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25

손민석 볼튼회고록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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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ik Kim
17 hrs  · Shared with Public
요 며칠간 읽어 본 볼튼회고록 review중, 가장 흥미있는 해석이라서 공유함. 특히, 일본에 대해서 천편일률적인 '아베원흉론'이 아닌 것이 특기할만하다. 즉, 한일관계는 치킨&에그 문제일 수도 있다는 인식. 
민족주의에 입각해, 일본을 배제하려고 했기에 일본이 기를 쓰고 방해를 하는가 ? 아니면 일본이 방해를 해서, 더욱, 일본을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인가 ?  역으로 일본을 우군으로 (물론 극우를 상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겠으나, 마침 아베 실각이 기정사실화하면서, 새로운 탈극우세력에 의한 정권이 일본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끌어들여, 같이 미국을 설득한다면, 북-미관계 개선의 가능성이 높아지는가 ? 아니면 이는 근본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가정인가 ? 나는 잘 모르겠음, 하지만 화부터 내기전에 우선 열린 사고로, 생각해 보자.


손민석
19 hrs  · Shared with Public
바빠서 못 읽다가 시중에 나돌고 있는 볼턴 회고록 요약본을 시간내서 일부러 읽어보았다.
 16페이지라 오래 걸리지 않았다. 회고록을 정말 발췌요약한 것인지 긴가민가 했는데 읽다가 한일관계에 대한 부분을 읽고 조금 신뢰성이 올라갔다. 사실인지 여부는 직접 확인해보아야겠지만 사실이라는 전제하에 전체적으로 읽고 든 느낌만 말하려고 한다.

 1. 트럼프
 확실히 트럼프는 '돈'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경향을 크게 보여준다. 그에게는 어떤 외교전략이나 지정학적 사고 등의 기존의 미국의 세계전략에 부합하는 합리성을 찾아보기 어렵고 계속해서 미국의 '경제적 이익'과 본인의 '정치적 이익'을 기준으로 사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소위 말하는 '공공성公共性'에 관한 인식이 거의 존재하지 않고 가시적인 지표, 즉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경제적 이익과 언론으로 가시화시킬 수 있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만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움직이다보니 미국의 외교가 지니고 있는 불안정성이 극대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 움직인다는 해석도 있던데 그렇지 않다. 국익의 관점에서 사고하지 않는다. 그는 정치적 이익을 위해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수치화가 가능한 지표인 '돈'을 중시할 뿐이다. 개인적 이익만을 중심으로 놓고 사고하는 사람이라 불확실성, 불안정성 등이 큰 사람이다.

 2. 볼턴 등의 미국 관료제

 이런 트럼프를 제어할 수 있는 건 기존의 미국 관료제가 갖고 있던 안정성과 합리성으로 보인다. 달리 보자면 변화 가능성을 가로막는 보수성이라 할 수도 있는데 볼턴은 폼페이오 등의 여러 참모진과 관료진이 자신과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는 점을 계속해서 언급한다. 트럼프가 갖고 있는 불확실성을 그나마 제어하고 미국 전체의 이해관계의 틀 내부로 제한하는 건 관료제의 역할인 듯하다.
 여기서 볼턴 자신의 입장은 기존의 미국 매파의 입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볼턴은 기존의 한미일 연합에 상당히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그 중심축을 일본이라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주목할 지점은 느낌이기는 하지만 볼턴이 아시아 민족주의에 상당히 부정적인 관점을 보이는 것 같다. 내셔널리즘의 발흥이 한미일 간의 국제적 연합과 관내 질서 유지라는 미국의 국익에 상당히 위협적일 수 있다는 인식이 전제되어 있다는 느낌을 계속해서 받는다. 그리고 그는 문재인 대통령을 이 내셔널리즘에 경도된 인물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문 대통령에 대한 그의 지속적인 부정적 언급은 이를 많이 보여준다. 한마디로 문재인은 한국 내셔널리즘의 입장에서만 사고할 뿐이지, 한미일 공조라는 틀 속에서 사고하는 경향을 안 보인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
 볼턴은 이 협상 자체가 북조선에 무조건적으로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아무리 적은 것일지라도 북조선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상대적으로 장시간이 걸리는 비핵화 조치보다 훨씬 더 북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보니 확연히 그렇다. 무조건적이고 선제적인 비핵화가 아니라면 사실상 미국 관료제 차원에서 이 문제를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뢰구축의 문제가 아니라 북조선이 지난 세월 해온 짓이 있다보니 더 그런 것 같이 보인다.
 전체적으로 볼턴을 비롯한 미국 관료제는 한미일 간의 공조를 중시하며 북조선과의 타협이 공조에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고, 경제적 지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드는 비핵화가 전제적으로 충족되지 않으면 북조선에 대한 양보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강하게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러한 한미일 공조 구조에서 한국의 내셔널리즘 성향, 문재인과 같은 민족주의자가 질서를 어그러뜨린다고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3. 일본 - 한일관계

 이와 같은 볼턴의 기본적인 인식을 일본 또한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가 이 요약본의 진실성에 어느정도 무게를 두게 된 건 이 부분이었는데 일본이 한일관계에서 핵심으로 삼는 지점 중 하나는 북조선과의 관계이다. 이것은 1965년 한일협정 때도 일본 내각에서 제기되었던 것이고 일본 정부가 현재까지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는 대한민국"이라는 한국 정부의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한데, 회고록에 나왔듯이 일본은 1965년 한일협정에 대한 자신들의 해석에 따라 북조선과의 관계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박정희 정부부터 공식적으로 한국 정부가 '한반도 유일의' 정통성 있는 합법정부이기 때문에 식민지배 배상에 관한 권리를 한일협정에 따라 한국정부가 행상했으니 합법정부가 아닌 북조선과 굳이 협약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해왔지만, 일본 정부는 이러한 해석에 동의하지 않았다. 만약 문재인 정부의 주장대로 1965년 협정을 해석하기 시작하면 이전의 한국 정부가 주장했듯이 북조선과 일본 간의 수교를 통한 어떠한 조약 협상이 어려워지는데 회고록에는 일본 정부가 이 지점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내가 이해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입장이나 한일협정에 대한 인식과도 일치한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1965년 한일협정이 유지하고 있는 한미일 간의 관계를 일본 정부는 계속해서 유지하려고 한다. 이 점에 있어서는 볼턴과도 입장이 일치한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가 이 부분을 건드린다고 생각되니 필사적으로 막으려는 듯하다. 일본이 보기에는 기존의 한미일 공조 구조를 전제로 북조선을 상대해야 하는데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의 주도 하에서"만" 이 문제를 이끌고 가려 하면서 일본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해 한미일 공조를 깨려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과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4. 문재인 정부의 주도력

 보수 우익 측에서는 이 문서를 보고 문재인 정부가 왕따를 당했다느니, '한반도 운전자론'은 허구였다느니 따위의 주장을 하는 듯하지만 내 생각에는 생각 이상으로 많은 부분을 주도하고 있다는, 적어도 하나의 플레이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그 방향성에 공감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문재인 혹은 문재인 정부의 구성원들은 내 생각 이상으로 상당히 강경한 민족주의자로 보인다. 물론 노무현 정부 시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볼턴도 지적하듯이 나름대로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비핵화 문제에 있어서 기존의 한미일 공조보다는 한반도 평화와 민족공조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회고록에 나온대로 문재인 정부를 파악하자면 확고한 민족주의 성향에 입각해 자신이 그리는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그 연장에서 한일관계를 조망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는 김현종이 이미 솔직하게 말했듯이 미국의 대아시아 전략 파트너를 일본이 아니라 한국으로 바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시아에서의 일본의 영향력을 상당 부분 차단하고 트럼프를 통해 미국을 한국이 주도하는 방식의 한반도 평화 질서로 끌어들이려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 같다. 종전 선언에 대한 아이디어도 그렇고 김정은이 비핵화를 약속했다고 미국에게 말하는 것부터 세세한 부분을 설정해서 북조선과 미국을 끌어들이고 일본을 배제함으로써 나름대로 독자적인 한국의 영역을 만들어내려는 모습이 보인다.

 볼턴은 이와 같이 한국의 독자적인 영역을 만들려고 하는 문재인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한다. 볼턴 등의 미국 관료진과 일본이 보기에 문재인 정부의 이와 같은 행동은 북조선에게 예상치 못한 이익을 안겨주고 미국과 일본 등의 동맹국에게는 피해를 끼칠 가능성이 높다. 그 사이에서 내셔널리즘을 통해 정치적 이득만 문재인이 뺏어가는 모양새라 볼턴은 더욱 문재인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문재인의 주체성을 인정할 수 있다면 문제는 방향성인데 적어도 회고록에 나오는 북조선의 모습은 안보 보장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고 있으며 비핵화 부분에 대해서도 미국과 인식의 차이가 크다. 예전에 남북정상회담부터 북미회담까지 지켜보면서 한국이 미국과 북조선 사이에서 둘이 구사하는 비핵화 개념의 차이를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회고록에서 보면 이 부분에서 결국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북조선 자체도 한국의 주도성을 그다지 반가워하지 않으며 미국, 일본 모두 그 지점에서 동일하다. 볼턴 등의 미국 관료제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트럼프로 인해 불확실성이 높아져 문제인데 문재인 개인의 정치적 야욕 혹은 이상으로 인해 트럼프를 관료진이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도래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까지 느껴질 정도이다. 적어도 문재인과 문재인 정부는 미국 관료진을 안심시키는데 실패했으며, 한일관계의 실패로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일본을 아군으로 끌어들이는데도 실패했다. 물론 이 부분은 앞에서 말했듯이 애당초 문재인 정부가 일본은 아시아에서 배제하고 미국의 대아시아 전략 파트너가 될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으로 보인다. 미국 관료진을 움직이는데 실패했고 북조선을 설득하는데도 실패했으며 괜한 분란조장으로 일본을 적으로 만들어 전체적으로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

 5. 중국과 러시아는?

 이 회고록의 한반도 부분에서 기묘한 지점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어떠한 입장이나 견해, 언급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무리 그래도 북조선과 긴밀하게 연결된 중국정도는 나올 법도 한데 중국이 완전히 사라져 있다. 내가 이 회고록의 진위성에 의문을 품는 지점이기도 한데 그건 따로 찾아보아야 할 것 같다. 적어도 문재인 정부 또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갖고 있는지, 아시아 질서를 어떤 식으로 조정할 것인지에 대한 전체적인 입장을 볼턴이 알지 못했든 알았는데 언급을 안 했든 구체화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6. 결론 - 한국의 헤게모니 장악 시도와 관련하여

 문재인 정부는 한국의 내셔널리즘을 자극하여 지지세를 모으고 이를 명분삼아 북조선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면서 북조선과 미국을 끌어들이고 일본을 배제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회고록에 묘사된 문재인 정부의 행태를 보면 그렇다. 다시 말해서 미국의 대아시아 전략 파트너로 한국이 일본보다 우위에 서야하고 한반도 평화라는 궁극적 목표 속에서 한국이 전체 주도권과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방식으로, 그리고 그것에 대한 대내외적인 이데올로기적 설득을 내셔널리즘을 통해 행하려 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평가할 지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내셔널리즘의 이용은 볼턴을 비롯한 미국 관료진들에게 한국 정부가 북조선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이려 한다는 의구심을 주었으며, 그것을 적극적으로 해소하지도 못했다. 일본을 배제하려는 시도와 반일적인 스탠스는 아직 주도권을 갖고 있는 일본으로 하여금 미국을 설득하고 못 움직이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북조선이 지니고 있는 불안감을 해소하는데도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주변국들은 한국의 주도권, 헤게모니를 인정할 생각이 거의 없어 보이며 트럼프라는 개인이 지니고 있는 불확실성이라는 특성을 이용해 독자적인 공간을 만들려던 시도는 관료제와 기존 국제질서가 지니고 있던 관성을 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아시아 질서의 재편에 대해 나름대로 사고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중국, 러시아에 대한 입장이 신기할 정도로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는 게 묘하게 느껴진다. 무슨 맥락이 있었는지 좀더 살펴보아야 할 것 같다.
 아무튼 갈 길이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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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석
Yesterday at 01:27  · Shared with Public
문재인 정부의 주도적인 역할이 미국 관료제, 일본, 북조선 등에 의해 봉쇄되는 과정으로 파악하고 정부의 전략을 비판적으로 인식하는 글을 썼더니 
  • 문재인 지지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역시 맞았고, 대통령이 이렇게 노력을 했고, 일본과 아베 이놈들이 너~무 나쁘고 어쩌고 하면서 좋아하고, 
  • 반대로 보수 지지자들은 실패했다는 말에 역시 문재인은 빨갱이고, 북조선을 이롭게 하려는 사람이었고, 트럼프 대통령 덕에 한국이 적화가 안됐고 어쩌고 하면서 좋아한다. 
다들 지 보고 싶은 것들만 보며, 모두가 좋아하니 나도 좋다. 네가 웃으면 나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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