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06

황대권 - 충돌 I. 네팔 vs II. 한국

황대권 - 충돌 네팔 
황대권
detponsSro76tg803lhu60f2415fai2t1630gi
h
mu53h
5
uuuf9t18ua0hu74
  · 
충돌
I. 네팔
시골에 있는 네팔의 한 유적지.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비포장 도로를 달리며 엄청난 먼지를 날린다. 길가의 풀이며 나무며 집이 흙먼지로 뒤덮여 온통 회색이다. 유적지에 도착하니 새까만 아이들이 메뚜기떼처럼 달려들어 무언가 달라고 손을 내민다. 아무런 대책 없이 전통이 현대에 내던져진 가슴 아픈 풍경이다. 제3세계의 모든 먼지는 자동차가 만들어 낸다. 모두가 걸어다니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풍경이다. 아이들은 따분한 학교보다 관광객들에게 달려들어 신기한 것 하나라도 얻어먹는 게 더 재미있다. 전통교육은 사라졌고 현대교육은 가난으로 인해 이 아이들에게까지 미치지 못한다. 제국주의의 침투가 아니었다면 어떤 형태로건 전통이 현대적으로 변용되었을 터이다. 가까운 미래에 이 척박한 풍경이 바뀔 것이라는 희망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현대적 삶의 조건은 축적된 자본의 크기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한국행 비행기에 네팔 청년 100여 명이 탔다. ‘선진국’의 자본과 기술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과거에 우리가 그런 과정을 거쳤다고 해서 그들도 같은 결과를 가져올까? 

II. 한국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 피로써 쟁취한 민주주의를 지키자며 한목소리로 외친다. 길 건너에서 한 외로운 늑대가 방송자를 타고 “빨갱이 간첩을 때려잡자!”며 악을 악을 쓴다. 근대의 교육과 산업이 도입된 이래 이 나라는 100년 넘게 파시즘과 민주주의가 충돌하고 있다. 일제 36년과 그 후계자에 의한 근대화 독재 70년 동안 파시즘은 한국의 지배층과 공무원들에게 뼛속 깊이 각인되었다. 그들은 자기 머릿속에 든 것을 차마 파시즘이라 말을 못 하고 ‘자유민주주의’라는 애매한 단어로 표현한다. 이 단어의 장점은 자기네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너무도 쉽게 빨갱이로 몰아붙일 수 있다는 점이다. 서양제국주의가 판을 짠 제3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같은 일이 벌어진다. 그 과정에서 수백, 수천만의 무고한 민초가 희생되었다. 쿠데타는 궁지에 몰린 파시스트 정치인들의 전매특허. 이번의 비상계엄은 파시즘에 절어있는 소수의 군인과 정치인, 그리고 미국의 극우 글로벌리스트가 벌인 합작품이다. 
III. 네팔과 한국은 다른가?
전통과 현대, 파시즘과 민주주의가 충돌하고 있다는 점에서 네팔과 한국은 같다. 다만 네팔은 가난하고 한국은 부유할 뿐이다. 가난하면 나쁘고 부유하면 좋은가? 사람마다 관점이 달라 답을 내릴 수 없다. 나는, 가난하지만 인간미 있고 착한 네팔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