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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지킬 것인가
외교부가 부산 소녀상문제 풀기에 나선 것 같다. 하지만 소녀상 이전요구는 문제의 답이 아니다.
분명, 일시귀국이라고는 하지만 일본대사가 본국귀국후 이렇게 오래 복귀하지 않은 적은 없었고, 그런 의미에서 외교부가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것은 이 시점에서는 당연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시민들을 위해 존재하는 지자체가, 시민의 의사를 넘어서 행동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무엇보다 `강제이전`은 현재이상으로 사태를 악화시킨다.
사실 나는, 부산소녀상 설치문제를 두고 일본정부가 대사를 복귀시킨 것은 성급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분노를 표명하면 소녀상이 철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일본의 한국이해는 아직 충분치 않다고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는 일본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지만, 우선 한국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정치가, 언론, 국민들 대부분이 `한일합의는 잘못된 것이고 소녀상은 그것에 항의하기 위한 것이니 옳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한일합의의 정당성이나 빈조약을 들어 철거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그런데 이토록 갈등이 깊은데도, 문제의 소녀상이 어떤 의미인지, 한일합의란 어떤 것이었는지에 대해 원점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자고 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대부분 사람들이 무조건 반대하거나 무조건 찬성한다. 그런 식의 사고정지사태가, 한쪽은 `지키는` 일에 온힘을 다하도록, 다른 한쪽은 이제 물리력을 행사할 지 여부를 재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 문제를 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물론 첫번째로 조선인위안부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그런데 위안부문제의 경우 오랜 세월에 걸쳐 언론이 적극적으로 보도한 결과, 이미 `온국민의 상식`이 된 구체적인 이해가 존재한다. 작년에 개봉한 `귀향`은, 그런 현대한국의 `집단기억`을 담은 영화다.
그런데, 그런 이해는 과연 옳은 것일까. 나는 작년에 개봉 직후에 이 영화를 봤는데 심경이 복잡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그 영화에 표현된 `정서`는 옳고, `사실`은 옳지 않다.
그래서 나는 정서에 공감하면서도 눈물을 흘릴 수 없었다. 한 예로, 불에 태워지는 장면은 한 할머니의 그림을 모티브로 했다고 하는데, 이 할머니의 첫 구술에 의하면, 여성들을 불에 태운 건 학살을 위해서가 아니라 병들어 죽은 여성들을 화장하기 위해서다. 또다른 분의 수기에는, 스스로 다른 위안부여성을 화장해야 했던 이야기도 나온다.
비판을 하려면, 그런 끔찍힌 경험을 하도록 만든 전쟁과 군인/위안부간의 위계질서, 그리고 그런 위계질서를 만들었던 일본의 식민지지배 책임에 대해 먼저 물어야 한다. 비판은, 정확해야 받아들여지는 법이다.
결국 위안부문제는, 조선인위안부란 어떤 존재였는지, 그리고 이 문제발생 이후 4반세기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일본이 무엇을 했거나 못했는지를 정확히 알지 않는 한 해결되지 않는다. 더구나 초기와 달리 국민적인 관심사가 되었고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문제가 되었기 때문에, 국민적인 이해와 합의가 필요해졌다.
따라서 이렇게 제안하고 싶다. 한일정부는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협의체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논의를 위해 일본정부는 주한일본대사를 즉각 복귀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협의체는, 위안부문제에 관해 오래 관여해 온, 그러나 대립중인 한일학자들을 주구성원으로 하되, 지원단체와 위안부당사자와 언론이 방청하거나 중계하도록 하고, 의문을 던지고 답하는 일이 가능한 형태가 되어야 한다. 사실 논점은 많지 않다. 그리고 양국민들의 공통의 이해를 이끌어야 한다.
위안부문제는 양국국민이 너무나 잘 아는 문제가 되어 더이상 정부간 합의만으로 이 문제를 풀 수 없게 되었다. 박근혜정부가 간과한 것은 그 지점이다.
갈등이 2000년대 이후 본격화 된 것은, 민주화와 인터넷 보급의 결과로 시민들이 힘을 갖게 된 21세기적 세계를 반영한다.
소녀상 비판 중에 `당사자를 도외시했다`는 비판이 있다. 나는 그 말에 공감한다. 내가 만났던 몇몇 위안부 할머니들은 `왜 해결이 안되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계셨다.
그런데, 지원단체는 외교부와 무려 십수회의 의견조정을 거쳤다고 들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당사자를 도외시`한 건 누구일까.
이 모든 물음이 다시 필요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돈을 받았으니 끝났다`는 생각은 아직 하지 못한 일에 대한 물음이 없고, `돈따위로 해결하려 하지 말라`는 생각에는 어렵게 합의를 이루어낸 `외교`에 대한 존중이 없다. 무엇보다, `책임이란 무엇으로 지울 수 있는지`에 대한 근원적 물음이 없다.
소녀상을 지키려는 이들은 소녀상이 `아픔`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분명 소녀상 자체는 그렇게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곳 아닌 영사관이나 대사관 앞에 서 있는 소녀상은 분명 `저항과 항의`를 표상한다. 실제로 소녀상 뒷면에는 `숭고한 정신`을 기념하는 것이라고 쓰여 있다. 소녀상은 정말은 `그` 위안부 소녀가 아니라, 90년대 이후의 `운동`과, 운동에 담겼던 `끈기있는 항의정신`의 표상이다. 이런 식으로, 4반세기 이어지면서, 위안부문제에는 적지 않은 의식 혹은 무의식의 트릭이 존재하게 되었다.
아무튼 그 항의가 옳다면, 얼마나 옳은지,왜 옳은지에 대한 국민적인 물음과 확인이 다시 필요하다.
소녀든 항의정신이든 `지키는`일은 숭고하다. 하지만 사고정지상태로 `지키`거나 반대하는 일은, 결국 누구의 자존심도 지키지 못한다.
더 늦기 전에, 사려깊은 행동이 필요하다. 불화는, 상대뿐 아니라 자신도 지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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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comments
Dong Hyun Kim
공감합니다. 생각을 정리하게 해 주시는 글들이 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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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 Young Cha
남을 미워하면 자신도 미움을 받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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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ahiko Nishi
일본 대사는 빠르게 복귀해야 합니다. 위안부 문제만이 아니고, 독도 문제조차, 외교과제이었을 것입니다. 일은 스스로 만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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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yeang Oh
몇번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또 와서 읽을 것 같습니다.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또 고민하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저부터 더 정확히 알기 위해서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해야겠다는 자각이 듭니다. 귀한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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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용
과연...과연....그들이나...울 나라 국민들이나...혹은 관련 연구자들이나 학자들마저도 그렇게 제대로 철저히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기는 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 1심 판결을 대하는 그들의 자세를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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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ia-Ju Liu
この映画、台湾でも放送されていたが。「불에 태워지는 장면은 한 할머니의 그림을 모티브로 했다고 하는데, 이 할머니의 첫 구술에 의하면, 여성들을 불에 태운 건 학살을 위해서가 아니라 병들어 죽은 여성들을 화장하기 위해서다. 또다른 분의 수기에는, 스스로 다른 위안부여성을 화장해야 했던 이야기도 나온다. 」⇒初耳でとてもショックです!(ため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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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Yuha
まだちゃんと書いたことはありませ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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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ia-Ju Liu
より深い論説、期待しておりま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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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宇衍
심각합니디-. 아베수상은 한국의 조치가 없는 한 대사를 다시 보내지 않을 겁니다. 혹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한다면, 그 때 쯤. 이 정부, 이 국민들이 댓가를 치루는.. 지금에선 일본에 철저히 '사과'하는 의미에서 철거하는외 방법이 없습니다. 양비론이나 한참 뒤까지 생각하면서 양국관계가 정상화될 수 있을까요? 지금으론 비현실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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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Yuha
일본에 "사과". 글쎄요.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서로 간에 인내가 필요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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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onjeong Lee
국민적 합의가 과연 pc하게, 보다 깊게 나올 수 있을런지요. 양비론은 극단적이지만 양비론 만큼 알기쉬운게 없지요 ㅋㅋ 국민의 절대다수가 깊게생각하고 이해의 층위를넓히고 구조의 문제를 지적하는게 과연 가능할런지 모르겠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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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훈
미국 어느 주에서는 성범죄자의 집 앞에 "저는 성범죄자입니다"라는 푯말을 내걸고 자동차에도 같은 표시를 하도록 한다는 예길 들은적이 있습니다.
일본 입장에 소녀상은 그와 같은 푯말이 전세계 곳곳에 걸리는 것과 같이 여겨질거라생각합니다.
무진장 심각한거죠. 자기 집앞이 아닌 세계 곳곳에 "일본은 인신매매 국가였어요"라는 푯말이 내걸리는거니까요.
일본은 자신들의 과거 잘못에 이런 정도의 처분이 내려지는 건 매우 부당하다고 보는 것이구요.
제 요점은 소녀상에 왜 일본이 이리 민감하고 강경한지에 대해서도 이해가 좀 충분히 됐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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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Kim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협의체 만들면 정치화될수있고 더 부각되기 때문에 일단 해결되었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잊혀질수있도록 서로 자극안하고 시간이 지나면 수그러 들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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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Yuha
해결이 곧 망각되어도 좋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또 이상태로는 결코 해결 되지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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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찬
중앙일보 기사 잘 봤습니다. 좋은 결과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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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Yuha
허핑톤에 게재되었네요.
소녀상, 무엇을 지킬 것인가
HUFFINGTONPOST.KR
소녀상, 무엇을 지킬 것인가
소녀상, 무엇을 지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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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ng Hwan Park
저는 일본 외교공관 앞의 소녀상 설치에 반대하지만 일본이 대사를 본국소환하는 조치는 위안부 문제를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봅니다. 민주국가인 한국에서 위안부 소녀상은 사회적 합의에 의해 독립기념관, 현충원 등으로 옮겨져 과거의 치욕을 되세기고 와신상담하는 표상으로 삼아야 할 일이지, 단지 위안부 보상금을 수령했고 정부끼리 이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하자고 합의했다고 해서 강제 철거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소녀상을 설치한 것도 아닌데도 강제철거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본정부가 강경대응하는 것은 수상명의의 사과 자체의 진의를 의심케 하는 졸렬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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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Yuha
저도 비슷하게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여론이고 의식변화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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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근
본질을 말하려는 박 선생님의 진심어린 '눌변'을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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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Yuha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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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Yuha
누가 눌러서 떴기에 다시 읽어 보니 정말 눌변이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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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宇衍
지자체가 아니라 중앙정부가 나서야합니다. 철거가 답이지만 , 이전이라도 강제해야 합니다. 이런 전례를 먼저 만들고 서울 대사관 앞의 소녀상도 같은 방법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정부가 시민단체, 국민정서를 기초로 정치, 외교정책을 추진한다면, 그것이 포퓰리즘입니다. 최소 이 문제에 강한 정부가 필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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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Yuha
중요한 건 철거여부가 아니라 인식이 바뀌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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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Yuha
현시점에서 철거하면 오히려 문제적인 인식이 더 커지겠지요. 한일합의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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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宇衍
일단... 선생님 생각은 잘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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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ho Hwang
각 국가들의 국민정서와 권력구조에 의해 원하는 방향으로 기억이 조직화 되기 때문에 위안부 문제의 실체적 진실이 외교적 해법을 통해 제시되지 않는다면, 이 문제가 장기화 될수록 진실과 기억의 괴리는 심각해지겠죠?
일부 정치인이 역사의 문제는 외교 통상의 문제와 구분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하지만, 국제관계는 엄연히 힘의 논리를 기반으로 출발하고, 이 원리를 무시하곤 어떤 해법도 제시될 수 없다고 봅니다.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지 않고선 양국간 협의체를 만드는 것에 대해 동의할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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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Yuha
그러니까 일본도 설득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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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jeong Lee
무엇을 지킬것인가. 끝까지 지키고 싶은것은 무엇인가.. 가슴이 서늘해지는 질문입니다. 여러가지를 생각할수록 속상하지만 분명 앞으로 나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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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Yuha
고마워요. 😊
· Reply · 4 y
Minjeong Lee
고맙습니다 선생님!
· Reply · 4 y
Arata Nakae
先生のお考え、改めて拝読させていただきました。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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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Yuha
日本語に訳されました。近日中に公開できると思いま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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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근
일본은 나쁜가. 왜 나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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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근
더 넓게 생각하자. 힘이 약했고 이것은 위정자들의 잘뭇이지 어찌 그 분들을 앞세워서 우리가 우리일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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