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03

종교 너머, 아하! | 판미동



종교 너머, 아하! | 판미동


“I am not religious, But spiritual.” “영혼 없는 종교는 가라, 종교를 대체하는 영성의 시대가 온다!”
종교 너머, 아하!

기성 종교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오강남 , 성소은, 종교너머, 아하!

출판사 판미동 | 발행일 2013년 8월 30일 | ISBN 978-89-601-7910-3

패키지 변형판 140x200 · 252쪽 | 가격 13,000원


분야 나와 우리, 비교종교, 종교
책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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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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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만큼 다양한 함의를 지닌 단어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 두 글자에는 인류의 역사와 시대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오늘날에는 개별 종교의 소통 불능은 물론 단순히 믿음이나 신앙이라는 뜻을 넘어 정파적인 의도로까지 변질될 정도로 ‘종교’가 지닌 본래의 역할과 의미가 퇴색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흐름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종교와 종교 간, 종교인과 비종교인 간 ‘소통’과 ‘이해’를 목적으로 지난해 9월 ‘종교너머, 아하!’라는 이름의 한 단체가 문을 열었다. 조용한 출발이었지만 그 첫걸음의 여파는 결코 조용하지 않았다. 비교종교학 학자로는 국내 일인자라 할 수 있는 오강남 교수를 필두로, 민주통합당 김성곤 국회의원, 워싱턴 조지메이슨 대학교 노영찬 교수, 전 대한성서공회 민영진 총무, 신부이자 성공회대학교 이재정 교수 등 종교에 관해서 같은 뜻을 지닌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였고, 다양한 종교적 경험을 바탕으로 깊은 고민을 이어 온 성소은 운영위원장의 적극적인 행동력이 가세해 1년이라는 길지 않은 기간 동안 종교계 안팎으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파문에 불을 붙일 열 편의 글을 모아 엮은 『종교 너머, 아하!』는 현 시대 종교의 문제를 직시하고 종교 간 울타리를 넘어 본연의 역할과 의미를 되찾고자 한목소리를 내는 10인의 외침이다. 종교인, 학자, 정치인 등 각자 자신들이 처한 위치에서 종교의 궁극적 역할을 고민하는 이 책은 편협하고 배타적인 종교의 시대에 종말을 고하고 영성과 진리, 인간과 삶에 맞닿은 진정한 의미의 종교를 제안한다. 이것이 심층 종교이자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새로운 형태의 종교, 즉 새로운 시대를 여는 희망의 메시지라 역설한다.

현대 서양 젊은이들 중에는 “나는 종교적이지 않다. 다만 영적이다.(I am not religious, but spiritual.”라는 말을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인습적이고 형식적인 지금까지의 ‘종교’가 궁극적인 해답을 가져다주리라는 기대를 접고, 개별 종교를 넘어 종교가 본래 인간에게 주려고 했던 그 ‘속내’, 그 ‘심층’, 그 ‘영성’에 관심을 가지고 그럴 때 참된 의미의 ‘아하!’가 가능함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본문 중에서



종교의 큰 틀을 생각하다

이 책은 종교 전반에 관해 총체적으로 점검해 보는 네 편의 글과 새 시대의 필요에 의해 변화 가능한 개별 종교를 들여다보는 여섯 편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넓은 범위에서 종교를 바라본 글 중 가장 먼저 등장하는 오강남 교수의 「지금 우리에게 종교란 무엇인가」는 자기중심주의인 표층 종교를 지양하고 참나, 참나와 신, 우주의 모든 것이 ‘하나’임을 깨닫는 심층 종교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종교의 핵심 가치인 진리, 깨침, 변화, 자유는 어느 종교든 마찬가지며 이 가치를 얻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표층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서는 진정한 대화라 말한다.

종교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인 김성곤 민주당 의원의 「‘하나’의 철학」은 동양 종교에서 강조하는 ‘하나’라는 사상에 천착한다. 모든 생명체와 인류가 하나임을 깨닫기 위한 노력이 바로 종교요, 종교에서 말하는 구원에 이르는 길이라고 주장하면서 정치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종교의 역할 또한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바로 개체를 존중하는 하나이며 이에 따른 적절한 정책이라는 필자의 주장은 이 시대 방향을 잃고 혼란을 거듭하는 정치계에 쓴 소리로 다가갈 만하다.

북한 문제 전문가인 윤대규 교수의 「종교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에서는 문명사적 위상으로서의 종교를 분석하면서 한국이 종교적 변화를 주도할 가능성을 제안한다. 새로운 사상이 출현할 가장 적합한 종교·문화적 토양을 지녔다는 필자의 논리는 동서양 사상이 모여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으로 볼 때 강한 설득력을 갖는다.

경제학자이자 종교와 철학, 현대 과학에 깊은 통찰을 보여 주는 이영환 교수의 글 「무엇을 위한 믿음인가」는 믿음이라는 감정의 실체를 들여다보도록 유도하고 평행선을 달릴 것이라 흔히 믿는 지식과 믿음의 관계를 조명한다. “종교는 결코 이성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렇지만 종교가 비이성적인 것은 더욱 아니다.”라는 간디의 말은 필자의 사상을 가장 잘 드러낸다. 필자는 종교적 믿음이란 과학적 지식이나 사실과 모순되어서는 안 되며 동시에 이성을 넘어선 어떤 경지에 도달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더욱 성숙해져야 한다고 일갈한다. 이 글은 독자들에게 종교적 믿음에 대해 성찰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삶과 맞닿은 대안 종교를 생각하다

이어 개별 종교로서 대안을 생각해 보는 2부에서 처음 등장하는 미국 조지메이슨 대학교 종교학과 교수인 노영찬 교수의 「공자는 죽어야 하는가」는 자신의 전공 분야인 유교가 가지고 있는 종교성과 그 역할에 주목한다. 유교의 기본 원칙은 윤리적 개념을 넘어 종교적 차원의 실천법이며, 우리와 가장 가까운 삶, 특히 가정 안에서 이를 실천할 수 있다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수없이 성경을 들여다보면서도 성경의 번역까지 미처 생각지 못한 사람들에게 성서 번역가인 민영진 교수의 「처음에도가이스되」는 성경에 쓰인 ‘로고스’라는 단어를 곱씹게 만든다. 이를 우리말 ‘도’가 놀랄 만큼 그 의미를 정확히 담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우리나라 성서 번역의 기본 방향, 기본 원칙은 물론 번역서를 대하는 독자의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제3시대 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인 김진호 목사의 「‘작은 교회’가 그리스도교의 미래다」는 한국 사회에서 대형 교회의 발전과 쇠퇴를 짚어 보면서 ‘작은 교회’가 지닌 가능성에 주목한다. 작은 규모에서 오는 원활한 소통, 지역사회단체와의 연합 활동, 공공성 확보 등 ‘작은 교회’가 갖는 다양한 변화는 교회의 권력화가 심각해지고 있는 국내 개신교 현실이 새롭게 전환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듯 보인다.

감리교 신학대학교에서 기독교 윤리학을 가르치는 박충구 교수의 「새 시대를 위한 새로운 신앙의 모습을 찾다」라는 글은 ‘양심적 그리스도인’의 신앙이라는 제3의 대안을 제시한다. 필자는 정의와 평화, 평등과 생명 가치를 위한 헌신과 봉사에서 신앙의 의미를 찾는 ‘양심적 그리스도인’이야말로 새로운 종교를 가져올 수 있는 새 시대의 희망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토착 종교인 동학의 가능성을 제시한 천도교한울연대 공동대표 김용휘 교수의 「이제 다시 동학을 ‘할’ 때」는 보편적이고 진정한 사회 참여적 종교이자 철학인 동학의 전통을 받드는 일이야말로 곧 ‘대중 영성’ 시대에 걸맞은 수행과 깨달음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필자의 글을 읽다 보면, 심리 치료나 마음공부, 명상 수행 등 영성을 풍요롭게 만드는 일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요즘, 동학의 수행법은 우리 종교의 미래를 환하게 밝히는 등불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리라는 믿음이 생겨난다.

지리산 실상사 회주인 도법 스님의 글은 2013년 4월 유니온 신학대학원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강연 전문이다. 국제적인 자리에서 길을 잃은 인류의 변화와 발전을 바로잡고자 생명평화운동의 취지를 설명하는 도법 스님의 글은 이념과 종교, 국가와 인종을 넘어 가장 근원적인 방법론을 설파한다. 인류 전체의 공통적인 염원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지구촌 생명평화 공동체’라는 화두를 종교 전체가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도법 스님이 이런 주장은 평소에 잊고 지냈던 평화에 대한 보편적 세계관과 정신을 되돌아 볼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에 실린 글은 모두 ‘종교너머, 아하!’의 기본 정신에 공명하는 내용이다. 모두가 각자의 입지에서 현재 우리 주위에 있는 병리적 종교 현상을 진단하고 그 치유책을 처방한다. 한국의 종교 상황이 바람직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슬기롭게 대처하고 극복하면 밝은 미래가 보이리라 믿는 또 다른 믿음에 대한 글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실린 열 편의 글은 모두 지평선 너머에서 밝아 오는 앞날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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