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렬 정부에서 우려되는 가장 큰 일이 바로 박유하 교수 같은 역사수정주의 입장이 다시 등극하고 실현되는 일이다.
전지윤
·
박유하 씨가 <중앙일보>의 ‘나는 고발한다’ 시리즈에 기고한 글을 봤다.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64129) 글의 내용은 유시민 작가에 대한 한동훈의 명예훼손 고발이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라는 주장을 반박하면서 한동훈의 고발과 검찰의 구형을 옹호하는 것이다.
유시민 작가의 문제제기가 ‘국가기관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사회분열과 혼란을 증폭시킨’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에 <제국의 위안부>라는 책을 통해서 학문적 비판을 제기했을뿐인 자신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과 정의연 등에 의해서 ‘8년 동안이나 입에 재갈을 물려있었다’면서 이것이야말로 적반하장이고 내로남불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이 글은 전형적으로 펙트의 왜곡과 논리의 비약을 통해 이루어진 글이다. 먼저 박유하 씨는 단지 학문적 비판만 제기한 것은 아니었다. '위안부가 자긍심을 가지고 일본병사를 위안했고 서로간에 동지적이고 협력적인 관계에 있었다’는 것이 <제국의 위안부>의 핵심적 내용과 논리를 이루고 있었다.
이것도 하나의 ‘학문적 주장’이라고 볼 수는 있지만, 그것이 ‘위안부’(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매우 큰 상처와 고통을 준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위안부 피해 당사자들이 박유하 씨를 고발한 것은 동의하긴 어려워도 일부 이해가 가는 점이 있었다.
물론, 형사적 고발보다 정치적 비판이 옳았다고 보는데, 문제는 검찰이 그것을 적극 받아서 기소까지 한 것에 있었다. 언제나 정치적 맥락을 살펴서 자신들의 존재를 과시할 기회를 노리는 ‘정치검찰’다운 반응이었다. 검찰이 칼을 들고 나서면 누구도 피하기 어렵다.
박유하 씨를 고발한 것은 ‘나눔의 집’에서 기거하는 피해자들이었는데, 나눔의집은 지금 그 운영진의 후원금 유용과 내부고발자 억압 등 여러 문제가 드러난 바로 그 단체이다. 나눔의집은 정의연과는 완전히 다른 단체인데 보통 언론은 그것을 잘 구분하지 않고 일부러 혼동을 유발하며 ‘윤미향 마녀사냥’에 이용했고 많은 이들이 거기에 편승해 왔다.
박유하 씨가 고발당했을 때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은 그것을 적극 지지하거나 환영하는 입장은 아니었다. 실제로 정의연의 주요한 인물들은 당시에 ‘이것은 학문적으로 토론하고 비판할 문제이지 법적으로 처벌할 문제가 아니다’는 취지의 성명에 같이 이름을 올렸다.
유시민 씨도 (자유주의자답게) 당시에 검찰의 기소가 ‘반민주적’이라고 비판하는 성명에 이름을 올린 대표적 지식인 중 하나였다. 또 정의연은 나눔의집의 여러 내부적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도 그것을 비판하며 내부고발자들을 방어하는 행동들에 함께해 왔다.
그런데 박유하 씨의 이번 글은 윤미향 의원, 정대협, 정의연을 언급하면서 이분들이 “지난 30년 동안 일본 비난만 반복해왔다.... 핀트 어긋난 비판으로 일관한 탓에 한일관계를 최악으로 치닫게”했다고 매도하고 있다. 이어서 자신이 이렇게 “위안부지원단체를 비판했다는 이유만으로 명예훼손 고발을 당”했다고 말한다.
즉 마치, 자신이 정의연 등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하다가 정의연에 의해 고발을 당해 입에 재갈이 물렸던 것처럼 혼동을 유도하는 것이다. 더구나 박유하 씨는 이어서 “지원단체의 가장 큰 문제는 공금횡령이 아니다... 북한이 일본에 배상을 받아낼 좋은 재료로 삼은 게 모든 문제의 배경이다”라고 쓴다.
이것은 명백히 악의적인 문구이다. 마치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이 공금횡령을 했다고 읽히는 것만이 아니라, 이 분들이 ‘친북’적이어서 일본의 태도를 비판해 온 것처럼 쓰면서 ‘종북몰이’까지 의도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도 새로운 것은 아니다. 박유하 씨가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을 비판해 온 핵심에는 항상 이것이 있었다.
결국 박유하 씨는 자신이 검찰에 기소당할 때 그나마 그것을 반대하거나 검찰을 비판하는 입장을 밝혔던 정의연, 유시민 작가 등이 지금 검찰과 보수언론에 공격당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검찰과 보수언론 등의 공세에 힘을 실어주면서 ‘나한테 당신들이 한 짓을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이 글의 마지막에서 박유하 씨는 “자신이 겪은 고통을 다른 이도 똑같이 당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런 식의 사고는 우리 사회를 끝없는 갈등으로 몰아넣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도대체 누가 누가에게 할 말이지 돌아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박유하 씨가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에 대한 언론과 검찰의 마녀사냥에 편승해 같이 돌을 던져온 것은 참 씁쓸한 일이다. 물론 당시에 박유하 씨가 일부 언론의 과도한 선정주의적 접근과 검찰의 기소 속에서 고통스러운 점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의 소극적 태도와 정치적 입장에 상처받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당시 형사 고발과 검찰의 기소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한 것만으로도 정의연의 태도는 충분했다고 봐야 한다. 그것을 넘어서 더 적극적으로 박유하 씨를 방어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을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에게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위안부 피해자들과 적극 연대해 왔고 <제국의 위안부>의 내용에 전혀 동의할 수 없는 이들이었으니 말이다.
마크 렘지어와 마찬가지로 박유하 씨같은 분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사실에 근거한 학문적 반박일텐데, 자신들을 ‘주류 학설에 맞서서 이견을 밝히며 학문적 주장을 하다가 입에 재갈을 물린 피해자들’로 포지션하는 데 집중하는 게 ‘역사수정주의자’들의 태도인 것 같아서 매우 안타깝다.
또, 유시민 작가에 대한 지금 한동훈의 보복 고발과 검찰 수사와 기소는 과도하고 불의한 것이 명백하다. 2019년 ‘검언대란’ 당시에 누구도 감히 나서서 검찰과 언론의 대대적 여론몰이에 맞서지 못할 때 다른 목소리를 냈던 유시민 작가가 이후 검찰의 보복 대상이 됐다는 것은 채널A 사건의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드러난 사실이다.
검찰의 최고 실력자에서 이제 새정권의 법무장관과 윤석열의 후계자로 승승장구하는 한동훈의 아이폰은 풀지도 않고 면죄부를 주면서, 유시민 작가만 압박하는 검찰의 태도가 ‘굥정’하다고 볼 사람은 윤석열 밖에 없을 것이다. 박유하 씨의 이번 글과 한동훈을 “모델 포스-비주얼 깡패”, “조선제일검”이라고 추켜세우는 언론들을 보며 윤석열 시대를 실감한다.
* 사족: <중앙일보>가 ‘저격’ 시리즈에 이어서 ‘나는 고발한다’ 시리즈를 하고 있다. 마녀사냥에 반대했던 그 유명한 에밀 졸라의 슬로건이 이렇게 마녀마냥 전문 매체에 의해 이용되는 현실이 그로테스크하다. 거듭 말하지만, 족벌언론들, 특히 그 중에서도 <조선일보>에 글을 써주거나 협력해주는 진보 정치인, 지식인들을 자신들이 그 족벌언론들에게 피해와 고통을 당했던 수많은 피해자들의 가슴에 피멍이 들도록 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봤으면 한다. 이것은 왜 ‘2차 피해’가 아니란 말인가.
유시민 작가의 문제제기가 ‘국가기관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사회분열과 혼란을 증폭시킨’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에 <제국의 위안부>라는 책을 통해서 학문적 비판을 제기했을뿐인 자신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과 정의연 등에 의해서 ‘8년 동안이나 입에 재갈을 물려있었다’면서 이것이야말로 적반하장이고 내로남불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이 글은 전형적으로 펙트의 왜곡과 논리의 비약을 통해 이루어진 글이다. 먼저 박유하 씨는 단지 학문적 비판만 제기한 것은 아니었다. '위안부가 자긍심을 가지고 일본병사를 위안했고 서로간에 동지적이고 협력적인 관계에 있었다’는 것이 <제국의 위안부>의 핵심적 내용과 논리를 이루고 있었다.
이것도 하나의 ‘학문적 주장’이라고 볼 수는 있지만, 그것이 ‘위안부’(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매우 큰 상처와 고통을 준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위안부 피해 당사자들이 박유하 씨를 고발한 것은 동의하긴 어려워도 일부 이해가 가는 점이 있었다.
물론, 형사적 고발보다 정치적 비판이 옳았다고 보는데, 문제는 검찰이 그것을 적극 받아서 기소까지 한 것에 있었다. 언제나 정치적 맥락을 살펴서 자신들의 존재를 과시할 기회를 노리는 ‘정치검찰’다운 반응이었다. 검찰이 칼을 들고 나서면 누구도 피하기 어렵다.
박유하 씨를 고발한 것은 ‘나눔의 집’에서 기거하는 피해자들이었는데, 나눔의집은 지금 그 운영진의 후원금 유용과 내부고발자 억압 등 여러 문제가 드러난 바로 그 단체이다. 나눔의집은 정의연과는 완전히 다른 단체인데 보통 언론은 그것을 잘 구분하지 않고 일부러 혼동을 유발하며 ‘윤미향 마녀사냥’에 이용했고 많은 이들이 거기에 편승해 왔다.
박유하 씨가 고발당했을 때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은 그것을 적극 지지하거나 환영하는 입장은 아니었다. 실제로 정의연의 주요한 인물들은 당시에 ‘이것은 학문적으로 토론하고 비판할 문제이지 법적으로 처벌할 문제가 아니다’는 취지의 성명에 같이 이름을 올렸다.
유시민 씨도 (자유주의자답게) 당시에 검찰의 기소가 ‘반민주적’이라고 비판하는 성명에 이름을 올린 대표적 지식인 중 하나였다. 또 정의연은 나눔의집의 여러 내부적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도 그것을 비판하며 내부고발자들을 방어하는 행동들에 함께해 왔다.
그런데 박유하 씨의 이번 글은 윤미향 의원, 정대협, 정의연을 언급하면서 이분들이 “지난 30년 동안 일본 비난만 반복해왔다.... 핀트 어긋난 비판으로 일관한 탓에 한일관계를 최악으로 치닫게”했다고 매도하고 있다. 이어서 자신이 이렇게 “위안부지원단체를 비판했다는 이유만으로 명예훼손 고발을 당”했다고 말한다.
즉 마치, 자신이 정의연 등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하다가 정의연에 의해 고발을 당해 입에 재갈이 물렸던 것처럼 혼동을 유도하는 것이다. 더구나 박유하 씨는 이어서 “지원단체의 가장 큰 문제는 공금횡령이 아니다... 북한이 일본에 배상을 받아낼 좋은 재료로 삼은 게 모든 문제의 배경이다”라고 쓴다.
이것은 명백히 악의적인 문구이다. 마치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이 공금횡령을 했다고 읽히는 것만이 아니라, 이 분들이 ‘친북’적이어서 일본의 태도를 비판해 온 것처럼 쓰면서 ‘종북몰이’까지 의도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도 새로운 것은 아니다. 박유하 씨가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을 비판해 온 핵심에는 항상 이것이 있었다.
결국 박유하 씨는 자신이 검찰에 기소당할 때 그나마 그것을 반대하거나 검찰을 비판하는 입장을 밝혔던 정의연, 유시민 작가 등이 지금 검찰과 보수언론에 공격당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검찰과 보수언론 등의 공세에 힘을 실어주면서 ‘나한테 당신들이 한 짓을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이 글의 마지막에서 박유하 씨는 “자신이 겪은 고통을 다른 이도 똑같이 당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런 식의 사고는 우리 사회를 끝없는 갈등으로 몰아넣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도대체 누가 누가에게 할 말이지 돌아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박유하 씨가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에 대한 언론과 검찰의 마녀사냥에 편승해 같이 돌을 던져온 것은 참 씁쓸한 일이다. 물론 당시에 박유하 씨가 일부 언론의 과도한 선정주의적 접근과 검찰의 기소 속에서 고통스러운 점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의 소극적 태도와 정치적 입장에 상처받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당시 형사 고발과 검찰의 기소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한 것만으로도 정의연의 태도는 충분했다고 봐야 한다. 그것을 넘어서 더 적극적으로 박유하 씨를 방어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을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에게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위안부 피해자들과 적극 연대해 왔고 <제국의 위안부>의 내용에 전혀 동의할 수 없는 이들이었으니 말이다.
마크 렘지어와 마찬가지로 박유하 씨같은 분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사실에 근거한 학문적 반박일텐데, 자신들을 ‘주류 학설에 맞서서 이견을 밝히며 학문적 주장을 하다가 입에 재갈을 물린 피해자들’로 포지션하는 데 집중하는 게 ‘역사수정주의자’들의 태도인 것 같아서 매우 안타깝다.
또, 유시민 작가에 대한 지금 한동훈의 보복 고발과 검찰 수사와 기소는 과도하고 불의한 것이 명백하다. 2019년 ‘검언대란’ 당시에 누구도 감히 나서서 검찰과 언론의 대대적 여론몰이에 맞서지 못할 때 다른 목소리를 냈던 유시민 작가가 이후 검찰의 보복 대상이 됐다는 것은 채널A 사건의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드러난 사실이다.
검찰의 최고 실력자에서 이제 새정권의 법무장관과 윤석열의 후계자로 승승장구하는 한동훈의 아이폰은 풀지도 않고 면죄부를 주면서, 유시민 작가만 압박하는 검찰의 태도가 ‘굥정’하다고 볼 사람은 윤석열 밖에 없을 것이다. 박유하 씨의 이번 글과 한동훈을 “모델 포스-비주얼 깡패”, “조선제일검”이라고 추켜세우는 언론들을 보며 윤석열 시대를 실감한다.
* 사족: <중앙일보>가 ‘저격’ 시리즈에 이어서 ‘나는 고발한다’ 시리즈를 하고 있다. 마녀사냥에 반대했던 그 유명한 에밀 졸라의 슬로건이 이렇게 마녀마냥 전문 매체에 의해 이용되는 현실이 그로테스크하다. 거듭 말하지만, 족벌언론들, 특히 그 중에서도 <조선일보>에 글을 써주거나 협력해주는 진보 정치인, 지식인들을 자신들이 그 족벌언론들에게 피해와 고통을 당했던 수많은 피해자들의 가슴에 피멍이 들도록 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봤으면 한다. 이것은 왜 ‘2차 피해’가 아니란 말인가.
===
오피니언 박유하가 고발한다
유시민 1년 구형 과하다? '제국의 위안부' 8년 재갈은 잊었나
중앙일보
입력 2022.04.18 00:31
업데이트 2022.04.19
박유하교수
나는 고발한다. J’Accuse…!구독

그래픽=전유진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 온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 7일 징역 1년의 실형을 구형받았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검찰 왕국”이라느니 “국민에게 재갈을 물리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관련기사
[알림] ‘나는 고발한다’ 댓글 달고 아이패드에 도전하세요
이런 비판을 하는 이른바 진보 진영 사람들 가운데 책에서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문제인식, 그리고 해결 방법에 있어 기존 지원단체와는 다른 접근 방식을 제시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을 당하고 무려 3년 징역을 구형받아 8년 가까이 고통받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기억하고 있는 이가 있을는지 모르겠다. 2013년 내가 쓴 『제국의 위안부』 얘기다. 더구나 나는 명예훼손의 준거가 되는 허위사실을 쓰지 않았고, 위안부 할머니를 비판하지도 않았다. 다만 지원단체의 운동방식을 문제 삼았다. 내가 받아든 고소장엔 ‘박유하의 활동을 막아야 한다’고 쓰여 있었다. 말 그대로 명백하게 재갈을 물리는 행위였다.
내 죄는 묻지 말라?

유시민 전 이사장은 다르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검찰(한동훈)이 재단 계좌를 불법적으로 들여다봤다는 명백한 거짓말을 퍼뜨렸다. 검찰이라는 국가기관에 대한 불신을 조장했을 뿐 아니라, 사회분열을 증폭시켰다. 또 누군가를 해하는 걸 넘어 사회혼란을 야기했다. 이런 거짓을 과거 장관까지 지내고 지금 문재인 정권과 가까운 권력자가 행한 대가로 받은 징역 1년 구형이 무거워 보인다면, 자신들과 가까운 단체를 비판한다는 이유로 그저 학문적 성과물을 공개했을 뿐인 학자를 고발하고 여론몰이로 마녀사냥을 한 이른바 진보 세력의 행태부터 돌아보기 바란다.
오죽하면 '내로남불'이 정권의 상징어가 될 정도로 문재인 정권의 문제적 행태는 조국 사태 이후 일반에 널리 알려졌지만. (더불어) 민주당이 민주적이지 않게 된 건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제국의 위안부』사태가 그 증거다. 내가 그 책에서 위안부단체를 비판한 건 문제 해결을 위해서였다. 윤미향 의원(무소속, 전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이 대표를 맡았던 정대협(정의기억연대의 전신)은 지난 30년 동안 일본 비난만 반복해왔다. 비판은 정확해야 상대를 움직일 수 있다. 그런데 정대협이 핀트 어긋난 비판으로 일관한 탓에 한일관계를 최악으로 치닫게 한 결과 할머니들은 오히려 더 고통받았다. 나는 이런 사실이 안타까웠고, 한사람의 일본학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내가 맞닥뜨린 건 고발과 국민적 비난과 8년에 걸친 재판이었다.
학문을 법정에 세우다니

나를 고발한 이들은 책에 언급된 내 주장이 틀렸다고 주장했지만, 나는 틀리지 않았다. 설혹 틀렸다 해도 학문적 오류가 재판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이른바 『제국의 위안부』재판은 법정으로 자리를 옮긴 학문적 토론의 장이었다. 검사와 변호사가 학자들의 주장을 대변했다. 어느 한쪽이 승리해야 했으므로 역사적 사실이 한없이 단순화됐다. 내가 승소한 1심 판사는 나의 학문적 주장을 경청했다. 반면 2심은, 내 느낌으로는 들으려는 자세가 전무한 처음부터 결론이 나 있는 재판이었다. 그리고 예상했듯이 패소했다. 그렇게 2017년 가을 2심이 끝났는데 아직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대법원은 상고 이후 4년 반 이상 판결을 내리지 않아 결과적으로 재갈 물림에 가담했는데, 이 재판의 주심 대법관도 진보 측 인사였다. 정작 나를 고발한 나눔의 집 소장은 이후 횡령 의혹으로 해고당했다.
기회가 되면 다시 쓰겠지만, 지원단체의 가장 큰 문제는 공금횡령이 아니다. 1990년대 초 일본과 북한의 국교정상화가 논의되던 시기에 교섭당사자였던 북한이 일본에 배상을 받아낼 좋은 재료로 삼은 게 모든 문제의 배경이다. 윤미향 의원 스스로 이미 1992년에 위안부 운동의 목적을 그렇게 말한 바 있다. 정대협이 30년이나 일본의 법적 책임을 주장해 온 배경이기도 하다. 그런 한 위안부 문제=법적 책임=(보상 아닌) 배상 주장은, 옳고 그르고를 떠나 과거 제국 국가에 이용당했던 위안부 할머니들을 다시 한번 국가가 이용하는 게 된다. 1965년 한·일 협정과 다른 방식으로 북한과 일본이 국교 정상화를 해야 한다는 목적을 위해 할머니들을 볼모로 잡는 셈이기 때문이다. 법적 책임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려다 보니 일본이 이미 도의적 책임의식을 갖고 사죄했다는 사실을 소개한 내가 방해될 수밖에 없다. 아직껏 나를 재판에서 해방시키지 않고 옥죄는 이유다.
나는 고발한다. J’Accuse…! 다른 기사이전 이름만 남는 '여가부' 더 초라…계속 욕 먹게 두는게 옳나요 [김미애의 댓글 읽어드립니다]
다음 정호영, 불법 아니라도 문제다…의대 교수 자녀 전수조사해야 [이형기가 고발한다]
반성은커녕 남 손가락질만
목적 달성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이에게 재갈을 물려온 민주당 측 사람들은 스스로 저지른 죄가 드러나도 반성할 줄 모른다. 최근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과 관련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서울대 교수)의 행태가 이를 잘 보여준다. 여러 후보자 가운데 특히 조 전 장관은 윤석열 당선인의 오랜 지기인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연일 비난 중이다. 본인이 재직 중인 의과대학에 두 자녀가 편입학을 하는 등 얼핏 조국 사태와 비슷한 점이 많다 보니 특히 민주당 지지자들의 비난과 검증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부산대 의전원과 고려대의 입학 취소 결정과 관련해 지난 14일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 등이 입학 취소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김성룡 기자
나 역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정 후보자가 두 자녀의 의대 편입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거나, 혹은 불법적 행위를 한 게 드러난다면 도덕적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응분의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설령 정 후보자의 흠결이 드러난다고 해서 과거 조국 전 장관이 지은 죄가 사라지거나 무마되는 건 아니다.
조국 교수는 동료 교수의 봐주기 정도가 아니라 입시 관련 서류 위조가 수사와 법정 공방을 통해 이미 밝혀졌다. 서류 위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반성보다는 다른 이를 향해 손가락질하기 바쁘다. 또 자신이 겪은 고통을 다른 이도 똑같이 당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런 식의 사고는 우리 사회를 끝없는 갈등으로 몰아넣을 뿐이다.

댜큐멘터리 ‘그대가 조국’이 내달 1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다. [사진 켈빈클레인프로젝트]
조국 교수 다큐멘터리 영화가 곧 나온다고 한다. 영화가 단순히 ‘피해자 수난담’이라면, 그 존재 의미가 나에겐 보이지 않는다. 세상엔 자신의 피해를 말할 수단조차 갖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는 걸 떠올려 보라고 권하고 싶다. 동시에 자신들의 열성적 지지로 8년째 재갈이 물린 상태로 있는 어떤 사람도.
박유하 교수

박유하교수
세종대 국제학부 교수. 『화해를 위해서』『내셔널 아이덴티티와 젠더』 등의 책을 썼다. 2013년에 출간한 책 『제국의 위안부』가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논란을 불렀고, 현재까지 소송이 진행 중이다.
1/ 10
# 나고발
나는 고발한다. J’Accuse…! 구독
중앙일보는 세대 갈등이 첨예하던 2021년, 2030세대가 기성세대를 향해 던지는 도발적인 문제 제기 칼럼 시리즈 ‘나는 저격한다’로 온라인 공론장에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당시의 문제의식은 그대로 유치한 채 필진과 대상, 주제를 확장한 ‘나는 고발한다’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매주 월~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오피니언 박유하가 고발한다
유시민 1년 구형 과하다? '제국의 위안부' 8년 재갈은 잊었나
중앙일보
입력 2022.04.18 00:31
업데이트 2022.04.19
박유하교수
나는 고발한다. J’Accuse…!구독

그래픽=전유진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 온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 7일 징역 1년의 실형을 구형받았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검찰 왕국”이라느니 “국민에게 재갈을 물리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관련기사
[알림] ‘나는 고발한다’ 댓글 달고 아이패드에 도전하세요
이런 비판을 하는 이른바 진보 진영 사람들 가운데 책에서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문제인식, 그리고 해결 방법에 있어 기존 지원단체와는 다른 접근 방식을 제시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을 당하고 무려 3년 징역을 구형받아 8년 가까이 고통받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기억하고 있는 이가 있을는지 모르겠다. 2013년 내가 쓴 『제국의 위안부』 얘기다. 더구나 나는 명예훼손의 준거가 되는 허위사실을 쓰지 않았고, 위안부 할머니를 비판하지도 않았다. 다만 지원단체의 운동방식을 문제 삼았다. 내가 받아든 고소장엔 ‘박유하의 활동을 막아야 한다’고 쓰여 있었다. 말 그대로 명백하게 재갈을 물리는 행위였다.
내 죄는 묻지 말라?

유시민 전 이사장은 다르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검찰(한동훈)이 재단 계좌를 불법적으로 들여다봤다는 명백한 거짓말을 퍼뜨렸다. 검찰이라는 국가기관에 대한 불신을 조장했을 뿐 아니라, 사회분열을 증폭시켰다. 또 누군가를 해하는 걸 넘어 사회혼란을 야기했다. 이런 거짓을 과거 장관까지 지내고 지금 문재인 정권과 가까운 권력자가 행한 대가로 받은 징역 1년 구형이 무거워 보인다면, 자신들과 가까운 단체를 비판한다는 이유로 그저 학문적 성과물을 공개했을 뿐인 학자를 고발하고 여론몰이로 마녀사냥을 한 이른바 진보 세력의 행태부터 돌아보기 바란다.
오죽하면 '내로남불'이 정권의 상징어가 될 정도로 문재인 정권의 문제적 행태는 조국 사태 이후 일반에 널리 알려졌지만. (더불어) 민주당이 민주적이지 않게 된 건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제국의 위안부』사태가 그 증거다. 내가 그 책에서 위안부단체를 비판한 건 문제 해결을 위해서였다. 윤미향 의원(무소속, 전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이 대표를 맡았던 정대협(정의기억연대의 전신)은 지난 30년 동안 일본 비난만 반복해왔다. 비판은 정확해야 상대를 움직일 수 있다. 그런데 정대협이 핀트 어긋난 비판으로 일관한 탓에 한일관계를 최악으로 치닫게 한 결과 할머니들은 오히려 더 고통받았다. 나는 이런 사실이 안타까웠고, 한사람의 일본학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내가 맞닥뜨린 건 고발과 국민적 비난과 8년에 걸친 재판이었다.
학문을 법정에 세우다니

나를 고발한 이들은 책에 언급된 내 주장이 틀렸다고 주장했지만, 나는 틀리지 않았다. 설혹 틀렸다 해도 학문적 오류가 재판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이른바 『제국의 위안부』재판은 법정으로 자리를 옮긴 학문적 토론의 장이었다. 검사와 변호사가 학자들의 주장을 대변했다. 어느 한쪽이 승리해야 했으므로 역사적 사실이 한없이 단순화됐다. 내가 승소한 1심 판사는 나의 학문적 주장을 경청했다. 반면 2심은, 내 느낌으로는 들으려는 자세가 전무한 처음부터 결론이 나 있는 재판이었다. 그리고 예상했듯이 패소했다. 그렇게 2017년 가을 2심이 끝났는데 아직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대법원은 상고 이후 4년 반 이상 판결을 내리지 않아 결과적으로 재갈 물림에 가담했는데, 이 재판의 주심 대법관도 진보 측 인사였다. 정작 나를 고발한 나눔의 집 소장은 이후 횡령 의혹으로 해고당했다.
기회가 되면 다시 쓰겠지만, 지원단체의 가장 큰 문제는 공금횡령이 아니다. 1990년대 초 일본과 북한의 국교정상화가 논의되던 시기에 교섭당사자였던 북한이 일본에 배상을 받아낼 좋은 재료로 삼은 게 모든 문제의 배경이다. 윤미향 의원 스스로 이미 1992년에 위안부 운동의 목적을 그렇게 말한 바 있다. 정대협이 30년이나 일본의 법적 책임을 주장해 온 배경이기도 하다. 그런 한 위안부 문제=법적 책임=(보상 아닌) 배상 주장은, 옳고 그르고를 떠나 과거 제국 국가에 이용당했던 위안부 할머니들을 다시 한번 국가가 이용하는 게 된다. 1965년 한·일 협정과 다른 방식으로 북한과 일본이 국교 정상화를 해야 한다는 목적을 위해 할머니들을 볼모로 잡는 셈이기 때문이다. 법적 책임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려다 보니 일본이 이미 도의적 책임의식을 갖고 사죄했다는 사실을 소개한 내가 방해될 수밖에 없다. 아직껏 나를 재판에서 해방시키지 않고 옥죄는 이유다.
나는 고발한다. J’Accuse…! 다른 기사이전 이름만 남는 '여가부' 더 초라…계속 욕 먹게 두는게 옳나요 [김미애의 댓글 읽어드립니다]
다음 정호영, 불법 아니라도 문제다…의대 교수 자녀 전수조사해야 [이형기가 고발한다]
반성은커녕 남 손가락질만
목적 달성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이에게 재갈을 물려온 민주당 측 사람들은 스스로 저지른 죄가 드러나도 반성할 줄 모른다. 최근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과 관련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서울대 교수)의 행태가 이를 잘 보여준다. 여러 후보자 가운데 특히 조 전 장관은 윤석열 당선인의 오랜 지기인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연일 비난 중이다. 본인이 재직 중인 의과대학에 두 자녀가 편입학을 하는 등 얼핏 조국 사태와 비슷한 점이 많다 보니 특히 민주당 지지자들의 비난과 검증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부산대 의전원과 고려대의 입학 취소 결정과 관련해 지난 14일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 등이 입학 취소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김성룡 기자
나 역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정 후보자가 두 자녀의 의대 편입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거나, 혹은 불법적 행위를 한 게 드러난다면 도덕적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응분의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설령 정 후보자의 흠결이 드러난다고 해서 과거 조국 전 장관이 지은 죄가 사라지거나 무마되는 건 아니다.
조국 교수는 동료 교수의 봐주기 정도가 아니라 입시 관련 서류 위조가 수사와 법정 공방을 통해 이미 밝혀졌다. 서류 위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반성보다는 다른 이를 향해 손가락질하기 바쁘다. 또 자신이 겪은 고통을 다른 이도 똑같이 당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런 식의 사고는 우리 사회를 끝없는 갈등으로 몰아넣을 뿐이다.

댜큐멘터리 ‘그대가 조국’이 내달 1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다. [사진 켈빈클레인프로젝트]
조국 교수 다큐멘터리 영화가 곧 나온다고 한다. 영화가 단순히 ‘피해자 수난담’이라면, 그 존재 의미가 나에겐 보이지 않는다. 세상엔 자신의 피해를 말할 수단조차 갖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는 걸 떠올려 보라고 권하고 싶다. 동시에 자신들의 열성적 지지로 8년째 재갈이 물린 상태로 있는 어떤 사람도.
박유하 교수

박유하교수
세종대 국제학부 교수. 『화해를 위해서』『내셔널 아이덴티티와 젠더』 등의 책을 썼다. 2013년에 출간한 책 『제국의 위안부』가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논란을 불렀고, 현재까지 소송이 진행 중이다.
1/ 10
# 나고발
나는 고발한다. J’Accuse…! 구독
중앙일보는 세대 갈등이 첨예하던 2021년, 2030세대가 기성세대를 향해 던지는 도발적인 문제 제기 칼럼 시리즈 ‘나는 저격한다’로 온라인 공론장에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당시의 문제의식은 그대로 유치한 채 필진과 대상, 주제를 확장한 ‘나는 고발한다’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매주 월~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