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08

김대호 '도대체 왜 저렇게 생각할까? 나는 왜 다르게 생각할까?

김대호 25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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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에는 공자의 자화자찬(自畫自讚)성 발언이 한번 나온다.
"10호쯤 되는 조그만 읍에도 반드시 나처럼 충신(忠信)한 자는 있지만, 나처럼 배우기를 좋아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子曰 十室之邑 必有忠信如丘者焉 不如丘之好學也.
**충신이 뭔 말인가 했는데, 영어로 loyal and trustworthy로 번역하는 모양.
 
이 대목을 읽을 때마다, 나는 자랑할 덕목이 뭘까 생각해 봤다.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나와 다른 생각을 접하면, 당혹과 분노를 비교적 빨리 삭히고, 그 이유를 깊이 천착하는 습성이 아닐까 한다. 내 기대나 예상과 전혀 다른 사태 전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현실에 겸허하고 성찰에 치열한 편이라는 것이다.

2001년 한국 자동차산업과 대우차의 미래를 논한 첫 책을 쓴 이후, 2024년 3월까지 대략 경세서만 20권 가량 쓴 것은 이런 습성 때문이 아닐까 한다.
지난 3개월간 윤통 탄핵을 둘러싸고, 오랜 (좋은)인연을 맺은 지인들과 엄청난 생각 차에 당혹스러울 때가 많았다.
당연히 '도대체 왜 저렇게 생각할까? 나는 왜 다르게 생각할까? 
무엇이 이런 극명한 차이를 낳았을까?' 이게 큰 화두였다.

결론만 먼저 얘기하면 한국의 정치고관여층은 하나같이 정무적 고민은 과다하고, 경세(국가경영) 고민은 과소한데서 연유한다. 하지만 대중은 정반대다. 생활 속에서 경세 고민을 주로한다. 이건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12.3 계엄 이후 공수처, 서부지원, 선관위 등 과 민주당과 주류 언론(mbc와 jtbc 등)이 하는 짓을 보고, 이러다 나라가 베네수엘라, 홍콩, 중국처럼 되겠다고 느끼는 것이 경세 고민의 집약이다. 
대중에게는 이게 압도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주로 여기에 반응한다. 
하지만 정치고관여층은 대부분 윤통의 부덕과 부족을 성토한다. 발언들을 한번 조망해 보시라!!


이제 본론이다.
반이재명(보수우파 혹은 자유공화) 선수•시민 중에서, 윤통이 탄핵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압도적으로 정치 고관여 층이다.
국회의원(후보), 정치컨설턴트, 정치 논객패널, 정치부기자 등. 내가 살아온 인생과 내 업이 그래서 그런지 내 지인의 대부분은 정치 고관여층이다.
그런데 이 대부분은 '정무'의 대가들이다. 정치적 관심이 압도적으로 표심의 동역학, 즉 정무에 가 있다. 당연히 중도확장성이라는 신을 섬긴다. 선거에서 이기고 봐야 자신의 포부를 실현할 수 있다면서......
정무적 고민을 주로 한다고 해서 정책에 대해서 고민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지극히 지엽적인 정책 일뿐이다. 그런 점에서 스스로가 얼마나 '정무' 편향인지를 잘 모른다.
정무에 대한 대비되는 말은 정책이 아니라 경세(Statecraft)다. 
대한민국이 어디쯤 있고, 어디로 가야 할지에 대한 연구고민의 총화다.

경세에 대한 연구고민은 정당의 강령으로 집약된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경세방략의 총화인 
정당의 강령을 부여잡고 질기게 씨름해 본 적이 없다면 
경세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경세를 고민해야 정치의 본령인 가치(배분)의 우선순위를 알 수 있다. 가치의 우선순위=선후경중을 알려면 가치 전체를 알아야 한다. 이 고민이 부실하면, 장님 코끼리 만지기하듯이 자신이 아는 것에 우선순위를 부여한다.뒤에 얘기하겠지만 한동훈과 그 사단이 대표적이다.

시대가 어디쯤 있고, 어디로 가는 지를 모르면, 권력을 쥐어줘도 (한동훈, 노무현처럼) 곁가지 잡고 용 쓰다가 귀중한 기회와 에너지를 다 소진한다.
경세와 시대를 고민하면 1987체제의 문제가 선명하게 보인다.
 사실 체제를 논하려면, 주요 모순부조리를 낳는 사람(리더십)의 문제, 구조(법제도 정신문화 등)의 문제, 국제정치경제(환경)의 문제를 구분하고 종합할 줄 알아야 한다.

1987체제의 문제를 제왕적 대통령제 혹은 5년 단임 대통령의 문제라고 하는 것은 체제의 문제를 거위 고민하지 않은 소치다.
 
내가 지난 2001년 이후 잘 팔리지도 않는 책을 잔뜩 써 댄 것은 정치의 근본 문제인 경세 내지 가치의 우선순위를 질기게 천착하는 사람을 별로 본 적이 없어서다. 
퍼뜩 떠 오르는 사람은 박세일, 김진현, 김병준 정도다. 
경제민주화 팔이 하는 김종인도, 조갑제, 정규재도 어림없는 선수들이다.

정치컨설턴트 등 정무만 주로 고민해 온 사람들은 대통령의 덕목이나 풍모를 논한 제왕학(군주론)이나 대통령학(리더십)은 제법 안다. 여기에 비추어 보면 윤통은 엉망진창이다.
 
정무만 고민해 온 사람들은 보수우파와 진보좌파는 굳은 자로 보고, 중도=스윙보터를 끌어와야 이긴다고 생각한다. 중도를 끌어와야 이긴다는 것은 진리다.

그리고는 극우와 거리두기와 막말후보와 손절을 중도확장성의 요체로 본다. (진보좌파는 극좌와 거리두기를 요체로 삼지 않는다. 막말? 지난 총선에서 봤듯이 그냥 생까버린다. )
 
문제는 보수도 진보도 그 비중은 고정(굳은 자)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중도라고 다르지 않다. 시대 변화에 따라 보수나 진보 정체성을 가진 이유도 변한다.
요컨대 보수든 진보든 시대(모순부조리)에 적중하면, 즉 국민이 미치도록 가려운 곳을 정확히 긁어 주면 그 비중이 늘어난다. 중도•스윙보터 역시 끌려 온다. 따라서 승리의 관건은 시대에 적중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정무와 중도를 논하는 사람치고, 시대(모순부조리, 요구불만 등)의 정중앙을 논하는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다.
시대의 정중앙을 논하려면 강령적 고민과 정당의 매력(서사 등)이 필수적인데 이게 빈약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남는 것은 세대, 지역과 개인의 말초적 매력(나이, 용모, 언변 등)을 주된 변수로 삼는 정치공학이다.
당연히 저들이 집중 공격하는 약점(?)을 제거=손절하는 것이다. 1987년 이후 진보좌파의 기세에 주눅이 든 보수우파는 끊임없이 손절과 (진보)코팅=짝퉁으로 대응해 왔다. 순한 맛 진보를 보수 개혁으로 등치시켰다.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와 태극기 부대(아스팔트 우파)를 손절했고, 지금은 윤석열을 손절하자고 한다. 무명소졸인 나도, 용장 차명진도 손절 당했다.
 
이런 비겁과 도피, 손절과 짝퉁(순한 맛)이 능사인 시대를 길게 산, 자칭 보수 원로의 결론이 바로 윤통 손절론과 이준석 대안론 혹은 한동훈 대안론이다.
 
시대와 정치에 대한 이해가 얄팍하기 짝이 없다.

또 하나, 조갑제, 정규재가 윤통 탄핵을 고창하는 것은 자신이 고집하는 대통령의 상(풍모)이 있는데, 윤통은 도대체 형편이 없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이 분들의 머리에는 비상계엄령은 성공하면 군부독재+ 장기집권이요, 실패하면 주모자가 죽어야 하는 친위쿠데타로 굳어져 있다.엄연히 현실로 존재하는 윤통식 비상계엄령을 전혀 이해 하지 못한다. 아니 이해하지 않으려 한다. 아마 윤통의 해명은 몽땅 사기요, 거짓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조갑제, 정규재는 불교에서 말하는 아상이 너무나 강고하다.
 
이들의 말이 더 거칠고 모질어진 것은 이준석 대안론이 심중에 있기 때문인데, 이는 전형적인 노욕의 발로가 아닐까한다.
최근에 한동훈이 쓴 책의 에센스를 정리한 글을 봤다. (그런데 통독을 하고 싶은 충동이 조금도 생기지 않는다)

X선이나 MRI 영상으로 보면, 옷과 피부로 가리워진 골격 상태나 장기 상태가 비교적 잘 보인다. 정치와 경세를 제법 오래 고민해 온 사람의 눈에는 한동훈의 그것이 잘 보인다. 아마 본인은 의식하지도 못할 것이다.

"정치를 통해 내가 지향하는 목표 지점은 성장하는 복지 국가다. 그리고 격차 해소다."
사실 이 말은 2010년대를 풍미한 시대정신급 말이다. 진보좌파 헤게모니가 한국사회를 밀물처럼 뒤덮던 시절, 아스팔트 보수가 태극기 부대라고 불리며, (국힘은 당연히 거리를 둬야할) 극우로 매도 되던 시절의 문제의식이요 프레임이다. 물론 나는 그 때도 아니었고 지금은 더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거는 말할 것도 없고 지금도 복지, 분배가 문제가 아니라, 활력, 성장과 (중국의 산업굴기에 맞설) 국제경쟁력 자체가 문제인 시대다. 총체적인 지속가능성 위기가 밀어닥치고 있다. 태극기가 극우•레드콤플렉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노인의 상징이 아니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상징으로 되었다. 양양가가 2030의 가슴을 뒤흔들고 있다.
 
정치적 장삿속 하나는 뛰어난 이재명이 중도보수를 말하고, 태극기 퍼포먼스를 하고, 기본소득이 아닌, 삼성 같은 기업이나 엔비디아 같은 기업 몇 개를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격차해소도 중요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더 이상 시대정신이 아님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한동훈이 총선 때, 격차해소,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국회의 세종시 이전 같은 한물 갔거나 하품 나는 정책을 간판 공약으로 내건 것도 경세 고민이 강남좌파내지 대학생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책에서 제시한 대표적인 정책 아이디어도 "복지의 수요자인 개개인이 (한 평생) 받을 수 있는 복지 혜택을 하나의 앱과 계좌로 몰아넣는 것' 도 전혀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우선순위 측면에서 볼 때 하품 나는 아이디어다.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경세도 아니요, 정책도 아닌, 정무적 고민이 대부분인 것 같다. 윤-한 갈등에 대한 해명 내지 변명이라는 얘기다.
제목이 “국민이 먼저입니다” 는 아마 대통령과 의리나 지시명령이 아니라 국민과 국익이 먼저라는 것을 얘기하고 싶어서 일 것이다. 하지만 윤-한 갈등의 뿌리, 즉 왜 윤통과 강성 보수가 빡쳤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사실 한동훈이 진짜 해명하고 성찰할 것은 12.3 이후가 아니라 자신이 비상대권을 쥐었던, 2023년 12월 말부터 2024년 4월 10일 까지 100일간이다.
총선 직전 공천권을 쥐었던 권력자의 가장 중요한 과업 중의 하나는 국가비전을 제시하고, 미래 정치리더십을 데뷔시키는 일이다. 김영삼은 노무현, 이명박, 홍준표, 김문수, 이인제, 이회창, 김무성, 박세일 등 기라성 같은 정치리더십을 데뷔시켰다.(김영삼의 어마무시한 오류에도 불구하고, 이건 높이 평가한다. 그런데 이 인물의 한계는 김영삼과 한국 정치의 한계라고 본다.)
아무튼 한동훈은 어땠나? 총선의 진짜 책임자인 대통령을 생까고 데뷔시킨 인물 중에서 2020년대 말이나 2030년대의 대안 급이 단 한명이라도 있나? 김상욱? 도대체 어떻게 이런 자를 데뷔시켰나?
결과는 참담한데, 과정은 또 어땠나? 특히 비례위성 정당 건설, 운영, 흡수합병 과정과 비례대표 선정 과정??!! 관련 서류는 왜 서둘러 없앴나?

대통령과 진짜 중요한 협의를 잘 해서 상호 신뢰가 쌓였다면, 의대정원이든 그 무슨 정책이든 한동훈과 당의 뜻대로 되지 않았을까? 왜 윤한 갈등이 파국으로 갔는지 생각 좀 해 보란 말이다.
그리고 '내란 자백'이라는 말과 '제가 계엄했습니까?'라는 말은 후회한다면서 지금 이 시점에서 '불법 계엄'이라는 말은 또 뭔가?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불법 계엄을 했다면 우리가 정치적 손해를 보더라도 앞장서서 막는 것이 보수의 정신이고 책임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이 이런 얘기를 할 땐가? 그리고 이게 사실에 맞나? 이 말이 내란 자백이라는 말과 뭐가 다른가? 탄핵 종용 아닌가?
탄핵을 부르짖는 정치고관여층은 정무적 고민이 과도하고 경세 고민이 과소해서 문제라고 했는데, 한동훈은 둘 다 과소해도 너무 과소하다. 더 중요한 것은 암만 봐도 공심이 있어 뵈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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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ho Lee

이 부분 너무 공감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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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아니라 이 분들의 머리에는 비상계엄령은 성공하면 군 부독재+ 장기집권이요, 실패하면 주모자가 죽어야 하는 친위 쿠데타로 굳어져 있다. 엄연히 현실로 존재하는 윤통식 비상 계엄령을 전혀 이해 하지 못한다. 아니 이해하지 않으려 한 다. 아마 윤통의 해명은 몽땅 사기요, 거짓이라고 할 것이다.

오용석

잘 봤습니다. Interesting and Informative!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사고 방식이죠. 규범 차원까지 갈 것도 없이 그냥 <과학적 사실>의 인식 문제입니다.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는 식의 피상적인 인식입니다. 천동설이니 지동설이니 하는 ‘이론’ 차원까지 갈 것도 없이 이런 부류의 피상적 사고방식 보유자에게는 지구의 자전이라는 과학적 사실이 일출/일몰과 같은 눈앞의 현상과는 일상적으로는 별개의 비동시적인 개념으로 인식되겠죠. 쓸데없이 과학이 무지개의 시심을 해친다는 식의 아둔함이겠죠
비근한 예를 들자면, 오늘의 광주를 <눈먼 자들의 도시>로 종종 칭합니다. 45년 전 빛고을 광주가 45년 후 오늘 미칠광 광주로 변질됐다는 사회적 사실 인식이죠. 오늘의 광주 및 호남 주민 대다수가 사회병리학적으로 일종의 정신질환에 집단 감염됐다는 거죠. 혼자 믿으면 망상, 다수가 믿으면 종교! 김일성교나 봉하교도 마찬가지죠. 중세 마녀사냥이나 20c의 나치즘 파쇼/공산당 파쇼 같은 전 지구적 ‘팬데믹’ 규모는 못되갰지만… 유발 하라리도 기성 종교와 정치 이데올로기를 동일한 인식 형태로 간주하더군요


백선태

한동훈 이 자는 말로 정치를 하면 않될 사람입니다. 이자의 "국민이 먼저다"라는 소리는 뻔뻔한 기만에 지나지 않습니다. 법무장관시절 부터 당대표 때까지 어느것 하나 국민들이나 당을 위해 제대로 일한게 뭐가 있나요? 거기다가 인간미라고는 전혀없는, 마치 불량품으로 생산된 악성 AI 같은 자 입니다. 제생각엔 이 자가 노렸던건 아마도 정권양도 후의 야당 대표 내지는 당권장악이 목적이었을 겝니다. 국힘정부가 무너질것을 예단하고 사사건건 대통령을 흔들어 댄것 이지요. 인간성 자체가 결여된 자가 정치를 한다면, 차명진 전의원님 말씀 맞다나 그건 공해일 뿐입니다.


김갑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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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폭적으로 공감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Author김대호

김갑수 제가 더 감사합니다.




5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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平傘

한동훈이 없었으면
아무 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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