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지은이) | 마로니에북스 | 201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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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걸쳐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산업사회와 정보사회를 가로질러 사유해 온 이어령이 이번엔 일상의 소재들 가운데 보자기를 꺼내들었다. 비합리적이고 비기능적이라 치부되던 전통 문화 속의 보자기를 오늘날 시대적 모순을 감쌀 수 있는 새로운 아이콘으로 등장시킨다. 이 외에도 근대의 자아 개념, 서양의 가구와 생활문화를 동양 문화와 비교 분석하며 현대의 양극적 사고 체계와 사회 시스템을 극복할 생활 속 포스트모던 문화를 제시한다.
저자는 인간의 문화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두 동사를 '싸다'와 '넣다'라고 말한다. 한국인은 '싸는' 민족으로 '보자기형' 문화다. 옷이 사람을 '싸는' 한복과 모양이 잡혀있는 '양복'의 차이에서 융통적이고 포용적인 우리 문화와 제도와 틀을 중요시하는 서양 문화의 차이점을 읽어낸다. 더 나아가 '싸다'와 '넣다'는 더 나아가 현재와 미래 사회의 모습을 나타낸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는 정보가 넘쳐나는 불확실성의 시대이자, 21세기의 산업주의는 트렁크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앞으로 오는 생명주의 시대에는 아이를 요람과 같은 상자가 아니라 포대기로 감싸 업어주는 한국의 보자기형 문화를 통해 싸고 통합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더불어 생명도시를 만들어 구간과 획이 나눠져 있는 도시가 아닌, 합쳐지고 모든 것을 감싸는 도시가 미래 모습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어판에 부치는 글
서문
01 ‘보자기’와 ‘가방’
02 ‘포대기’의 집
03 병풍의 의미론
04 ‘젓가락’의 메시지
05 ‘앉는 것’의 시학(詩學)
06 좌우가 없는 짚신의 세계
07 가겐(加減) 문화의 명암
08 ‘포장 문화’와 ‘오쿠?의 미학’
09 달걀 꾸러미(苞)와 ‘짚 문화’
10 노이즈가 만들어낸 질서
11 까치밥
12 송죽매(松竹梅)로 감싸는 동아시아의 문명
주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중앙일보
- 중앙일보 2015년 11월 7일자 '책 속으로'
동아일보
- 동아일보 2015년 11월 7일자 '책의 향기/150자 서평'
저자 : 이어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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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났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이화여대 석좌교수, 동아시아 문화도시 조직위원회 명예위원장이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화여대 국문과 교수로 30여 년간 재직했고, 「조선일보」 「한국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 등 여러 신문의 논설위원으로 활약했으며, 월간 『문학사상』의 주간으로 편집을 이끌었다. 서울 올림픽 개폐회식과 식전 문화행사, 대전 엑스포의 문화행사 리사이클관을 주도했으며 초대 문화부장관을 지냈다. 1980년 객원연구원으로 초빙되어...
가방에 넣을 것인가, 보자기로 쌀 것인가!
상처난 지구까지도 한국의 보자기로 감싼다.
“보자기는 어떤 형태로 어떤 내용물을 쌀지 미리 정해져 있지 않다. 하지만 예상 불가능한 것, 결정 불가능한 것, 불확실한 것을 모두 쌀 준비가 되어 있다.”
지금까지 누구도 하지 못한 절묘한 문화 읽기와 놀라운 구조 분석
일생에 걸쳐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산업사회와 정보사회를 가로질러 사유해 온 이어령이 이번엔 일상의 소재들 가운데 보자기를 꺼내들었다. 그는 비합리적이고 비기능적이라 치부되어 그동안 등한시되던 전통 문화 속의 보자기를 오늘날 시대적 모순을 감쌀 수 있는 새로운 아이콘으로 등장시킨다. 이 외에도 근대의 자아 개념, 서양의 가구와 생활문화를 동양 문화와 비교 분석하며 현대의 양극적 사고 체계와 사회 시스템을 극복할 생활 속 포스트모던 문화를 제시한다.
1. ‘싸다’와 ‘넣다’를 통해 본 동·서양의 문화!
의미가 없기에 의미를 만들 수 있는 한국의 보자기
대한민국 대표 석학 이어령은 인간의 문화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두 동사를 ‘싸다’와 ‘넣다’라고 말한다. 한국인은 ‘싸는’ 민족으로 ‘보자기형’ 문화다. 어린 시절 책보로 사용하던 보자기와 네모난 책가방을 비교한다. 보자기는 것은 물체의 모양이나 크기와 상관없이 자유자재로 변할 수 있는 반면, 각이 잡혀 있는 책가방은 미리 칸이 정해져 있는 시스템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옷이 사람을 ‘싸는’ 한복과 모양이 잡혀있는 ‘양복’의 차이에서 융통적이고 포용적인 우리 문화와 제도와 틀을 중요시하는 서양 문화의 차이점을 읽어낸다.
2. ‘버려둬’의 창조성
버리지 않고 ‘버려 둔’ 것으로부터 창조는 시작된다.
한국인은 다른 나라에서는 당연히 버려질, 형태도 색도 다른 작은 조각 천들을 쓰레기통에 그냥 버리지 않고 반짇고리에 ‘버려 둔’ 민족이었다. 이것이 어느 날 전부 모여 색색이 배합되고 오묘하게 융합되어 하나로 꿰매어진다. 우리는 버려 둔 조각 천으로, 아름다운 조각보를 만들었던 것이다. ‘버려 둔’ 것으로부터 창조는 시작된다. 생각지도 않았던 색과 형태의 우연한 조합에서 몬드리안의 그림 같은 아름다운 기하학적 모양이 만들어진다. 형태도 크기도 색도 모두 가지각색이다. 색깔과 모양이 다른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한 장의 조각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3. 한국의 ‘보자기 형’ 사회를 만들어라!
관료주의(bureaucracy)에서 애드호크러시(adhocracy)로
‘싸다’와 ‘넣다’는 더 나아가 현재와 미래 사회의 모습을 나타낸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는 정보가 넘쳐나는 불확실성의 시대이자, 21세기의 산업주의는 트렁크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애드호크러시(adhocracy)처럼 유연성과 융통성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아가 앞으로 오는 생명주의 시대에는 아이를 요람과 같은 상자가 아니라 포대기로 감싸 업어주는 한국의 보자기형 문화를 통해 싸고 통합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더불어 생명도시를 만들어 구간과 획이 나눠져 있는 도시가 아닌, 합쳐지고 모든 것을 감싸는 도시가 미래 모습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자기 인문학을 통해 ‘감싸는 사회’, 우리의 미래 문명 도시까지도 그려볼 수 있다.
[작가 인터뷰]
1. 보자기에서 가방으로... 가장 원초적인 근대체험, 가방은 융통성이 없는 견구조의 대표적 상징물
지금 생각해보면 교과서에서 근대를 배운 것보다는 그 교과서를 들고 다니는 방법을 통해서 더 많은 근대의 의미를 배우게 된 것 같습니다.(웃음) 무명 책보를 버리고 가방을 등에 메었을 때 아이들은 편리성 기능성 그리고 상품성이라는 근대의 마력을 몸에 익히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동시에 책보에서는 볼 수 없는 가방의 비극이라는 것도 차차 눈치 채게 된 것입니다. 책보는 푸르면 그만이지요. 책이나 공책을 책상 안에 넣으면 한 장의 보자기만이 남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아무데나 구겨서 넣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방은 그렇지가 않아요. 책이나 도시락을 꺼내도 여전히 가방은 가방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책을 넣을 때나 꺼낼 때나 아무 관계없이 그 부피 그 형체 그대로입니다. 정말 눈치도 모르는 멍청한 놈이지요.
어디 그뿐입니까. 책가방은 미리 용도에 따라 설계된 공간이므로 얇은 공책을 넣는 데와 두꺼운 책을 넣는 데가 다르고 필통과 도시락을 넣는 데가 따로 칸막이가 되어 있습니다. 책보는 모든 물건을 한꺼번에 두루뭉술하게 싸버리면 그만이지만 책가방은 분류하고 구분하고 그 크기를 가려서 정해진 곳에 넣어야 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어쩌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참외밭에서 일하던 동리 아저씨가 참외를 따주면 그것을 넣어가지고 올 데가 없지요.(웃음) 그러나 책보 같으면 문제가 없습니다. 어떤 우연의 행운이 생기더라도 가방과는 달리 보자기는 둥그런 것도 네모난 것도 그리고 수박이나 술병이나 어떤 형태이든 관계없이 모두 포용할 수가 있습니다. 보자기는 가방처럼 칸막이가 없습니다. 딱딱한 그리고 입체적인 자기 부피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포용성과 융통성 그리고 가변성으로 이루어진 보자기 특유의 유구조이지요.
2.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자면 가방을 하드웨어라고 한다면 보자기는 소프트웨어 쪽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그렇지요. 어떻게 쓰느냐. 보자기는 쓰기에 따라 여러 가지 기능을 갖게 됩니다. 가방은 물건을 넣는 용기로서 고정되어 있지만 보자기는 상황과 쓰는 사람의 욕망에 따라 수시로 그 기능과 목적이 달라집니다. 들어 올 때에는 쓰고 나갈 때에는 싸가지고 가는 것이 바로 도둑의 보자기입니다.(웃음) 이렇게 얼굴에 쓰기도 하고 싸기도 하고 가리고 덮고 깔고 매고 펴고 온갖 경우에 복합적으로 쓰입니다. 시쳇말로 하면 “멀티” 기능이지요.
3. 그렇다면 한국의 문화적 원형은 보자기적인 것이고 서양의 그것은 가방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신지요.
맞습니다. 보자기와 가방의 비교는 서구문화와 동양문화(한국 일본)의 차이와 그 특성을 유효하게 설명해주는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상징적 모델만이 아니라 실제로 서양의 근대화는 가방의 발명과 사용에서 비롯되었고 한국 일본의 전통문화는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보자기 문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어느 나라나 보자기 형태의 도구는 있지만 한국처럼 다양하고 다채롭게 보자기를 개발한 민족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4. 한(韓)·양(洋)복 기능의 차이 - 그러나 단순히 보자기라는 물건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펼치고 있는 상상력이나 상징성이나 구조적인 의미가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물론입니다. 문화의 비교에서 ‘촉매어(동사)’처럼 중요한 것이 없습니다. 보자기에 걸리는 기본적인 술어는 ‘싸다(포)’입니다. 그리고 가방에 걸리는 그것은 ‘넣다’입니다. 어떤 물건을 싸느냐 넣느냐의 선택에 따라서 아주 다른 문화가 형성됩니다. 가령 사람의 몸을 두고 생각해 봅시다. 옷을 몸을 싸는 것으로 생각했느냐 그렇지 않으면 몸을 넣는 것으로 생각했느냐에 따라 의상의 개념이 근본적으로도 달라집니다. 양복과 한복의 근본적인 차이는 어디에 있습니까. 양복이 인체를 넣는 가방이라고 한다면 한복은 인간의 몸을 싸는 보자기라고 할 수 있지요. 한쪽 옷은 넣으려 하였기 때문에 입체적으로 만들어져 사람이 입지 않아도 자기 형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양복은 걸어놓아야 하지요. 그러나 한복은 보자기처럼 싸는 것이기 때문에 벗어놓으면 마치 보따리를 푼 보자기처럼 평면성으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한복은 거는 옷이 아니라 개켜두는 옷이지요.
5. 갑주(갑주·갑옷과 투구)같은 것이 바로 인체를 넣는 옷이라고 할 수가 있는데 물건을 꺼내도 형체가 달라지지 않은 가방처럼 갑주는 벗어도 입체적인 자기 형태가 변하지 않습니다. 「넣기」와 「싸기」의 두 지향성은 어느 분야 어느 경우에도 선명하게 적용될 것 같군요.
도시도 그렇지요. 서양의 도시는 바둑판이나 방사형 같은 길거리를 미리 만들어 거기에 집과 사람을 집어넣은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이나 일본의 도시를 보면 먼저 사람과 집이 생기고 길거리와 구획이 이들을 보자기처럼 싸지요. 아무리 계획도시라고해도 동양의 도시는 서양의 그것에 비해 규격성이나 정형석이 결여된 것처럼 보이는 이유도 바로 그 점에 있다고 할 것입니다. 넣기의 가방문화와 싸기의 보자기문화는 조직론과 같은 추상적인 현상에서 건축물과 같은 구체적인 형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되는데 신발하나만 보아도 가죽구두는 발을 넣으려 한 것이고 우리의 짚신은 발을 싸려고 한데서 비롯된 산물입니다.
6. 새로운 보자기의 문화란 어떤 것입니까. 그리고 정말 그 역전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면 어떤 것인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백화점에 가서 아이들 장난감 가게를 들여다보면 금시 알 수 있어요. 종래의 장난감은 고정형입니다. 비행기라든가 자동차라든가 완성형이지요. 그러나 요즈음 장난감은 변신로봇처럼 한 가지 장난감이 비행기모양이 되기도 하고 자동차로 바뀌기도 합니다. 단 기능에서 복 기능으로 장난감의 개념이 바뀐 것입니다. 장난감은 미래의 현실이 아닙니까. 모든 것이 그렇게 변화할 것입니다.
7. 변신 장난감의 시사 - 기업에서는요. 현재 어떤 징후가 있습니까.
탱커나 도크를 예로 듭시다. 지금까지의 탱커는 대형이든 소형이든 일정한 용적이 정해져 있습니다. 몇t급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유가가 오르면 큰 탱커가 유리하고 하락할 때에는 작은 탱커가 효율성이 높다고 합니다. 그래서 큰 탱커를 부숴서 소형 탱커를 만들기도 하고 거꾸로 소형을 버리고 큰 탱커로 바꾸는 일이 많았지요. 그러나 요즈음에는 상황변화에 적응하여 보자기처럼 커지기도 작아지기도 하는 신축성 있는 탱커설계를 연구 중이지요. 이에 따라 도크설계도 큰 배도 작은 배도 접안할 수 있도록 다목적 신축성을 지닌 것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모든 정형성을 넘어서 융통성을 주어 수시로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할 때 미래 사회에 살아남을 수가 있습니다.
8. 추상적인 조직 이론에서도 보자기와 가방의 교체현상이 일어나고 있는지요?
일반적으로 관료조직은 가방식입니다. 넣을 것이 있든 없든 용기자체의 틀이 있는 가방처럼 관료조직은 일이 있든 없든 조직자체가 선행합니다. 그러나 조직을 보자기 식으로 하면 일거리가 있을 때에는 조직이 있고 일거리가 없을 때에는 그 조직도 해체됩니다. 뷰로크래시에 대응하는 애드호크래시의 예를 들었는데 바로 후자가 물으면 없어지는 보자기 조직입니다. 영화는 8할이 인건비인데 영화조직을 관료조직처럼 했다가는 다 망합니다.영화를 만들 때에는 생겨났다가 다 찍으면 해체되어 버리는 이른바 프로듀서식 제작방법이 보자기식 조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가방 같은 조직을 가진 기업은 망하게 될 것이며 보자기 같은 구조로 된 기업은 반드시 흥하게 될 것입니다.
9. 보자기의 발상을 정보화 사회에 적용하면 새로운 상품개발은 물론이고 인간관계 경영조직관리 등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확신이 생깁니다.
모든 문제에 봉착하였을 때 이것을 넣을 것이냐 쌀 것이냐로 판단하여 지금까지 넣어왔던 것을 싸버리는 발상으로 패러다임을 바뀌어 가면 새로운 지평이 보인다는 것이 내 실제 경험이고 소신입니다. 아이를 기르는 것도 그렇지요. 아이를 요람이나 유모차에 넣고 끌고 다니는 것은 생명을 넣어 기르려는 발상이고 우리처럼 업거나 포대기에 싸서 안고 다니는 것은 아이를 싸서 기르는 발상에서 나온 산물입니다. 지금 서양의 육아법에서도 스킨십을 소중히 여기고 있어서 종래의 상자에 격리해서 기르는 것보다 한국의 경우처럼 모자 밀착형 육아법이 바람직 한 것으로 변해가고 있지요. 세계에서 한국만이 요람을 사용하지 않고 애를 기른 유일한 민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육아법에도 보자기 형과 가방형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한일 특별합본판으로 나온 이 책은 한국 문화의 원형을 찾고 고민하면서 포스트모던 문명론을 연구하던 이어령 교수가 1989년 일본의 중앙공론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었는지만 그간 한국어로 나오지 않다가 이번에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온 책이다. 최근에 출간된 <가위바위보 문명론>과 같은 맥락이다. 바로 포스트모던 문화론인데 새로운 원고로 개정 집필했다고 한다. 한일간의 비슷한 문화가 뒤섞여 있는데 그 원류를 찾는 오랜 연구와 자료수집을 더해 이어령 교수만의 통찰력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보자기 하나에도 동서양의 사상과 삶을 구분해낼 수 있으며, 각 지역사회에 뿌리내린 문화를 비교해본다는 점에서 흥미를 더해주고 있다. 그 보자기의 쓰임새를 보면 서양은 일정한 틀을 갖춘 후 사람이나 사물을 담는 방식이라면 우리나라의 보자기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어떤 사물도 보자기에 넣을 수 있는 유연성이 있다. 각 모서리에 끈을 달아서 신축성과 포용력을 지니고 있는 유일한 문화를 갖고 있다.
포스트모던 문화론은 동서양 간의 비슷하면서 다른 문화를 비교해보고 그 구조를 분석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통찰력있게 문화를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존 이어령 교수의 책들이 그렇듯 문화의 맥락을 이해하기 쉽게 쓴다는 점이 좋았다. 일본에서는 보자기를 '후로사키'라 부르고 영어로는 '플랙시블'이라 발음한다. 저자도 이 둘의 발음이 유사하다는 점을 밝혀내고 용도 또한 비슷하게 쓰였을 것이라는 걸 짚어내고 있다. 보자기가 가진 기능은 바로 사물을 감싸는 포용력에 있다. 크기나 생김새에 구애받지 않고 보자기 안에 넣을 수 있고, 다 풀어내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보자기가 가진 융통성이 문화에 어떻게 자리잡게 되었는지를 역추적하는 과정들이 좋았다.
하나의 사물에도 그 안에 깃든 정신과 문화가 얼마나 뿌리깊게 자리잡아 생각을 변화시키는 지 알 수 있었다. 일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성을 배울 수 있었고, 지금도 전통을 따라 내려오는 보자기는 여전히 일상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보자기와 유사한 것이 바로 포장이다. 하지만 포장은 감쌀 대상의 크기와 부피에 따라 각각 다르게 포장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보자기 하나에도 우리 문화와 정신을 되새겨볼 수 있었고 같은 동양권 속에서도 각각 다른 문화를 갖고 있다는 점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요즘 텔레비전에서 이어령 교수님의 프로그램이 방송 되고 있기 때문에 요즈음 청년세대에도 이어령 교수님은 낯선이가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초대 문화부 장관이자 시대의 지성인인 이어령 교수님의 신보가 나왔나 싶어 매우 반가운 마음에 한달음에 읽어내려갔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령 교수님의 보자기론에 대해서는 수차례 들어 왔기에 집대성한 책이 나온 것인가 했다. 그런데 책의 절반 부분이 일어로 되어 있기에 한일 양국을 대상으로 펼채낸 책인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2004년 일본에서 발행 되었던 책을 한국어판으로 내 놓은 것이었다. 어쩌면 유년시절 보자기로 책을 싸가지고 다니면서 부터 구상했을지 모르는 보자기론은 1988년 일본 교양종합지의 의뢰로 시작 되었던 글이 올해에 이렇게 우리나라에 책으로 나온 것이다. 참 오랜 시간이 걸렸고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까지 소개 되었는데 지금이라도 이렇게 책이 나와서 다행이라 생각된다. 이전 책 '디지로그'에서 젓가락으로 최첨단 세상을 빗대어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 주신 것처럼, 30여년 가까이 전에 제기하신 보자기론이 여러번 이어령 교수님의 입으로 글로 소개가 되었지만 이렇게 책으로 개정 증보되어 우리나라에 출간 되어 많은 국민들에게 특히 청소년들에게 좋은 영향력과 통찰력을 제공해 주지 않을까 큰 기대가 된다.
서양은 뛰어나고 동양은 뛰떨어 진것이라던지 우리나라에는 첨단 21세기에 맞는 문화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는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해 드리고 싶은 책이다.
플렉시블 문화라 할 수 있는 보자기와 가방, 싸는가 넣는가의 동서양 문명의 차이, 세상에서 가장 얇은 벽과 두꺼운 벽의 대결 병풍 의미론, 요리를 만드는 사람과 먹는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 젓가락, 앉는 것의 시학 방석, 좌우가 없는 짚신의 세계 등 다양하고 놀라운 이야기를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동양과 서양, 일본과 한국의 문화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력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우리의 오래된 물건이 과거에 유물이 아니라 미래를 이어가는 것이라는 통찰력을 어렵고 전문적인 글이 아닌 쉽고 이해하기 쉽게 들려 주시어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보자기는 어떠한 특징이 있을까? 일단 네모나다. 그리고 유들유들한 천이다.
예전 우리나라에서 물건을 쌀 때 많이 이용했던 그 보자기를 소재로 하여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 데 요모조모 몰랐던 내용들을 명확하면서도 조리있게 짚어주어 공부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서양에서 들어온 가방과 달리 보자기는 그 어떠한 것이든 쌀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유연성이 있어 포용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딱딱한 가죽으로 되어있는 가방은 물체를 쌀 수 없다. '넣다'라는 동사가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를 기반으로 하여 설명되는 동서양의 여러 이야기들에 어떻게 해서 우리가 현재 이 시점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쭉 돌이켜 볼 수 있었다.
한 예로 우리는 아기를 포대기로 싸서 등에 업어 기르고, 서양에서는 요람이라는 상자에 아기를 넣어서 기른다.
상자로 된 벽에 갇힌 아이는 홀로 자아를 확립해가며 외로움과 싸운다.
엄마의 등에서 바라본 세상과 낳자마자 홀로 요람에 누워 바라본 세상은 그 의미가 달라도 한참 다를 것이다.
근대 산업 사회에 이르기까지는 서양적 가치가 우세하고 동양의 그것은 미개한 것, 열등한 것으로 치부되었지만 포스트모던의 시대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동양적 가치관에 대한 생각들이 해답을 제시해 줄 것이라는 점이 일관되게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이다.
보자기로 대표되는 싸는 문화를 비롯하여, 서양의 입식 생활과 대비되는 방석의 좌식 생활 방식, 적당주의 등등 동양적 특징 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미래를 대비하는 자세로 그것들의 가치에 대해 되새겨보는 일은 무척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 책이 처음 씌여진 게 1988년이라는데 20년도 더 지난 지금 읽었을 때 거기서 말한 내용들이 지금 어느 정도 들어맞고 있다는 사실에 다시한번 지성의 힘을 느낀다.
보자기와 가방을 소재로 ‘싸다’, ‘넣다.’ 라는 개념을 끄집어내고 여기에서 평면과 입체라는 공간을 보며 옷과 상자를 생각해 내는 저자의 창조적 사고, 융합적 사고가 빛을 발한다. 그의 말처럼 우리의 보자기가 애초에 이러한 사상을 갖고 출발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와 중국과 일본에만 있는 독특한 보자기는 가방과는 확실히 다른 물건의 이동수단임에는 분명하다. 물론 각 나라에서 보자기의 용도는 조금씩 다르다. 우리는 보자기를 다양하게 썼다. 물건을 싸 두거나 책가방으로도 옷장으로도 사용하였다. 일본은 주로 목욕할 때만 사용했던 것 같다. 중국의 보자기는 삼국 중에서 가장 오래 되었고 그 쓰임도 다양하고 수호전은 그 대표적인 예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이 원래 일본어로 1989년에 쓰여 졌고 우리나라 말로 번역이 되어 출간되었기 때문에 중간 중간에 일본의 보자기 곧 ‘후로시키’에 관한 예와 사진들이 많이 등장하고 문장을 이해하는 것에서도 조금은 어색함이 있다. 그렇지만 문화에 대한 저자의 깊은 조예와 작은 것을 시대 문제와 결부시켜 하나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가는 저자의 매서운 눈은 알아주어야 한다. 앞으로 시대가 어떻게 변해가고 우리가 이에 어떻게 대처해 가는 가를 보는 것은 또 하나의 역사의 증인의 삶이 될 것이고 이 시대의 주역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저자의 동양과 서양을 이해하는 폭이 상당히 넓다. 그러나 이미 오래전 그의 생각이 많이 들어 있어 현재의 그의 모습은 아니다. 이 책을 통해 2-30년 전 그가 어떤 생각을 하였고 일본에 대한 그의 깊은 이해 (물론 정치·경제적인 면에서가 아니라 문화적인 면에서)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일본어 원문도 뒤에 첨부되어 있기 때문에 참고할 수 있다.
현재 우리는 지나치게 정치와 경제에 치우쳐 있지 않는지 돌아볼 때가 되지 않나 싶다. 물론 우리의 정치와 경제가 선진국과는 아직도 거리가 있지만 문화적인 면에서는 우리 것을 오히려 잃어버리고 소비적이고 향락적인 것만 추구하지 않나 싶다. 좀 더 품격 있는 것들을 대다수의 국민들이 누리고 공유하였으면 한다.
<축소지향의 일본인> 이후 이어령 교수님의 책에 대해서 잊혀 지내고 살았다.그리고 이어령 교수님의 저서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 않아 교수님의 저서에 대해서 잊고 지냈지만 꾸준히 책을 쓰시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담아내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으며 대한민국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활동하고 있었다는 걸 <이어령의 가위바위보 문명론>,<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를 통해서 알수가 있었다..
그리고 이 책 또한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에서 일본어로 먼저 쓰여져 출간되었다는 사실과 최근에서야 국내로 번역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리고 여전히 이어령 교수님은 일본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싶어하며 동양과 서양의 문화에 대해 폭넓은 연구를 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일본과 우리가 실생활ㄹ에 쓰이는 보자기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우리나라에 보자기가 있다면 서양에는 보자기가 아닌 가방이 있던 걸, 책을 통해 알 수가 있었으며 보자기와 가방,비슷한 용도로 쓰이지만 서로 다른 용도로 쓰이면서 문화의 차이를 느낄 수가 있었다..
보자기 하면 먼저 떠오르는 건 어린 시절의 추억이라 할 수 있다..시골에서 외지로 나가 있는 자식들에게 가기 위해 보자기 안에 아들 딸이나 손자 손녀에게 줄 음식들을 보자기에 싸서 들고 가셨던 할머니의 모습,그 모습 안에서 사랑과 정을 느낄 수 있었으며 나눔을 느낄 수 있다.그러한 기억들은 점점 잊혀져 가고 있지만 종종 우리 주변에 볼 수 있다
보자기는 대부분 네모난 천으로 되어 있다..그리고 그 끝에 끈이 달려 있어서 옷이나 음식들을 천으로 감싸며 들고 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보자기와 함께 쓰여지는 단어는 무언가를 싸다는 개념과 깔다,펼치다는 개념이 포함되어 있으며 다양한 용도로 쓰여진다는 걸 알 수가 있다..특히 농경문화가 발달한 우리들은 농사를 지으면서 찬거리나 음식들을 보자기 안에 담아서 옮기게 되고 그 보자기는 이동의 도구이자 펼침으로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만드는 기능으로서 쓰여진다.
책에 담겨진 이야기에는 보자기 이외에 짚신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짚신과 보자기의 공통점은 감싼다는 것이다..보자기의 주기능이 물건을 감싸는 기능이라면 짚신은 발을 감싸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그리고 신발과 차이점이라면 바로 좌우 구별이 없다는 점이다..짚신의 기능에 관하여 읽으면서 해피선데이 1박2일에 나왔던 짚신 퀴즈가 생각이 났다..출연자들이 모여서 제짝에 맞는 짚신을 구해 오라는 퀴즈,출연자들은 그 문제에 대해서 우왕좌왕하게 된다...거기서 중요한 것은 제짝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짚신의 특징,좌우가 멊다는 걸 출연자가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 아는 문제였다.우리는 그동안 짚신이 좌우가 없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그 게임을 통해 짚신이 가지는 실용성을 알수 있었다,즉 신발 한짝을 잃어버리면 다시 신발을 새로 사야 하지만 짚신은 잃어버린 신발 한짝만 사면 되는 것이다..이처럼 우리는 우리 문화에 가까이 하면서 살아가고 있지만 실제 우리 문화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걸 알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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