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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가부장 충효의 윤리 및 국가관
작성자 최용성 / [윤리교육과] 작성일자 2013-10-10 조회 410
'정치인' 박근혜는 어디서 시작되었나
1977년 새마음 궐기대회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 박근혜는 공식 직함 없이 개인 자격으로 참여했다. 1978년 2월 그는 새마음운동을 주도하던 사단법인 '구국여성봉사단'의 총재로 정식 취임했고, 이 해부터 궐기대회는 중·고등학생들을 대대적으로 동원하며 진행되었다. 1979년 5월 구국여성봉사단은 남녀노소, 온 국민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기구로 확대하기 위해 '새마음봉사단'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본격적인 조직 확대에 나섰다. 같은 달 25일 박근혜 새마음봉사단 총재는 서울시내 언론사 회장 및 사장 23명을 불러 자문위원 위촉장을 수여하고 다과회를 베풀었다. 바로 이 자리에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나타나 이들을 격려했다. 새마음운동 관련 행사에 박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것은 아마도 이것이 처음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신문보도에 따르면 이날 모임에 참여한 새마음봉사단의 한 간부는 대통령 앞에서 ""새마음 결의 실천대회를 가진 교도소 수감자들이 큰 영애(令愛)가 보내준 비누로 몸도 마음도 씻었다면서 새마음운동에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고 했다. 약간 종교적 분위기까지 느껴진다. 1979년부터 새마음운동은 기업들의 협조하에 각급 산업현장으로 파급되었다. 이정환이 지적한 바대로 과거 신문기사를 보면 새마음운동이 어떻게 관(官)과 언론, 그리고 기업의 유착 속에서 전개되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박근혜 총재가 새마음 궐기대회에서 했던 연설문을 모아 1979년에 발행한 <;새마음의 길>;이라는 책자가 있다. 이 책에 수록된 박근혜의 연설문에는 정치적인 구호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유신'이라는 단어 역시 한번도 언급되지 않는다. 당시 국내외적으로 정치, 사회, 외교적 쟁점이 여럿 있었지만, 이러한 것들이 직접 거론되는 일은 없다. 가끔 ""내부의 적이 더 위험하다""고 경계하는 것과 북한에 대한 경계심이 강조되는 것만이 눈길을 끈다. '국가' '희생' '도덕' '신의'라는 추상적이고 정서적 반응을 일으키는 단어들이 명확한 개념 설명이나 구체적인 사례 제시 없이 반복된다. 다소 의외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당시 박근혜는 고도 경제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물질만능주의에 대해 경계하고, 놀랍게도 이때부터 구체적으로 그 내용이 제시된 것은 없지만 ""복지사회의 건설""을 강조했다. 현재 박근혜 후보가 정치지도자로서 보여주고 있는 모습과 젊은 시절 새마음운동을 할 때의 모습은 머리와 의상 스타일은 물론이고, 화법과 내용까지 닮아 있다.
충효, 가족주의적 국가관과 '100%의 대한민국'
당시 박근혜 총재는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하면서 참다운 정신세계(새마음)를 구축해야 한다고 하는데, 여기서 주로 강조되는 것이 충효(忠孝)이다. 그는 충효를 ""우리의 뿌리 깊은 민족문화의 정수""라고 했다. 과연 한국 민족문화의 정수를 충효로 단순화 할 수 있을지, 나아가 민족문화의 정수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또한 여기서 말하는 충효가 원래 유교적 관념의 충효와 같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확실한 것은 근대사회에서 '충'이, 특히 '효'와 결부되어 시민의 덕목으로 강조될 때, 이는 가부장적이고 가족주의적인 국가관을 강조하는 논리, 그러한 관념하에서 국가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과 헌신을 강조하는 논리와 무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후 일본 자유주의 정치학을 이끌었던 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眞男)는 1947년에 일본 파시즘의 특성을 분석하는 글을 남겼다. 그는 이 글에서 일본 군국주의 파시즘의 첫번째 특징으로 가족주의적 국가관을 들었다. 즉 국가를 가족의 연장체로 보는, 가족의 구성원리와 국가의 구성원리를 일치시켜보는 것이 일본 군국주의의 특징이라 했다. 마루야마는 이 글에서 ""충효일치의 사상은 일찍이 메이지 이후의 절대국가의 공권적 이데올로기였다""고 지적하였다. 놀랍게도 <;새마음의 길>;에서도 ""조국의 은혜""와, ""부모의 사랑""이 대비되며, 명시적으로 ""충효일본(忠孝一本)""이라는 개념이 강조되고 있다. 박근혜가 당시부터 강조했던 '복지'라는 것도 이와 같은 가족주의적 국가관과 결부되어 나오는 것이라면 이는 본질적으로 사회적 연대, 시민의 연대감을 통한 복지가 아니라 가부장적 국가가 국민에게 시혜(施惠)를 베푸는 복지, 당시 공장 새마을운동의 구호처럼 ""종업원을 내 가족같이, 공장을 내 집같이""하는 차원의 복지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후보는 대선 구호로 '100%의 대한민국'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현재 새누리당 대선후보 홈페이지 인물 소개란에는 여전히 <;새마음의 길>; 국문판과 영문판이 모두 후보의 저작으로 소개되고 있다. 다원주의적이고 민주적인 국가는 내부의 다양한 계급, 계층, 성, 인종의 차이를 인정한다. 이처럼 그 내부의 다양한 견해와 정체성의 차이를 인정한다면 국가를 이야기하면서 100%를 운운하는 것이 과연 자연스러운 것일까? 이러한 구호가 유신체제기에 강조되었던 '국민총화(國民總和)'와 어떠한 차이가 있을지 궁금하다. 또한 박근혜 후보가 강조하는 복지와 경제 민주화라는 것도 유신체제기의 가족주의적 국가관 및 기업관에 입각한 국가와 기업의 시혜 개념에서 얼마나 벗어나는 것인지 향후 주목해보아야 할 것이다.
출처)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yalee1212&logNo=50152613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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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수령과 충효이데올로기의 관계윤리
작성자 최용성 / [윤리교육과] 작성일자 2013-10-10 조회 267
주체사상과 유교문화의 상관관계
유교문화는 중국 춘추시대 말기에 공자가 창시한 도덕적 이상주의라 할 유교를 사상적 근거로 해서 동아시아 중세사회를 주도했던 전통문화이다. 유고 이데올로그들은 개인과 사회의윤리, 도덕적 형이상학이 통합되어 있는 포괄적인 인을 중심으로 한 사상체계를 발전시켰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교는 사상과 함께 도덕적 규범과 생활문화로 자리잡았다. 그 이유는 유교에 철학적 세계관을 부여하고 유교를 심성 수양의 도리로 확립한 송대 이후의 신유학적 학풍이 고려 중엽에 유입된 이후 주자학 또는 성리학이 조선시대 이래 지금까지 한국의 유교를 대표하는 흐름이 있었기 때문이다. 성리학에서는 개인의 도덕적 수양을 중시하는데, 그 구체적 내용은 삼강오륜 등의 윤리도덕이었다.
문제는 삼강오륜, 그 중에서도 충효로 대표되는 유교적 규범이 북한 문학과 관련되는가 하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바는 유교문화권에서 풍속의 교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예법제도를 들 수 있다. 유교의례가 대중생활 속에 확산되면서 전통사회는 미풍양속을 확립했으나, 반면 의례의 형식주의에 빠지는 폐단을 일으켰던 것도 사실이다. 이 점에선 유교문화의 현실적 형태이자 생활규범인 충효도 예외는 아니다.
충효란 군주와 부모에 대한 도덕적 의무를 가리키는 개념으로, 유교의 도덕규범 가운데 가장 중요한 2가지 덕목이다. 충은 원래 자기와 다른 사람에 대해 마음을 다하는 정신자세를 의미하는 개념이었으며, 효는 처음부터 자식의 부모에 대한 도덕적 의무를 가리키는 개념이었다.
그 후 충의 개념이 군주에 대한 신하의 도덕적 의무를 의미하는 것으로 바뀌어 감에 따라 충과 효를 아울러 지칭하기 시작했다. 그 배경에는 충과 효가 본질에서 동일한 도덕규범이라는 ‘충효일치’의 사상이 있었다. 충과 효의 동일성은 가부장적 가족 내에서 부모의 권위에 복종하는 정신태도와 집권적 정치체제 내에서 군주의 권위에 복종하는 정신태도가 같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일상적인 가정생활 속에서 부모의 권위에 복종하는 정신자세가 길러지면 자연히 관료가 되어서도 군주의 권위에 복종하는 정신자세가 된다는 것이다.
충효사상에서는 군주와 부모의 권익에 대해 신하와 자식은 거의 무조건으로 복종할 것을 가르치면서도, 한편에서는 군주와 부모의 잘못을 말하는 것이 신자의 도덕적 의무라고 했다. 이런 점에서 유교의 충효사상에서 충과 효의 덕목이 모두 권위주의에 바탕을 둔 도덕규범이면서도 아랫사람의 도덕적 주체성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충효사상은 충과 효를 동일시하지만 한편으로는 부자와 군신 간에 현실적 차이가 있다. 자식의 경우는 부모의 잘못을 간해도 부모가 듣지 않을 경우에는 울면서 부모를 따르는 것이 도리이나, 신하의 경우는 군주가 간언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에는 떠나는 것이 신하의 도리라고 했다. 부모 자식의 관계가 혈연적․자연적이라면 군신관계는 제도적․정치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 문학에 유교문화의 통속화된 충효이데올로기가 내재해 있는지 규명하기 위하여 먼저 주체사상 및 혁명적 수령관에 나타난 유교적 성향의 전통윤리부터 확인하도록 한다. 가령, 다음과 같은 글을 보면 이데올로기화된 충효 개념이 자명하게 생각될 정도이다.
《혁명적 수령관은 충신과 효자의 기본 징표이다. 당과 수령에 대한 참다운 충성심과 지극한 효성은 혁명적 수령관에 기초하고 있다. 로동계급의 혁명투쟁에서 수령이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에 대한 가장 올바른 견해와 관점, 수령을 진심으로 높이 모시고 받들려는 투철한 립장과 자세를 떠나서는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과 효성에 대해 말할 수 없다...당원들은 혁명적 수령관이 철저히 선 충신과 효자로 키우는 사업은 당세포를 충성의 세포로 만들기 위한 투쟁을 힘있게 벌려 나가는 것은 또한 당생활을 통하여 수령과 전사 사이에 믿음과 충성, 사랑과 효성의 관계를 더욱 두터이 하게 함으로써 당원들을 충신과 효자로 키울 수 있게 된다.》
이는 당원들에게 당과 수령에게 충성과 효성을 다할 것을 다짐시키는 내용이다. 아무리 다르다고 해도 북한 사회가 독특한 사회주의 체제이면서도 유교적 가부장제의 전통을 뿌리깊이 간직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좋은 예라 아니할 수 없다.
북한에서는 1980년 이후 문화정책상 사회주의적 원리가 퇴조하고 유교적 성향의 전통윤리가 다소 부활하는 경향을 보이는 바, 대표적인 예가 1980년대 중반 이후 등장한 ‘사회정치적 생명체론’과 ‘사회주의 대가정’, 그리고 1990년 10월 24일 최고 인민회의 상설회의가 채택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가족법이다. 이와 같이 1950-1960년대에 배제했던 충성과 효도를 강조하는 것은 김일성․김정일 세습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것이 주목적이라 하겠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 북한 주민들의 의식 속에 전통적 가치관이 잠재되어 있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아시아 역사 속에서 가족과 국가를 일치시켜 보려는 경향은 뿌리깊은 전통을 지녔다. 중국에 국한해서 말한 것이기는 하지만 공과 균의 사상이 중국 사회주의의 토대가 되고 있음을 지적한 선향연구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사회주의 이후에도 중국이나 북한 양쪽 모두, “양반 가부장주의의 전통 속에서의 몰사적 충성을 포함한 결합 유대로서의 유교윤리의 산 유상”이 남아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우리나 중국은 과거 유교적 전통에 따라 가정이 확대된 것이 국가라는 사상에 따라 국가를 하나의 대가정으로 보았던 것이다. 따라서 북한 사회에서 사회주의 대가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북한 사회 전체를 한 가정으로 보고 그 어버이를 김일성으로 보아 세습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도 배제할 수 없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전통적 가족관계의 유습에 강하게 내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950년대 이래 유교가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로 작동하는 반동적 역할을 수행하고, 인민의 사상적․정치적 생활과 윤리도덕에 해독을 끼치고, 혁명투쟁을 약화시켜 건설사업과 사회 발전을 방해한다는 인식론적 비판과 함께 이를 신봉하는 것을 금했다. 그럼에도 북한은 유교의 실체를 완전 혁파하지 못한 채 오히려 유교가 지도급 인사 및 주민들의 의식구조와 생활양식 모두에 깊이 존재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유교를 체제유지 차원에서 최대한 활용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를테면 유교의 인간 중심 세계관을 수령 중심의 주체사상으로 대체하고, ‘전통적 가족주의적 정향’을 이용한 유기체적 가족국가관과 사회정치적 생명체론 등을 거론할 수 있다.
유기체적 가족국가관이란 국가를 ‘사회주의 대가정’으로 규정하고, 수령, 당, 인민대중을 인간 유기체의 존재로 비유하면서 전통적 가족주의를 통치적 차원에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수령은 두뇌나 심장의 역할을 하는 인간의 핵심적 유기체이며 바로 아버지와 같다. 수령은 인민대중의 자주적인 요구와 리해관계를 분석 종합하여 하나로 통일시키는 중심인 동시에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인민대중의 창조적 활동을 통일적으로 지휘하는 중심에 해당된다.”당은 인체에 혈관에 작용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이는 수령과 인민을 연결하는 어머니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당을 어머니당이라 한다. 인민대중은 혁명투쟁을 수행하는 사회구성 요소이나 결코 개개인이 아니라 그 집합체를 의미하기 때문에 가족에 비유된다. 인민대중이 동지적으로 굳게 결합된 사회주의는 수령을 어버이로 모시고 온 사회가 수령의 혁명사상에 기초하여 화목하고 단합된 하나의 대가정을 이루고 있는 사회이다.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이란 북한 김정일 특유의 유기체적 정치체제론으로서 유일지도체계의 수령론에서 파생되었다. 사회정치적 생명체란 무엇인가? 인민대중은 당의 지도 밑에 수령을 중심으로 하여 조직적으로 결속됨으로써 자주적인 생명력을 지닌 하나의 사회적․정치적 유기체를 이루었는데 그것이 바로 사회정치적 생명체라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개별적 사람들의 육체적 생명에는 끝이 있고 변화가 있지만 자주적인 사회정치적 생명체로 결속된 인민대중의 생명은 영원하고 불변하다고 한다.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에 따르면 북한 사회에서는 수령과 인민대중의 관계가 영도자와 전사의 관계를 넘어서 어버이와 자식 간의 관계로, 하나의 사고, 하나의 호흡, 하나의 운동으로 이어진 혈연적 관계로 맺어져 있으며, 수령을 어버이로 모신 사회성원들의 관계는 ‘혁명적 의리와 동지애’에 기초한 관계로 되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사회정치적 생명체의 지향과 요구는 어버이뻘이 되는 수령의 사상에 전적으로 집대성되어 있다고 한다. 사상의 유일성과 목적의 공통성, 행동과 의지의 통일성에 의하여 하나의 생명체를 이루고 있는 사회정치적 집단에서 수령의 사상은 곧 당의 의지로 되며 인민의 신념으로 된다. 이에 따르면 북한에서 최근 종종 보게 되는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 와 같은 구호가 나올 수 있는 것도 사회정치적 생명체의 형성으로서만이 설명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인간의 사회정치적 집단 가운데서 최고의 전형은 수령이며, 북한 사회는 수령이라는 최고뇌수의 명령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거대한 생물체가 된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같이 사회정치적 생명체를 강조하는 것은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 자기를 낳아 주신 부모를 생명의 은인처럼 여기듯이 오늘의 북한사회주의가 있게 한 수령과 당을 배반해서는 안 되며, 혁명적 의리로 끝까지 어버이인 수령과 어머니인 당 그리고 자식인 인민대중이 혈연적 관계인 사회주의 대가정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는 것으로, 이는 김일성 김정일 부자를 대를 이어 충성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하겠다. 이는 군주에게 대를 이어 충성해야 한다는 전통 유교사회의 사회윤리와 그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다른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북한 주체사상은 우리식의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적 가족주의 전통과 자민족중심주의가 맞물려 서영 학자에게는 유교문화와 통속 형태에 침윤된 국가이데올로기로 규정되는 것이다. 가령 부르스 커밍스는 최근 번역된 한국 현대사에서 북한에 대한 서양 학자들의 통념을 ‘유교/공산주의의 전제군주국’이라 소개하고 그 자신은 주체사상을 다음과 같이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주체의 실제적인 의미는 항상 한국적인 것을 우선하는, 달리 표현하자면 일종의 민족주의로 표현될 수 있다. 이것은 맑시즘보다는 성리학의 유교에 가깝다...내 입장은 북한이 스탈린의 소련보다는 성리학적 왕국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터무니없이 과장되고 메스꺼울 정도로 반복되는 영웅 숭배로 북한의 정치적 수사는 끝이 없는 듯하다..이것은 공산주의라는 병 속에 담긴 성리학 혹은 모택동의 옷을 입은 주희이다.》
원래 북한에서는 자기들의 충효와 봉건 유교도덕인 충효의 관련성을 완강히 부정하고 있다. 즉, 도덕적 견해에서 유교는 효자충신과 남존여비사상을 강조하였는바, 즉 아들은 가부장적 부모에게 맹목적으로 순종해야 하고 신하는 봉건군주에게 무조건 굴종해야 하고 여자는 남편에게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고 비판한다. 이것은 모두 봉건 통치 질서를 유지하고 봉건 신분제도를 합리화하는 반동적인 설교이므로, 반동적이며 비과학적인 종교적 및 관념론적 사상에 기초하여 인민대중을 무기력하게 하고 그들에게 노예적 굴종 사상을 주입시켜 근로대중의 투쟁의식을 마비시키는 반동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1980년대 중반의 ‘철학사전’에 따르면, 봉건 유교도덕에서 가장 근본적인 것은 부모에게 맹종맹동할 것을 요구하는 효성이다. 봉건 유교도덕에서는 몸과 가정의 재산은 자기의 소유인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소유이기 때문에 아버지의 명령에 순종하지 않는 것은 부모에 대한 자식의 효성이 아니라고 하였다. 하지만 봉건 유교도덕에서 설교하는 효성은 우리 인민이 부모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정성을 다하여 섬기는 전통적 미풍, 인간의 응당한 도리로서의 효성과는 본질적으로 구별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최근에는 봉건 유교사상 및 봉건 유습에 대한 이전과 같은 매도는 줄어들고 비판의 정도도 현저하게 약화된다. 봉건 유교도덕의 기본은 삼강오륜이라 하여 이에 기초한 충효사상을 맹목적이라 하고, 사람들에게 임금을 받들기를 부모를 받드는 것과 같이하라는 가국일치론을 관념론이라 규정하는 정도이다. 자식에 대한 무원칙한 사랑과 맹목적인 효성은 봉건사회의 낡은 유습이지만 미풍양속 중에서 사회주의 현실에 맞게 비판적으로 계승 발전시킬 것은 인민들에게 널리 보급 발전시켜야 한다는 식으로 변모를 드러낸다.
딱히 역대 사전에 나타난 유교도덕에 대한 약간의 역사적 변모를 논거하지 않더라도 충신 효자의 전형을 1990년대 들어서서 유례없이 강조하는 최근 북한의 주체문학 담론을 보면 부모/국가에 대한 ‘맹종맹동’이 봉건시대와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없을 정도이다. 문학의 전형화 원리를 수령에의 충실성으로 고착화 도식화시켜 강조함으로써 당과 수령(김일성), 그리고 그 대리자인 지도자 동지(장군님)에 대한 맹종맹동과 본질적 변별력을 상실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1967년 주체사상을 유일사상체계로 확립한 후 전통적인 사회주의 국가 궤도에서 벗어나고 1969년 혁명적 수령관이 정착되고 난 후에 충효의 전통적 윤리관이 강조되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어는 정도 이해는 된다.
1980년대에 들어서는 김일성 우상화 작업과 김정일 후계체계 수립 과정에서 국가적 수준의 가부장제가 등장하였다. 가부장적 충효관을 국가 가부장제에 교묘히 적용시킨 것이다. 국가 가부장제는 통치자가 주인이며 통치받는 자는 가신이 된다. 그것은 주인이 가신에 온정과 은혜를 주기 때문에 가신은 이에 대한 보답으로 주인에 대한 충성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인민대중의 최고 지도자에 대한 충성으로 표현된 효도의 연장으로 통합된 하나의 새로운 유교사회, 즉 가족국가에로의 전환이 이루어진 셈이다. 북한 사회는 사회주의적 가치관 및 행위규범이 유교적 그것들과 동시에 병존하는 생활유형이 형성되어 온 것이다. 따라서 북한을 유교적 사회주의 국가로 결론짓는다는 견해까지 나올 정도이다.
출처) http://cafe.daum.net/mknk/Adzr/73?q=%BF%C0%B7%FB%B0%FA%20%C1%D6%C3%BC%BB%E7%BB%F3&r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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