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16

노벨문학상 수상 日 오에 겐자부로 별세 - 조선일보

노벨문학상 수상 日 오에 겐자부로 별세 - 조선일보

노벨문학상 수상 日 오에 겐자부로 별세
채민기 기자
입력 2023.03.13


전후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문인 겸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오에 겐자부로(大江建三郞)가 3일 노환으로 향년 88세로 별세했다고 교도통신이 13일 보도했다. 1957년 등단한 고인은 1994년 '개인적 체험'으로 일본인으로는 두 번째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사진은 2004년 3월 5일 도쿄 일본외국특파원협회에서 기자회견하는 오에.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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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일본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88)가 지난 3일 별세했다고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이 13일 보도했다. 장례는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치른 것으로 전해졌다.

오에는 전후 일본 문단을 이끈 작가이자, 일본 내 자유주의와 진보주의를 상징하는 작가로 손꼽힌다. 도쿄대 재학 시절인 1958년 ‘사육’으로 제39회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다. 청년 시절 사르트르와 실존주의에 심취했으나, 장남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면서 인간의 비애와 치유, 구원을 그리는 문학으로 나아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1994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가와바타 야스나리(1968년 수상)에 이어 일본 작가로 두 번째, 인도 시인 타고르까지 치면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나온 노벨 문학상이었다. 당시 스웨덴 한림원에서 “1962년작 소설 ‘절규’가 생활과 신화를 응축시킨 상상의 세계로 오늘날 인간의 당혹스러운 곤경을 시적으로 표현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노벨상을 받은 뒤 아키히토 일왕이 문화훈장을 수여하려고 했으나 ‘전후 민주주의자로서 민주주의 위에 군림하는 권위와 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한 일화가 유명하다. 이후 ‘외국의 상은 받으면서 일본의 훈장을 거부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비판에 시달렸고, 우익단체 등으로부터 위협을 받기도 했다.


일본의 군국주의를 비판하고 평화를 강조해온 참여적 작가로도 불린다. 일본의 한국 강제병합 100주년이었던 지난 2010년, 일본 식민 지배는 무효라고 선언한 양국 지식인 1000여명 공동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의 전쟁 범죄를 비판하면서도 ‘제국의 위안부’ 저자인 박유하 세종대 교수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던 2017년에는 국내외 학자·예술인 90여명과 함께 박 교수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올바른 인식’과 ‘허위 인식’이 이미 정해져 있다고 보는 것은 위안부 문제를 연구와 토론의 대상이 되지 못하게 만든다

앞으로 신변의 위해를 입지 않으려면 국내외 주류 집단에서 ‘올바르다’고 인정하는 역사 인식만을 따라야 할 것”이라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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