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03

마네킹 세워 ‘이태원 참사’ 원인 분석한 日방송…“못 움직여”

마네킹 세워 ‘이태원 참사’ 원인 분석한 日방송…“못 움직여”

마네킹 세워 ‘이태원 참사’ 원인 분석한 日방송…“못 움직여”

입력 2022-11-01 21:23업데이트 2022-11-01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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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ANN 방송사 기자가 이태원 참사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ANN 방송사 유튜브 캡처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일본 방송사가 아날로그 방식으로 당시 사고 현장을 재현하면서 사고 발생 원인을 분석했다.

31일 일본 ANN은 ‘참사가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154명의 사망자(당시 집계 기준) ‘군중 눈사태’ 현장 재현’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내보냈다.

진행자는 “서울 번화가 이태원 핼러윈 행사에 모인 많은 젊은이가 군중 눈사태에 휘말려 일본인 2명을 포함해 154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됐다”며 “왜 희생자가 이 좁은 길에서 나온 것인지 사고 현장의 언덕을 재현해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스튜디오에는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 골목 경사도인 10%(경사각 5.7도)의 비탈길을 재현한 구조물이 설치됐다. 구조물 면적은 1㎡로 그 위에 9개의 마네킹이 빈틈없이 붙어 있는 모습이다.

일본 ANN 방송사 스튜디오에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 골목 경사도인 10%(경사각 5.7도)의 비탈길을 재현한 구조물이 설치됐다. ANN 방송사 유튜브 캡처
기자는 “여기는 비교적 급격한 내리막이다. 화면에서는 완만해 보이지만 실제로 올라가 보면 경사가 급격해 조심해야 한다”며 “몸을 조금만 기울여도 앞으로 쏠린다. 휠체어 슬로프보다 2배 정도 기울어져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후 기자는 마네킹 사이로 들어가서 “1㎡에 10명 이상이 들어가면 군중 눈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제 눈앞에는 앞사람의 후두부가 있고 몸을 움직일 수 없으며 압박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이건 마른 체형의 마네킹인데 실제로 사람들이 더 두꺼운 옷을 입고 소지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 압박감이 더 심하다”며 “발밑은 당연히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 사이에 있다 보니) 경사가 더 급격하게 느껴지고 어느 쪽이든 무서운 느낌”이라고 했다.

ANN 방송사 유튜브 캡처
매체는 사람들이 중심을 잃고 앞으로 쏠리게 되는 이유도 분석했다. 기자는 허리를 숙이는 동작을 하면서 “서로 몸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에 넘어지지 않지만 누군가 허리를 숙이거나 땅에 떨어진 걸 주우려고 하면 주위에 있던 사람은 지탱하던 것(앞사람의 상체)이 없어져서 넘어지고, 또 그 앞에 있던 사람도 함께 넘어지는 등 도미노처럼 우르르 쓰러진다”며 “경사가 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0㎏의 압력이 가해지면 사람은 답답함과 공포를 호소하게 된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쓰러져 포개진다면 제일 아래에 있는 사람에게는 수백㎏의 압력이 가해진다”고 했다.

서 있는 상태로 압사당한 사람들에 대해선 미국 워싱턴포스트 보도를 인용해 “강한 압력에 노출되면 혈류가 제한돼 30초 뒤 의식을 잃고 약 6분 만에 죽음에 이른다”고 했다.

매체는 “이제 해마다 핼러윈이 돌아오면 이 참사가 떠오를 수밖에 없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로 인한 인명피해는 1일 오후 6시 기준 사망자 156명, 중상자 33명, 경상자 124명으로 총 313명이다. 외국인 사망자는 26명으로 이란 5명, 중국 4명, 러시아 4명, 미국 2명, 일본 2명, 프랑스·호주·노르웨이·오스트리아·베트남·태국·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스리랑카 각 1명씩이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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