닌 것 같은데.. 재밌었다.
그리고 일본 편의점을 전부 다 돌아다니며 먹어봤는데 하나같이 정말 질이 높아서 깜짝 놀랐다. 굳이 무슨 맛집을 찾아먹기보다 편의점에서 맛있는 걸 하나 잘 찾아먹는게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롤케이크가 너무 맛있어서 진짜 감동했다. 어떻게 이렇게 맛이 있지? 크림이 정말. 물인데 복숭아맛이 나는 것도 있고, 딸기맛이 나는 것도 있고, 포도맛이 나는 것도 있고 정말 신기했다. 입에 넣자마자 무슨 과즙과 향이 쫙 입안 가득 퍼지는 그런 느낌. 이렇게 맛있는 걸 일본인들은 평상시에 아무때나 아무 곳에서나 편의점에서 먹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괜시리 억울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상당히 많은 회사원들이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그 연장선상의 문제일 것 같은데 점심시간에 길거리에서 도시락을 내놓고 팔고 있었다. 상표가 내 눈에는 안 보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눈에 봐도 어느 정도의 퀄리티가 보장되는 그런 도시락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편의점 도시락과 경쟁을 하려다보니 그정도 수준에 도달한 것 같은데 그런 것도 신기했다. 편의점과 도시락, 그리고 식당만 보아도 대충 삶의 질이 일정 수준 이상 담보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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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일본이 살기 좋은 곳인가, 약간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어딜 가든 사람들이 모두 친절하고 밝았지만 왜인지 모르게 자꾸 잘 훈련받은, 잘 조련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약간 오리엔탈리즘적인 것일지 모르겠는데 일본인들을 보면 잘 훈련되어 순종적이지만 패기가 없다고 해야 하나? 윗사람들이 아랫사람에게 대할 때는 큰소리도 좀 치고 패기 있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막상 자신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의 위치이거나 뭐 아랫사람에 속한다고 해야 할까 그런 위치일 때는 한없이 부드러운 그런 모습이 계속 거슬렸다.
그리고 일본 편의점을 전부 다 돌아다니며 먹어봤는데 하나같이 정말 질이 높아서 깜짝 놀랐다. 굳이 무슨 맛집을 찾아먹기보다 편의점에서 맛있는 걸 하나 잘 찾아먹는게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롤케이크가 너무 맛있어서 진짜 감동했다. 어떻게 이렇게 맛이 있지? 크림이 정말. 물인데 복숭아맛이 나는 것도 있고, 딸기맛이 나는 것도 있고, 포도맛이 나는 것도 있고 정말 신기했다. 입에 넣자마자 무슨 과즙과 향이 쫙 입안 가득 퍼지는 그런 느낌. 이렇게 맛있는 걸 일본인들은 평상시에 아무때나 아무 곳에서나 편의점에서 먹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괜시리 억울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상당히 많은 회사원들이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그 연장선상의 문제일 것 같은데 점심시간에 길거리에서 도시락을 내놓고 팔고 있었다. 상표가 내 눈에는 안 보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눈에 봐도 어느 정도의 퀄리티가 보장되는 그런 도시락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편의점 도시락과 경쟁을 하려다보니 그정도 수준에 도달한 것 같은데 그런 것도 신기했다. 편의점과 도시락, 그리고 식당만 보아도 대충 삶의 질이 일정 수준 이상 담보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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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일본이 살기 좋은 곳인가, 약간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어딜 가든 사람들이 모두 친절하고 밝았지만 왜인지 모르게 자꾸 잘 훈련받은, 잘 조련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약간 오리엔탈리즘적인 것일지 모르겠는데 일본인들을 보면 잘 훈련되어 순종적이지만 패기가 없다고 해야 하나? 윗사람들이 아랫사람에게 대할 때는 큰소리도 좀 치고 패기 있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막상 자신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의 위치이거나 뭐 아랫사람에 속한다고 해야 할까 그런 위치일 때는 한없이 부드러운 그런 모습이 계속 거슬렸다.
오리엔탈리즘적인 발언인데 한국인들은 약간 무례하면서도 조금 활기가 있다면 일본인들은 예의바르면서도 꽉 잡혀 있다는 느낌이었다.
내가 머물던 곳 바로 앞에는 초등학교인지 유치원인지 아주 어린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놀 수 있는 곳이 있었는데 애기들이 모두 모자를 쓰고 놀고 있었다. 근데 그 모습마저도 무언가 각이 잡혀 있다고 해야 할까? 질서 있고 조화롭게 움직인다는 느낌이 들어 조금 신기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이어폰을 아주 끼고 있었는데 한국도 많이 끼지만 뭐랄까 회사원의 어떤 정식 복장 같은 느낌이었다.
후쿠오카에는 한국인이 정말 많아서 길가에서 한국말을 거의 항상적으로 들을 수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더 많은 비교가 되었다. 기본적으로 목소리 크기 자체가 다르고 중국인도 많아서 한중일의 사람들을 비교해보면 좀 특색이 많이 드러났다. 여성의 모습도 대비하기 좋았는데 한국 여성들이 확실히 가장 여성성을 많이 드러낸다고 해야 할까? 남성들이 좋아할만한 옷을 많이 입고 많이 꾸민다.
과연 가부장제에 있어서 일본 여성이 가장 억압받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의문이 들었다. 근데 또 한국인 여성들은 또 자기 표시라고 해야 하나 이런 게 명확한 것 같아 보였고.. 아무튼 재밌었다.
건물을 보아도 이런 특색이 많이 드러나는 것 같은데 후쿠오카에서 본 많은 건물들이 나름대로 굉장히 뭐랄까 어떤 디자인적으로 잘 꾸며진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사람들이 무언가 자기만의 공간, 외부로 발산되지 않는 그런 영역 내에서 최대한 정갈하고 깔끔하게 꾸미는듯한 그런 느낌이 많이 느껴졌다. 그런데 더 재밌는 건 그렇게 나름대로 내면에 침잠한 것 같은 그런 건물의 모습들이 모두 어딘가 약간 비슷비슷하다는 점? 전체가 나름대로 하나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 내게는 굉장히 재밌게 느껴졌다.
건물을 보아도 이런 특색이 많이 드러나는 것 같은데 후쿠오카에서 본 많은 건물들이 나름대로 굉장히 뭐랄까 어떤 디자인적으로 잘 꾸며진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사람들이 무언가 자기만의 공간, 외부로 발산되지 않는 그런 영역 내에서 최대한 정갈하고 깔끔하게 꾸미는듯한 그런 느낌이 많이 느껴졌다. 그런데 더 재밌는 건 그렇게 나름대로 내면에 침잠한 것 같은 그런 건물의 모습들이 모두 어딘가 약간 비슷비슷하다는 점? 전체가 나름대로 하나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 내게는 굉장히 재밌게 느껴졌다.
송파구 문정동 쪽에 가면 볼 수 있는, 건축가들이 나름 공을 들여 만들었다는 아파트 단지들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아마 내가 이렇게 느끼는 게 눈에 확 들어오는 게 없어서 그런 것 같다. 단적인 예로 랜드마크라 할 만한 곳이 별로 없었다. 기껏해야 전철역정도가 있는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앞서 말했던 그런 프랜차이즈를 비롯한 거대자본의 침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그렇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거대자본이 침투해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는 한국과 그런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또 후쿠오카 유후인에 가서 조금 시골스러운 곳에 가보았는데 거기도 상당히 잘 꾸며져 있어서 놀랐다. 내가 무수히 많이 보았던 한국의 농촌들의 모습과 확연히 다르고 그 시골에서도 나름의 지방적 특색을 유지하려는 노력들이 확실히 느껴져서 놀라웠다. 지역색이 느껴지면서도 동시에 어느 정도 비슷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이 뭐라고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는 그런 느낌들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상당히 도시나 시내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이었는데도 잘 산다는 느낌을 많이 받게 해서 17세기 이후 에도 막부 시절에 이미 일본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발전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에 확신을 갖게 되었다. 하나의 독자적인 미학과 그걸 뒷받침해줄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기반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단편적인 것만 보고 왔기에 확실하게 이렇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으나 내가 지역색이 확연하게 존재하면서도 동시에 어딘가 비슷비슷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아마 교통이 굉장히 발달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보면서 좀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게 버스 운전기사들이 적어도 내가 이용한 것에 한정하자면 모두 굉장히 나이대가 젊은 사람들이었다. 아무리 많아도 30대 정도였고 그 이상을 만나보지 못했다. 한국의 버스 운전기사 중 상당히 많은 이들이 40-50대 이상인 것을 생각해보면 좀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운전기사라는 직
또 후쿠오카 유후인에 가서 조금 시골스러운 곳에 가보았는데 거기도 상당히 잘 꾸며져 있어서 놀랐다. 내가 무수히 많이 보았던 한국의 농촌들의 모습과 확연히 다르고 그 시골에서도 나름의 지방적 특색을 유지하려는 노력들이 확실히 느껴져서 놀라웠다. 지역색이 느껴지면서도 동시에 어느 정도 비슷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이 뭐라고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는 그런 느낌들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상당히 도시나 시내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이었는데도 잘 산다는 느낌을 많이 받게 해서 17세기 이후 에도 막부 시절에 이미 일본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발전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에 확신을 갖게 되었다. 하나의 독자적인 미학과 그걸 뒷받침해줄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기반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단편적인 것만 보고 왔기에 확실하게 이렇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으나 내가 지역색이 확연하게 존재하면서도 동시에 어딘가 비슷비슷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아마 교통이 굉장히 발달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보면서 좀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게 버스 운전기사들이 적어도 내가 이용한 것에 한정하자면 모두 굉장히 나이대가 젊은 사람들이었다. 아무리 많아도 30대 정도였고 그 이상을 만나보지 못했다. 한국의 버스 운전기사 중 상당히 많은 이들이 40-50대 이상인 것을 생각해보면 좀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운전기사라는 직
어떤 유통의 발달에 사회가 부여하는 가치가 높은 편이고 그렇기에 상당히 조밀하게 얽혀 있는 것이 아닐까. 내가 느끼는 그런 공통성이 그런 부분에서 나오는 게 아닌가. 앞서 말한 편의점의 퀄리티가 일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 않을까? 유통의 발달에서 편의점의 퀄리티가 어느정도 담보되고, 그러한 편의점 퀄리티의 동일성이 생활의 질적인 차원에 있어서의 동일성을 가져오고 그런 연유에서 비슷한 수준대의 미학적인 그런 부분이 뒷받침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전체적인 나의 일본 감상평은 지역색이 도드라지면서도 동시에 유통을 매개로 상당한 수준으로 통합되어 있는 나라. 그렇지만 동시에 그러한 조화와 통합이 인간의 수준에까지 이르러 어딘지 모르게 거슬리는 그런 나라. 이정도가 될 것 같다. 좀 더 자주 좀 더 길게 머무르면서 관찰해보고 싶다. 다음에는 도쿄나 교토 쪽에 가서 열심히 관찰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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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나의 일본 감상평은 지역색이 도드라지면서도 동시에 유통을 매개로 상당한 수준으로 통합되어 있는 나라. 그렇지만 동시에 그러한 조화와 통합이 인간의 수준에까지 이르러 어딘지 모르게 거슬리는 그런 나라. 이정도가 될 것 같다. 좀 더 자주 좀 더 길게 머무르면서 관찰해보고 싶다. 다음에는 도쿄나 교토 쪽에 가서 열심히 관찰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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