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21

16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 19세기_ 푸슈킨에서 체호프까지
이현우 (지은이),조성민 (그림)현암사2016-05-09






























전자책 미리 읽기 종이책으로 미리보기


종이책
15,000원 13,500원 (750원)
전자책정가
10,500원
판매가
10,500원 (종이책 정가 대비 30% 할인)
쿠폰할인가
9,450원
10% 할인쿠폰 받기

마일리지
520원(5%) + 멤버십(3~1%)
+ 5만원이상 구매시 2,000원
세액절감액
480원 (도서구입비 소득공제 대상 및 조건 충족 시)

세계문학론 주간 4위|
Sales Point : 307

9.2100자평(26)리뷰(12)
이 책 어때요?


카드/간편결제 할인
무이자 할부













eBook 장바구니 담기
eBook 바로구매
선물하기
보관함 +



배송상품이 아닌 다운로드 받는 디지털상품이며, 프린트가 불가합니다.


이용 안내
다운로드

iOS APP
Android APP
PC
크레마






기본정보

제공 파일 : ePub(28.28 MB)
TTS 여부 : 지원

종이책 페이지수 308쪽
책소개
철학에서 역사· 과학· 문학까지 모든 책을 읽어주는 '로쟈' 이현우의 러시아 문학 특강. 러시아 근대 문학의 시작 푸슈킨부터 19세기의 문을 닫는 황혼의 작가 체호프까지, 19세기 러시아 문학의 황금시대를 빛낸 대문호들의 삶과 명작의 세계를 가로지른다. 이 책에는 “러시아 문학에 관심 있는 독자가 전반적 흐름을 알고, 거장의 세계에 입문하는 길잡이가 되면 좋겠다”는 로쟈의 바람이 담겨 있다.

먼저 1강에서 러시아의 역사와 지리적 특성, 문학사 전반의 특징을 설명하고, 이어지는 일곱 차례의 강의에서 거장들의 삶과 작품 세계 그리고 주요 작품을 뽑아 차근차근 해설한다. 각 장에서 핵심을 짚고 독서에 대한 흥미를 일으키는 로쟈의 강의는 충실한 내용을 담보한다. 때로는 잔잔한 웃음이, 때로는 모진 비평이 있으며 책 전체에 로쟈의 러시아 문학에 대한 애정이 은근하게 묻어나 그야말로 ‘러시아적’이다.

입말 그대로를 생생하게 살려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하루 한 강씩 강의를 읽다 보면 ‘죽기 전에 읽어야 할 고전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안나 카레니나> 등 그동안 벼르기만 했던 길고 긴 작품들이 ‘정말 읽고 싶어져서’ 읽게 될 것이다.



목차


책머리에 6

제1강. 러시아 문학으로의 초대 11

제2강. 러시아 영혼의 정수 37
푸슈킨의 『예브게니 오네긴』 읽기

제3강. 절대 고독과 자의식의 탄생 73
레르몬토프의 『우리 시대의 영웅』 읽기

제4강. 웃음과 공포의 미스터리 105
고골의 『페테르부르크 이야기』 읽기

제5강.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의 출발 141
투르게네프의 『첫사랑』, 『아버지와 아들』 읽기

제6강. 러시아적 수난과 구원의 변증법 185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읽기

제7강.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233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읽기

제8강. 코믹과 우수의 작가 271
체호프의 『갈매기』 읽기

인명·책 찾아보기 305
접기


책속에서



이것이 고골의 세계입니다. 그는 이런 세계에서 구원의 방도를 찾으려 했습니다. 피로고프나 코발료프의 세계만 그리라면 하면 고골은 천재적 작가입니다. 얼마든지 그려낼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 이것만 해서는 안 되겠다` 생각한 겁니다. 악마적인 세계 말고 뭔가 긍정적 세계, 선한 인간과 아름다운 인간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보기 - 베리심플
톨스토이의 세계는 선과 악의 이분법적 세계입니다. 두 세계가 분명히 나뉩니다. 우회가 불가능하죠. 소설이라는 미학적 형식을 통해 우회해서 선에 도달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소모적입니다. 그래서 <안나 카레니나>를 쓴 다음에 톨스토이는 더 이상 예술로서의 소설은 쓰지 않습니다. (216) - 베리심플
하지만 도스토예프스키는 다릅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논리는 헤겔식의 변증법적 논리입니다. 변증법적 논리라는 것은 대립물의 동일성을 말합니다. 선이 곧 악이고,악이 곧 선이다, 이런 식의 논리입니다. ... 인간이 구원받고자 할 때, 바로 선의 길로 갈 수 있는 게 아니라 항상 우회해야 한다는 겁니다. 죄와 그로 인한 고통의 단계를 ... 더보기 - 베리심플
체호프는 뭔가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10년 동안 유머 단편을 쓰다 보니 작가로서 매너리즘에 빠진 겁니다. 더는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고 그저 판에 박힌 작품들만 쓰는 것 같다 보니 작가로서 위기의식을 느꼈을 법합니다. 그래서 러시아를 더 알아야겠다고 판단하고 결행한 것이 바로 사할린 섬 여행이었던 거죠. 그런데 그렇게 힘... 더보기 - 베리심플
체호프의 인물들은 이처럼 주로 삶의 결정적인 기회를 두 눈 다 뜨고 놓쳐버린 가련한 `등신들`인데, 그걸 확인한 이상 차라리 `자살`이라도 하면 `비극적`일 테지만, 이 `등신들`은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아무런 희망 없이 담담한 회한만을 가슴에 안은 채 예전의 일상적 삶으로 돌아갑니다. (286) - 베리심플



저자 및 역자소개
이현우 (지은이)
저자파일
최고의 작품 투표
신간알림 신청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로쟈’라는 필명을 가지고 매일 새롭게 출간되는 책들을 소개하는 서평가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렸다. 대학 안팎에서 러시아문학과 세계문학, 한국문학, 인문학을 강의하며 여러 매체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로쟈의 한국 현대문학 수업』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로쟈의 세계문학 다시 읽기』 『로쟈와 함께 읽는 문학 속의 철학』 『너의 운명으로 달아나라』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 『책에 빠져 죽지 않기』 『아주 사적인 독서』 『로쟈의 인문학 서재』 『... 더보기


최근작 :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로쟈의 한국 현대문학 수업>,<책에 빠져 죽지 않기> … 총 59종 (모두보기)

조성민 (그림)
저자파일
최고의 작품 투표
신간알림 신청


최근작 : … 총 2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읽어보셨나요?”
‘젊은’ 노문학자 로쟈가 펼치는 새로운 문학의 지도
문학 읽는 기쁨 속에서 다시 ‘문학청년’이 된다

“러시아인이 누구인가, 할 때 푸슈킨 공동체, 톨스토이 공동체, 도스토예프스키 공동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작품을 읽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으니까요. 그 작품에 대한 기억, 그게 교양입니다. 다 잊어버려도 같은 작품을 잊어버리는 게 되지 않아요?”

철학에서 역사· 과학· 문학까지 ‘모든 책’을 읽어주는 ‘뉴 파워라이터’ 로쟈! 처음으로 그의 ‘진짜 전공’ 러시아 문학 특강을 열었다. 1996년부터 지금까지 청중의 찬사를 받은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그 훈훈한 강의실 현장을 책으로 만난다. 러시아 근대 문학의 시작 푸슈킨부터 19세기의 문을 닫는 황혼의 작가 체호프까지, 19세기 러시아 문학의 황금시대를 빛낸 대문호들의 삶과 명작의 세계를 가로지른다. 드넓은 문학의 대지 러시아, 그들의 철학과 영혼으로 빚은 찬란하게 빛나는 문학으로의 초대!
이 책에는 “러시아 문학에 관심 있는 독자가 전반적 흐름을 알고, 거장의 세계에 입문하는 길잡이가 되면 좋겠다”는 로쟈의 바람이 담겨 있다. 전공 입문서가 아닌,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를 위한 여덟 번의 문학 특강. 수많은 세계 문학이 ‘고전’의 이름으로 번역되는 지금, ‘문학의 지도’가 있다면 좋지 않을까? 믿을 만한 ‘문학 선생’ 로쟈의 러시아 문학 기행을 시작으로 내 취향에 맞는 문학을 찾아 새롭게 떠나보자.

러시아 문학은 ‘새 고전’이다

“2007년 영어권의 현역 작가 125명에게 가장 좋아하는 최고의 작품을 10편씩 골라달라는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1위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였고, 2위가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 3위가 다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4위가 나보코프의 『롤리타』였습니다.”

러시아의 어떤 작가도 인간적으로 ‘평범한’ 이가 없고, 그들의 작품 속에 ‘멀쩡한’ 인물도 없다. 모두가 입을 모아 칭송하는 푸슈킨이 원고지 매수를 세어가며 글을 썼다? 레르몬토프가 독자들에게 화가 나 참다못해 서문을 덧붙인 사연, “원고는 불타지 않는다”고(불가코프) 하는데, 고골은 『죽은 혼』을 태우고 다시 태웠다. 젠틀하고도 ‘이상한’ 투르게네프, 울다가 만세를 부르고 만세 부르다가 울고…. 도스토예프스키의 병든 인간들, 러시아 작가들 모두와 사이가 안 좋았던 톨스토이, 코미디로 연출해달라고 고집하다가 공연에 실패한 체호프….
그들은 ‘러시아’에서만 나올 수 있는 작가이며, 삶 그대로가 문학이다. 드넓고 황량한 대지에서 태어난 광활한 영혼의 문학! 이상하고 웃기지만 눈물 나는, 그게 바로 러시아다. “러시아는 이성으로 이해하기 어려워서 오직 믿을 수밖에 없다.”(튜체프) 가만히 러시아 문학을 들여다보면 그 부조리에, 그 ‘알 수 없음’에 빠져든다. 일반적인 잣대로 절대 잴 수 없는 인간 군상, 수많은 ‘인간’을 탐구하고 소설로 그려내서 고전으로 길이 남은 거장과 명작들의 세계에서 ‘나의 작가’를 만난다.
이 책은 1강에서 러시아의 역사와 지리적 특성, 문학사 전반의 특징을 설명하고, 이어지는 일곱 차례의 강의에서 거장들의 삶과 작품 세계 그리고 주요 작품을 뽑아 차근차근 해설한다. 각 장에서 핵심을 짚고 독서에 대한 흥미를 일으키는 로쟈의 강의는 충실한 내용을 담보한다. 때로는 잔잔한 웃음이, 때로는 모진 비평이 있으며 책 전체에 로쟈의 러시아 문학에 대한 애정이 은근하게 묻어나 그야말로 ‘러시아적’이다. 입말 그대로를 생생하게 살려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하루 한 강씩 강의를 읽다 보면 ‘죽기 전에 읽어야 할 고전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안나 카레니나』 등 그동안 벼르기만 했던 길고 긴 작품들이 ‘정말 읽고 싶어져서’ 읽게 될 것이다.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19세기 편에 이어 2014년 3월에는 고리키의 『어머니』부터 나보코프의 『롤리타』까지 ‘러시아 문학의 백은시대’를 강의한 20세기 편이 출간될 예정이다.

러시아 국민문학의 시작에서 자의식의 탄생까지

“러시아 작가들은 ‘나의 푸슈킨’이라고 얘기해요. 각자가 생각하는 자기만의 푸슈킨이 있어요. 자기의 경험, 내가 읽었던 푸슈킨을 시인, 작가들이 다 한 편씩 씁니다. 재미있는 건 러시아 작가의 경우 ‘나와 푸슈킨의 관계’를 입증해야 인정을 받는다는 겁니다. 나와 푸슈킨의 커넥션, 이게 바로 자기 존재 증명입니다.”

2강은 러시아 근대문학의 시작이자 정수, ‘국민시인’ 푸슈킨과 『예브게니 오네긴』을 살펴본다. 푸슈킨은 글을 팔아 생계를 이어간 러시아 최초의 전업 작가이기도 하다. 키가 작아 요즘이라면 ‘루저’에 해당하지만 재담꾼에 글재주가 뛰어났고 유머가 풍부해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당시 유행한 ‘돈 후안 리스트’ 푸슈킨 편에는 100여 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푸슈킨의 문학은 기본적으로 슬픔을 다루지만 밝고 경쾌하다. 특유의 ‘밝은 슬픔’이 관통하는 『예브게니 오네긴』이 푸슈킨 이후의 작가들에게 준 영감은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주인공 ‘오네긴’에서 뻗어나간 러시아 문학 커넥션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3강은 절대 고독의 작가, 영원한 젊음의 시인, 가장 순수한 낭만주의의 전형을 보여주는 레르몬토프와 『우리 시대의 영웅』이다. 레르몬토프는 27세에 결투로 죽은 요절 시인이어서 천재라는 선입견을 갖기 쉽지만, 실제로는 노력파다. 유작이 공개될 때마다 습작 수준의 작품이 많아 전공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준다고 한다. 그렇지만 다른 작가들이 27세까지만 살았다고 한다면? 푸슈킨은 『예브게니 오네긴』을 완성하지 못하고 죽었고, 고골은 〈검찰관〉 공연에 상심해서 「외투」도 쓰지 못했으며, 톨스토이는 자전 3부작을 끼적거리다 죽었을 것이고 도스토예프스키는 데뷔작을 발표하고 페트라셰프스키 사건으로 죽었을 테니 고골의 아류 작가로 남았을 것이다.
『우리 시대의 영웅』에는 ‘오네긴’을 겨냥한 러시아 최초로 자의식을 가진 주인공 ‘페초린’이 등장한다. 레르몬토프는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인물 페초린으로 지금까지도 유효한 ‘한 시대의 초상’을 그렸다. 이러한 페초린의 의식을 계승하는 작가가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다.

삶 자체가 문학이 되어버린 고골과 투르게네프

“고골 생각에 러시아 문단에는 두 작가가 존재합니다. 푸슈킨과 고골. 푸슈킨이 긍정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자기는 부정적인 군상을 묘사하고. 그런데 푸슈킨이 죽은 겁니다. ‘이제는 나밖에 없구나!’ 러시아 문학을 책임져야 할뿐더러 러시아의 미래까지 구원해야 합니다. 정말로 심각하고 진지한 소명감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4강에서는 가장 절망에 찬 인간이자 작가로서 정말 불행한 고골과 『페테르부르크 이야기』를 만난다. 고골의 뛰어난 풍자적 재능은 자신이 생각한 작가의 소명과 충돌하는 것이었다. 속물적 인간들에 대한 풍자는 대상을 부정적으로 비판하고 꼬집는 것으로 충분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지만 고골은 작가의 진정한 역할이 사회를 교화하고 긍정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데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후기로 갈수록 강해지는데, 그러면서 창작이 꼬이기 시작한다. 웃음과 욕망의 삼중주 『페테르부르크 이야기』에는 고골의 삶이 형상화되어 있는데, 유쾌한 풍자적인 세계와 어둡고 음울하고 무서운 세계가 공존한다. 흥미로우면서도 미스터리한 작가다.
다음으로 5강에서는 러시아 작가의 평균으로 볼 때 ‘멀쩡한’ 축에 드는 ‘표면의 작가’이자 ‘스케치의 대가’ 투르게네프 읽기다. 자전적 소설 『첫사랑』과 대표작 『아버지와 아들』에 담긴 투르게네프의 의식을 살펴본다. 고골,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에 견주면 투르게네프는 균형 감각을 갖춘 편이었지만 그럼에도 러시아에서 나온 어느 연구서의 제목은 『이상한 투르게네프』다(결혼한 오페라 가수 비아르도와 그의 남편, 투르게네프 셋이 한 집에서 잘 살았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의 현실을 가장 정확하게 실물 크기로 보여주는 작가로 평가되며 ‘인간에 대한 에티켓’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자신이 다루는 인물을 깊이 파헤치지 않는다.
“뭔가 세상을 바꿔보려는 모든 인간적인 노력, 의식적이고 이성적인 노력이 있지만 결국엔 다 패배한다.” 이는 『아버지와 아들』에 투영된 투르게네프의 비관적 염세주의다. 다만 그가 최선을 다해 그리고자 한 것은 근본적 허무주의 앞에서 의연하게 죽음을 맞는 것이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병든 인간’, 톨스토이의 ‘신적 존재’, ‘체호프의 등신들’

“셰익스피어가 인간성을 발명했다면 도스토예프스키는 ‘병든 인간’을 발명합니다. ‘정신병동의 셰익스피어’라고도 불립니다. 도스토예프스키적 세계라는 정신병동은 속 좁은 인간들이 아닌 속 넓은 인간들을 모아놓은 곳입니다. 그리고 그의 세계에 빠져든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자기 안에서 그러한 넓이와 심연을 보는 겁니다.”

러시아 문학은 도스토예프스키의 비극과 톨스토이의 서사시, 두 작가에 의해서 양분된다. 먼저 6강에서 기존의 소설을 뛰어넘는 소설, 그동안 없던 ‘세계’를 그린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살펴본다. 그의 필력은 아버지에게 돈을 타기 위해 쓴 편지에서 길러졌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항상 돈을 ‘필요’로 했다. 잡계급 출신이었던 그는 귀족 출신 투르게네프나 톨스토이와 원고료를 차이가 많이 날 정도로 적게 받았고, 끊임없이 쓰고 또 쓰고 또 썼다.
‘러시아적 수난과 구원의 변증법’을 그린 도스토예프스키는 철학적 논박을 직접 제시하는 대신 소설이라는 공간 속에서 시험해본다. 고통에서 쾌감을 느끼는 인간, 규정되지 않는 인물을 등장시켜서 대체 현실에서는 어떻게 구현되는지 지켜본다. 관찰 방식은 작품 속 인물들을 압도하지 않고 똑같은 지분을 주고 등장인물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중간에 주인공이 바뀌기도 하고(『악령』), ‘악에 문드러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아직 본론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길기도 하거니와 그의 장광설에 놀란 독자들이 선뜻 책장을 열지 못하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들은 실제로 범죄 소설의 구성을 따른 흥미진진한 스토리다. “생각보다 다가가기 어렵지 않다.”

“톨스토이는 자기 자신을 혐오하고 비하하면서도 거의 신적인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우울해 할 때도 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신으로서 부족해보였거든요. 도스토예프스키도 프로이트 이후 정신분석학자들의 관심 대상이지만 톨스토이도 그에 못지않습니다.”

7강에서는 러시아를 넘어서 세계적인 대문호로 평가받는 거장 톨스토이와 『안나 카레니나』를 살펴본다. 거짓과 기만을 아주 싫어한 톨스토이는 20대부터 만년에 이르기까지 60여 년 동안 일기를 썼다. 부부가 각자 쓴 일기는 부부간의 불화와 전쟁에 대한 하나의 인류학적 자료로 남게 되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러시아 민족의식에 대한 주제를 강조했다. 하지만 톨스토이는 ‘나’의 세계에 관심이 더 많았다. 도스토예프스키가 평생 니힐리즘과 대결했다면, 톨스토이는 ‘자기 이야기’에서 확장시켜 러시아의 정체성을 생각했고 끊임없이 에고이즘과 싸웠다. 자신의 욕망과 도덕률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그에 대한 전환점이 『안나 카레니나』다. 이 작품 이후에 모든 예술로서의 소설은 물론 자신이 소설가임을 부정하고, 설교가로서 선의 이념에서 구원의 가능성을 찾으려는 교훈만을 담은 작품을 쓰게 된다.
마지막 8강에서는 세계적인 단편 작가, 셰익스피어 이후 최고로 평가받는 극작가 체호프와 「갈매기」를 만난다. 체호프는 잘난 놈들의 이념이나 행동이 아니라 못난 놈들의 무능과 불가피한 회한을 그렸다. 세상을 관찰하고 보고 느낀 것을 정확하게 기록해 그야말로 ‘삶의 코미디’를 만든 작가. 그의 작품에는 ‘체호프의 등신들’이라고 불리는 맥 빠지는 인물들이 총 2,355명 등장하는데 이는 러시아인 전체를 상징한다. 체호프를 읽고 감상하는 것은 ‘인간’의 나약함과 회한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일이다. 「갈매기」 속에는 특히 더 심각한, 체호프마저도 버린 주인공 ‘트레플료프’가 있다.
체호프에서 러시아 문학의 19세기는 끝나고 막심 고리키가 20세기의 바통을 이어받는다. 황량한 북쪽나라에 우거진 문학의 숲, 러시아. 궁핍하지만 풍요로운, 어둡고도 환하게 빛나는 문학의 세계가 로쟈의 친절한 안내로 펼쳐진다.
접기


북플 bookple

이 책의 마니아가 남긴 글
친구가 남긴 글
내가 남긴 글



친구가 남긴 글이 아직 없습니다.






소개된 책들을 (다시)읽어보고 싶어지는 마음이 아주 강하게 차오른다.
로쟈님, 미국 문학 영국 문학 독일 문학 프랑스 문학도 다 강의해주시면 안될까요?
다락방 2014-07-25 공감 (8) 댓글 (2)
Thanks to
공감





러시아 문학 입문서로서 최고!
로게나인 2014-12-16 공감 (2) 댓글 (0)
Thanks to
공감





거장들이 즐비한 러시아 문학은 등산으로 치면 하나의 산맥종주다. 대부분 도스토예프스키나 톨스토이부터 손에 들지만 그 방대함에 나가떨어지기 쉬울 터. 전공자의 가벼운 입문서를 통해 워밍업을 한다고 생각한다면 이 책은 제격이다. 이 책을 통해 어느덧 러시아 문학의 심장에 발딛길 기대하며.
소요 2014-03-14 공감 (1) 댓글 (0)
Thanks to
공감





쉽고 재미있게 잘 정리된 교과서. 초심자에게는 매우 유익한 책!
묵향 2015-05-22 공감 (1) 댓글 (0)
Thanks to
공감





친절하고 흥미로운 러시아 문학 입문서. 로쟈님 특유의 위트가 담긴 지적인 길라잡이. 러시아의 문호들에 대해 막연히 갖고 있던 이미지가 한 꺼풀 벗겨지는 느낌. 그들 문학 세계의 면면들을 새롭게 알아가게 된다.
그루 2014-02-04 공감 (1) 댓글 (0)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알라딘 최고의 인기 리뷰어인 로쟈가 자신의 전공인 러시아 문학에 대하여 입을 열어 주기를 참 오래 바랐다.

3년쯤 전에, <미리보는 로쟈의 문학 기행>이란 이벤트로 응모한 일도 있는데,

이런 책이 진작에 나왔으면 했다.

어쩌면 그의 리뷰집보다 이런 책이 본령이 셈이니.

그에겐 더 부담스러웠을는지도 모른다.



역시 전공자의 꼼꼼함과 섬세함이 돋보이는 책이다.

일단 19세기 작가로 푸슈킨의 예브게니오네긴, 레르몬토프, 투르게네프,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체호프가 다뤄진다.

그런데 어찌 보면 러시아의 전성기는 19세기가 아니었던가?

20세기 이후 러시아의 문학은 '소비에트 리얼리즘'의 시대를 주창한 사회주의 문학으로 치우지진 않았던가 말이다.



아쉬움이라면 19세기, 20세기로 나누기보다는,

주요 작가인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론을 좀더 상세히 깊이 다뤄주었더라면... 하는 바람과,

그들의 작품론을 좀더 깊이 읽고 싶었던 바람이 가볍게 지나가버린 아쉬움 같은 것이고...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에 대해 러시아의 문학이론가 바흐친은

'독백적 소설'과 대비해서 '대화적 소설, 다성학적 소설'이라고 얘기했죠.

독백적 소설을 대표하는 이는 톨스토이입니다.

작가가 신적인 위치에서 작품의 모든 것을 다 지배하고 관장합니다.

그러니까 인물들을 마치 인형처럼 조종하죠.

당연히 작품의 주제는 항상 작가의 사상이나 이념으로 수렴합니다.

이와 달리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은 작가가 인물을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대등한 목소리를 갖고서 등장합니다.

작가와 인물이 지분을 똑같이 갖는다고 할까요.(203)



19세기의 전성기를 누리던 러시아의 영광을 소치에서 되찾지 못했듯,

김연아의 금메달을 꼬마에게 준 소치의 후안무치를 비웃듯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 대표작들을 느긋하게 읽고 싶은 꿈은 난망이고...

이렇게 로쟈의 설명으로나마 듣는 일에 만족해야 하는가보다.



클라운(어릿광대)처럼 나풀거리는 인물들로 가득한 안나 카레니나조차

책꽂이에서 꺼내보지 못하는 현실은 힘들다.

그렇지만 이렇게 대신 읽어주는 이가 있어 다행이다.



브로마이드처럼 작가 그림을 넣어둔 일은...

광택지의 이면에 가슬가슬한 촉감은 좋은데, 그 효과는 글쎄...다.


- 접기
글샘 2014-03-04 공감(10) 댓글(2)





로쟈가 들려주는 러시아 문학 강의!

이 책은 저자가 1996년쯤 한 독서대학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시작한 러시아 문학 강의를 엮은 것이다.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푸슈킨, 레르몬토프, 고골, 투르게네프,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그리고 체호프까지 모두 일곱 거장들과 그 아홉 작품에 대한 해설을 담았다. 저자 이현우 교수는 ‘로쟈’라는 필명으로 강의와 문필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자고로 문학은 시대의 자화상과 함께 하는 것이기에, 러시아 문학 역시 광할한 러시아의 영혼과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저자는 독자들이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이해하기 쉽도록 먼저 19세기 러시아 역사에 대해 개관한다.


러시아 작가의 계보는 푸슈킨에서 시작합니다. 그 다음 고골이고, 한 사람 더 들면 레르몬트프가 있습니다. 이 3대 작가가 러시아 근대 문학의 토댈르 만듭니다. 이들이 활동했던 시기는 1820년에서 1840년 정도까지입니다. 이때가 러시아 낭만주의 시기입니다.
그 다음에 한 다리 건너뛰어서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 리얼리즘 문학의 3대 작가가 투르게네프,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입니다. 이들이 주로 활동했던 시기가 1856년에서 1880년까지입니다. 이 25년간이 좁게 말해서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 리얼리즘 문학 시대에 해당합니다.
마지막이 체호프입니다. 체호프는 19세기를 마감하는 작가입니다. 별명도 ‘황혼의 작가’입니다. ‘가을의 작가’이기도 하구요. 그리고 체호프의 몇 년 후배가 막심 고리키입니다. 20세기 러시아 문학을 시작하는 작가입니다. 28쪽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의 스타일과 비교하게 된다. 뭐랄까, 《책은 도끼다》는 비전문가의 입장에서 성찰적 혜안을 펼쳐 보인다면, 《러시아 문학 강의》는 전문가의 입장에서 해설적 설명이 주를 이룬다. 그렇기에 로쟈의 글에서 인용된 텍스트는 내가 직접 읽어봐야 하는 것이고, 이 책은 다만 이를 위한 일종의 모범적 안내서지 싶다.

《롤리타》의 작가 나보코프도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가 여러 대학에서 러시아 문학을 강의했다. 국내에 소개된 《나보코프의 러시아 문학 강의》를 보면, 로쟈의 것과 측면이 많다. 다만 나보코프는 고골에서 시작하여 고리키에서 끝을 맺고 있다.

로쟈는 왜 푸슈킨으로 시작하는 것일까? 그에 의하면 러시아 사람은 어릴 때부터 이유식같이 푸슈킨의 시를 읽으며 자란다. 그래서 각자가 생각하는 자기만의 푸슈킨의 경험이 있고, 이는 동질적인 러시아의 민족적 정체성과 국민적 정서를 공유하는 매개가 된다는 것. 이것이 문학이 지니는 큰 미덕 중의 하나가 아닐까? 로쟈는 바로 여기에 착안한 것인지 모른다.

이어 저자는 푸슈킨의 출생과 성장, 죽음 등 생애 전반을 소개하고, 연이어 다룰 작품 《예브게니 오네긴》을 이해하기 위한 그 배경 지식을 제공한다. 이 때 저자는 작품을 읽고 느낀 자신의 감정은 제대한 배제하면서 올곧이 객관적 입장에서 서술해 나간다. 그 다음은 《예브게니 오네긴》을 읽을 독자들의 몫이다. 이런 서술 방식은 체호프까지 계속 이어진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레르몬토프를 처음 접했다. 특히 레르몬토프가 처음부터 천재적인 재능을 보인 것이 아니라 노력파였다는데 관심이 쏠렸다. 나는 1840년에 출간된 《우리 시대의 영웅》을 얼른 읽은 중이다. 페초린은 어떤 인물일까?

또 그가 죽기 한 달 전에 썼다는 시 〈나 홀로 길을 나선다〉도 좋았다. 레르몬토프의 시를 노래 말로 부른 안나 게르만의 곡은 너무 애잔하고 감미롭다. 푸슈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말고도 좋은 시를 알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고골의 《페테르부르크 이야기》는 제정 러시아의 당시 수도였던 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다섯 편의 단편이 실린 것이다. 특히 고골은 「광인일기」, 「코」, 「외투」의 작품에서 러시아 하급관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우리의 욕망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그의 작품은 말년에 반미치광이 상태로 죽음을 맞이한 작가의 불운했던 생과 오버랩되면서 내게 묘한 여운을 안겨 주었다.

진보적인 작가였던 투르게네프는 고골과 토스토예프스키 등과 대립하기도 했다지만, 그가 청년 시절 본 오페라 가수 비아르도에게 첫눈에 반한 연정도 자못 애틋하다. 그래서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을 읽다 보면 그가 비아르도에게 품었던 사랑의 형체를 엿볼 수 있지 않을까?

로쟈가 러시아 문학의 양대 산맥이라고 일컫는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에 대한 그의 해설 은 너무나 흥미진진하다. 내 학창 시절 두 작가의 작품들을 자주 접해 보았지만,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탓도 크다. 특히 저자가 자신의 필명으로 삼기도 한 로쟈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죄와 벌》에 대한 평은 어떨까? 《죄와 벌》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처녀작이다. 전체 6부와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지만, 1부만 직접 살인을 다룬 것이고, 나머지는 전부 벌에 해당된다. 이 작품은 줄거리 전개보다는 주인공 라스콜니코프의 심오한 심리 묘사와 장황한 독백 혹은 대화가 이어진다. 과연 도스토예프스키가 생각한 벌은 어떤 것이었을까?

지난 2007년 영국 더 타임즈에서 영어권의 현역작가 125명에게 가장 좋아하는 최고의 작품을 10편식 골라달라는 설문조사를 벌인 적이 있었다. 이때 1위가 《안나 카레니나》였다. 이어 《마담 보바리》, 《전쟁과 평화》, 《롤리타》, 《허클베리 핀의 모험》 등이었다. 현역 작가들이 최고의 작품으로 꼽은 것이 바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다.

톨스토이는 비록 아내 소피야와는 불화가 끊이지 않았지만, 여성 심리의 대가로 통한다. 내 생각에 소피야는 톨스토이가 중요시 했던 가치와 세계관을 포용하기에는 그릇이 작았던 것이 아니었을까?

어쨌든 《안나 카레니나》가 오늘까지 널리 사랑을 받고 이유는 이 작품이 다루고 있는 주제와도 관련이 깊을 것이다. 로쟈도 지적했듯이 “도덕적이지만 죽어 있는 삶(결혼)과 부도덕하지만 살아 있는 삶(불륜) 사이의 양자택일”에서 자유로울 사람이 어디 있을까? 로쟈는 ‘안나의 죽음을 통해 육체적 열정과 제도적 결혼은 양립 불가능하다’는 톨스토이의 지론을 보여준다고 평한다.

한편 저자는 몇 년 전 《출판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소회를 밝힌 적이 있다.

“동시대 러시아 문학이 국내에 잘 소개되어 있지 않아요. 일단, 러시아 문학 수요층이 적다 보니 출판사에서 좀처럼 엄두를 내기 쉽지 않죠. 작금에 러시아문학이 드물게 번역되는 경향은 러시아문학 전공자뿐만 아니라 독자, 시장의 문제가 모조리 섞여 있습니다. 게다가, 러시아문학의 경우 번역자들이 다른 주요 언어들에 비해 부족한 점도 이러한 현상에 일조합니다. 비단 러시아문학뿐만 아니라 러시아 영화도 아주 가끔 국내에 개봉 됩니다. 현실적인 제반문제로 인해 러시아문학 전공자로 살아가는 것이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늘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자의 ‘책임감’은 제법 튼실한 결실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이렇듯 고전(古典)은 끊임없이 새롭게 해석되고 읽혀져야 한다. 저자의 ‘러시아 문학 새롭게 읽기’는 오늘날 우리게 어떤 함의로 다가올까? 아마도 이는 독자 각자의 몫으로 남지 싶다. 막심 고리키로 시작될 20세기 러시아 문학 강의도 벌써 기다려진다!
- 접기
사랑지기 2014-02-09 공감(6) 댓글(0)
Thanks to
공감




나의 러시아 문학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만든다.

러시아 문학을 좋아한다. 하지만 실제 좋아하는 작가는 도스토예프스키고, 다른 작가의 책은 거의 읽지 않았다. 도스토예프스키도 한참 읽은 것이 20대였는데 지금 읽으면 어떨지 모르겠다. ‘열린책들’에서 새롭게 번역본이 나왔을 때 몇 권 사놓았는데 언제 다시 읽을지 잘 모르겠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한 권짜리로 사서 대학 여름 방학 동안 힘겹게 읽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당시 <장길산>이나 <임꺽정>도 읽다가 중단했던 기억이 있다. <에브게니 오네긴>은 사 놓은 지 10년도 넘었고, 투르게네프의 <첫사랑> 등은 읽은 기억만 남아 있다. 두 번째로 등장하는 레르몬토프의 경우는 아주 낯선 이름이다. 고골은 읽다가 중단했고, 체호프는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다. 이런 기억을 가지고 이 책을 읽었다.

19세기 러시아 작가들과 대표작을 해설하기 전에 저자는 러시아에 대해 먼저 설명한다. 여기서 만나게 되는 몇 가지 사실들은 너무 낯설었고, 이 역사가 러시아 민중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려줄 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몽골의 지배가 미친 영향을 설명하면서 우리의 일제 강점기를 비교하는데 순간 섬뜩한 뭔가가 가슴속을 지나갔다. 그리고 지리적 배경과 상류사회의 문화적 배경 등을 알려줄 때 알고 있던 몇 가지는 다시 확인하게 되었고, 모르던 몇 가지는 이 나라와 작가들을 이해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을 주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푸슈킨에 대해 큰 관심도 없었고 러시아에서 어떤 작가인지도 몰랐다. 오히려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가 더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당연히 러시아에서도 이들을 더 좋아하고 존경할 것으로 미루어 짐작했다. 하지만 푸슈킨에 대한 수많은 거장들과 러시아 민중들의 반응을 읽으면서 나의 무지가 얼마나 큰 잘못인지 알게 되었다. 저자가 부제로 붙인 ‘러시아 영혼의 정수’라는 단어에서도 그가 어떤 작가인지 알 수 있다. 이어서 그가 살던 시대의 문화적 사회적 배경들을 설명하면서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려준다. 그 후 대표작 하나에 대한 세밀한 분석으로 들어간다. 이 구성은 이후 다른 작가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개인적으로 작품에 대한 분석은 읽지 않은 책과 읽었다고 해도 부정확한 기억 때문에 그렇게 깊게 와 닿지는 않았다. 여기에 저자의 80분 정도 강의를 바탕으로 쓴 글이라 분량의 제한이 분명해서 더 깊이 더 많은 이야기를 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러시아 문학가는 막심 고리키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이 이 시대의 거장들이다. 물론 여기에는 러시아 혁명 이후 공산주의 나라가 되면서 그 시대 문학 작품들이 거의 번역되지 못한 이유도 있다. 소련이 무너진 후 수많은 러시아 문학이 다시 번역되었는데 아직 우리에게 익숙해진 작가는 많지 않다. 있다면 여기서도 자주 인용되는 나보코프와 <닥터 지바고>나 <고요한 돈 강> 의 작가 정도일 것이다. <닥터 지바고>나 <고요한 돈 강>의 작가 이름을 적지 않은 것은 사실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검색하면 아~하고 말하겠지만 19세기의 대작가들처럼 귀에 익지도 입에 달라붙지도 않는다. 어떻게 보면 이런 현상은 나의 한계인지도 모른다.

19세기 러시아를 아는데 이 소설들보다 좋은 것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작가들을 간단하게 정의하는데 이 책 목차보다 더 분명한 것도 거의 없을 것이다. 물론 이 정의는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작가에 대한 인상과 일치하지 않는다. 오래 전에 읽은 책이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분석적으로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저자와 다르게 소설을 해석한 글을 최근에 읽은 적이 있어 몇몇 소설은 차이가 더 난다. 이 소설을 분석하는 틀로 어떤 것을 사용했는지에 따라 더 많은 차이가 생긴다. 이런 점이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들이 주는 매력이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소설들을 읽은 후 이 책 내용과 한 번 비교해보고 싶다. 이 비교를 통해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더 깊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 접기
행인01 2014-04-20 공감(4) 댓글(0)
Thanks to
공감




20세기 러시아 문학 강의도 빨리 출간이 되었으면..

언젠가 내가 존경하는 선생님께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자신의 전공과 전혀 다른 정보통신분야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 대학원을 진학했는데 학기 내내 학생들에게 발표만 시켜서 한마디를 하였다고 한다. 나는 강의를 들으러 대학원에 왔는데 왜 학비를 내고 우리가 발표를 하고만 있는지 모르겠다고..

교수방법에 대한 효과성은 여러 가지로 나타날 수 있겠지만 나 역시도 발표 수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가득 남아 있다. 발표 준비를 하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발표를 하고 코멘트를 받고 토론을 하는 과정이 무의미 한건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 중심에서 강의를 이끌어 가는 분이 이모든 것을 다 지켜보고 정리를 해주는 분이 있는가 하면 대다수가 자신의 강의 준비 대신 학생들에게 발표를 시키고 별다른 코멘트 없이 그냥 수업을 마치던 무책임한 강사(교수)들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어떤 교수는 수업을 위해 온전히 자신의 지식과 자료를 총동원하여 3시간을 꾹꾹 채워 학생들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그런 수업을 들었던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런 강의가 얼마나 등록금 값을 하는지 말이다.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는 그런 강의를 생각나게 했다. 강의를 통해 그 다음으로 스스로 나갈 수 있다면 그 강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작품은 작가의 시대관과 세계관을 반영한다. 작품만으로 작가의 생각을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작가에 대한 지식으로 작품을 더 잘 읽어내려 갈 수도 있다. 이 책은 작가에 대한 배경 지식과 더불어 방대한 독서량으로 축적된 지식으로 작가들의 작품을 또 천천히 읽어내려 준다. 문학사에 대해서 나라별로 시대별로 읽어 내려가는데 흥미를 주는 책임이 분명하다.

나는 문학도가 아니기에 입문서라는 것이 어느 정도이면 충분한지 잘은 모르겠으나 적어도 이 책은 입문 정도가 아니라 작품해설로 소설가가 창조해 낸 여러 인물까지 접할 수 있어 원작을 꼭 읽고 싶게 만든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한국문학의 경우 우리가 짧게나마 고등교육을 받는 동안 접하게 되지만 해외문학의 경우 일반인이 그 계보를 알고 이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욕심 같아서는 다른 나라 작품들도 이렇게 누군가가 정리를 해준다면 좋겠다.



러시아 문학은 작가가 19세기 러시아 문학 강의에서 언급한 것처럼 체호프 이후 작가와 작품의 세계에 대해서는 일부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이름조차 잘 모르는 상황이다. 그토록 세계 문학사에 길이 남는 러시아 문학의 19세기 이후를 당연히 궁금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로쟈님이 20세기 문학 강의로 다시 만나겠다고 하신 마지막 말씀을 꼭 지켜주실 것을 기대한다. 19세기 이후 러시아 소설을 접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 접기
취미독서 2016-05-10 공감(4) 댓글(0)
Thanks to
공감




도움이 되는 책




금요일은 보통 특별한 due date이 있는 때가 아닌 이상 비교적 한가한 편이다. 주중에는 아무리 맘이 급해서 이리 저리 뛰지만 금요일이 되면 내 맘도 고객들의 맘도 가라앉는 것 같다. 물론 이제 3년 간 내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생긴 전화상담의 노하우도 무시할 수가 없다. 끊어내는 방법을 더 익혔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는데, 어쨌든 바쁜 일상에서 이렇게 하루 정도 쉬면서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것도 좋다. 덕분에 점심 때 운동을 할 수 있었는데, 날이 더워진 덕분에 흠뻑 땀에 젖은 것을 조금 말리는 정도로 하고 들어와서 마저 책을 다 읽고 간간히 들어오는 메일에 답변을 적어 보내주었다.




러시아 문학, 나아가서 러시아의 지성사는 아마도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한번 정도는 관심을 갖게 되는 분야라고 본다. 그런데 그 역사적인 특성과 지리적인 특이점 이상 그 계보를 파악하고 이에 따라 나오는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시대적인 배경에 함께 붙여 해석하는 것, 나아가서 이를 자신의 삶이나 세상에 대입하여 비교분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강의로도 들었고, 공부도 해봤음에도 불구하고, 하여, 러시아 문학은 어렵다. 어린 시절에 재미로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접한 것이 아니라 공부의 하나로써 접한 러시아 문학과 인텔리겐챠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계속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고심하게 한다.




그러다가 최근에 나온 로쟈의 책을 통해 조금 더 이에 다가갈 수 있는 실마리를 잡은 것 같다. 푸슈킨으로 시작해서 체호프로 끝나는 계보파악과 주요작품을 통한 역사적, 철학적 혹은 문학적인 고찰은 강의노트를 책으로 꾸린 형태에 맞게 쉽게 잘 들어온다. 그전에 읽은 작품들도 있고, 읽으려고 하는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는데, 일단 간략한 배경설명과 함께 무엇을 찾아볼 것인가에 대한 좋은 길라잡이가 되어 준 느낌이다. 일견 지루할 수도 있었을 내용과 구성을 강의 특유의 lively한 어조와 풀이로 잘 잡아낸 것 같다. 다시 러시아 문학을 향해 나갈 힘을 얻은 것 같다.



- 접기
transient-guest 2014-04-12 공감(3) 댓글(4)
Thanks to
공감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