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 개정판
고미숙 (지은이) | 북드라망 | 2012-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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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양장본 | 464쪽 | 210*145mm | 72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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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현대의 삶과 연결시켜 재해석해 주는 고전평론가 고미숙이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넘나들며 새롭게 읽어 낸 <동의보감>. 저자는 의학서에 머물러 온 허준의 <동의보감>을 인문학적으로 재해석해 내면서 현대인의 생활습관은 물론 우울증과 공허함에 곧잘 사로잡히는 심리상태, 우리시대의 지식배치 등을 하나하나 짚어 간다.
고미숙의 이 책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는 의학과 인문학이 따로 있지 않다는 것, 아니 오히려 그 둘이 함께할 때 우리 안의 치유본능을 이끌어 내어 궁극적으로 “몸과 삶과 생각”이 하나되는 삶을 향해 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한 앎이 곧 운명이라는 것을 역설한다. <동의보감>이 단순한 의학서가 아니며, 그 탄생 자체부터 삶의 방식과 직결되어 있는 것이었고, 모두가 양생의 지식을 누리게 하자는 것이었음을 강조하며 저자는 이런 <동의보감>의 취지를 더 밀고 나가 이렇게 주장한다. “내 안의 치유본능을 깨워 자기 삶의 연구자가 되자!”
개정판을 내며 │초판 책머리에 병, 몸, 앎
인트로 하나의 ‘그림’과 두 개의 ‘주석’
1장 허준, 거인의 무등을 탄 ‘자연철학자’
허준이 ‘허준’이 된 까닭은? 28│『동의보감』의 탄생: 전란에서 유배까지 37│세 개의 키워드 : 분류, 양생, 용법 42│거인들의 ‘향연’ 1: 삼교회통 45│거인들의 ‘향연’ 2 : 『황제내경』에서 ‘금원사대가’까지 53│‘동의’와 ‘보감’에 담긴 뜻은? 60
화보 _ 동양의학의 선구자들 66
2장 의학, 글쓰기를 만나다 : 이야기와 리듬
의학과 민담 ‘사이’ 71│의술은 리듬을 타고 76│의사는 연출가, 임상은 리얼예능 82│덧달기 : 「민옹전」과 치유의 서사 92
화보 _ 서양의학의 선구자들 104
3장 정(精)·기(氣)·신(神) : 내 안의 자연 혹은 ‘아바타’
몸과 우주, 화려한 대칭의 ‘향연 1’09│태초에 ‘기’가 있었다! 112│정·기·신 - 존재의 매트릭스 117│나는 ‘아바타’다 124│아파야 산다 132
화보 _ 근대 이전 서양의 몸과 우주에 대한 생각 138
4장 ‘통하였느냐?’ : 양생술과 쾌락의 활용
양생의 척도 -‘태과/불급’을 넘어라 144│정(精)을 보호해야 한다 -‘에로스’와 도(道) 147│덧달기 : 황진이의 파격적 ‘러브라인’ 155│기(氣)를 조절하라 -‘자기배려’와 소통의 윤리 159│신(神), 마음을 비워라 - 존재의‘절대적 탈영토화’ 169│‘통즉불통’ -주체는 없다! 176
화보 _ 동양의 몸에 대한 생각 184
5장 몸, 타자들의 공동체 : 꿈에서 똥까지
내 몸은 ‘나의 것’이 아니다 189│꿈은 사라져야 한다 193│호모 로퀜스 200│충(蟲), 내 안의 이주민들 209│똥오줌,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 219│덧달기: 청결의 이율배반 226
화보 _ 서양의 해부도 231
6장 오장육부, 그 마법의 사중주
내 몸속의 ‘사계’ 235│상생과 상극, 그 어울림과 맞섬 245│‘수승화강’ vs ‘음허화동’ 251│‘칠정’(七情)의 파노라마 258│음양과 기억 : 지나간 것은 지나가게 하라 268│얼굴, 우주로 통하는 일곱 개의 ‘창‘ 275
화보 _ 칠정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 288
7장 병과 약 :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감기’는 나의 운명 296│보면 안다 ? 지인지감 302│병, ‘꽃’들의 화려한 축제 311│암과 앎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331│천지만물이 다 약이다! 339│군신좌사 - 처방은 ‘서사’다 348│명현반응 - 아파야 낫는다 356
화보 _ 동서양의 약초학 364
8장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임신과 탄생은 병이 아니다 369│‘자궁’의 정치경제학 375│폐경, 인생의 ‘금화교역’ 387│여성의 양생술 - 공감하라! 392│양자의학과 ‘출생’ 399│대기만성의 원리 406│칭찬은 고래도 ‘멍!’들게 한다! 412│리더십과 경청 -“귀를 보호해야 한다!” 418│여성의 몸과 ‘앙띠-오이디푸스’ 423
화보 _ 사랑, 결혼, 가족 431
에필로그 글쓰기와 ‘호모 큐라스’
편작과 그의 형들 434│‘호모 큐라스’, 자기 몸의 연구자 438│내 안의 ‘치유본능’ 441│글쓰기와 ‘자기수련’ 444
부록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450│읽을거리_선현들의 격언 455│찾아보기 460
“태과는 불급만 못하다. 태과는 덜어내야 하고 불급은 채워야 하는데, 덜어내는 것이 채우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시대를 지배하는 미덕인 다다익선은 최악이다. 돈에 대한 욕망은 물론이려니와 몸에 좋은 것은 다 섭취하겠다는 발상도 양생에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앞에서 다루었듯이, 존재는 이미 질병을 안고 태어난다. 후천의 삶이란 이 어긋남을 어떻게 조절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만약 태과와 불급으로 그 어긋남을 심화시킨
다면? 당연히 질병의 양상이 더 심화될 것이고 결국 요절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더 중요하게는 삶 전체가 심하게 어그러져 버릴 것이다. 몸이 어긋나는데 어찌 사회적 관계나 일의 성취가 가능할 것인가? 마찬가지로 관계와 활동이 어그러졌는데 어찌 또 몸이 건강할 수 있으랴. 또 그런 상태로 생사의 마디를 제대로 넘기란 불가능하다.”
“그에 비하면 현대인은 자의식 덩어리다. 자의식이란 자신에 대한 의식이다. 다른 말로 ‘내면’이라고도 한다. 근대 이후 이 내면이라는 공간이 특화되면서 사람들은 거기에다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 두기 시작했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기운을 쓸 일이 없으니 점점 더 이 내면의 공간이 깊어만 갔다. 그 결과, 사람들은 이제 아주 사소한 사건이라도 몇날 며칠, 아니 몇년씩을 가슴에 담아 둔다. 어깨통증과 소화불량, 두통, 어지럼증 등을 기꺼이 감내하면서 말이다. 이런 토양 속에서 상처라는 특수한 기억의 형태가 자라난다.”
“태어난 이상 누구든 아프다. 아프니까 태어난다. 태어나고자 하는 욕망이 곧 아픔이다. 또 살아가면서 온갖 병을 앓는다. 산다는 것 자체가 아픔의 마디를 넘어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결국 죽는다. 모두가 죽는다. 죽음은 삶의 또 다른 얼굴이다. 생명의 절정이자 질병의 최고경지이기도 하다. 결국 탄생과 성장과 질병과 죽음, 산다는 건 이 코스를 밟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질병과 죽음을 외면하고 나면 삶은 너무 왜소해진다. 아니, 그걸 빼고 삶이라고 할 게 별반 없다. 역설적으로 병과 죽음을 끌어안아야 삶이 풍요로워진다. 잘 산다는 건 아플 때 제대로 아프고 죽어야 할 때 제대로 죽는 것, 그 과정들의 무수한 변주에 불과하다.”
저자 : 고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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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평론가. 40대 이후 지식인 공동체 활동을 해왔고, 현재는 인문의역학연구소 ‘감이당’을 기반으로 앎과 삶이 일치하는 공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글쓰기 수련을 통해 몸과 삶을 바꾸는 대중지성의 코뮤니타스를 실험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열하일기 삼종 세트를 비롯하여, 동의보감을 리라이팅한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와 그 속편으로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사주명리학과 안티 오이디푸스�� �&...
고미숙의 한 마디
“병과 몸. 지난 10여 년의 공부와 활동이 내게 던져 준 새로운 키워드다. 이 키워드들은 나로 하여금 전혀 다른 앎의 배치로 인도해 주었다. 인간은 앎을 통해 세상을 구성한다. 그러니 앎의 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병을 탐색하는 것도, 몸을 바꾸는 일도 가능하지 않다. 병에 대한 탐구가 몸에 대한 질문으로 바뀌는 그 즈음, 운명적으로 『동의보감』을 만났다. 『동의보감』은 조선을 대표하는 고전이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기록유산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는 명색 한국 고전문학 전공자다. 고전문학과 『동의보감』, 지척의 거리에 있건만, 유감스럽게도 둘이 교차하는 공간은 없다. 고전문학을 연구했던 시절, 『동의보감』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은 꿈에서도 해본 적이 없었다. 의학은 문학과 전혀 다른 것이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 이전에 의학은 탐구의 대상이 아니라, 복속의 대상이라고 생각했다. 지식인 공동체를 열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학문에 대해서는 횡단과 접속을 주장했지만 의학에 대해서만은 견고한 장벽을 세워 놓고 있었다. 하지만 병과 몸이라는 화두가 마침내 그 장벽을 허물어뜨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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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애 ㅣ 2017-12-21 l 공감(0) ㅣ 댓글(0)
머엉재 ㅣ 2016-03-28 l 공감(2) ㅣ 댓글(0)
울버린 ㅣ 2015-11-10 l 공감(3) ㅣ 댓글(0)
붕붕툐툐 ㅣ 2015-08-10 l 공감(1) ㅣ 댓글(0)
violetchin ㅣ 2015-05-13 l 공감(0) ㅣ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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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안 오는 늦은 밤 텔레비전 앞에서 자다깨다가 익숙한 목소리에 잠이 깼다. '차이나는 클래스'에 고미숙 선생님이 나오셨다! 앗! 이렇게 반가운 일이!! 잠은 홀라당 달아나고, 반갑고 고마운 마음으로 고미숙선생님 강의를 들었다. 그 강의는 '열하일기'에 대한 강의였다. 당장 열하일기를 읽고 싶었지만, 고미숙선생님이 열하일기 책을 내신 건 진즉 알았지만 난 별로 관심이 없었기에 열하일기 책은 없었다. 그런데 고미숙선생님 글을 읽고 싶고 해서 그 밤에 꺼내든 책이 이 책이다.
책을 읽기보다 사기를 좋아한다고 가볍게 웃으며 주변에 말한다. 그런데 그렇게 책을 즐겁게 사 모아놓으면 언젠가 그 책이 나를 부를 때가 있다. 이번엔 동의보감이 날 불렀다.
'사람은 평생 한 가지 병을 앓는다.' 내가 앓고 있는 병은 모습은 갖가지로 변하지만 뿌리는 한 가지다. 10여년 전 일기를 읽다가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에 흠칫 놀랐다. 같은 모양으로 살아가고 있으니 병을 얻는 과정도 그 과정에서 얻은 병도 그 꼬락서니가 늘 같았다.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그냥 그렇게 살아갈 뿐이었다. 때로는 상황탓을 하면서, 때로는 자책하면서 큰 회심, 회향이 없이 아픈건 싫다면서도 그냥 그렇게 살아갈 뿐이었다. 그나마도 요즘은 여러가지 힘든 일로 상황을 탓하는 마음에 심화가 뻗쳐오르는 중이었다.
양생법, 음양 오행, 동의보감의 분류, 태과와 불급 등.. 여러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동의보감의 내용도 좋았지만, 나는 고미숙선생님이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해내는 시선이 참 좋다. 글을 읽다보면 고미숙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느낌이 드는 것도 재미지다. '쳇!'이라는 글자가 얼마나 시원하게 들리던지^^ 내가 읽어낸, 고미숙선생님이 동의보감을 통해서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은, 동의보감이 하고 싶은 말은
'나의 구원자는 나다'
였다. 어떤 책을 읽든 읽어내는 사람이 나이기에 난 내가 읽어내고 싶은 것들을 읽어낸다. 지금 내가 읽어내고 싶은 메시지이기도 했다. 이 책을 읽고도 큰 회심, 회향 없이 또 며칠은 그럭저럭 살아갈지도 모르지만, 잊어버리면 다시 기억하고 찾으면 된다. 당장 오늘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나름 오전을 뿌듯하게 보냈고, 이렇게 리뷰까지 쓰고 있다^^ 좋은 책은 좋은 기운을 준다.
참, 동의보감에 대한 또 다른 책들과 열하일기를 주문했다. 기대된다^^
아, 왜 이리 감동인가 !
나는 지금 정기건강검진 받으며 대기중.
한의학이냐 서양의학이냐 혹은 대체의학이냐 이런 문제는 사실 부차적이다. 이미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이 함께 뒤섞여 있는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이전에 ‘앎의 의지’를 작동시키는 것이 더 우선이다. 『동의보감』이 오늘, 우리에게 제시하는 최고의 비전은 바로 여기에 있다. 허준은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스스로 자기 병을 알아 스스로 치유해 가라고, 또 양생술을 통해 요절할 자는 장수하고 장수할 자는 신선이 되라고. 『동의보감』뿐이 아니다. 조선 한의학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저서, 『동의수세보원』의 저자 이제마 역시 그렇게 말한다. “널리 의학을 밝혀 집집마다 의학을 알고 사람마다 병을 알게 된 연후라야 가히 장수하게 될 것이다.˝
읽지 않았어도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동의보감"이라는 이름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굳이 한의학을 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또 몇 해 전에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그보다 전에는 소설로도 나와 많이 읽히기도 했으니, 동의보감보다는 오히려 허준이라는 인물이 더 유명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동의보감은 허준의 작품이고, 허준의 사상이 고스란히 들어간 우리나라 최고의 의학서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이 동의보감이 허준이라는 천재에 의해 어느 한 순간 우리 곁에 다가온 것이 아니라, 그동안 발전해 왔던 한의학을 토대로 허준이 집대성했다고 보면 된다.
(이 책의 앞부분에 드라마나 소설을 통해 우리가 습득한 내용들이 잘못하면 사실을 왜곡하는 수준에 머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그런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있다. 소설과 드라마만 본 사람은 이 책의 앞부분을 통해, 양예수와 허준의 관계, 또 유의태라는 인물에 대해서 바른 지식을 얻어야 할 것이다.)
참 방대한 내용이라는데... "내경, 외형, 잡병"편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는데... 놀란 점은 동의보감의 차례만 해도 어마어마한 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 즉 차례를 통해서도 동의보감의 내용을 일별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 여기에 허준이 백성들을 얼마나 생각했는지 알 수 있다.
차례를 보고 찾아서 처방을 할 수 있게 한 편제라고 할 수 있고, 이 책의 뒤에서도 나오지만 잡병편에는 특히 탕약의 경우에는 한글로도 약이름을 써놓았다고 하니, 우리나라 백성이 자기 마을에서 나는 약재로, 그것도 여러 약재가 아닌 한 가지 약재로도 (이를 단방이라고 한다) 병을 고칠 수 있도록 한 마음이 드러나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사실 우리는 동의보감을 읽어보지 않는다. 아니 읽을 수가 없다. 분량도 엄청날 뿐더러 책 가격도 만만치 않고 또 왠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의보감은 한의대에 다니는 사람들만 읽는 책으로 치부하고 우리 곁에서 멀리 두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동의보감으로 하여 없는 사람들도 자신의 병을 치료할 수 있게 한 허준의 의사와는 거리가 먼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허준이 동의보감을 편찬한 이유는 물론 왕인 선조의 명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 고칠 수 있음에도 몰라서 못 고치고 시름시름 앓으며 고통받는 사람들이 스스로 약재를 찾아 자신의 병을 고칠 수 있도록 하는데도 있을텐데... 결국 허준이 원한 것은 몸의 주체는 바로 그 사람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것 아니었을까?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동의보감이 현대를 사는 우리들이 구하기 힘든(? - 있는 사람들에게야 책값이 문제된 적은 없다. 다만 없는 사람들에겐 책값도 문제지만 이를 참고해 자신의 병을 고칠 시간도 없다는 것이 더 문제다) 책이 되고, 사람들 곁에 없다는 것은 문제다.
물론 옛날에도 책을 구해 갖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겠지만 그때는 구전(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문화가 발달해 있었으니, 마을에 책 한 권이 있어도 마을 사람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달해 많은 사람들이 동의보감의 내용으로 처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람들 곁에 있어야 동의보감의 좋은 점을 알고, 또 생활에 실천하기도 할텐데, 그 점이 아쉽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동의보감을 우리 곁으로 다가오게 하고 있다. 결코 어렵지 않다고. 읽기에 편하다고. 생각할 것이 참 많다고.
동의보감에 대해서 소개해주고 있는 책이기는 한데, 단지 소개에서 그치지 않고 현대에서 동의보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동의보감이 지닌 현대적 의미는 무엇인지까지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저자의 글솜씨가 뛰어나 읽기에 너무도 편하다는 장점도 있고, 그리고 동양의학의 진수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 책은 여러 장점을 지니고 있다.
무어라 딱 하나로 결정짓지 않는 것, 세상에 고정된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것. 병도 마찬가지다. 이 책에 여러 번 나오지만 암세포도 그 자체로는 그냥 세포일 뿐이다. 이 암세포가 있다고 해서 우리가 모두 암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바로 관계, 몸의 다른 장기, 세포들과의 관계에 의해서 암환자가 되기도 하고, 그냥 보통 사람처럼 살아가기도 한다.
결국 모든 것은 '관계'다. 이 '관계'는 상대에 따라, 또 나에 따라 늘 변한다. 변하지 않음은 없다. 그러므로 병도 무조건 나쁜 것, 멀리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의 변화를 요구하는 활동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
그러면 내 몸의 전체적인 조화를 생각하고, 내 생활을 돌아보며 내가 변화하려고 노력하게 된다는 것. 그것이 바로 '동의보감'의 핵심이라고 한다.
세상에 동떨어져 혼자 살아가는 존재는 없다. 병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건강이란 이런 여러 관계들, 또 내 몸의 변화를 내가 알아차리고 그에 맞게 생활해 나가는 데서 얻어질 수 있는 것이다.
동의보감이 단순한 처방책이 아니라 철학책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단순한 처방책이 아닌 철학책이 될 수밖에 없음을, 그것도 과학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에 더 유용한 철학임을 이 책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동의보감을 읽기는 힘들어도 이 책을 읽기는 쉬울 것이다. 읽어보자. 읽으면서 내 몸을 생각해 보자. 내 생활을 생각해 보자.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덧글
이 책을 읽으면서 동의보감을 함께 읽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책값이... 엄살이 아니다. 많이 비싸다. 양도 방대하고. 그래서 이런 생각을 했었다. 동의보감이 저작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면 누구에게나 공유되면 좋은 책일테니... [조선왕조실록]처럼 번역해서, 원문과 함께 누구나 인터넷에서 검색하고 이용할 수 있게 전산화시키면 어떨까 하는... 나라의 사업으로... 꿈이 너무 허황한가. 그렇지 않을텐데...
국민들 스스로 자기 건강을 지키게 하는 것이 보건의료정책의 기본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국가정책으로 이를 우선 사업으로 선정할 수 있을텐데...
봄-풍-목-동쪽-신맛-간,담-푸른색 / 여름-열-화-남쪽-쓴맛-심장,소장-붉은색 / 늦여름 혹은 환절기-습-토-중앙-단맛-비,위장-노란색 / 가을-조-금-서쪽-매운맛-폐,대장-하얀색 / 겨울-한-수-북쪽-짠맛-신장,방광-검은색. 일단은 이 계열만 기억해두자.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푸코가 인용한 보르헤스의 중국 백과사전 속 동물 분류법처럼 위의 계열 역시 내가 처해있는 지식 담론 속에서는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게 사실. 왜 같은 음양오행의 원리에 기반한 학문인데도 사주명리학은 별 껄끄러움 없이 받아들여지는데 반해 동양의학은 그렇지 않을까. 까닭은 동양의학이 내 몸과 정신을 통해서 그러니까 개인적인 차원에서 아직 충분히 증명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서구식 과학주의와 합리주의에 찌들어있는 나로서는 이것이 실제로 임상적으로 들어맞는지를 내 몸을 가지고 직접 실험을 해보고 나서야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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