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23

진영논리는 윤석열과 보수를 함께 망친다! 趙甲濟

조갑제닷컴
진영논리는 윤석열과 보수를 함께 망친다!
趙甲濟  |  2022-03-23

 

*윤석열 당선인이 밀어붙이고 있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 문제에 진영논리로 대처하면 윤석열도, 국민의힘도, 애국세력도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보수가 합리주의와 비판 정신을 버리고 패거리 싸움을 하게 되면 자가당착에 빠져 좌파에 진다.
  
  *윤 당선인이, 대한민국 70년 문명건설의 사령탑이었던 '청와대'가 갖는 역사적·정치적·심리적 상징성을 과소평가한 데서 문제가 생겼다. '제왕적 권력의 상징'이라고 매도하면서 정작 자신은 제왕적으로 졸속 이전을 결정, 허점을 드러냈다. 인수위의 법적 권한을 넘어서는 요구를 현정부에 하다가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법적 뒷받침이 없는 越權(월권)이었기에 逆攻(역공)을 당하고도 대응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5월10일 임기가 시작된 뒤에도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고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을 쓰면서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을 기다리겠다는 태도는 오기를 넘어서 코미디감이다. 서초동에서 자고 일어나 통의동까지 출근하고, 급할 때는 청와대 지휘소를 이용하겠다니 세 집 살림을 살 판이다. 국가 사령탑이 시작부터 이렇게 흔들리면 국정이 표류한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약 60%가 청와대 이전에 반대한다. 全연령층에서, 전국적으로 반대한다. 특히 서울에서 반대가 많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국힘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대통령궁 이전은 작은 遷都(천도)로서 80% 이상의 국민 지지 없이는 안 된다. 국민통합의 상징인 대통령궁이 국민분열의 상징이 된다.
  
  *청와대 이전 논란으로 윤석열 지지율도 50% 아래로 떨어졌다. 70%를 웃돌아야 정상인 시점에서 이렇게 낮은 것은 유례가 없다.
  
  *국민통합을 그렇게 외치던 윤 당선인이 독단적 결정으로 국민분열을 초래했을 뿐 아니라 가장 치명적인 보수분열상을 노출시켰다. 청와대 이전 문제에 있어서 중도층은 윤석열 지지에서 이탈하고 보수층은 7-3으로 분열되었다. 민주당 지지층은 95%의 결집도를 보여준다. 진영논리로 나눠지더라도 윤석열과 국힘당이 유리할 게 없다.
  
  *이런 추세가 지방선거까지 이어져 국힘당이 참패하면 책임을 둘러싸고 당이 분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때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은 약화될 것이다.
  
  *5월10일 청와대 개방으로 잠시 인기몰이를 할지 모르지만 이는 요행수를 바라는 포퓰리즘이다. 며칠 가지 못한다. 시민들은 오히려 이런 좋은 장소를 버리고 왜 용산으로 가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될지 모른다.
  
  *엄청난 역사적 무게를 가진 청와대를 독선적으로 지우고 볼품 없는 용산 국방부로 옮기는 일은 시간이 흐를수록 우스꽝스럽게 보일 것이고 계속되는 논란으로 다른 국정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이란 역사적 과제도 놓치게 될 것이다.
  
  *윤석열 극성 지지층이 인기 없는 이런 무리수를 맹목적으로 비호하게 되면 '대깨윤'으로 전락, 고립될 것이며 보수경멸, 보수분열을 가져올 것이다. 이는 5년 뒤의 失權(실권)을 뜻한다.
  
  *탈출구는 없는가? 밀어붙이는 것은 최악이고, 백지화는 최선이며, 보류는 차선이 아닐까? 문재인 대통령의 견제로 앞으로 50일간 이전작업은 보류될 수밖에 없다. 이 기간에 냉정을 찾고 성찰한 뒤 백지화나 보류를 결단할 수 없을까? 그리하여 5월10일 청와대로 정상출근하고 거기서 직무를 보면서 대통령실 이전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 어쩌면 문재인 대통령이 전화위복의 계기를 마련해준 것인지 모른다.
  
  *윤석열 당선인의 졸속 이전 계획은 이명박 대통령의 기를 꺾은 광우병 난동, 박근혜 대통령의 몰락을 가져온 해경 해체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권력자의 허영과 오만이 부른 자충수로서 "보수는 분열로, 좌파는 자충수로 망한다"는 한국정치의 법칙을 새로 쓰게 할지 모른다.
  
  *윤석열 후보가 유세 때 그토록 강조했던 공정·상식·협치·통합의 국정운영 기조가 웃음거리가 될 위험에 처했다. 이게 가장 큰 손실일 것이다.
  
  *대통령궁은 권위, 통합, 그리고 아름다움의 化身(화신)이어야 한다. 교양인이 발언권을 갖고 추진해야 할 사안이다. 아집과 독선이 권력과 결합되면 좋은 건물이 나올 수가 없다.
  
  *다만, 이번의 사회적, 정치적 논쟁이 합리주의의 범위 안에서 이뤄진다면 진영논리를 극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그래도 뭔가를 남기게 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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