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yung Hee Rho
28 April
·
* 드라이브 마이 카(ドライブ・マイ・カ-) 감상 (1)
원래 영화 감상평은 잘 안 쓰는데, 이 영화는 우연히 비슷한 시기에 각기 다른 공간에서 본 페친들이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Jiwon Yu샘 덕분에 영화평 씁니다^^)
1. 언어의 문제
현재 미국에 있는 관계로 아마존 프라임에서 결제하고 봤는데, 원어 일본어와 영어 자막 밖에 없다. 다행히 일본어는 어지간한 건 알아 듣고^^ 웅얼거려 잘 안 들리는 부분은 영어 자막 덕분에 문제가 없고(딱 하나 부인의 병명 '지주막하출혈'은 일본어로도 영어로도, 심지어 한국어로도 모르겠다--;) 거기에 중간중간 너무도 반가운 한국어가 등장하고^^(역시나 모국어가 최고!!) 중국어 역시 영어 자막의 도움으로 대충 듣고 이해할 정도는 되는 터라....
나로서는 나오는 언어 대부분이 다 듣는 대로 곧장 이해가 가능했다. 그래서 감독이 의도했던, 언어를 몰라도 그 너머의 감정을 이해하는 체험에 좀 장애가 되었을지 모른다(언어를 아는게 오히려 영화 이해에 방해가 되다니!!)
그래도 덕분에 수어 부분에 엄청 몰입해서 봤다. 내가 전혀 모르는 언어로 이야기 할수록 오히려 상대방의 말에 더 집중하고 귀 기울이는 것, 감독은 그것이 상대의 마음, 진심을 알고자 하는 노력이라 말하는 것 같았다. 오히려 언어는 그 사람을 다 이해하고 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장벽이 될 수도. 말로 표현되는 것은 사실 명확하지만 그래서 그 나머지 것들을 다 지워버리니까.
(극중에서 가장 언어로 잘 통하는 남주와 부인 오토가 결국 자신들의 마음만은 끝까지 나누지 못하는 것을 보면....ㅠㅠ)
그러나 언어를 '정확히' 못 알아 들어도 언어 이외의 요소들, 동작이나 표정, 억양, 한숨 등만으로 상대방이 내게 전달하려는 게 무엇인지 분명히 느낄 수 있다는 경험, 이것만은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과 교류가 많았던 나로선 너무 익숙한 것이라....체호프 연극이 나오는 장면들에서 각각 다른 언어로 말하며 처음에는 서로 알아 듣지 못하다가 점차 서로의 감정을 교감하는 장면들이 너무 이해가 갔다. 당초에 한 테이블 안에서 여러 가지 언어가 마구 교차해도 의외로 사람들이 어찌어찌 다들 대화를 한다 ㅋㅋㅋ
영화 속에서 한국인 부부와 남주, 운전수가 함께한 저녁 시간을 보면,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도 적절한 통역과 상대방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마음만 있으면 충분히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제대로 말 통하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는데 오히려 가장 서로의 진심을 교감하는 순간으로 묘사된, 영화 속에서 오아시스 같은 이 저녁 시간은 사실 현실에서 존재하기 어려운, 감독의 이상적인 소통의 시간일 것이다.
(근데 왜 하필 한국인 부부에게 그 역할을 맡겼을까. 이 부분은 감독의 의견을 좀 듣고 싶다)
좀 다른 이야기로 솔직히 때로 언어가 통하지 않아 대충 적당히 알아 듣고 못알아 듣는 상황이 편할 때도 많다. 집중 할 것 없이 대강 표정 보고 분위기만 맞추면 되니까. 그러면서도 그 모임이 파하고 나면 남는 느낌들이 있는데 그게 은근히 꽤 정확하다. 말 잘 안 통해도 좋은 만남과 별로인 만남이 확실히 있다.
2.
사실 진짜 쓰고 싶은 건 이 얘기인데...그러니까 남주와 부인 오토의 관계를 보면서, 내가 일본인들과 교류하면서 느낀 답답함과 긴장감을 너무 느껴서....남주도 불쌍하고 부인도 불쌍하고, 그냥 그렇게 밖에 못 사는 그들이 너무 불쌍했다.(한편으로 그러는 나는? 싶기도 하지만 ㅎㅎ)
이건 쓰자니 너무 길어지고 나도 아직 생각의 정리가 덜 되어 다음 기회로^^ See less
Comments
Yun Sun Jang
어? 샘 일본어가 어지간요? 일본서 유학하시지 않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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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ung Hee Rho
장윤선 제 언어의 기준이 좀 높아서? ㅎㅎㅎ 모국어 아님 다 '어지간' 아닌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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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lary Son
노경희 이리 겸손하시다 마 ... ㅋ
Reply21 w
Yun Sun Jang
노경희 역시 서울대 ㅋ
Reply21 w
Kyung Hee Rho
장윤선 것보다 '국문과'가 더 문제일 듯해요 ㅋ
Reply21 wEdited
Yun Sun Jang
노경희 아… 국문과 있다 있어
Reply21 w
Hilary Son
다음 편을 기다려야 하나요 ... 하아 ...
Reply21 w
Kyung Hee Rho
Hilary Son 저 지금 다음편 몇 개 밀렸나요ㅠㅠㅠㅠㅠ
Reply21 w
Hilary Son
노경희 책도 하나 있으시고 등등 ...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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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선
蜘蛛膜下出血 くもまっかしゅっけつ
말씀하시는 거지요?
ReplySee translation21 w
Kyung Hee Rho
조정선 모르겠어요 ㅋㅋ 병명은 검색으로 찾아서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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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선
May be an image of 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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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won Yu
·
으아 으아 너무 좋잖아요! 2번도 꼭 써주세요. 너무나 듣고 싶습니다.
선생님 글 읽고보니 왜 체호프였을까도 생각해보게 되네요.
1번 관련해서, 일본의 문인들은 자국어와 외국어의 사유 관계에 대한 고민을 메이지 시대부터 전통처럼 이어오고 있다는 생각을 이전에 했어요. 한국인으로는 시인 이상 정도가 그랬을까요?
모리 오가이가 그랬고, 다쿠보쿠는 틀에 박힌 일본어를 벗어나려 로마자로 음차한 일기를 썼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런 의식을 갖고 있고, 다와다 요코는 말해 무엇... 하마구치 류스케도 이 대열에 있네요!
Reply21 wEdited
Kyung Hee Rho
Jiwon Yu 이 영화 보고 나서 체호프 희곡을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한편으로 원작을 몰라도 영화에서 드러나는 정도로 느낄 수 있다면, 그게 감독이 의도한 바 아닌가 싶어요.
이 감독이 어릴 때 외국 생활을 해서 잘 알아 듣지 못하는 언어 문제에 특히 민감했다고 한 것 같아요.
(이거 샘도 아주 예민하지 않나요? ㅎㅎ)
일본 문인들 중에 자국어와 외국어, 그들에게 가장 외국어였던 '한문'과 '가나'의 관계에 대해 누구보다 고민했던 사람이 18세기 학자 오규 소라이에요^^ 그래서 그 전통이 메이지 이전부터 한참 올라간다는^^
Reply21 wEdited
Jiwon Yu
·
노경희 오오... 오규 소라이 알고 싶어집니다.
네 맞아요. 어떻게 눈치 채셨는지... ㅎㅎ 저는 왜 자국어로도 소통이 잘 안 될까의 문제에 관심이 많은데요, 이것도 여러 외국어로 사유하는 일에 대한 관심에서 온 의식인 것 같아요.
Reply21 w
Kyung Hee Rho
Jiwon Yu 전 요즘 아예 인간은 원래 소통이 안되는 존재다, 라고 생각 중이에요 ㅋㅋ 그래서 이렇게 여러가지 언어들이 막 나오면서 대충 이해하고 대충 교감하고, 언어가 뭐 그리 대수랴~ 이런게 오히려 반갑더라고요 ㅎㅎ
Reply21 w
Jiwon Yu
·
노경희 저도 딱 그렇습니다. ㅎㅎ
Reply21 w
Ed Rhee
니시지마 히데토시 영화나 드라마는 늘 흥미진진하죠. 가장 최근엔 真犯人フラグ 재미있게 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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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ung Hee Rho
Ed Rhee 전 사실 이 감독 잘 몰랐는데, 이 영화는 제 페친분들 중 좋아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 보게 되었어요^^ 그런데...너무 길어요ㅠㅠㅠㅠ
Reply21 w
Ed Rhee
니시지마는 남자 주인공이고요. 하마구치가 감독인데 이 영화에 대해 몸짓과 목소리 톤으로 전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하네요. 제 경우 일본 영화가 친근한 이유는 리듬과 분위기가 차분해서가 아닐까 싶은데 다른 사람에겐 지루할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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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
참 재밌게 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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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희
뇌를 둘러싸고 있는 막 중 하나를 지주막이라 불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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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희
그 지주막 아래에 출혈 쉽게 말해 뇌출혈이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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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ung Hee Rho
손재희 아니 이 쉬운(?) 말을 두고 왜 저리 어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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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희
사람의 뇌 실질을 감싸고 있는 뇌막은 경막, 지주막, 연막의 3종으로 구분되는데, 이 중 중간에 있는 막이 마치 거미줄 모양과 같다고 해서 지주막 또는 거미막이라 하고, 가장 안쪽에 있는 연막과의 사이에 있는 공간이 지주막하 공간이죠. 그 곳에 출혈이 생긴 경우에요. 의학용어겸 병명이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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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고
이렇게 복잡다단한 영화 평 처음 봅니다. 독특한 문체로 특화가능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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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ung Hee Rho
이동고 아니 이게 복잡다단한가요? 역시나 우리말로 설명하는게 가장 어려운 듯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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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고
노경희 섬세히 다양하게 터치한다는 뜻인데 전달이 안 됐네요. 문자 소통은 더 어렵습니다 ㅎㅎ
Reply21 w
이경아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 이 영화 소개한적 있어서 기억나네요. 한번 봐야겠어요. ㅎ
Reply21 w
Kyung Hee Rho
이경아 네~~ 편집장님 좋아하실 것 같아요~~~~ 요즘 왓챠에 올라왔다고 하더라고요^^
Reply21 w
송철호
'Drive My Car - Eiko Ishibashi - Drive My Car OST (2021)' 보기
https://youtu.be/8hm4wi5hZWA
Drive My Car - Eiko Ishibashi - Drive My Car OST (2021)
YOUTUBE.COM
Drive My Car - Eiko Ishibashi - Drive My Car OST (2021)
Drive My Car - Eiko Ishibashi - Drive My Car OST (2021)
Reply21 w
Mi Sha
저희 어머니가 그렇게.. 쉬운말 아닙니다. 일반 그것과 다릅니다.. 누구에겐 ㅎㅎㅎ 나 누구에겐 차마 입에 올릴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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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ung Hee Rho
Mi Sha 샘~~무슨 말씀인지 잘 이해가.......이거 우리말 맞죠? ㅋㅋㅋㅋ
Reply21 w
한혜승
멋있는 감상평이어요.
다음편 두근두근 기다려지네요.
하루키 단편에 바냐아저씨 고도를 기다리며 그리고 니시지마 히데토시까지나와서 첨엔 좀 놀랐어요. 한국취저인데...힘겨워도 말로 전하겠다는 고군분투 같은 영화였지만 참 좋았습니다.
Reply21 w
Kyung Hee Rho
한혜승 감사합니다~~~ 이렇게 좋은 말씀을 해주시니 힘을 내서 빨리 2편을 써야....그런데 사실 두번째 이야기는 저의 내면까지 건드려야 하는 거라....생각보다 쉽지 않네요ㅠㅠ 쓰다가 지우다가...그래도 꼭!!
Reply21 w
김창영
아.. 왓챠 이용 안 해서 해지했는데요... 이 영화가 거기 올라갔군요..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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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lho Chung
지금 바빠서 다시 찾아서 읽어볼게요.^^
Reply21 w
김해자
ㅎ각자의 관심분야로~ 보고 싶은 것만 보는가 봅니다.
저는 이 영화, 개봉하자마자 극장으로 달려가서 영접(?^^)했답니다.
한줄평: 인간과 상실에 대한... 정의했어요!
아쉬움: 하마구치 감독은 히로시마가 아닌 부산에서 촬영하려고 했다는데요, 팬데믹땜시 ~ 그럼 분위기는 좀 달라졌을라나요? 아무튼 저 개인적으로 하루키 원작보다 더 좋게 보았습니다!^^
Reply21 wEdited
Kyung Hee Rho
김해자 저도 극장에서 3시간 오롯이 집중하고 봤음 더 잘 봤을 것 같아요~ 그 점이 좀 아쉬워요ㅠㅠ
저로선 이 영화를 전부 부산에서 촬영했음....글쎄요ㅠㅠ 일단 우리나라는 며칠에 걸쳐 로드트립할 만한 땅 크기도 아니고....무엇보다 홋카이도의 설경이 작품의 중요한 요소라 생각해서....지금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살짝 드네요^^
Reply20 w
Dalho Chung
언어를 매개로 하지 않고도 외계인과 의사소통이 가능할 것이라는 하바드 언어학교수의 연구?에 대한 얘기를 들은 적도 있어요. 그 영화 흥미롭군요^^
Reply21 w
Kyunga Shin
저도 늘 진정한 소통은 언어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영화 보고싶네요
Reply20 w
Kyung Hee Rho
신경아 이 영화 음악들도 넘 좋아서 샘이 아주 좋아하실 것 같아요!! 영화 보시면 음악으로 평 써주세요~ 음악들 쓴 것 보면 다 의도가 있는 것 같은데 전 그냥 느낌만 그런 거라 음악 전문가님 의견 궁금해요^^
Reply20 w
Kyunga Shin
노경희 글에서도 음악소리가 들리는 하루끼 원작이니 감독이 다욱 신경 썼겠죠
Kyung Hee Rho
29 April
·
* 드라이브 마이 카(ドライブ・マイ・カ-) 감상 (2)
2. '배려'의 문제
지금부터가 사실 내가 이 영화를 통해 가장 실감나게 느낀 부분이다. 나는 이 영화에서 남주의 부인인 오토(音)에 상당히 감정 이입하며 봤는데, 그건 오토가 느끼는 죄책감과 긴장감이 너무 와닿았기 때문이다. 이건 불륜 보다는 인간관계의 문제이다.
아마도 오토는 남편이 자신의 불륜을 알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걸 절대 드러내지 않고 여전히 다정하고 친절한 모습에 괴롭고 또 절망했을 것이다. 실제로 이는 종반부에서 젊은 남자배우가 말하는 오토의 이야기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오토로서는 이 모든 거짓된 삶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의 불륜을 남편에게 고백하고 둘의 관계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남편은 끝까지 그 일을 아예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니 오토로서는 이 상황을 벗어날 수가 없다. 한편으로 자신의 불륜을 알 경우 그가 받을 상처가 얼마나 큰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그가 상처받는 것은 그것대로 그녀에게 견디기 힘든 일이다. 이건 오토 나름대로 남편을 사랑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어느날은 진실이 드러나기를 간절히 바라다가, 어느날은 또 영원히 지금처럼 자신을 사랑하고 그로 인해 행복한 남편으로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존재하는 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 그렇게 매일매일 죄책감과 답답함에 시달리며 사는 것이 오토가 받는 형벌이다.
남주는 남주대로 두려울 것이다. 자신이 모든 것을 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분명 이 둘의 평화로운 관계는 끝날 것이고, 그것이 공식적으로 드러났을 때 과연 자신이 용서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녀가 자신을 떠나지 않을지, 어떤 상황도 그에겐 그녀와의 관계의 끝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 상황은 남주에게 가장 견딜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둘은 서로의 눈치를 보면서 더없이 다정하고, 사랑하며, 불안하게 살얼음판 같이 고요한 일상을 살아간다.
이 대목에서 내가 좀 소름 돋았던 것은, 이들의 태도가 내가 일본에 있을 때 남녀 불문 일본 사람들에게 느꼈던 근원적인 태도였기 때문이다.(순전히 개인적 경험입니다^^) 일본인들은 너무도 예의 바르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깊다. 이들이 손님을 접대하는 방식이나 만든 물건들을 보면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섬세함의 끝을 달린다. 이들은 때로 나보다 더 나의 필요와 욕구를 먼저 알아 채고 그것을 채워 준다.
늘 상대방에 자신의 온 신경을 맞추고 사소한 신호에도 기민하게 반응했다. 그것이 처음에는 나도 너무 편하고 좋았는데, 점차 내가 감시를 받는 느낌이 들고 나도 그들처럼 상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아 부담스럽고 불편해졌다. 모두가 모두를 친절하게 배려하고 엄격하게 감시하는 사회, 가끔 일본 사회는 내게 그런 공간이었다.
그렇게 상대와 타인에게만 신경 쓰는 동안 그들은 정작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욕망과 감정에 충실해지는 방법을 잃어버린 듯했다. 그러나 결국 나 자신은 스스로가 가장 잘 알 수 있기에, 아무리 살피고 배려해도 내가 아는 나 자신과 상대가 바라보는 나 자신 간에 균열이 발생한다. 한편 상대가 지금 나를 얼마나 신경 쓰는지 또한 너무 잘 알기에, 그게 틀렸다고, 그게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차마 말하지 못한다. 사실은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설명하지도 못한다. 자신의 심연의 끝을 제대로 들여다 본 적이 없기에.(쓰다보니 점점 이건 일본인들만의 문제가 아닌데....싶은 ㅠㅠ)
남주와 부인의 삶을 보면 이들은 끝도 없이 서로를 배려하는 가운데 점점 자신의 마음을 닫고 상대에게 진짜 마음이 들킬까 두려워하며 실낱같이 흐르는 긴장감 속에 살아가는게 느껴진다. 아...나는 질식할 것 같아 정말 저러고 못산다ㅠㅠㅠㅠㅠ
이 영화에서는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것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이들이 힘들게 그 껍질을 깨고 나오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느날 오토가 '할 말이 있다'라고 꺼낸 말 속에는 얼마나 큰 망설임과 결심이 담겨 있던 것일까. 영화는 그 부분을 무심히 표현하고 있지만, 그건 오토로서 일생일대 결심의 순간이었을지 모른다. 오토는 힘겹게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고 이를 남주에게 드러내기로 결심하였고, 남주는 본능적으로 그 결정을 느꼈기에 밤 늦게까지 방황하며 차마 집에 들어가지 못한다.
2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남주는 자신의 깊이 닫힌 마음을 세상에 꺼내었다. 그리고 그 순간은 곧 오토의 그때 그 마음이 그에게 전달된 순간이기도 하다. 자신이 이렇게 힘겹게 꺼낸 것처럼 오토도 그때 많이 힘들었고 그럼에도 큰 용기를 내어 나에게 손을 뻗었던 것이구나, 그런데 나는 그걸 모르고 그녀의 떨리는 손을 외면했구나.
사람이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그 시작이다. 그 마음에 미루어 타인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는 것이고, 우리는 이를 '소통'이라 부른다. See less
===
Comments
Marie Hong
글은 너무 재밌게 읽었는데 왠지 영화보면 개운치 않을 것 같은 느낌...
Reply21 w
손재희
방금 정주행을 마쳤네요. ㅎㅎ 3시간여...쉽사리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고 눈치?보고 피하고 모른척 넘어가면서 마음은 더욱 무너져 가고...안타깝지만 그래도 결국은 감내하고 꿋꿋하게 살아가기로 한 남주와 드라이버...근데 마지막 장면이 메가마트...남주의 차를 타고 한국인 부부의 반려견?을 데리고 한국을 달리는...의외내요. ㅎ 차와 개를 선물?로 받은건가?
Reply20 w
Kyung Hee Rho
손재희 영화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샘은 늘 제게 글 쓰는 보람을 주시는^^
마지막 메가마트 장면은 좀 뜨아하긴 하죠--;
Reply20 w
Sungu Kim
영화의 해설서를 읽고 있는 기분입니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 그대로인 것 같아요.
Reply20 w
Kyung Hee Rho
김선구 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이 영화는 소설 같은 영화라서인지 글 좀 쓰는 사람들이 다 달려들어서 ㅎㅎ영화보다 주옥같은 영화평이 넘쳐 나는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영화평이라기 보다는 개인적 체험을 적은 일기 같은 글이고요 ㅎㅎ
Reply20 w
Aki Eshi
답글을 달아도 될까요 ?
일본에 오래 살다보면 보여지더군요
저희 직원들의 면면을 봐도 그그렇고 오래 사귄 친구들을 봐도 그래요
더불어 함께 이지만 더불어 나홀로 입니다
이런 이중성은
태어나 첫 유아기 교육을
보육원에서 시작하여 시스템적 메뉴얼 학습을 유아기 때 부터 함께 익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인들은 소통이 안되면 묵시적 관계로 이어져요
사람은 소리가 나야하고 그 소리의 자율에 의해 형성되는 문화가 다양한 사고의 질서를 세우는 것인데
이들은
테마학습의 원도구 가
협력인데 그 협력의 조력을
위치에 비례해두기 때문에 조력의 짜임새가 전체 구도가 되지요
구도의 개체가 중심을 잃으면 해체가 되는 몬테소리 교육의 중심처럼 징검다리 ..밣듯
한사람이 건너고 오른 사다리법 을 차근차근 밣아 합성된 공동교육으로 초등학교를 마치면, 자신의 사회성 은
창의적 개성 과는 무관한
합성 공동의식이 문화가 자기 인생의 기반이 됩니다
공교육 의 양육은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
그 첫번째 가 배려와 협력입니다
여기에 파생된 심리들은
사고와 행위에 대하여 진실과
거짓된 가악의 정체성 위기를 어디까지 분류하여 대체하는 지를 몰라요
한일문제 과거역사문제 독도문제 ,, 개인들은 모두 일본의 날조를 알지만
침묵하는 이유는 ,, 다수가 침묵하므로 ,, 입니다
정체성의 논리는 인격적 배려에서 바라봐야 하므로 ,
지금 일본의 젊은이들은 분출할 용암처럼 끓고 있어요
그 용암이 뜨거운 함성의 끓는 용암이 아니라 이미 사화된 돌더미 의 용암이라는게 문제지요
차거움이 주는 분출이 결국 사회적 자폐로 이어져 그 자폐의 고독이 주는 방치가 두려운 겁니다 많이 외로운 사람들입니다
영화의 주인공 부부가 보여주는 심리는 일본의 심리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왜 ?? 라기보담 우리의 성향과 다른다는 것을 인정해주면 되더군요
그들도 한국의 기질을 부러워하지만 불편한 것도 많아요
다르기 때문에 ,, 그래서 조화롭지요
그래서 이들은 또한 근원의 힘이 내재되어
기초자의 조력자들이 기꺼이 합력하여 힘 이 광합성을 만들어 외길 노벨상을 타기도 합니다
독립적 창의는 오히려 팀에게 피해를 준다는 생각이 아주 깊지만 조력적 창의는 위대한 근본의 지혜를 주머니에 담는다고 생각하고 서로 생성해요
그 과정에서 분출하지 못한 스스로 겪는 끝없는 갈등은
때론 정신적인 트라우마 의 고질병을 안고서도
자신만의 문제라고 생각지 않아요
40여년 이곳에서 조직생활 을 하면서 많이 배우고 깨닫고
때론 분노스럽고 얄밉고 부럽기도 하고 ,
그러나 참 분석을 해도 해도 알집이 보이지 않을때가 있어요
만약 이들의 기질과 한국의 기질이 하나가 된다면 엄청난 시너지가 될것 같아요
작은소망은 그 일에 저 꼬한 숨은 조력자로 남기를 소원하며, 댓글이 길었습니다
횡설수설 이였다면 용서를 구합니다
Reply20 w
조정선
또 느끼지만, 안 본 영화 같군요. 저도 리뷰를 썼었는데 이 감상문으로 그 기억이
허물어졌습니다 ㅎㅎ
Reply20 w
Kyung Hee Rho
조정선 와~ 저 피디님 페북 들어가 이 영화에 대한 포스팅 보고 제 댓글 찾았어요!
"와~ 이 글 보니 영화 보고 싶어지네요~~~ 제가 소설도 영화도 아직 안 봤지만, 그 상황만 놓고 보면, 부인에게 바람 핀 사실을 따지는 순간 결국 어떻게든 이전 관계로는 다시 돌아가지 못한다는 건데...그때 부인을 영원히 잃어버리는게 두려웠던 건 아닌가요? 그렇게 되느니 차라리 이 어정쩡한 관계를 유지하는게 나은...
친구처럼 지내는 짝사랑 상대에게 고백하고 나서 완전히 어색하게 끝나버려 지금의 친구 관계마저 잃어버리는게 두려운 것처럼?
여튼 영화를 봐야겠어요~ 이 영화 요즘 여기저기 평들이 많네요 ㅎ"
전 영화를 보기 전부터 이리 생각하고 있었군요 ㅋㅋㅋㅋㅋ 근데 여기 썼듯이 피디님 평 덕분에 영화 본 듯해요^^ 감사합니다!
Reply20 wEdited
Sungu Kim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였지만 몇 년 전 처음 패키지 여행을 한 후, 그동안 왜 일본, 일본인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는지 저 자신도 의아할 정도였어요. 관광지 상점에서 본 젊은 남성의 고객 응대 모습은 GDP 세계 3위 경제대국의 국민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어찌 보면 굴욕적이라는 표현에 가까웠어요. 부조리한 사회 구조를 보면 분을 참지 못하고 혁명이라도 해 뒤집어 엎는 말 많고 다혈질의 한국과는 다르게 일본인들은 계급사회를 인정하고 계급 상승의 의지도 없는 듯 보였어요. 가이드도 이 생각에 동의하더군요. 시골 한적한 온천마을을 걷고 있는데 자전거를 타고 가는 여중학생들이 저희에게 '곤니찌와' 인사를 하더군요. 아마 동네 어른들이라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아! 여기는 어른을 공경하는 미풍양속이 살아있구나. 참 좋은 전통을 계속 이어가고 있구나. 일본에 장기간 머물면서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더 알고 싶은 호기심이 들었지요.
Reply20 w
Kyung Hee Rho
김선구 네~ 저도 사실 일본 가기 전에 일본이 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라는 사실도 잘 모른--; 시코쿠를 제대로 몰랐다는 ㅋㅋㅋ
일본은 참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이 그야말로 딱인 것 같아요~~~
Reply20 w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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