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02

알라딘: 리영희 프리즘 - 우리 시대의 교양 김현진,이찬수,고병권,김동춘, (지은이)2010

알라딘: 리영희 프리즘


리영희 프리즘 - 우리 시대의 교양 
김현진,이찬수,고병권,김동춘,이대근,천정환,오길영,안수찬,한윤형,은수미 (지은이)사계절2010-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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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es Point : 766

8.5 100자평(5)리뷰(18)
이 책 어때요?
책소개
프랑스의 『르 몽드』가 “사상의 은사”라 불렀던 리영희. 민주주의를 꿈꾸고 고민하고 싸웠던 이 땅의 젊은 지성들에게 리영희는 뿌리이자 토대이고 출발점이었다. 이 책은 리영희를 프리즘으로 삼아 우리 시대를 이해하고, 다른 세상, 다른 삶을 위한 새로운 고민을 시작하고자 한다. 리영희의 의미와 영향력을 되새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리영희를 통해서, 리영희가 지녔던 교양의 힘을 매개로 새로운 교양 목록을 제시한다.

리영희의 팔순(2009년 12월 2일)을 축하하고 기념하기 위해서 기획된 책으로, 리영희를 사상의 스승으로 모시는 70,80년대 학번부터 리영희의 제자가 아니었다고 밝히는 90년대 학번, 20대 논객으로 주목받는 2000년대 학번까지 세대를 넘어선 다양한 필자군으로 구성되어, 리영희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읽을 수 있다.


목차


서문: 리영희를 다시 불러내는 이유 - 홍세화

리영희와 생각하기: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 고병권
사상의 은사 / 조건반사의 토끼 / 계몽이란 무엇인가 / 의식화의 은사, 의식화의 원흉 / 민주주의, 그 영원한 의식화를 위하여

리영희와 책 읽기: 책 읽기와 청년, 그리고 자유 - 천정환
리영희라는 필독서 / 리영희의 책 읽기 / 리영희 읽기, 도는 읽지 않기 / 오늘날의 책 읽기. 청년. 자유

리영희와 전쟁: 전쟁의 세기 - 김동춘
전쟁이라는 최고의 현실 / 정치로서의 전쟁 /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 한반도의 냉전 체제 / 시장과 전쟁 / 반공,전쟁, 국가주의의 우상 / 제국의 전쟁, 그리고 평화

리영희와 종교: 무신론적인, 그러나 유신론적인 - 이찬수
기독교에 대한 거부 / 예수와 제도 종교의 갈등 / 한국 기독교인은 고대 유대교인 / 우상숭배 금지의 본뜻 / 우상숭배 금지에 대한 오해 / 유일신이라는 말 / 한국 기독교의 정치사회적 배경 / 무신론적인,그러나 유신론적인 / 종교의 안과 밖 /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 최고의 가르침

리영희와 영어 공부: 영어라는 우상 - 오길영
500단어의 유창한 영어 실력 / 영어 몰입 교육의 백일몽 / 영어 울렁증과 실용 영어 / 영어 공부의 본령 / 알맹이 없는 영어 강의 / 리영희의 영어 공부 / 영어를 왜 공부하는가

리영희와 지식인: 다시, 지식인의 책무를 묻다 - 이대근
야만의 시대와 지식인 / 근대적 지식인과 탈근대적 지식인 / 한국 지식인의 자화상 / 한국 사회의 특별 계급 / 다른 세상을 위한 지식인의 책무

리영희와 기자: 진짜 기자의 멸종 - 안수찬
프롤로그 / 소 잃고 외양간 고치다 / 사라진 낭만의 시대 / 기자들의 보험, 출입처 시스템 기자라는 이름의 부속품 / 낯익으면서도 낯선 언론 탄압 / 진실 보도 경쟁이 사라지다 / 기자 리영희의 교훈 / 다른 시대, 다른 기자의 꿈

리영희와 사회과학: 사회과학의 고민 - 은수미
리영희와 사회과학 / 사회과학은 비정규직을 어떻게 보는가 / 비정규직을 말하는 사회과학 / 사회과학의 딜레마 / 공공성에 대한 고민 / 사회과학에 대한 질문

리영희와 청년 세대: 냉소주의 시대의 우상과 이성 - 한윤형
'아버지 세대의 선생님'을 만나다 / 리영희와 청년 문화의 긴장 관계 / 대학생, 자유를 말하다 / 무엇이 우상이고 무엇이 이성인가 / 리영희와 청년 문화의 상실 / 전환이 불가능한 시대의 우상과 이성 / 분열증 시대에 돌아보는 리영희

리영희 인터뷰: 가혹하게 정직하고, 칼날처럼 순결하게 - 김현진
고옥의 일인자 / 레이디, 인텔리겐치아 / 그런 것이 역사다 / 혁명은 온다, 네가 형무소에 갈 때 거절하라! / 물을 건넌 개, 물에 빠진 개 / 피로 쓴다 / 생활은 간소히, 생각은 높게 / 리영희 수난곡, 리영희 스타일, 그리고 사상의 오빠

참고문헌

접기


책속에서


P. 16 리영희를 ‘사상의 은사’, ‘생각의 스승’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그것은 그가 훌륭한 ‘정보’나 ‘견해’를 들려주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우리를 ‘생각하게’ 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스승이란 우리에게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존재, 우리를 각성케 하는 모든 존재에게 부여될 수 있는 이름이다.
- 고병권의 「생각한다는 것은 ... 더보기
P. 34 어떤 책들은 그냥 종이 뭉치이거나 문장의 집합체가 아니게 된다. 그것은 마치 살아 있는 어떤 인간과 같다. 우리는 그 시절에 어떤 이들과 조우함으로써 우리 생을 만들고 또 바꿔 왔다. ‘그/책’은 젊은 날이 성마른 열정과 숭고한 영성을 상징한다. ‘그/책’은 한 시대를 표상하는 이름이며 존재다.
- 천정환의 「책 읽기와 ... 더보기
P. 66 전쟁은 처음부터 끝까지 특정한 역사적 국면에서, 특정한 정치경제 상황에서 전개되기 때문에 인간적.인문학적 현실임과 동시에 적나라한 정치적.사회적 현상이다. 따라서 전쟁은 언제나 동일한 방식으로 나타나지도 않고 또 그것을 겪은 군인들이나 민간인들에게 동일하게 체험되지도 않는다.
- 김동춘의 「전쟁의 세기」 중에서
P. 88 율법의 ‘문자’가 아닌 ‘정신’을 실현하고자 한 예수가 율법을 거스른다는 이유로 율법가들에 의해 희생되었는데, 예수를 따른다는 오늘날 기독교인들이 다시 예수를 죽인 율법가의 편에 선다.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라는 예수의 정신을 여전히 반대로 알아듣는다. 사람들을 문자와 제도 안에... 더보기
P. 109 당시 강연장을 가득 메운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원어민’들도 그의 발음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들이 관심을 기울인 것은 지젝의 어색한 발음이 아니라 강연에서 그가 주장했던 독창적인 사유의 내용이었다. 원어민 발음과 거리가 먼 영어를 구사하는 지젝은 원어민을 능가하는 유려한 글쓰기 능력으로 자신의 저서를 대부분 영어로 쓴다. 그런...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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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글
이 책은 고민하는 청춘들의 영원한 스승, 리영희를 다시 불러낸다. 리영희를 프리즘으로 삼아 우리 시대를 이해하고, 다른 세상, 다른 삶을 위한 새로운 고민을 시작하고자 한다.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인지부터(고병권), 책 읽기(천정환), 전쟁(김동춘), 종교(이찬수), 영어 공부(오길영), 지식인(이대근), 기자(안수찬), 청년 세대(한윤형)에 이르기까지 리영희를 매개로 우리 시대 교양의 기초를 다지고자 한다.

- 인문사회과학출판인협의회(인사회)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한겨레 신문
- 한겨레 신문 2010년 2월 19일 잠깐 독서
중앙일보
- 중앙일보(조인스닷컴) 2010년 2월 20일 북 브리핑



저자 및 역자소개
김현진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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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스트, 소설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영화 시나리오와 서사창작을 공부했다. 17살에 에세이집 『네 멋대로 해라』로 데뷔해 이것저것 글을 쓰다 정신 차려보니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고 20년이 지났다. 에세이 쓰기 클래스를 운영하고, 개 산책을 의뢰받아 일한다.

최근작 : <먹고살고 글쓰고>,<[큰글자도서] 녹즙 배달원 강정민>,<우리는 예쁨 받으려고 태어난 게 아니다> … 총 54종 (모두보기)

이찬수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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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사상과 문화, 동아시아의 종교와 평화 연구자. 서강대학교 화학과를 거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일본의 철학자 니시타니 케이지와 독일의 신학자 칼 라너의 사상을 비교하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강남대 교수,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일본)코세이 가쿠린 객원교수, (일본)중앙학술연구소 객원연구원, (일본)난잔대학 객원연구원, 성공회대 대우교수, 보훈교육연구원장 등을 지냈다.
『일본정신』, 『불교와 그리스도교 깊이에서 만나다: 교토학파와 그리스도교』, 『다르지만 조화한다』, 『평화와 평화들』, 『사회는 왜 아픈가』... 더보기

최근작 : <메이지의 그늘>,<보훈과 교육>,<보훈, 평화로의 길> … 총 61종 (모두보기)

고병권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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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들장애학궁리소 회원. ‘읽기’에 대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 ‘읽기의집’에서 일명 ‘고집사’로 살림하며 지내고 있다. 주로 국가, 자본, 인간의 한계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 들어가서는 사회학을 공부했다. 1991년 마르크스의 《자본》을 처음 읽었고, 그 후 여러 번 다시 읽었으며, 다양한 공부 모임에서 《자본》 읽기 강의를 진행한 바 있다. 2016년 어느 공부 모임에서 열두 번에 걸쳐 이뤄진 《자본》 강의가 이 책의 뿌리가 되었다.
니체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이해를 ... 더보기

최근작 : <너머학교 열린교실 1~20 세트 - 전20권>,<뉴래디컬리뷰 2022.겨울>,<고병권의 『자본』 강의> … 총 74종 (모두보기)

김동춘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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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 서울대학교 사범대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에서 「한국 노동자의 사회적 고립」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역사비평』 편집위원, 『경제와 사회』 편집위원장,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참여사회연구소 소장을 역임했으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했다. 1997년부터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현재 같은 대학 NGO 대학원장 및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한국민주주의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 『대한민국은 왜?』 『이것은 기억과의 전쟁이다』 『시험능력주의』 『1960년대의 ... 더보기

최근작 : <결정적 순간>,<쿠오바디스 대한민국>,<고통에 응답하지 않는 정치> … 총 74종 (모두보기)

이대근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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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대학교 국방정책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고려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경향신문 편집국장 및 논설고문,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 자문위원,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북한군사 문제를 넘어 한반도 평화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저서로는 『북한 군부는 왜 쿠데타를 하지 않나』, 『김정은 시대 조선로동당』(공저), 『북한군사문제의 재조명』(공저), 『북한의 당·국가기구·군대』(공저) 등이 있다.

최근작 : <12개 렌즈로 보는 남북관계>,<당신은 정의로운 사람입니다>,<나는 천천히 울기 시작했다> … 총 9종 (모두보기)

천정환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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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대표 논저로는 『자살론』(문학동네, 2013), 『시대의 말 욕망의 문장-123편 잡지 창간사로 읽는 한국 현대 문화사』(마음산책, 2015), 『숭배 애도 적대』(서해문집, 2021) 등이 있다.
근래 1980-90년대 문화사와 지성사에 관심을 기울여 연구하고 있다.

최근작 : <해금을 넘어서 복원과 공존으로>,<지식을 공유하라>,<숭배 애도 적대> … 총 36종 (모두보기)

오길영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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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와 뉴욕주립대학교에서 영문학과 비교문학을 공부했다.
1991년 계간 『한길문학』에 임철우·양귀자론을 발표하며 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충남대학교 영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산문집 『아름다운 단단함』(2019), 평론집 『힘의 포획』(2015), 연구서 『포스트미메시스 문학이론』(2018), 『세계문학공간의 조이스와 한국문학』(2013), 『이론과 이론기계』(2008) 등이 있다.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ogyjoyce

최근작 : <김수영에서 김수영으로>,<아름다움의 지성>,<아름다운 단단함> … 총 16종 (모두보기)
SNS : //facebook.com/ogyjoyce

안수찬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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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석사 공부까지 마쳤으나 언론학으로 전공을 바꿔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1997년 11월부터 시작한 기자 노릇에 의심이 많아져 언론학을 제대로 파 보자고 결심했다. <한겨레> 탐사보도팀장, 사건팀장 등을 거쳐 <한겨레21> 편집장을 맡고 있다. <뉴스가 지겨운 기자>(삼인), <기자, 그 매력적인 이름을 갖다>(인물과사상사), <4천원 인생>(한겨레출판) 등을 썼다.


최근작 : <4천원 인생>,<대통령의 7시간 추적자들>,<저널리즘의 지형> … 총 16종 (모두보기)

한윤형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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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술가. 《추월의 시대》 공저자.
1983년생. 한국 사회의 청년세대 문제, 미디어 문제 그리고 현실 정치에 관한 글을 주로 써왔다. 매체비평 전문지 〈미디어스〉에서 2012년부터 3년간 정치부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메디치미디어 출판콘텐츠실 기획위원, 넥스트브릿지 기획위원, 새로운소통연구소 조사분석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추월의 시대》(공저),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공저), 《뉴라이트 사용후기》 등이 있다.

최근작 : <아무도 행복하지 않은 나라>,<촉 2022-2023>,<추월의 시대> … 총 22종 (모두보기)

은수미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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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사회학과에 입학한 뒤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정책국장으로 일하다 체포되어 6년 가까이 수감생활을 했다. 1997년 출소 뒤, 대학에 복학해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노동연구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동정책 자문위원, 청년유니온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했고,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위원을 지냈다. 2016년 테러방지법을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10시간 18분 동안 했고, 같은 해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했다. 여러 학교, 시민단체, 노동조합 등에서 ‘노동, 청년, 정치’를 주제로 한 ... 더보기

최근작 : <만국의 알바여, 정치하라>,<정치의 시대 세트 - 전4권>,<은수미의 희망 마중> … 총 23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이 책은 리영희에게 바치는 책이 아니다. 리영희에게 바치는 책은 그 누구보다도 리영희가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그것을 모른다면 그를 ‘사상의 스승’으로 부를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그에게는 “글을 쓴다는 것은 우상에 도전하는 행위”인데, 어떻게 헌사 따위가 바쳐지는 자리에 스스로 서겠는가. - 홍세화의 「서문 : 리영희를 다시 불러내는 이유」 중에서

1. 사상의 은사, 리영희를 다시 불러낸다
프랑스의 『르 몽드』가 “사상의 은사”라 불렀던 리영희의 책 『전환시대의 논리』는 “사회과학 서적으로는 처음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해방 이후 한국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저작”이다. 시대를 고민하는 청춘들에게 리영희는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이고 “머릿속에서 지진을 일으키”고 “몽롱한 의식에 끼얹은 찬물 한 바가지”였다. 리영희로 말미암아 눈을 뜨고 세계를 인식하고, 이전과 다른 존재로서 생을 만들고 바꾸어간 청년들은 시대의 한 가운데로 투신했다. 민주주의를 꿈꾸고 고민하고 싸웠던 이 땅의 젊은 지성들에게 리영희는 뿌리이자 토대이고 출발점이었다. 그렇게 한국 현대사의 비판적 지성의 상징, 리영희는 우리 시대 민주주의를 향한 여정의 출발점이다. 이 책은 고민하는 청춘들의 영원한 스승, 리영희를 다시 불러낸다.

2. 리영희라는 이름의 교양, 우리 시대 교양의 기초를 다진다

리영희는 깨어 있고자 한 청춘들이 읽어야 할 필독서였고, 알아야 할 교양의 첫 번째 목록이었다. 여기서 교양이란 속류화된 호사 취미나 잡다한 지식을 지시하지 않는다. 일찍이 플라톤은 교양이란 “영혼의 건강과 같은 것, 혹은 아름다움이나 반듯하게 배우고 알아야 할 최대의 덕”을 의미하고, 교양을 구현해낸 이상적인 인간상인 철학자는 “폴리스에 대한 사랑, 즉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봉사할 줄 아는 덕을 지향해야 한다”고 했다.(이광주, 『교양의 탄생』(한길사) 중에서) 또 재일 디아스포라 학자 서경식은 신자유주의 전체주의가 지배하고 전쟁이 일어나는 시대에 교양의 자리를 묻는다.(서경식 외, 『교양, 모든 것의 시작』(노마드) 중에서)
무지몽매한 우상이 지배하던 시대에 이성의 힘으로 맞서 싸운 리영희는 교양의 의미를 올곧게 보여주었다. 리영희라는 이름은 무엇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를 일깨우는 고민의 바탕이었고, 수많은 청춘들이 스스로 서게 하는 교양의 힘이었다. 7,80년대 민주주의를 향한 거대한 물결은 바로 ‘세미나’의 이름으로 이루어진 자발적인 ‘교양’ 공부의 토대 위에 있었다. 이 책은 리영희를 프리즘으로 삼아 우리 시대를 이해하고, 다른 세상, 다른 삶을 위한 새로운 고민을 시작하고자 한다.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인지부터(고병권), 책 읽기(천정환), 전쟁(김동춘), 종교(이찬수), 영어 공부(오길영), 지식인(이대근), 기자(안수찬), 청년 세대(한윤형)에 이르기까지 리영희를 매개로 우리 시대 교양의 기초를 다지고자 한다.

3. 리영희를 불러내는 또 하나의 방법
이 책은 리영희의 팔순(2009년 12월 2일)을 축하하고 기념하기 위해서 기획되었다. 그러나 어떤 금기도 허용치 않고 우상에 맞섰던 리영희에게 헌사는 어울리지 않는다. 따라서 이 책은 일방적인 존경과 흠모를 보내는 보통의 헌정 도서와 다르게 구성되었다. 리영희의 의미와 영향력을 되새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리영희를 통해서, 리영희가 지녔던 교양의 힘을 매개로 새로운 교양 목록을 제시한다. 리영희는 새로운 교양을 촉발하는 원재료이고, 다양한 교양의 목록을 묶어주는 고리의 역할을 한다. 또 서문을 쓴 홍세화를 필두로, 리영희를 사상의 스승으로 모시는 70,80년대 학번부터 리영희의 제자가 아니었다고 밝히는 90년대 학번, 20대 논객으로 주목받는 2000년대 학번까지 세대를 넘어선 다양한 필자군으로 구성되어, 리영희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읽을 수 있다.

[주요 내용]

리영희와 생각하기 :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_ 고병권

리영희가 ‘사상의 은사’라 불리는 점에 착안하여, 생각을 낳아준 스승이란 무엇인가,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탐색한다. 리영희를 ‘사상의 은사’, ‘생각의 스승’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그가 정보나 견해, 지식을 전달한 사람이 아니라, 생각하기 즉 각성을 전달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스승이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에게 부여되는 이름이다. 리영희는 생각 없음의 상태/체제에 도전하여 생각할 것을 일깨웠고, 생각한다는 것은 기존의 굳은 관념, 견해에 의한 조건반사의 반응을 넘어서는 것이다. 바로 생각의 전제, 토대조차 무너뜨리고 생각하는 것이고, 그것이 계몽이고 각성이고 다른 사람이 되는 주체 변형의 의식화다.

리영희를 ‘사상의 은사’, ‘생각의 스승’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그것은 그가 훌륭한 ‘정보’나 ‘견해’를 들려주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우리를 ‘생각하게’ 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스승이란 우리에게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존재, 우리를 각성케 하는 모든 존재에게 부여될 수 있는 이름이다. _ 16쪽, 고병권의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중에서

리영희와 책 읽기 : 책 읽기와 청년, 그리고 자유 _ 천정환
독서의 문화사라는 관점에서 책 읽기를 통해 형성되고 발현되는 정신사의 풍경을 서술한다. 리영희의 독서 이력과 리영희를 읽고 또 읽지 않던 70,80년대 책 읽기의 문화사를 살펴보며, 책 읽기와 자유의 관계에 질문을 던진다. 식민지 시대 일본어로 된 문학 책으로 시작하여, 국제관계 저널리스트이자 진보적 지식인으로서 사회과학 서적의 탐독으로 이어진 리영희의 책 읽기는 당대의 문화-정치의 맥락과 맞물려 한국 지성사의 서술로 이어진다. 수많은 청년들이 책 읽기를 통해 존재를 건 모험에 나섰던 70,80년대 리영희가 ‘필독서’에서 ‘선택 교양’으로 전환되는 맥락 속에서 책 읽기와 자유, 책 읽기와 정치의 관계를 짚어본다.

어떤 책들은 그냥 종이 뭉치이거나 문장의 집합체가 아니게 된다. 그것은 마치 살아 있는 어떤 인간과 같다. 우리는 그 시절에 어떤 이들과 조우함으로써 우리 생을 만들고 또 바꿔 왔다. ‘그/책’은 젊은 날이 성마른 열정과 숭고한 영성을 상징한다. ‘그/책’은 한 시대를 표상하는 이름이며 존재다. _ 34쪽, 천정환의 「책 읽기와 청년, 그리고 자유」 중에서

리영희와 전쟁 : 전쟁의 세기_ 김동춘
리영희라는 지식인이 전쟁이라는 최고의 현실을 어떻게 마주했는지를 살펴보며, 20세기 한반도와 주변에서 벌어진 전쟁의 역사와 경험을 되짚는다. 전쟁은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관계들도 파괴하고 새로운 관계들을 만들어낸다. 전쟁은 모든 것을 뒤집어버리는 일종의 혁명이다. ‘제국’의 프로젝트인 전쟁은 국제 질서를 뒤흔들 뿐 아니라 국내의 정치 질서도 지배하는 정치사회적 사건이자 현상이다. 『전쟁과 사회』의 저자이자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문제를 천착한 김동춘 교수가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냉전 체제의 속살을 파헤친다.

전쟁은 처음부터 끝까지 특정한 역사적 국면에서, 특정한 정치경제 상황에서 전개되기 때문에 인간적 ? 인문학적 현실임과 동시에 적나라한 정치적 ? 사회적 현상이다. 따라서 전쟁은 언제나 동일한 방식으로 나타나지도 않고 또 그것을 겪은 군인들이나 민간인들에게 동일하게 체험되지도 않는다. _ 66쪽, 김동춘의 「전쟁의 세기」 중에서

리영희와 종교 : 무신론적인, 그러나 유신론적인 _ 이찬수
일관된 종교 비판자였지만 종교의 가치를 좇았던 리영희를 통해, 제도와 교리에 갇힌 기성 종교를 비판하고 진정한 종교 정신을 되새긴다. 종교 간 갈등은 교리의 차이가 아니라 교리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다. 예수는 유대교 율법의 ‘정신’을 살리려 했지만, 율법의 ‘문자’ 자체에 매달린 유대교 지도자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기독교의 우상숭배 금지, 유일신 사상도 이와 같이 교리를 문자 자체로 해석하여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제도와 교리 속에 담겨진 정신은 뒷전으로 밀리고, 정신이 형상화된 제도와 교리에 치우친 기성 종교를 비판하며, 보편적인 종교 정신을 강조한다.

율법의 ‘문자’가 아닌 ‘정신’을 실현하고자 한 예수가 율법을 거스른다는 이유로 율법가들에 의해 희생되었는데, 예수를 따른다는 오늘날 기독교인들이 다시 예수를 죽인 율법가의 편에 선다.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라는 예수의 정신을 여전히 반대로 알아듣는다. 사람들을 문자와 제도 안에 가두어 두고, 그것이 하느님의 뜻이라며 강권한다. _ 88쪽, 이찬수의 「무신론적인, 그러나 유신론적인」


리영희와 영어 공부 : 영어라는 우상 _ 오길영
영어 실력이 사회적 성공의 보증수표로 여겨지는 시대, 영어를 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따져보고, 일찍이 외국어 공부에 매진한 리영희의 사례를 통해 올바른 영어 공부와 방법에 대해 논한다. 실용주의와 시장주의가 지배하는 한국사회에서 영어 실력은 실용성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그 실용의 수준이 텍스트 독해력과 사고의 조직력 등을 배제한 ‘관광 영어’ 수준으로 이해되고, 영어 공부가 무엇을 위해 어떻게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 없이 모든 사람에게 강요된다. 서투른 발음에도 영어 원어민들을 압도하는 지젝과 영어 공부하는 목적과 방법을 명확히 하고 영어를 익힌 리영희를 통해 영어 공부의 본령을 제시한다.

당시 강연장을 가득 메운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원어민’들도 그의 발음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들이 관심을 기울인 것은 지젝의 어색한 발음이 아니라 강연에서 그가 주장했던 독창적인 사유의 내용이었다. 원어민 발음과 거리가 먼 영어를 구사하는 지젝은 원어민을 능가하는 유려한 글쓰기 능력으로 자신의 저서를 대부분 영어로 쓴다. 그런 능력은 500단어의 유창한 영어 발음으로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_ 109쪽, 오길영의 「영어라는 우상」 중에서

리영희와 지식인 : 다시, 지식인의 책무를 묻다 _ 이대근

저항적 지식인의 전형인 리영희의 퇴장을 곱씹으며, 민주화 이후 변화된 지식인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따져본다. 민주화가 진행되고 분노와 저항의 시대를 헤쳐온 지식인 리영희가 물러났지만, 한국사회는 인간다운 사회와 가까워지지 못했다. 신자유주의가 지배하고 시장에 휘둘리는 정글 사회로 변모하고, 불평등과 억압은 세련되게 변형되고 교묘해졌다. 탈근대적 현상들로 탈근대 지식인론이 논의되지만, 근대적 과제와 탈근대적 과제가 중첩되어 있는 한국사회에서 탈근대적 지식인론이 근대적 지식인론을 대체할 수는 없다. 삶의 질이 악화되고 더욱 뿌리 깊은 억압과 불평등이 만연한 이 시대에 지식인의 책무에 대해 다시 묻는다.

리영희는 사르트르를 인용해 자유의 의미를 절절하게 전했다. 사르트르는 독일 점령하에 있을 때처럼 자유로웠던 때가 없었다고 한다. 일체의 권리를 박탈당하고 매일 정면으로 모욕을 당할 때 올바른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자유라고 했다. 막다른 골목에 쫓겨 있었던 까닭에 거동 하나하나가 앙가주망의 무게를 지니고 있었다고 했다. _ 144쪽, 이대근의 「다시, 지식인의 책무를 묻다」 중에서

리영희와 기자 : 진짜 기자의 멸종 _ 안수찬

IMF 이후 시장에 노출되어 생존 경쟁에 돌입한 언론사의 현실 아래서, 기자들은 조직의 부속품이 되어갔다. 단독자 기자는 사라지고 매체마다 정형화된 기사가 넘쳐났다. 『시사저널』 사태는 시장 압력에 굴복한 대표적 사례다. 또 기업 이윤이라는 논리로 진행되는 언론 탄압은 민주 정부 시절의 언-권 유착에서 영감을 얻었고, 역시 시장주의와 관련된다. 기자 사회의 낭만에 빠지지 않고 기자라는 명함에도 연연하지 않으며 권력과 긴장했던 진짜 기자 리영희를 되새기며, 기자의 존재 조건과 기자 정신을 되새기고자 한다.

기가 막힌 노릇이지만, 이는 국소 마취의 수법이다. 시장주의의 모르핀으로 언론의 발을 마비시켰다. 방송 시장이 개방된다는데, 방송이 신문 광고를 다 빼앗아 간다는데, 이 언론사가 망하면 너는 어디 가서 잘난 기자 노릇을 할 것이냐고 겁박하는 방식이다. 기자들이 겁먹었다는 증거는 허다하다. _ 157~158쪽, 안수찬의 「진짜 기자의 멸종」 중에서

리영희와 사회과학 : 사회과학의 고민 _ 은수미

비정규직 문제를 천착하는 사회과학 연구자로서 사회과학의 입장과 역할, 딜레마 등에 대한 고민을 풀어낸다. 사회과학이 비정규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사회과학의 고전적 주제인 개인과 사회의 관계의 맥락에서 뒤르켐과 리프킨, 스티글리츠를 참조한다. 사회과학이 비정규직을 말하고 대변하는 것의 의미를 아렌트의 공론장에서 자리 확보의 논의와 만하임의 지식사회학 논의를 연관 지어 고민한다. 또 사회과학이 연구대상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 공공성이란 무엇인지, 사회과학이란 무엇인지 등에 대한 고민을 깊이 있고 진솔하게 풀어낸다.

학문의 역사는 가설의 역사일지도 모른다. 연구자는 아직 입증되지 않은 자신의 논리, 예를 들어 “파업권 보장 없이 민주주의는 없다”는 가설을 제시하고 그것을 입증하려 한다. 학문은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가설을 통해 재구성된다. 하지만 가설을 주장하고 입증하는 것이 학문 외부의 강제에 의해 불가능하여 가설이 가설로만 남는다면 그것은 학문 세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문제로 바뀐다. _ 184~185쪽, 은수미의 「사회과학의 고민」 중에서

리영희와 청년 세대 : 냉소주의 시대의 우상과 이성 _ 한윤형
1980년대생의 젊은 필자가 ‘아버지 세대의 선생님’ 리영희를 매개로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청년 문화의 양태, 속내를 정리한다. 70년대 통기타 문화와 리영희의 긴장 관계부터 민중문화가 주도하던 80년대, 포스트모더니즘 문화이론이 유행하던 90년대를 개괄하면서, 우상과 이성의 분별이 가능한지를 질문한다. 또 청년 문화가 상실되고 상품화된 대중문화로 대체되어 버린 지금 청년들의 삶의 조건과 정서, 욕망을 설명한다. 노동자마저 자본가의 사유를 내면화해, 우리 삶 자체가 우상화되어버린 후기 자본주의 시대에 스스로의 삶 자체에 대한 치열한 성찰을 요구한다.

예비 노동자인 대학생들은 자신을 착취해주기를 간절하게 바랄 수밖에 없다. 오늘날의 대학생들이 바라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편입’이다. 자본주의로부터의 자유, 노동할 의무로부터의 자유를 꿈꾸지 못하고 자본주의 사회로 편입하기를, 정규직으로 편입하기를, 그러기 위해 좋은 대학으로 편입하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 하지만 하루하루 편입을 위해 살아가는 우리의 삶 속에선, 우상은 바로 우리의 삶 그 자체다. _ 204쪽, 한윤형의 「냉소주의 시대의 우상과 이성」 중에서

리영희 인터뷰 : 가혹하게 정직하고, 칼날처럼 순결하게 _ 김현진
일찍이 고등학교를 박차고 나온 ‘불량소녀’로 알려졌고, 20대 필자로 다양한 저술활동을 하고 있는 김현진이 거인 리영희를 만났다. 패거리를 만들지 않고 올곧게 독립적으로 진실만을 추구했던 리영희의 삶을 ‘리영희 스타일’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하고 지식인과 변혁, 혁명, 역사, 자본주의, 자유 등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리영희는 엄격하고 단단하고 날카로운 솜씨로 질문에 답하는 한편, 어린 손녀의 물음에 응해주는 따뜻하고 지혜로운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인다.

그래도 날렵한 몸으로 채찍을 휘두르며 ‘포티 파이브’ 권총으로 백발백중의 사격 솜씨를 자랑하는 탐험복 차림의 고고학자 리영희를 상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캐릭터로 본다면, 절대 인디아나 존스는 아니다. 아무리 적이라 해도 타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함정에 빠뜨리거나 자동차에서 떨어뜨리거나 하는 건 도저히 ‘리영희 스타일’이 아니다. _ 232~233쪽, 김현진의 「가혹하게 정직하고, 칼날처럼 순결하게」 중에서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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