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원 '무릎 사죄'에 오월어머니 "언제든 밥 주세요 이야기하렴"

전우원 '무릎 사죄'에 오월어머니 "언제든 밥 주세요 이야기하렴"

전우원 '무릎 사죄'에 오월어머니 "언제든 밥 주세요 이야기하렴"
이수민 기자입력 2023.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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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을 던지셔도 할 말 없는데…감사합니다"
"손자가 무슨 죄냐…너무 고맙다" 응원


전 대통령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씨가 31일 오후 광주 동구 구도청을 찾아 '옛 전남도청 복원 지킴이 어머니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3.3.31/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저한테 돌을 던지셔도 할 말 없는데 오히려 더 따뜻하게 말씀해주시고, 너그럽게 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전우원)

"많은 짐을 져주는 것 같아서 미안하고, 앞으로도 이야기 많이 나누자. 우린 항상 열려 있으니 언제든지 배고프면 와서 '어머니 밥 주세요' 이야기하렴."(오월어머니 박행순)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씨(27)가 80년 5월 당시 가족을 잃은 옛 전남도청(1980년 5월 시민군의 최후 항전지) 복원 지킴이인 오월어머니 회원들을 찾아 용서를 빌었다.

전씨는 31일 오후 3시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을 찾았다.

전씨가 이날 오전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사죄 기자회견을 하고, 국립 5·18민주묘지에 참배를 마치고 온 터라 오월어머니들은 그를 환하게 맞이했다. 오월어머니들은 1980년 5월 광주에서 가족들이 전두환 등 신군부의 계엄군에 희생당한 어머니들이다.

우원씨는 도착 직후 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큰절했고, 어머니들은 "우리 큰 박수 한번 보내줍시다"하고 반갑게 맞았다.

전씨는 한줄로 앉아있는 어머니들에게 다가가 차례로 눈을 마주치며 악수했다. 어머니들은 "힘내고, 건강하길 바란다"며 "망월묘역 다녀온 것 봤다, 너무 고생했고 우린 자네만 믿는다. 너무 고맙다"고 인사했다.

5·18 시민군이었던 고(故) 권호영씨의 어머니 이근례 여사는 전우원씨를 쳐다보며 한참을 눈물 흘렸다. 이 여사의 아들 권호영씨는 1980년 5월 재수생 신분으로 시위를 위해 거리에 나갔다가 행방불명됐다.

지난 2001년 10월 무명열사로 묻힌 주검 중 DNA를 통해 21년 만에 아들의 주검을 수습했다.

어머니는 할아버지 전두환에 대한 원망을 뒤로 한 채 전우원씨의 손을 맞잡곤 "열심히 진상규명 해가지고 광주의 한을 풀어달라"며 "끝까지 잘 해주셔라"고 인사했다.

전 대통령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씨가 31일 오후 광주 동구 구도청을 찾아 '옛 전남도청 복원 지킴이 어머니들'과 대화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3.3.31/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전 오월어머니집 관장 이명자 여사도 따뜻한 시선으로 전우원씨를 맞이했다. 이명자 여사는 '광주 내란수괴'로 지목됐던 5·18 사형수 고(故) 정동년 5·18기념재단 이사장의 아내다.

이날 어머니들을 만나기에 앞서 전우원씨가 민주묘지에 참배했을 때, 정동년씨의 묘를 찾아 겉옷으로 묘비를 닦은 바 있다.

이명자 여사는 "특별히 아까 제 남편 정동년의 묘를 찾아 옷으로 닦아준 것을 봤다"며 "우리 남편은 80년 당시 사형 선고를 받을 정도로, 내란수괴로 몰릴 정도로 활동했다. 아까 우원씨가 참배하며 묘를 닦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원씨 행보에 따라서 앞으로의 5·18이 달라질 것이다. 남은 가해자들이 많은데 그들이 양심선언 할 수 있도록 그 역할을 부탁한다"며 "너무 많은 짐을 져주는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그래도 그 뒤엔 우리 어머니들이 뒷받침해줄테니 힘내라.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5·18 당시 전남대학교 총학생회장이었던 고(故) 박관현 열사의 누나인 박행순 여사는 친어머니처럼 전우원을 끌어안았다.

박행순 여사는 "언제든지 와서 이야기 나누자. 배고프면 이리로 와라. 늘 편하게 와서 '어머니 밥 주세요' 하면 우린 항상 열려 있으니까 내가 밥을 주겠다"고 이야기했다.

전우원씨는 어머니들의 말씀을 듣곤 "피로가 풀렸다"며 "이 자리에 나와주신 것 너무 감사드린다. 저한테 돌을 던지셔도 할 말 없는데 여기서 오히려 더 따뜻하게 말씀해주시고, 정말 너그럽게 대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만남 행사를 마친 뒤 이명자 전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전우원씨에게 자양강장제 음료를 전했다. 다른 어머니들은 음료를 마시는 전씨 옆에서 "힘내라! 힘내라!" 응원의 목소리를 냈다.

전우원씨는 어머니들의 격려를 받으며 인근인 전일빌딩으로 이동했다. 전일빌딩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이 있었던 곳으로 지목된 공간이다.

이명자 오월어머니집 전 관장은 떠나는 전씨의 뒷 모습을 바라보며 "전두환 손자의 진정성을 보고 마음이 많이 풀렸다"며 "전일빌딩 가서 헬기사격 등을 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긴장해서 왔는데 우릴 만나고 웃는 걸 보니 다행이다. 웃는게 여간 예쁘다. 손자가 무슨 죄냐"고 말했다.

brea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