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21

박상문 저널리스트가 바라본 한일 ‘신냉전’의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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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가 바라본 한일 ‘신냉전’의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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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의 장점은 기록과 취재다. 기록은 팩트이고, 취재는 열정이다. 육하원칙에 따라 있는 그대로를 기술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의도적인 기술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의도를 갖고 창작하거나 꾸며낸 내용은 없다”(2쪽)고 말한다. 취재는 발로든 손으로든 아이템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이다. 그 대상이 사람이든 장소든 책이든 자료든 원인에 따른 결과를 만들어내는 일이다(그래서 글이 드라이하기도 하다).
<한겨레> 길윤형 기자의 『신냉전 한일전』(생각의힘, 2021년)을 읽었다. 2015년 12월 한국과 일본의 12․28 합의부터 2020년 11월 22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 번복까지 시간순으로 기록된 이 책은 저널리스트가 본 한일 신냉전(新冷戰)의 ‘막전막후’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정상회담을 하지 않은 상황은 한일관계가 그 어떤 때보다도 최악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이 책의 중심축은 한일관계지만, 다른 축은 북미관계다. 일본이 북미관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북일관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냉정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한일관계의 냉전은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와 수출규제 문제가 그 원인이다. 한국과 일본은 이 세 가지 모두 해법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난제(難題)다. 거기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가 대두되었고, 가장 최근에는 소마 히로히사 공사의 망언은 국민들의 감정에 불을 질렀다. 하지만 일본은 지금 다른 무엇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도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하고, 일본 자민당으로서는 9월에 총재 선거가 있기 때문에 한국은 안중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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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은 실패했는가? “남북 대화를 주도하고 북미 접근을 유도해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어야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집념’, 국가 핵무력을 완성한 뒤 경제개발에 나서고 싶다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욕심’, 미국 최대의 외교 난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허영’이 거대한 화학 작용을 일으켰”(72쪽)지만, 그 결과는 실패였다. 이 책을 읽으며 트럼프가 북한과 거래를 할 마음에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단지 ‘외교 쇼’를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북미 사이에서는 비핵화가 무엇인지에 대한 공통된 인식이 여전히 정립돼 있지 않았다”.(235쪽) 다시 말해 비핵화에 대한 정의(定義, definition)가 서로 달랐던 것이다. 결국 북한과 미국은 ‘하노이 노딜((No deal)’이라는 파국을 맞는다.
거기에 일본은 북미정상회담이 시작되기 전부터 자신들의 욕망을 투영하기 시작했다. 일본인 납치 문제와 CVID, 즉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비핵화한다’와 ‘모든 대량파괴무기와 여러 사정거리의 탄도미사일 폐기’(핵․미사일․납치 3종 세트) 등을 요구했다. 특히 아베 신조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납치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강하게 약속했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129쪽) 그는 북한과 “핵․미사일․납치 문제가 모두 해결되어야만 관계 정상화를 이룰 수 있다”(92쪽)는 조건을 달았다. 또한 일본은 자신들이 동북아시아의 주도권을 쥐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일본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재를 뿌리는 ‘훼방 공작’”(293쪽)을 의도적으로 했다.
“일본은 ‘스스로의 힘으로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를 만들어가겠다’는 한국의 열망을 우려스러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한국의 현상변경 전략에 맞서, 일본은 한국의 핵 개발과 중국의 부상이 몰고 온 동아시아의 ‘신냉전’에 대비해 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한국을 그 틀 아래 3각 협력 틀에 묶어두는 현상유지 전략을 추진했다.……한일 사이에 전개되는 격렬한 공방은 동아시아의 미래상에 대해 두 나라가 품고 있던 화해할 수 없는 전략관의 대립이 ‘하노이 노딜’을 통해 폭발한 결과라고 설명할 수 있다.”(256-257쪽)
또 존 볼턴과 야치 쇼타로는 “북미 대화의 진전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세력’의 핵심”(152쪽)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 존 볼턴은 “북한의 정권 교체와 리비아식 핵 폐기 모델 적용을 공공연히 주장해온 저명한 원조 네오콘이었다”.(78-79쪽) 리비아식 핵 폐기 모델은 핵 폐기를 위한 조치를 먼저 취한 뒤 단계적으로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서로 신뢰를 쌓아가는 단계적 해법”(211쪽)을 원했으니 북미정상회담은 처음부터 비극적 결말을 갖고 출발했는지도 모르겠다. 실례로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는 대가로 2016년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취한 5개 결의에 따른 제재 가운데 민수경제와 관련된 내용을 해제해달라고 요구했다”.(242쪽) 존 볼턴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 야치 쇼타로는 “아베 총리의 외교 책사이자 12․28 합의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을 시도했던”(87쪽) 인물이다. 야치 쇼타로는 “조지 부시 행정부가 2000년대 중반 6자 회담 때 시도했던 ‘행동 대 행동’의 해법을 원치 않”았다.(87쪽) 존 볼턴과 야치 쇼타로는 북미정상회담을 파국으로 내몬 장본인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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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문제는 없었을까? 12․28 합의는 우리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었지만, 아베 신조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한 대목은 주목해야 한다. 공식적으로 일본 정부의 책임을 명시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29쪽) 이것을 한일관계를 긍정적으로 만들 모멘텀으로 활용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 때 이루어진 12․28 합의를 적폐로 규정했다. 또한 일본에 대한 ‘굴욕 외교’라며 평가절하했다. 거기에 ‘누구도 흔들 수 없는 나라’(2019년 광복절 경축사)를 만들겠다는 의지만 다졌지, 실질적인 외교적 노력은 거의 없었다. 더구나 집권 여당의 정치인들이 일본을 바라보는 시각도 문제였다.
“집권 여당의 책임 있는 정치인들이 현상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면, 잘못된 정책 판단을 내리게 되고 결국 국가를 더 큰 위기에 빠뜨리게 된다. 이 특위에 참석했던 한 전문가는 ‘일본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 586 의원들의 시각이 지난 198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12쪽)
외교에서는 여우여야 하는데, 너무 고지식하게 과거의 고정관념을 갖고 접근한 게 문제였다. 거기에 냉정하지도 못했다. 일본은 무조건 나쁘다고만 규정하고 정답만 찾으려고 죽기살기로 달려들었다. 아주 오랫동안 ‘신냉전 한일전’은 지속될 것 같다. 저자의 다음과 같은 말은 문재인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것 같다.
“나보다 큰 상대와 싸워 이기려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전쟁터를 골라 병력을 집중할 때를 기다릴 줄 아는 냉철함을 갖추어야 한다. 우리는 상대의 의도를 지나치게 악마화했고 흥분했으며, 그래서 불리한 전쟁터에 전 병력을 쏟아붓는 어리석은 결정을 내렸다.”(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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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눈에 띄는 것들을 정리해봤습니다. 2쇄를 찍을 때 수정했으면 합니다.
18쪽 : 댜오위다오(钓鱼岛) → 댜오위섬(釣漁島) : 漁의 간자체는 鱼가 아니라 渔다.
29쪽 : 후지오카 노부카츠(藤岡信勝) → 후지오카 노부카쓰(藤岡信勝)
34쪽 : 시어도어 루즈벨트 → 시어도어 루스벨트
35쪽, 297쪽 : <분게이순쥬(文藝春秋)> → <분게이슌주(文藝春秋)> / <분케이슌주> → <분게이슌주>
35쪽 : 조지프 던포드 → 조지프 던퍼드
37쪽 : 흥남 피난만의 → 흥남 피난민의
46쪽 : 독일 베를린 퀘르버 → 독일 베를린 쾨르버
58쪽 : 한정(韩正) → 한정(韓正)
65쪽, 158쪽, 160쪽 : 이설주 → 리설주
79쪽 : 무아마르 가다피(Muammar Gaddafi) → 무아마르 카다피(Muammar Qaddafi)
116쪽 : 유연성이 필요해진 아닌가 → 유연성이 필요해진 게(것이) 아닌가
125쪽 각주 : 니이가타(新潟)현 → 니가타(新潟)현
207쪽, 213쪽 : <노동신문> → <로동신문>
244쪽 : 스테파니 클리포드 → 스테파니 클리퍼드
318쪽 : 시마네현 오키노시마초 → 시마네현(縣) 오키노시마정(町)
364쪽 : 젠 사키(Jennifer Psaki) → 제니퍼 사키(Jennifer Psaki) / 젠 사키(Jen Psaki)
* 13쪽 : 도도부현 : 일본의 행정구역은 1도(都, 도쿄도), 1도(道 홋카이도), 2부(府, 오사카부와 교토부), 43현(縣, 니가타현, 시마네현, 지바현, 효고현, 구마모토현 등) 등 47개의 도도부현으로 구성되었다. - 이렇게 자세하게 설명해주면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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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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