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08

독일 슈뢰더총리 사모님(?)께서 올리신 포스팅



(4) Eun Ha Chang - 독일 슈뢰더총리 사모님(?)께서 올리신 포스팅에 눈물 찔끔입니다. 문장이 엄청 좋아서...







Eun Ha Chang
1 hr ·



독일 슈뢰더총리 사모님(?)께서 올리신 포스팅에 눈물 찔끔입니다. 문장이 엄청 좋아서 누구신가 하고 보니 언론에서만 듣던 그 분 이시네요. ㅎ


Soyeon Schröder-Kim
3 hrs


*슈피겔 보도 – 뉴욕 vs. 서울
Bericht von SPIEGEL – New York vs. Seoul

슈피겔 DER SPIEGEL은 독일 내 가장 권위있는 시사주간지이자, 미국의 타임,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와 함께 세계 3대 시사주간지로 손꼽히는 언론입니다. (아래 링크 참조)

일반적으로 high quality and high critical 매체로 알려져 있지요. 여간해서 칭찬 일색의 보도 기사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그들의 고퀄리티는 이런 가차없는 비판을 담보로 구현되는지도 모릅니다. 담보된 비판이 신뢰/권위 구축에 충실히 기여할 테니까요.

이번 주 슈피겔은 “유령 도시 Ghost Town”라는 제하에 8일 간의 뉴욕 현장취재를 한 슈피겔 기자의 체험기를 싣고 있습니다. 기자는 감성에 호소하는 자극적 수사修辭 보다는 제3의 옵저버 눈으로 관찰합니다. 바이러스의 공습으로부터 소개령疏開令이라도 내려진 듯 각자의 집으로 뿔뿔이 흩어져 공동화된 뉴욕의 실상을 담담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제 눈길을 확~ 사로잡은 건,
뉴욕 현장취재를 다룬 기사 바로 뒤에 “온 나라를 테스트하다 ein Land wird getestet”라는 제하의 한국 코로나 대처 기사가 나란히 게재된 것입니다.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듯이, 언론에서 기사 배치 순서나 위치 잡기는 정교한 예술이죠.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각 기사의 내용에서도 드러나지만, 순차적인 기사들 간 배치를 통해 총체적으로 기승전결의 묘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독자들은 한 권의 잡지를 읽으며 특정 기사를 랜덤하게 읽기도 하겠지만, 대부분은 편집국이 친절하게 정해 준 오더에 따라 읽어 내려갈 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슈피겔 편집국이 기사의 게재 순서를 결코 우연에 맡기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뉴욕발 기사 바로 뒤에 바짝 붙여 서울발 기사를 실은 것은, 이 두 도시가 상징하는 나라들을 정면 비교한 것이라 흥미롭습니다.

무엇보다 한국 기사의 도입부가 이런 내용으로 시작하는 것이 의미심장합니다.

“(한국의) 첫 번째 환자는 1 월 19 일에 이미 한국에 입국했으며, 그로부터 얼마지나지 않아 미국도 첫 환자 발생을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이 귀중한 몇 주를 낭비하는 동안 이 동아시아의 국가(한국)는 일찍 대응했다.”
Die erste Patientin war schon am 19. Januar nach Südkorea eingereist, kurz darauf meldeten auch die USA eine erste Erkrankung. Doch während die Vereinigen Staaten wertvolle Wochen verschwendeten, reagierte das ostasiatische Land früh.

슈피겔은 한국과 미국에서 같은 날 첫 환자가 발생한 것에 방점을 둠으로써 두 나라의 현재 코로나 확진자/사망자 현황판의 드라마틱한 대조를 독자들에게 더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사이 미국과 한국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기사를 읽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한국전쟁 후 미국의 원조를 받으며 70년대 우리 어머니 세대 미싱공들이 희미한 불빛 아래 미싱을 돌리며 대한민국의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우리 아버지 세대가 중동 건설붐을 타고 한번도 겪어 보지 못한 열사의 건설현장 인력으로 파견되어 외화벌이에 나섰던 대한민국이, 건국이래 이렇게 세계적으로 미국과 나란히 비교당하고, 그 비교에서 심지어 우위를 차지해 본 적이 일찍이 있었던가... 하고요. (요즘 건국 이래 처음이 좀 많습니다...;;)

제가 사는 독일에서 이제 누구도 대한민국을 “외화 벌이를 위해 간호사, 광부를 파견한 나라“로 기억하지 않습니다. 지금 한국은 어딜 가나 “코로나 방역 모범국“으로 통하니까요.

무엇보다 슈피겔지가 앞장서서 “모범사례 한국 Vorbild Südkorea“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친절하게 확진자 추이 그래프까지 그려주면서, 한국이 코로나를 얼마나 세련되게, 민주적으로, 봉쇄나 금지 없이 길들이고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잖아요. 뿐만 아니라 “한국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열심히 전파하기까지 합니다. (이전 포스팅 참조)

결코 돈 주고도 할 수 없는 국가 이미지 홍보를 슈피겔이 대신 해주는 셈이라고나 할까요.

지난 주말 4일자 ‘ZDF 스페셜 Spezial’은 TV매체의 특성 상 뉴욕의 상황을 더 자극적인 비쥬얼로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아래 링크 참조)

취재기자의 인터뷰에 응한 한 뉴요커는 “9.11 테러가 최악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최악이다. 코로나 위기가 지나간 후에도 내가 이 도시에 존재하기를 바란다.”고 공포스러운 얼굴로 시체 대란을 대변합니다.

방송은 “더 이상 시체를 매장할 무덤이 없으며, 화장터는 과부하가 걸렸고, 장례식장 예배당을 임시 냉장고로 개조해 시체를 보관하며, 그 마저도 여의치 않아 지게차로 시체를 냉동 트럭에 옮겨 싣는” 뉴욕 시의 처참한 장면을 내보냈습니다.

TV를 보는 내내 다시 한번 제 눈과 귀를 의심했습니다. 이 것이 가장 잘 사는 나라의 가장 비싼 도시, 가장 현대적인 도시의 – 우리가 몰랐던 - 숨은 뒷모습이었던 걸까요…

뉴욕 한 장례사의 말은 듣고 있으면 끝내 눈물나게 만듭니다.

"그들은 시체가 아닙니다. 그들은 누군가의 아버지고, 어머니고, 할머니입니다. 시체가 아니라 사람들이에요."

슈피겔은 신천지 집단감염 발생 후 대한민국의 ‘전수조사‘ 조치에 대해 “이것을 하지 않았다면 한국은 아마도 미국처럼 되었을 것“이라는 민복기 본부장의 말을 전하면서, 한국의 코로나 대처를 “전 세계를 주목시킨 전략 die südkoreanische Strategie, die weltweit Beachtung findet“, “모든 잠재 감염자를 찾아내서 테스트시켰다. Alle potenziell Erkrankten müssen aufgespürt und getestet werden“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의 전략을 바이러스의 확산과 대중의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경증 및 중증환자를 구분해 내어 의료기관의 과부하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전략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Nur so kann verhindert werden, dass sich das Virus unbemerkt ausbreitet und massenhaft Menschen infiziert. Nur so können milde von schweren Verläufen getrennt und Krankenhäuser geschont werden.

이러한 대대적인 전수조사 실시의 고충에 대해서도 소개합니다. 전수조사로 무증상 환자까지 찾아내면,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한국의 국가 이미지 실추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컸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일본은 검사에 소극적이어서 확진자 수가 작다는 일침도 잊지 않고 덧붙입니다.

슈피겔은 기사에서 240,000명에 달하는 신천지 신도의 전수조사 조치에 대해 놀라움을 표하고, 이를 위해 50명 이상의 공무원으로 구성된 정부합동지원단의 투입을 소개하고 있는데, 코로나 대책 마련으로 고심하는 독일 정부를 향해 시사점을 날리는 것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독일 정부도 이런 것 참고 좀 하라는... 현재 독일의 확진자 수는 10만 명에 육박하고 있거든요.

게다가 오늘 방송된 ZDF frontal 21 프로그램에서는 유럽의 급격한 코로나 확산에 불을 당긴 스키 휴양지 이쉬글(Ischgl)에서 돌아온 여행자들이 재발방지를 위한 코로나 검사를 통보 받고 병원에 갔는데 거부당하는 장면을 내보내면서 행정 당국과 의료기관의 엇박자를 비판하는 보도가 나가기도 했습니다. 당국자들은 “이런 사태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어서 아무도 잘 모르기 때문”이라며 엇박자를 정당화하려 하네요. (한국이라면 국민과 언론의 준엄한(?) 심판이 벌써 내려졌을 지도..)

또한 스마트폰과 신용카드 등으로 확진자 동선 맵 정보를 활용한 것에 대해서는, 사생활 침해로 볼 수도 있지만 이러한 조치를 통해 “또 다른 자유 eine andere Freiheit“를 시민들에게 확보해 준 것이라 풀이하면서 한국 국민들은 그 덕분에 아무런 통행제한 없이 살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sie sichern sich eine andere Freiheit – sie dürfen sich weiter uneingeschränkt bewegen.

전국민의 통행제한 조치로 인한 권리 침해가 확진자의 동선 트랙킹으로 인한 권리 침해보다 더 크다는 한국 입장도 보도하고 있는데, 이 역시 독일정부가 원래 추진하려던 확진자앱 조치가 ‘개인정보보호‘를 앞세워 무산되고 있는 독일의 까다로운 현실을 우회적으로 꼬집고 있습니다.
Das digitale Verfolgen der Infizierten greift nur in die Rechte weniger ein, eine Ausgangssperre in die Rechte aller.

**
슈피겔 같은 권위 있는 언론에 한국 기사가 나갔는데, 그것도 미국하고 적나라하게 비교당하는 보도가 나갔는데, 기사의 속내가

“너네 친정 나라 미국보다 잘 하더라“

라는 메시지인 것을 간파했으니, 이쯤 되면 초보교민은 그냥 가만히 있을 수가 없거든요. 속 없이 또 친정 나라 자랑이 하고 싶어진단 말이지요...;;;

이런 철 없는 초보교민의 마음, 고국에 계신 분들은 넓은 혜량으로 이해해 주실 거라 믿으며...
지금까지 초보교민의 ‘묻지마 자랑질’이었습니다.^^;;;

#이번_슈피겔_기사는_옆지기_생일에_건진_왕건이! ㅋ

*** 참고 자료:
시사저널: 세계 3대 시사주간지에서 길을 구하다
http://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

조선비즈: "예배당을 임시 냉장고로 개조"…'시신 대란' 겪는 美 뉴욕 장례식장
https://biz.chosun.com/…/htm…/2020/04/03/2020040303158.html…

조선일보: 뉴욕에 뜬 저 배, 병원선인가 유람선인가
출처 : http://news.chosun.com/…/html…/2020/04/07/2020040700201.html

슈피겔 DER SPIEGEL: 한국의 성공적인 코로나 전략 – 온 나라를 테스트하다
Südkoreas erfolgreiche Corona-Strategie - Ein Land wird getestet
https://www.spiegel.de/…/suedkoreas-erfolgreiche-corona-str…

ZDF 스페셜: 위기의 빅애플 – 뉴욕의 코로나 전쟁
ZDF Spezial: Big Apple in Not - New Yorks Kampf gegen Corona
https://www.zdf.de/…/zd…/zdf-spezial---corona-krise-106.html

ZDF frontal 21: 감염의 가속화 진원지 이쉬글, 실패의 프로토콜 Infektionsbeschleuniger Ischgl
Protokoll des Versagens
https://www.zdf.de/…/infektionsbeschleuniger-ischgl-10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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