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08

Inza Valéry Lim - 훼손된 신체가 실린 거꾸로된 광주의 사진집을 보았던 열 두살 한강 작가. 그것은 정부에... | Facebook

 Inza Valéry Lim - 훼손된 신체가 실린 거꾸로된 광주의 사진집을 보았던 열 두살 한강 작가. 그것은 정부에... | Facebook

Inza Valéry 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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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손된 신체가 실린 거꾸로된 광주의 사진집을 보았던 열 두살 한강 작가. 그것은 정부에 검열되어 정식 출판이 아닌 종교의 이름의 시민단체에서 나왔던 사진집입니다. <오월 그날이 다시오면>이라는 사진집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곳에서는 계엄군에 의해 희생된 시민들의 사진이 놓여있습니다. 계엄군에 의해 훼손된 시신은 우리에게 큰 충격과 공포 그리고 슬픔과 분노를 동시에 안깁니다. 열두살의 한강 작가는 그 사진집을 보고 자신의 연한 것이 깨어졌다고 말합니다. 그 연한 것이라는 것은 약한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진 세계를 깨는 그 어떤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계엄이 선포되고 여당인 국민의힘이 자신의 권리이며 국민의 권리인 투표하기를 거부한 밤 한강 작가의 노벨 강연(2024 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을 들으며 눈물을 흘립니다.
인간은 무엇인가.
한강작가가 광주라는 것을 말하는 것을 포기하는 마음이 들었을 때 항쟁의 마지막 밤 광주YWCA에서 사망한 박용준의 일기를 보고 다시 삶으로 나아가고자 했던 순간을 이야기하였을 때 또 눈물을 흘렸습니다. 박용준 열사는 고아였고, 무등육아원에서 성장했고, 들불야학의 강학활동, 신협에서의 활동을 통해 그리고 5.18민중항쟁 당시에는 투사회보의 필경사였으며 마지막까지 도망가지 않고 저항했던 분입니다. 양심이라는 것은 무엇이며 그것이 무엇이길래 살고 싶은 순간에도 끝까지 싸우고자 했을까 생각해봅니다.
한강 작가님의 강연을 들으며 인간이라는 것, 산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연결되어 있다는 모든 감각에 대해 다시 생각해봅니다. 다시한번 한강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아래는 한강 작가님이 <소년이 온다>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 중 여러분들과 함께 읽고 싶은 부분을 아래에 공유하고 싶습니다.

(출처: https://www.nobelprize.org/.../12/han-lecture-korean.pdf)

이 소설을 쓰는 일을 더이상 진척할 수 없겠다고 거의 체념했을 때 한 젊은 야학 교사의 일기를 읽었다. 1980년 오월 당시 광주에서 군인들이 잠시 물러간 뒤 열흘 동안 이루어졌던 시민자치의 절대공동체에 참여했으며, 군인들이 되돌아오기로 예고된 새벽까지 도청 옆 YWCA에 남아 있다 살해되었던, 수줍은 성격의 조용한 사람이었다는 박용준은 마지막 밤에 이렇게 썼다.
“하느님, 왜 저에게는 양심이 있어 이렇게 저를 찌르고 아프게 하는 것입니까? 저는 살고 싶습니다.”
그 문장들을 읽은 순간, 이 소설이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벼락처럼 알게 되었다. 두개의 질문을 이렇게 거꾸로 뒤집어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중략)

열두 살에 그 사진첩을 본 이후 품게 된 나의 의문들은 이런 것이었다. 인간은 어떻게 이토록 폭력적인가? 동시에 인간은 어떻게 그토록 압도적인 폭력의 반대편에 설 수 있는가? 우리가 인간이라는 종에 속한다는 사실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간의 참혹과 존엄 사이에서, 두 벼랑 사이를 잇는 불가능한 허공의 길을 건너려면 죽은 자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어린 동호가 어머니의 손을 힘껏 끌고 햇빛이 비치는 쪽으로 걸었던 것처럼. (한강, 노벨 강연 중, 2024.12.07(한국시간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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